소설리스트

간웅-556화 (556/620)

< -- 간웅 25권 -- >4. 모든 황제는 결코 어리석지 않다. (1)초원 중앙에 설치된 경대승의 겔.경대승의 거대한 겔 앞 넓은 공터에는 초록의 풀들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금에서 파견된 수십의 사신단과 그들을 호종하는 수백의 병사들의 피는 여전히 마르지 않고 있었다. 흐른 붉은 피는 초록의 풀들을 적시고 삼키고 끝내는 초록의 풀들도 죽일 것이다.

반목이다.그렇게 몽고와 금은 다시는 화합할 수 없는 반목의 길을 걷게 됐다.

이것은 고려에게는 당분간의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또한 금의 황제가 분노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고 그가 고려를 칠 때 몽고를 연합군으로 받아드리지 않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것은 또 하나의 전쟁이고 또 한 번의 고려의 승리가 분명할 거다.

하지만 이것이 완벽한 반목으로 끝날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국제정세에서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분간 금은 몽고를 고려와 같은 적으로 규정할 것이라는 거다.

그리고 몽고의 칭기즈칸을 움직이는 경대승은 고려와의 결전을 위해 또한 금과의 반목을 대비하기 위해 송과의 화친을 계획하게 됐다.

이것은 또 한 번의 변화일 것이다. 하지만 몽고의 사신이 송으로 가서 환대를 받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여전히 송나라에게는 몽고라는 존재는 변방의 오랑캐 부족에 불과하니 말이다. 또한 몽고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어리석은 송나라 대신들을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역사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아무도 몰랐다.

“살, 살려주시오.”

모든 금나라 사신들이 죽었다. 아니 금인들이 모두 죽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직 칭기즈칸의 강건함을 알릴 겁먹고 비루한 늙은 사신 하나와 고려첩자인 환관만이 이 처참한 광경을 지켜보며 벌벌 떨고 있었다.하지만 그 둘은 분명 달랐다.

늙은 하급 사신은 벌벌 떨었고 그에 반해 별초 출신 환관은 담담히 이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자신이 이곳에서 죽게 될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고려의 무장으로 의연하고 싶은 그였다.

"살, 살려주시오."늙은 하급 사신은 대도를 들고 조롱하듯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초원의 전사에게 애원했다."너는 죽지 않을 것이다."

"진, 진정 죽이지 않는다는 것입니까? 살, 살려주시는 것이옵니까?"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겁쟁이에 불과하다."그래!"

"황, 황공합니다. 감사합니다."황제에게나 해야 할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거였다."그 대신 네놈의 목숨 대신에 무엇을 내놓겠느냐?"이것은 조롱이다.

이것만 봐도 여전히 몽고족은 오랑캐에 불과했다.거대한 웅지를 가진 칭기즈칸이 있다고 해도 그를 움직이고 하늘의 이치를 깨우치며 복수심에 불타는 경대승이 있다고 해도 그 아래 모든 전사들이 그저 초원의 승냥이와 같은 존재에 불과한 거였다.

그런 자들이 어찌 천하를 노할 수 있겠는가?참으로 역사는 아니러니 하고 희괴한 것일 거다. 회생이 바꿔놓지 않은 진짜 역사에서는 푸른 늑대의 후손인 초원의 전사들이 세상을 다 가졌다.

저리 무지하고 잔인하며 사악한 것들이 세상을 다 가진 것이다.

비록 그들의 세상이 겨우 2세기의 통치에 불과했지만 그렇게 세상은 그들의 발굽에 벌벌 떨어야 했다.이제 어찌 달라질까?회생의 고려가 웅지를 펴고 있는 지금 어찌 달라질지 또한 아무도 모르는 거였다."예?"

"다른 놈들은 다 죽었는데 네놈은 살려준다고 했으니 네놈도 무엇인가를 내놔야 하지 않겠느냐? 네놈은 무엇을 내놓겠느냐?"또 한 번의 조롱이다.하지만 그 조롱이 더욱 두려운 늙은 하급 사신이었다."살, 살려주십시오."

"금왕에게 우리가 강성하다는 것을 전해야 하니 세치의 혀는 그냥 두어야 할 것이고."야릇한 미소.그 미소 자체는 금인에 대한 조롱이었다."살, 살려주십시오. 제 혀를 자르지 말아 주십시오."

"그래 위대하신 칸을 알아보지 못한 그 썩은 두 눈이면 되겠구나."

"눈, 눈 말입니까?"

"그래! 네 눈알이면 되겠다."

"그, 그럼 어찌 금으로 돌아가서 칭기즈칸의 위대함을 알리겠습니까?"살기 위해 그 어떤 말이라도 할 수 있는 순간일 것이다.

“오! 그렇지. 그것도 그렇구나!”

“그, 그렇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살려준다고는 했다.”

“제, 제발!”

"그래 정했다. 눈깔 하나면 충분하겠군."

"살, 살려주십시오."

"납을 가지고 와라!"그와 동시에 하급 전사가 급히 불에 끓여 액체가 된 남을 대령했다.

"저자를 잡아라!"그렇게 하급 사신의 한쪽 눈에는 펄펄 끓는 납이 부어졌다."아아악!"초원을 찢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이 비명과 함께 당분간 몽고와 금은 반목하게 될 것이다.

만약 금의 황제가 조금만 어리석은 존재였다면 지금 고려와의 일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금의 북방 군을 단번에 초원으로 진격시켰을 거다.하지만 금의 황제는 어리석은 인물이 아니었다.

그렇기 당분간은 반목만이 존재할 거다. 그것만으로 고려는 숨통이 열리게 될 것이다.

툭!그리고 초원의 전사는 고통에 겨워 울부짖는 하급 사신에게 칭기즈칸의 서한을 던졌다. 이것만 봐도 초원의 전사는 어리석고 무지한 존재일 거다.

자신의 주인의 서한을 저리 함부로 하니 말이다. "이것은 칭기즈칸께서 금왕에게 보내는 서한이다.

금왕은 경건한 마음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또 한 번 초원을 아래로 보면 결코 우리의 검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으으윽!"

"저자를 금나라 국경까지 호송하라!"

"예. 천인장!"그렇게 금의 사신은 바로 말에 태워져 끌려갔고 초원의 전사는 말뚝에 묶여 있는 환관을 봤다."네놈은 어찌 죽여줄까?"조롱에 가까운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미 죽음을 각오한 환관 출신의 별초는 자신을 위협하는 자를 담담히 볼 뿐이다."마음대로 하시게."비굴함 따위는 없었다.

이미 죽음은 자신의 미래이니 말이다. 또한 그는 고려의 무장이다. 항상 당당한 고려의 무장 말이다."마음대로 하라?"

"그래! 마음대로 하시게. 허나 오늘을 꼭 기억하시게 고려는 결코 오늘을 잊지 않을 것이다."

"네놈 하나를 죽였다고 고려가 기억할까?"천인장이 피식 웃어버렸다."그것은 두고 보면 알 것이다."그때 몽고의 아녀자들의 부축을 받고 조심히 겔에서 나온 홍련이 환관에게 다가왔다. 물론 그녀는 이미 눈이 먼 상태였다.

물론 그녀의 눈을 멀게 한 자는 경대승이었다.복수의 화신으로 변한 경대승이었고 배신을 당했다고 여긴 경대승이었다.

그의 분노는 자신을 이 초원으로 보낸 고려황제 회생에서 발전해 홍련에게 또 고려에게 번져 있었다. 가여운 인생일 것이며 비운의 장수일 것이다.

그가 진정 격멸하는 것은 무엇일까?고려일까?아니면 회생일까?그것도 아니면 이곳까지 오게 된 자신의 운명일까?그것이 어떤 것이든 지금의 경대승은 그렇게 분노해 있었고 복수의 화신이 되어 있었다."대부인! 불편하신데 어찌 이런 곳까지,,,,,,."수백의 생명을 거침없이 죽인 천인장이지만 홍련에게는 공손했다. 그도 그럴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홍련은 고려공주이며 경대승의 정실부인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존경을 받았다. 또한 동정을 받았다."눈은 보이지 않게 됐지만 귀는 열려 있고 피의 냄새가 역해 나와 봤습니다."홍련도 여무장 출신이다. 그래서 작금의 상황을 보지 않고 짐작할 수 있었다."아무 일도 아니옵니다. 무례한 금인들을 처단했을 뿐입니다.

저놈들이 어리석게 칭기즈칸과 대승상께 무례를 범했습니다."

"이곳에서 내 고향 말씨가 들리던데,,,,,,,."홍련은 흘리듯 천인장에게 물었다."금에 침투해 있는 고려첩자를 색출한 것 같습니다. 고려인이라 죽일 것 까지는 없는 것 같은데 죽이라고 명을 받았으니 죽여야 합니다."천인장도 홍련이 고려인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따지고 본다면 몽고족과 고려는 지금까지는 원한관계가 없었다."어디에 있습니까?"

"왜 그러시옵니까?"

"그래도 고향 사람이지요."몽고 사람들은 홍련이 머나먼 이국땅에 와서 눈이 멀었다고 가엽게 여겼다. "말씀이라도 나누시겠습니까?"

"어디에 있습니까?"

"제가 모시겠습니다."

"고맙군요."그렇게 홍련은 기둥에 묶여 있는 별초출신 환관에게 갔다."고향이 어디더냐?"

"고려요."별초출신 환관은 퉁명스럽게 말했다."나는 고려의 공주 홍련이다."

"공주마마를 뵈옵니다."바로 공손해지는 그였다."네놈이 이곳에 묶여 있는 것은 칭기즈칸에게 죄를 지었기 때문이겠지."오히려 돌변한 것은 홍련이었다."지은 죄가 없소이다. 고려 속담에 출가외인이라 했는데 그런 것 같습니다.

공주마마! 고려출신 무장이 이리 되었습니다. 저는 금에게는 죽을죄를 지은 자인지는 모르나 몽고에게는 아무런 죄를 범하지 않았습니다."

"출가외인?"살짝 미소까지 보이는 홍련이다."내가 이곳에 온 것은 모두 고려 때문이겠지."말에 살기가 담겼다. 별초출신 환관이 눈이 먼 홍련을 유심히 살폈다."고려를 원망하십니까?"

"당연하지 않겠나? 이억 만 리 까지 와서 눈까지 멀었다. 내게 원망이 없을까? ""하오나 고려는 공주마마를 버리지 않을 것이옵니다. 참고 견디소서! 공주마마!"

"그건 너의 생각이다."그때 칭기즈칸과 경대승이 겔에서 나오다 홍련과 환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봤다."어찌 할 건가?"

"가장 처참히 죽일 것이옵니다."경대승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그대의 원한이 그리 큰 것인가?"

"고려와 초원은 공존할 수 없나이다. 고려왕과 칭기즈칸은 절대 화합할 수 없나이다. 하늘에 태양이 둘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옵니다."

“해와 달이면 어떤가?”

“고려왕을 위해 달이 되시겠습니까?”

경대승의 말에 칭기즈칸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것인가?”

“그렇사옵니다. 칭기즈칸께서는 천하의 해가 되셔야 하옵니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듯 이 세상은 해와 달도 공존할 수 없사옵니다. 고려왕에게 엎드리실 수 있겠사옵니까?”

“그대가 모처럼 나를 자극하는군.”

“송구하옵니다.”

“그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겠다.”

“망극하옵니다.”

“나이만 정벌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

“그리하소서.”

경대승의 말에 칭기즈칸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다. 그건 그렇고 송으로 보낼 사신은 바로 출발시켰겠지?"

"그렇습니다."

"송인과 친해진다? 나쁠 것이 없겠어. 송의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송과 혼맹을 맺고 금을 압박하면서 내 전사들은 나이만으로 진격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힘을 얻어 금을 치고 송과 함께 고려를 정복할 것이다."칭기즈칸의 웅지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그렇사옵니다.

칭기즈칸!"경대승은 칭기즈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홍련과 환관을 지켜보고 있었다."고려 사람을 봐서 반가웠는데,,,,,,,."목소리에는 여전히 살기가 감돌았다."칼을 주세요."홍련이 천인장에게 말했다."칼을 말이옵니까?"

"저자의 눈을 도려내고 싶어요."여자의 입에서 차마 나올 말은 아니었다."진정이시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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