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552화 (552/620)

< -- 간웅 25권 -- >칭기즈칸의 겔.칭기즈칸의 겔 안 분위기는 차가운 초원의 바람보다 더 싸늘해져 있었다. 칭기즈칸과 금에서 온 사신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결코 칭기즈칸에게 이로운 이야기는 분명 아닌 것 같다.칭기즈칸은 자신의 앞에 거만히 서 있는 금의 사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또한 경대승 역시 칭기즈칸이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긴장하고 있었다.

만약 칭기즈칸이 검을 뽑아 금 사신의 목을 친다면 금과의 일전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경대승이었다.그런데 이상한 것은 금의 사신이 너무나 거만하고 강압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거였다.

그것이 이상한 경대승이었다.‘눈빛은 두려움에 떠는 토끼 같은데 입에서 나오는 헛소리는 사자의 포효보다 더 용맹하다.

’경대승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금 사신의 태도와 눈빛은 이중적이었다. 그리고 서로를 반하고 있었다.

‘뭐지?’

경대승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금의 사신의 옆에 있는 남자를 봤다. 수염이 나지 않을 것을 봐서 분명 환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경대승은 환관을 찬찬히 봤다.

‘이상하군. 손이 이상해!’경대승은 환관을 살피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환관이라면 황궁에서 여자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거세당한 남자다. 그런데 손이 평범한 사람과는 달랐다.

‘저런 손은,,,,,,,,.’환관의 손은 검을 수련한 손 같았다. 검을 수련했다고 해도 그저 호신용으로 수련한 수준을 넘어 선다는 생각이 드는 경대승이었다.

또한 눈빛은 무척이나 당당해 보였다. 애써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환관은 아무런 떨림도 없이 담담히 서 있었다.

그게 이상했다.‘험악한 분위기인데,,,,,,,.’사신과 환관?둘이 바뀌었다는 생각마저 드는 경대승이었다.

‘바뀐 건가?’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이곳은 금나라가 아닌 초원의 중심이다. 그러니 사신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수염을 깎고 환관으로 위장해서 가짜 사신을 조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사신의 행동이 무척이나 섬세하고 귀족적이라는 생각도 떨칠 수가 없었다.자연스럽다고 할 것이다.

눈빛은 두려움에 가득하지만 행동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그것이 또 이상한 경대승이었다.‘뭔가 분명 있다. 환관을 주목해야 한다.’경대승이 그런 생각을 할 동안 금 사신을 노려봤던 칭기즈칸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대 내게 뭐라고 했나?”

칭기즈칸은 차분히 말했지만 그의 말 속에서는 뽑아내지 않은 검보다 더 살기가 흘렀다. 이제는 어린 칭기즈칸은 늑대새끼가 아니었다.이 초원의 지배자였다. 그러니 거만하고 강압적인 사신의 언행이 가소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화가 치미는 칭기즈칸이었다.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다시 말해 보시게.”

칭기즈칸의 말에 사신이 인상을 찡그렸다.

“예.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칭기즈칸께서는 귀를 열고 위대하신 황제폐하의 칙령을 받잡으셔야 할 것입니다.”

사신의 말에 칭기즈칸이 다시 피식 웃었다.

“가능하다면.”

“으음,,,,,,,.”

사신은 헛기침을 했다.

“다시 말씀 올리겠습니다. 황제폐하께서 자칭 몽고족이라고 칭한 초원의 부족들에게 은혜를 내려 금에 복속하라는 칙령을 내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칸!”

“은혜를 내려? 복속?”

“그렇사옵니다. 중원의 중심은 금제국입니다. 또한 금 제국을 중심으로 변방에 있는 모든 부족들과 제후국들이 복속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몽골도 이에 황제폐하의 은혜를 받으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금이 세상의 중심이었나?”

살짝 조소를 보이는 칭기즈칸이었다. 칭기즈칸의 말에 금 사신의 눈빛이 찰나의 순간이지만 흔들렸고 그것을 숨기려는 듯 입술을 질끈 깨무는 모습이 경대승에게 포착됐다.

“무례하십니다. 칸!”

“금사신은 그 입 다물라!”

차분히 분위기를 파악하던 경대승이 대노하여 소리쳤다. 어느 정도 파악이 된 경대승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는 누군가? 대국 황제폐하의 명을 받고 온 사신인 내게 하대를 하는 무례함을 보이는 자가 누군가? 칸! 몽고족에게는 이리도 법도가 없단 말입니까?”

“법도?”

“그렇습니다. 칸!”

“우리의 법을 그대는 아는가?”

“예?”

“나도 그대의 법을 모른다. 그러니 더는 말하지 말라.”

“으음,,,,,,,.”

이건 조롱이었다. 그리고 다시 금 사신의 눈빛이 떨렸다.점점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금 사신은 힐끗 옆에 있는 환관을 봤다.

“그대가 물으니 말해주지. 나는 경대승이라 한다.”

“경대승? 몽고족이 아닌가 보군.”

“칸 아래 신하된 자는 모두 하나다. 몽고족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금도 그러한가? 아니 금왕도 그리 여기는가?”

“금, 금왕?”

금 사신이 경대승을 노려봤다. 아무리 이곳이 초원이라고 해도 금왕이라고 하는 것을 참지 못한 금 사신이었다.

“아니었던가?”

“뭐라고?”

“금왕이 무엄히 칭기즈칸에게 복종을 요구하다니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하늘이 내리신 황제폐하를 금왕이라 했는가? 그러고도 몽고족은 후일이 두렵지 않는가?”

소리치는 금사신이었다. 그 순간 금 사신의 뒤에 있던 무장들도 긴장했다. 오직 이 순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환관만 차분할 뿐이었다.

“몽고족의 후일을 걱정하기 전에 그대의 목부터 걱정해야 할 것이다.”

경대승이 몽고족 사신을 노려봤다.

“뭐라? 뭐, 뭐라? 지금 대국 황제의 사신을 겁박하는 것이냐?”

“겁박?”

“그렇다.”

“우린 그런 거 하지 않는다. 바로 검을 뽑지.”

“뭐라고?”

순간 주눅이 드는 금 사신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경대승을 노려보는 금 사신이었다.사실 금은 요동을 잃기 전에는 세상의 중심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대국이었다.

하지만 그 자부심에 심대한 타격을 준 것이 소국으로 여겼던 고려였다.요동이 고려에 복속 된 후부터 금의 주변에 있던 제후국이나 여러 부족들은 금을 예전처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게 지금 또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거였다.또한 여러 국제 정세에 의해 경대승은 금이 결코 초원으로 군사를 이끌고 오지는 못할 거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물론 금이 군사를 몰아 초원으로 와도 무서울 것이 없지만 말이다.

“또한 어찌 금이 세상의 중심이라 말하는가? 금도 여진으로 예전 오랑캐라 불리지 않았는가?”

“뭐, 뭐 오랑캐?”

“아니었는가? 지금의 정세에서 어찌 금이 세상의 중심이라 자처할 수 있는가? 자존심을 버리고 안정을 찾은 금이다. 고려가 진격하여 요동을 복속 시킨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행동도 없는 금이 어찌 천하의 주인이라 칭할 수 있나? 따진다면 지금 세상의 중심은 고려가 아닌가? 고려가 아니라면 우리가 될 것이다.

경대승이 금사신을 노려봤다.

“고려를 곧 정벌할 것이다. 그러니 무도한 말을 하지 말라.”

“금이 고려를 정벌해?”

금사신의 말에 칭기즈칸이 관심이 있다는 듯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칸!”

금 사신은 경대승과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던 차에 칭기즈칸이 나서자 바로 칭기즈칸에게 대답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에게 복속을 하라고 하는가? 금왕은 그리 어리석은 것인가? 아니면 금의 신하들이 멍청한 것인가?”

“예?”

칭기즈칸이 경대승보다 더 금을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내가 고려왕과 혼맹을 맺은 것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혼, 혼맹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혼맹이지. 그걸 모르고 여기까지 온 것인가?”

홍련이 경대승에게 잡혀 있는 것을 칭기즈칸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혼맹은 혼맹이었다.

“그렇다면 몽고족은 금과 척을 지시겠다는 것입니까? 진정이십니까? 그리 대국 황제께 전해도 되겠습니까? 후회 없으신 것입니까?”

“도움을 청하러 왔다면 바짝 엎드리라는 거다.”

칭기즈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칭기즈칸의 대노에 금 사신이 말을 더듬었다. 숨겨 놨던 두려움이 들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환관이 그때 처음으로 인상을 찡그렸고 그 모습을 경대승이 봤다.

“고려와 전쟁을 하기 위해 지원군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항상 써오는 책략을 또 쓰려는 것이 아닌가? 이이제이 말이다.”

“아니옵니다.”

“그럼 뭐지?”

“몽고족의 복속입니다. 금은 세상의 중심이고 그 영광에 합류하라는 것입니다. 몽고족이 금에 복속하지 않는다면 금 황제께서는 100만 대군을 초원으로 진격시켜 몽고족의 씨를 말릴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죽음 앞에서 칸께서는 그 백성들의 시체를 묻지도 못하고 눈물을 흘리시는 우를 범하지 마소서.”

금사신은 회유가 안 되니 협박을 했다.

하지만 이 협박은 효과가 없을 것이 분명했다. 참으로 금사신은 어리석은 자가 분명할 거다. 그게 아니면 겁이 없는 자이거나.지금 자신이 한 발언으로 당장 목이 잘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니 말이다.

“영광? 개가 웃겠다. 나의 백성들이 시체가 될 때 금의 황성은 불타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명의 씨를 말릴 것이고 풀 한포기 나지 못하게 소금을 뿌려 오늘 너의 망발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

순간 칭기즈칸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진정 금의 용맹한 100만대군 앞에서 치욕을 당한 후에야 후회를 하시겠습니까?”

위협에 위협을 더하는 금 사신이었다.이 정도면 어리석다고 해야 할 거다.

아니면 무엇인가에 홀렸던지.이곳은 초원이니 말이다. 그게 아니면 금 사신은 죽기를 각오했을 것이다. 또 그게 아니라면 칭기즈칸을 복종시키지 못하고 돌아갔을 때 그에게 기다리는 것은 죽음 밖에 없기에 지금 죽기를 각오하며 말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경대승!”

“예. 칭기즈칸!”

“마음을 정했다.”

“소신도 헤아렸습니다.”

경대승은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러시오?”

“신하가 주군의 마음을 알았으니 움직일 수밖에.”

경대승은 그렇게 말하고 바로 검을 뽑았다.그 순간 금사신의 뒤에 있던 다른 사신들과 무장들이 놀라 검을 뽑으려했고 그보다 앞서 칭기즈칸의 전사장들이 검을 뽑아 금의 무장들의 목을 겨눴다.

“움직이는 자 이리의 먹이가 될 것이다.”

경대승은 차갑게 경고했다.

“왜 이러시오?”

“죽고자 그리 협박하며 망발을 일삼은 것이 아닌가?”

“나는 사실을 말한 것뿐이요.”

금사신은 경대승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겁먹은 개가 크게 짖는 법이다. 금사신의 외침은 두려움이 가득했다.

“나는 현실을 보여주려는 거다. 이얍!”

그와 동시에 경대승의 검이 금의 사신의 목을 벴다.

“으악!”

쿵!금사신이 쓰러졌다.

“저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만 남기고 베라!”

경대승의 말에 초원의 전사장들이 일제히 금의 무장들을 베었다.

“살, 살려주시오.”

수우웅!

“으악!”

그렇게 금의 사신단들은 무참히 죽음을 당했다.

“너는 환관이냐?”

경대승이 바지에 오줌을 싼 자를 보며 물었다. 턱에 수염이 없는 것을 봐서 환관이 분명했다.

“그, 그렇습니다. 하옵고 저는 금인도 아니옵니다.”

“어디 출신이냐?”

“고, 고려이옵니다.”

“고려인이 금의 환관이 되었다?”

“그,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리 되었습니다. 예전 고려가 금의 속국처럼 되었을 때 환관으로 거세가 되어 끌려갔사옵니다.”

“어디 출신이냐?”

“고, 고려이옵니다.”

“고려인이 금의 환관이 되었다?”

“그,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리 되었습니다. 예전 고려가 금의 속국처럼 되었을 때 환관으로 거세가 되어 끌려갔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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