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551화 (551/620)

< -- 간웅 25권 -- >

“아무리 그래도 백성들이 함부로 자기 죽는 줄 알면서도 관청을 공격하지는 않는다. 그것에 탐관이 있는 것이 아닌가? 짐이 보낸 구율미가 올바로 써지지 않은 것은 아닌가? 대답해 보라 감찰어사장!”

감찰어사대를 총괄하는 수장이 앞으로 나와 머리를 조아렸다.

“신성성주 연두성은 청빈한 자이옵니다.”

“진정인가?”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그럼 신성 시전 곡물 상인들이 폭리를 취해 백성들이 분노한 것이 아닌가?”

“약간의 이익을 챙긴 것은 사실이나 폭동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 사료되옵니다.”

“그대가 백성을 아는가? 그대가 배고픈 서러움을 아는가?”

난 감찰어사대 수장에게 소리쳤다.

“망극하옵니다.”

“또한 폭동으로 끝날 수 있는 일이 어찌 민란으로 번졌는가? 연두성은 어떻게 조치를 했기에 이런 작금의 사태가 나온 것인가?”

“망극하옵니다. 황제폐하!”

일제히 신료들이 망극하다는 말만 거듭했다.

“또 어찌 고려 전국에서 민란이 들끓을 수 있는가? 요동에는 긴 가뭄에 굶주린 백성들이 폭도가 될 수 있다고 치지만 고려 삼남지방에서도 끊이지 않고 민란이 일어나고 있다. 고려 한수 이남을 관장하는 개경공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한강 이남의 통치권을 난 사실 이의방에게 줬다. 그리고 이의방은 무슨 영문인지 이 요동으로 오지 않았다.현명한 선택이 분명할 거다. 그가 이 요동성으로 와서 자신의 딸인 이연황후의 뒷배가 되었다면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를 잘 아는 내 장인 이의방인 거다.

“그러고 보니 참으로 이상하군. 국고가 바닥이 날 정도로 외국에서 곡물을 사들이고 있는데 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삼남 이남지방에는 곡식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말이야!”

그때 차분히 아무 말도 없던 북천이 날 봤다.

“금의 소행이 아닐까 사료되옵니다.”

“금의 소행?”

“그렇사옵니다. 아무리 가뭄이 극심하다고는 하나 이리 각지에서 민란이 일어난 적은 없었사옵니다.

무신혁명 전에 민란이 창궐하였으나 이 정도는 아니었사옵니다."

"그렇지."

"고려에서 민란이 끊이지 않으면 득을 보는 것은 금 밖에 없사옵니다.”

“그렇지. 또한 금전적인 이득을 보는 남송도 있지.”

외국에서 곡물을 들여오고 있으나 남송에서 들여오는 곡물의 양도 상당했다. 난 은밀히 남송과 금에 아편을 팔아 막대한 황금을 취했으나 그 황금은 고스란히 다시 곡물대금으로 나가고 있는 실정이었다.3년의 가뭄과 수차례의 전쟁이 이렇게 고려경재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모든 경우의 수는 열어 두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북천장관께서는 금이나 남송의 간자들에 의해 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시는 것입니까?”

정도전이 조심히 물었다.

“민란이라는 것이 그렇소. 처음에는 굶주린 백성 몇이 장사꾼의 창고를 깨어 곡식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되거나 귀족들의 사택의 광을 공격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그 주동자가 몇 되지 않으나 그것을 시작으로 너나할 것 없이 늘어나게 되어 있소이다. 작은 소요가 폭동이 되고 민란이 되는 것이오.”

“그럼 그 처음 시작을 누가 했느냐가 중요하겠군요.”

“그렇소. 그 첫 소행이 금의 간자나 남송의 간자들일 수 있다는 것이요. 가장 작은 준비로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고도의 책략일 수 있다는 거요.”

북천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

“그렇사옵니다. 아직 결전을 치르지 않았으나 고려는 전시체제이옵니다. 그러니 금도 마찬가지 일 것이옵니다. 황제폐하!”

내가 요동을 복속시키고 나서 금은 대대적으로 나를 비난하고 사신을 파견하여 요동의 반환하라 겁박했다.허나 그 겁박에 주눅이 들 나였다면 요동을 복속시키지도 않았을 거다. 또한 금의 사신의 목을 베어 돌려보내는 외교적 만행도 저질렀다. 그러니 금도 전시체제가 분명할 거다.

서로 일전을 치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런 짓을 한다는 건가?”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옳다.”

“그리고 황제폐하!”

그때 고서기가 나섰다.

“무엇인가?”

“금에 이상한 움직임이 있사옵니다.”

“이상한 움직임?”

“그렇사옵니다. 금왕이 초원으로 사신을 보냈다는 간자의 보고입니다.”

“매번 그렇게 사신단을 보내지 않는가?”

“간자의 보고에 의하면 이번 사신단의 목적은 몽고족의 복속을 요구하는 사신단이라 하옵니다.”

고서기의 말에 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초원이 칭기즈칸이라는 자에 의해 통합되었다는 것도 머리가 아픈 일인데 금이 초원을 복속시킨다면 일이 어려워진다.”

물론 순순히 무릎을 꿇을 칭기즈칸이 아니라는 것을 난 잘 알고 있었다.‘너무 빨리 성장했어. 이제 겨우 20살 정도겠지.’칭기즈칸이 세상에 크게 등장한 것은 그이 나이 30대 후반부터다. 그런데 거의 20년 가까이 세상에 등장한 거였다.

“그렇사옵니다. 허나 금왕의 생각대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칭기즈칸은 초원의 부족들을 통합하고 크게 19개로 나눠진 부족들을 통합하여 몽고족이라 명명하였습니다. 그렇게 힘을 키운 칭기즈칸이 금에 복종할 턱이 없습니다.”

“그렇겠군.”

“또한 금과 몽고족이 척을 질수 있게 준비해 놨습니다.”

고서기가 외교를 담당하기 전부터 금에는 많은 고려의 간자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고서기가 외교를 정도전에게 위임받고 주관하기 시작할 때부터는 금의 황궁에도 간자들을 침투시켰다.

“그래?”

“그렇사옵니다. 아마도 금과 몽고족은 철천지원수가 될 것입니다.”

“그리 된다면 모든 일이 수월하겠지.”

“그렇사옵니다. 폐하!”

고서기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황제폐하!”

그때 부쩍 키가 커서 이제는 청년처럼 보이는 정도전이 날 불렀다.

“무엇인가?”

“금이 초원으로 사신을 보냈다는 것은 금왕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짐도 그리 생각을 한다.”

“금의 남방군이 100만으로 증원되었사옵니다. 또한 와해된 북방군도 재창설 하였다고 하옵니다.”

“그 수가 얼마인가?”

“60만이라 하옵니다.”

“그럼 금도 재정이 바닥이 났겠군.”

“그렇사옵니다. 긴 가문에 버티기도 어려운데 군사의 수를 늘렸으니 그럴 것이옵니다.”

“바람이 불면 구름이 모이고 구름이 모이면 비가 오는 법이지.”

순간 난 전쟁을 떠올렸다. 허나 바로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을 거다.

국제정세가 그렇다. 금과 고려만 있다면 금은 국운을 걸고 고려를 공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금과 고려의 사이에 남송이 있다. 또한 이제는 몽고가 있다. 그러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거다. 그리고 금왕은 남송을 설득하기보다 몽고족을 택했다.

그건 남송이 금보다는 고려와 친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 전쟁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나?”

“당장은 없을 것이옵니다.”

정도전이 말했다. 그리고 북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오나 남송과의 화친을 더욱 돈독하게 하실 필요는 있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북천이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마 내가 싫어하는 이야기를 꺼내려는 모양이다.

“더욱 돈독하게? 짐의 숙모님께서 남송의 공주이시네. 이보다 더 돈독한 사이는 없지.”

“한 다리 건너 두 치라 하였사옵니다. 황제폐하!”

“그럼?”

“황제폐하께서 국혼으로 남송과의 우호를 다지시는 것이옵니다.”

“또 혼맹인가?”

혼맹의 말이 나올 때마다 홍련의 얼굴이 떠오른다. 홍련은 외교의 희생양이 분명할 거다.

“망극하옵니다. 황제폐하!”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짐이 공주를 보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짐이 장가를 가야 하는 건가?”

“공주마마를 보내시는 것은 볼모가 될 수 있사옵니다.”

“짐이 또 장가를 가라는 거군.”

“망극하옵니다.”

“고차관!”

내 부름에 고서기가 머리를 조아리며 앞으로 다시 나섰다.

“예. 황제폐하!”

“매파가 되게.”

“예. 혼맹을 준비하겠나이다.”

“숙모님께 송황제의 적녀로 내 황후를 택하게 만들라 하게.”

“소신 고서기 황제폐하의 명을 받잡사옵니다.”

“또한 감찰어사대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고 조사를 하게.”

“알겠사옵니다.”

“황제폐하! 그럼 이번 신성의 민란은 어찌 처리하면 되겠사옵니까?”

조충이 내게 물었다.

“민란은,,,,,,,,.”

“가담한 자를 모두 색출하여 발본색원해야 할 것입니다.”

“백성을 다 죽이자는 것이옵니까? 3군단장 각하!”

그때 조양이 자신의 부친에게 반하는 의견을 내놓으면 정색을 했다.

“그럼 용서하지는 건가?”

“백성을 다 죽일 수는 없습니다.”

“으음!”

조충이 자신의 아들 조양을 째려봤다. 막역한 부자지간이나 이렇게 대전에 모일 때면 항상 생각이 일치하지 않았다.

“송구하옵니다.”

“부마께서는 전쟁을 하실 때는 맹호 같은데 이리 백성의 일만 생기면 순한 양이 됩니다. 그려!”

아들이나 부마의 신분이기에 조충이 하대를 하지 않았다.

“송구하옵니다.”

“그만들 하세요.”

“송구하옵니다. 황제폐하!”

아들과 아비가 동시에 대답했다.

“신성의 반란은 진압이 되었나?”

“그렇사옵니다. 주모자들을 압송하고 있사옵니다. 또한 잔적들은 산으로 도망을 쳤고 토벌군이 산을 포위한 상태이옵니다.”

“공격하지 말고 포위한 하고 있으라고 전하라. 주모자들을 국문한 후에 짐이 결정할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황제폐하!”

“또한 신성성주 연두성을 소환하여 삭탈관직하고 우산도로 유배를 보내라.”

내 말에 북천이 놀란 듯 날 봤다.

“삭탈관직까지는 가한 줄 아오나 우산도 유배는 과한 줄 아옵니다. 황제폐하!”

“한 성을 다스리는 성주가 모든 일을 확인하고 조치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죽어 마땅하나 연두성이 청빈하다는 것을 짐이 알기에 유배로 끝을 내는 것이다.”

“하오나 유능한 성주이옵니다. 또한 요동출신으로,,,,,,,.”

정도전도 요동출신 신료들과 백성들을 생각해서 유배의 명은 거둬달라는 듯 말했다.

“고려출신이면 목을 베었을 것이다. 또한 고려출신과 요동출신을 다시는 구분하지 마라! 그것이 요동과 고려를 반목하게 하는 일이다.”

“명심하겠사옵니다.

폐하!”

정도전은 머리를 조아렸다.이렇게 대전에서 회의가 한창일 때 탐라목사 조동희는 대전 말석에 차분히 서 있었다.

“이 모든 일이 긴 가뭄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만 모두 짐이 부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망극하옵니다. 황제폐하!”

“모든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짐의 수라상에 고기를 올리지 말고 찬도 3찬 이상을 올리지 마라! 또한 신하들도 더욱 청빈해야 할 것이다. 신료들의 광에 쥐새끼들이 배가 터져 죽었다는 소리가 짐의 귀에 들리게 된다면 짐은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다.”

물론 쥐가 배가 터져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명심하겠사옵니다. 황제폐하!”

모든 신하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합창했다.

“허나 군사들에게는 고기를 지급해야 하옵니다.”

조충이 내게 고했다. 그러면서 조양의 눈치를 봤다.

“힘을 써야 하는 군사들이옵니다.”

“부마는 어찌 생각을 하나?”

“3군단장의 말이 가한 줄 아옵니다. 허나 지급되는 고기를 반으로 줄이고 부족한 부분은 사냥 훈련으로 벌충하게 하심이 옳은 줄 아옵니다.”

“그렇군. 모처럼 부자지간의 생각이 일치를 했군.”

“황공하옵니다.”

“그리하라!”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모든 신료들은 지금은 비상사태이고 전시체제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말라. 항상 짐은 청빈할 것이다. 그러니 그대들도 청빈하라! 그래야 백성들이 짐과 그대들에게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짐이 곧 이밥에 고깃국을 꼭 먹게 해 줄 것이다. 모든 백성들에게 그렇게 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명심하겠사옵니다.”

이밥에 고깃국!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처럼 이 고려에 가장 절실한 것은 바로 이밥에 고깃국이었다.‘꼭 그렇게 만들 것이다.’난 조동희를 보며 다짐했다.‘원정 거함이 돌아왔다면 이밥에 고깃국은 아니라도 배불리 먹일 수는 있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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