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5권 -- >간웅 25권.1. 시간이 흘러.요동성 별궁 내정 정원.북녘에도 봄은 찾아오고 요동 온 천지에 들꽃들이 만발하듯 요동성 별궁 내정의 정원에도 화려한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고려황제인 회생이 요동성 별궁 내정 정원에 심어놓은 목련은 화려하게 피어나 있었다. 그렇게 온통 순백의 목련은 피어 있었다.
요동 전쟁이 있은 후 3년이 지났다. 그리고 내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려 서경은 공식적인 고려의 황도이나 고려의 모든 직무는 이 요동성 별궁에서 이뤄졌다.
고려황제인 짐이 이곳에 와 있고 짐의 세 황후가 이곳으로 와 있다. 그러니 이 요동성이 고려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또한 난 서경을 이고 외숙에게 맡겼다.
아마 또 한 번 천도를 곧 공표할 거다. 그리 된다면 이고 외숙도 서경공이 되어 있을 거다.
‘개경에 이의방을 서경에 이고외숙을,,,,,,,,.’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지는 순간이다. 두 어른을 토사구팽 할 수는 없다. 그러니 그리 그 지역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살라고 내린 결정이었다.
그들이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왕이 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것이다.
“공주마마! 뛰시면 다치시옵니다.”
정원에 피어 있는 꽃들 사이로 겨우 3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계집아이가 아장아장 뛰고 있었고 그 뒤를 조양이 따르고 있었다.
“싫어! 싫어! 나 잡아요.”
“공주마마! 다치시오면 소장의 마음이 아프옵니다.”
조양은 어린 공주가 넘어져 다칠까 염려되는 듯 무거운 갑주를 입은 상태로 그리 어린 공주를 따르며 안전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마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가 좋습니다. 공주를 저리 아끼니 말입니다.”
내 옆에서 공주의 뛰는 모습을 보며 웃고 있던 황후 백화가 환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지금 그녀는 목련보다 더 고운 미소를 보이고 있다.
‘조양의 꼴이 벙어리 삼룡이군.’벙어리 삼룡이는 주인영감의 꽤 임에 빠져 어린 아기씨와 결혼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기다린 머슴이었다. 지금 조양의 꼴이 딱 벙어리 삼룡이와 다를 것이 없었다.
물론 난 내 공주가 장성하면 조양에게 시집을 보낼 거다.
“늙은 부마가 가엽기도 하군. 하하하!”
난 조양을 보며 피식 웃어버렸다.그러고 보니 내가 요동을 정벌한지 벌써 3년의 시간이 지났고 요동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물론 많은 변화가 있었다. 또한 많은 희생도 있었다.수많은 요동의 군사들이 죽었고 또 흑사병에 의해 요동 백성의 3할이 죽었다.
이 모두가 내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난 그 죽은 자리에 고려 백성들을 강제 이주 시켰다.내가 황자가 아닐 때 갑산에 노비들을 강제로 이주 시키듯 그렇게 고려의 경상도와 전라도 지방의 백성들을 그렇게 강제로 이주를 시켰다.
강제로 이주를 당한 그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강제로 이주를 한 백성들은 3년 동안 풀죽을 먹으며 땅을 개간하며 소돼지처럼 살아야 했다. 그들은 고려황제인 나를 원망할 것이다. 그리고 나를 증오하며 죽은 자들도 상당할 것이다.
허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요동에 고려의 백성이 살지 않는다면 요동은 언젠가 다시 중원의 것이 될 것이니 말이다.
실효적 지배!나는 그 실효적 지배를 넘어서 완전한 지배를 원했다.그리고 고려의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강제이주를 해 왔듯 의거 운에 의해 초원의 의거 씨의 잔당들도 이 요동으로 이주해 왔다.
마치 예전 조충이 말갈족의 족장으로 고려에 귀부를 해 온 것처럼 그렇게 이곳으로 와 터를 잡고 살기를 청했다.그들에게 난 의거를 잊고 살라고 의씨와 거씨로 나눠서 성을 내렸다.
나는 사악하게 그들에게 약간의 분열을 조장한 거였다. 이제 이 요동에 남은 의거씨는 의거운이 전부일 거다.
3년 전 대타발을 거친 벌판의 혼으로 묻고 요동성으로 진격했을 때 요동성을 비롯한 12개의 성들이 내가 이끈 고려군에게 극렬하게 대항을 했었다. 그 저항의 중심에 여승이 있었다.
허나 굶주림에 지친 요동의 백성들에 의해 요동성을 비롯한 12개의 성들이 안에 문이 열렸고 나는 당당히 요동의 군주가 되어 요동성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승의 몫을 벴다. 살려야 할 그였으나 요동백성들의 분노를 여승에게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가 은밀히 저질러놓은 그 많은 만행들은 모두 바람과 함께 사라졌고 나는 가증스럽게도 요동을 아끼는 군주로 거듭나 있었다.또한 처참한 요동을 안정시키는데 엄청난 재물들이 들어갔다.
물론 그 재물을 충당하는 것은 만적과 신라방총방주의 몫이었다.만적에게는 계씨의 성을 줬고 신라방총방주에게는 그 뿌리를 잊으라고 기존의 김 씨의 성을 전 씨로 바꿔서 내렸다.
신라황룡의 후손인 김 씨를 잊고 이제 고려의 귀족 전 씨로 살라고 내린 결정이었다.전중감!신라방총방주의 새로운 이름이 바로 전중감이었다.
그리고 귀비인 아나스타샤는 백설이라는 이름 앞에 전이라는 성을 쓰게 됐다.전 백설!그것이 귀비의 이름이 됐다.
파괴는 한 순간이었으나 복구는 이리 오래 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재물의 손실은 그대로 고려에게 타격이 되어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려는 옛 영광의 고구려를 넘어 서고 있다는 거였다. 짐의 백성들이 굶주림을 이겨낸다면 말이다.
백성들의 굶주림은 여러 번의 민란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군사를 보내 그 민란을 진압하고 식량을 나눠주는 것을 반복해야 했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내탕고의 재물은 빠르게 줄어들었다.‘또 겨우 봄을 넘겼어.’목련이 피어 있고 내 어린 공주가 저리 환하게 웃으며 아무런 근심 없이 뛰놀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백성들을 먹일 걱정에 웃을 수가 없었다.
이 요동성만 벗어나면 굶주림에 허덕이는 백성들이 차고 넘친다.겨우겨우 구휼미를 내리고 있기는 하지만 정말 가난은 나라님도 구할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이대로는 결코 안 돼!’매번 순행을 나갈 때마다 난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 내 밀명을 받고 떠난 거함이 돌아오지 않는 이상 말이다.
‘조동희!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야!’난 조동희에게 밀명을 내렸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올 답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굶주린 백성은 폭도가 된다.
’극단적일 때 일어나는 일일 거다. 그것을 겨우겨우 막고 있는 나였다.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저 어린 공주와 내 옆에서 아무런 사심 없이 차분히 나를 지켜보고 있는 백화가 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그렇게 백화는 공주 목련을 낳았고 영화공주도 공주를 낳았다. 영화가 황자를 낳았다면 좋았을 거지만 하늘이 영화에게도 꽃처럼 고운 공주를 줬다.
영화공주가 낳은 공주의 이름은 부용이라 이름을 지어줬다. 만약 영화공주가 황자를 낳았다면 모든 것은 끝이 났을 거다.
내 뒤를 이을 태자로 영화공주가 낳은 황자로 태자를 정했을 거니 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영화공주도 공주를 낳았다. 그리고 귀비가 비슷한 시기에 황자를 낳았다.놀랍게도 말이다.
아니 당황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 장자가 귀비의 소생이니 말이다.
아들을 얻었지만 웃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싫다고 내색 할 수도 없었다. 귀비의 아비인 신라방총방주인 전중감이 고려재정에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황자의 이름을 왕이라고 지어줬다. 다스릴 이로 내가 지어준 이름을 듣고 귀비와 장인인 전중감은 기뻐했다. 하지만 난 그들에게 숨기는 것이 있었다.
내 마음에는 내 장자인 왕이의 이짜는 다스릴 이짜가 아닌 오랑캐 이자라는 것을.‘귀비! 미안하이. 허나 왕이에게 그대의 조부의 땅을 언젠가는 꼭 찾아 줄 것이요.’귀비를 볼 때마다 난 그런 다짐을 한다.그리고 개경공인 이의방의 딸인 이연황후가 황자를 생산했다.
100일도 지나지 않은 황자인 거다. 그 아이의 이름을 왕도라 지어줬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도자의 의미를.내가 처음 왕도를 품에 앉았을 때 다짐했다.
‘나는 너를 위해 태종이 될 것이다. 그러니 너는 세종이 되어라!’마음속으로 난 그렇게 다짐했다. 무력과 암계 그리고 암투로 이룩한 고려다. 하지만 내 황자 왕도가 황제가 될 때에는 덕으로 다스리는 고려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연황후가 장자를 생산하자 개경공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을 했다. 그 사실을 이제는 청년의 모습이 되어 있는 정도전이 항상 내게 보고했다.
“개경공의 주변에 무장들이 모여들고 있사옵니다.”
“꽤나 컸어.”
“그렇사옵니다. 세력이 꽤나 컸사옵니다.”
“아니 너 말이야!”
“예?”
“이제 청년이다.”
사실 정도전은 생물학적으로는 내 숙부다. 물론 그 사실을 둘은 애써 잊고 살지만 말이다.
“저도 커야 하지 않습니까? 장가갈 색시도 있는데!”
그러고 보니 정도전은 조충의 딸과 혼례를 올리기로 되어 있다.
“그렇지. 너도 장가를 가야지.”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그럼 이 고려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귀족가는 갑산 조씨겠군.”
정도전은 내 말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권력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쓰지 않을 갑산 조 씨입니다.”
“벌써 처가라고 편을 드는 건가? 하하하!”
“송구하옵니다. 황제폐하!”
“짐은 조충과 조양을 의심하지 않는다.”
난 그렇게 말하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이 마음을 그때 경대승을 초원으로 보낼 때 먹었다면 나는 고려의 충신을 잃지 않아도 되었을 거다. 비겁한 마음!황제가 신하를 질투하는 마음!그 마음을 버렸으면 말이다.
“또한 그대도 의심하지 않는다.”
“황공하옵니다.”
난 그렇게 정도전과 나운 말들을 회생해 봤다. 그러면서 아장아장 뛰고 있는 공주 목련을 보며 웃었다. 저 아이만 보면 기쁘다. 참으로 기쁘다.
“공주마마!”
“나 안 넘어져요.”
조양을 안절부절못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공주는 환하게 웃으며 조양을 올리듯 말했다.
“아바마마!”
그때 정원 꽃들 속에 뛰놀던 공주가 나를 보고 뛰어와 내 품에 안겼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조양이 놀라 내게 달려와 머리를 조아렸다.
“황제폐하를 뵈옵니다.”
“부마가 고생이 많군. 하하하!”
“송구하옵니다.”
내가 약속한대로 난 조양에게 내 딸을 줬다.그것도 가장 내가 아끼는 백화의 소생인 내 첫 번째 공주인 목련을 줬다.
목련!내 품에 안겨 웃고 있는 공주의 이름이 목련이다. 또한 공주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이 별궁 정원에 수천 그루의 목련을 심었다. 어미의 이름도 꽃이요, 딸의 이름도 꽃이니 더는 권력의 암투에 휘말리지 말고 꽃처럼 살라고 내 그리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백화황후가 권력쟁투에서 멀어진 이 순간 이연황후와 전백설이 그 중심에 서 있었다. 그들은 모를 것이다.
그들이 지금 얼마나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황도가 황제가 되려면,,,,,,,.’난 그 생각을 하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내가 태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세종이 왕이 될 때 태종은 세종의 장인 심온을 제거했다. 나라고 그리 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제거해야 할 존재가 내 장인이면서 동지였던 이의방이었다.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에 반해 전 백설은 아주 위험한 행보를 걷고 있었다. 그것을 전중감과 전 백설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게 문제라면 문제일 거다.
“우리 목련이 언제 커서 부마에게 시집을 갈까? 하하하!”
“그러게 말이옵니다. 황제폐하!”
이제 조양의 나이가 23이다. 그에 반해 내 딸 목련의 나이는 3살이었다. 공주인 목련을 15살에 시집을 보낸다고 해도 조양은 12년이나 더 기다려야 했다.
“시간은 많다. 부마!”
“그렇사옵니다. 소장도 황제폐하를 보필하여 할 일도 많사옵니다.”
“그리 여유롭게 생각을 하라.”
그때 내 여유를 깨기 위해 저 멀리 별궁 정원 끝에서 달려오는 고서기의 모습이 보였다.
‘또 재물이 떨어진 모양이군.’요즘 내 머리를 주로 아프게 하는 것은 고서기와 정도전이다.그들은 외교와 내치를 담당하면서 내 내탕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아무리 천하제일 상단인 만적상단의 실질적인 주인이 나라고는 해도 끝도 없이 들어가는 재물을 감당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