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4권 -- >
“다녀갔지. 황금과 미녀를 내놓고 갔지. 금은 강하고 고려는 소국이면서 지금은 요동과 전쟁을 하고 있으니 이 겔을 채울 노획물은 요동에 더 많겠지.”
“그럴 것이옵니다.”
“알면서 왔다는 건가?”
“금의 사신이 요동을 공격해 달라고 청을 넣고 갔습니까?”
“알면서 왜 묻지?”
테무친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럼 초원의 전사들이 요동을 공격하실 것이옵니까?”
“그럴 수도 있지.”
테무친은 어린 모습 그대로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말 한마디, 한 마디 속에는 절대 장난이 아닌 위엄이 숨겨져 있었다.
“그대는 우리가 금을 공격해 주기를 바라는 건가?”
경대승이 물었다.
“그리 한다면 대족장의 전사들이 크게 상할 것입니다.”
“전사들이 상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진상품과 고려공주를 데리고 온 것이 아닌가? 고려가 우리를 걱정해 주는 건가?”
“혼맹을 맺고자하는 것은 양국의 평화를 자자손손 이루고자 하는 뜻이옵니다.”
“양국!”
테무친이 고서기를 보며 되물었다.
“그렇사옵니다. 몽골족도 언젠가는 나라를 이루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형님! 이런 말을 하는 사신은 없었지요.”
“그렇사옵니다. 주군.”
경대승의 말에 테무친이 고개를 끄덕이며 홍련을 봤다.
“나와 혼맹을 맺고자하는 고려의 공주이신가?”
“그렇사옵니다.”
고서기가 짧게 대답했다.
“나는 이미 신부가 있다.”
“영웅은 많은 여인을 거느리는 것입니다.”
“그건 내가 정하는 것이다.”
“고려의 호의를 무시하는 것이옵니까?”
고서기의 말에 테무친이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무시해서는 안 되지.”
“그럼 혼맹을 맺으시는 것이옵니까?”
“고려공주! 내 형님은 어떠시오?”
테무친이 고려공주의 신분으로 이 자리에 와 있는 홍련에게 물었다.
“,,,,,,,.”
“고려공주께서는 부끄러우신 모양이군.”
“쿨러! 쿨럭!”
그때 경대승이 거칠게 기침을 하며 테무친을 봤다.
“주군! 소신은,,,,,,,.”
“이 아우도 결혼을 했는데 어찌 형님께서 결혼을 하지 않으십니까? 혼맹 좋지요. 고려 사신!”
“예. 대족장!”
“고려황제께서 혼맹을 청해 왔으니 나는 내 형님에게 이 혼맹을 권하고 싶소. 어떻소?”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순간이다.
“그, 그것은,,,,,,,,.”
이 순간 고서기도 어찌 해야 할지 몰랐다.
“영웅이시라면!”
그때 가만히 서 있던 홍련이 차분히 말했다.
“고려공주는 뭐라고 했소이까?”
테무친이 물었다.
“대족장의 의형께서 영웅이시라면 소녀도 괜찮다고 말씀 올리는 것입니다.”
“의형인 것은 어찌 아시오?”
테무친은 홍련을 빤히 보며 물었다.
“고려가 그 정도의 정보력도 없이 이곳으로 왔다고 보시옵니까?”
홍련의 말에 테무친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형님은 영웅이시지. 그럼 혼맹은 성사된 것이고.”
테무친이 고서기를 봤다.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 보지요.”
“고려는 대족장께서 초원의 지배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초원의 지배자가 되어 달라?”
“그렇사옵니다.”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지? 금은 단도직입적으로 요동을 공격해 달라고 했는데 왜 고려는 그런 말을 하지 않지?”
“고려가 금을 공격해 달라고 한다면 공격하시겠습니까?”
“내가 그리 멍청해 보이나?”
“아니니 말씀을 올리는 것입니다.”
“하하하! 어리석지는 않군.”
“그렇습니다. 고려는 결코 만만하거나 어리석지 않습니다. 금이 대족장의 전사들을 이용해 요동을 공격하려는 것은 금이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 것이야! 금이 강성할 때는 초원에 불을 지르지.”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황금과 미녀를 이끌고 조공을 해 왔을 것입니다.”
“옳다.”
“그러니 힘이 약해졌다는 증거입니다.
만약 대족장께서 전사를 이끌고 요동을 공격한다면 왕칸이 바로 대족장의 전사들의 뒤를 칠 것입니다.”
“왕칸께서?”
“그렇습니다. 영원한 동지는 없습니다.”
고서기의 말에 테무친도 고개를 끄덕였다.
“금의 사신은 그렇게 대족장에게도 황금과 미녀를 바쳤지만 왕칸에게도 바쳤습니다.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초원에 두 대족장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을 말하는 이유가 무엇이요?”
고서기를 보며 말했다.
“곧 초원은 혹독한 겨울입니다. 금은 황금과 미녀를 이끌고 왔지만 고려는 평화를 위해 식량과 기름을 가지고 왔습니다. 다르지요. 금과 고려는 확실히 다릅니다.”
“원하는 것이 뭔가? 진정 원하는 것이 뭔가?”
경대승이 고서기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면 되는 것입니다.”
“요동을 공격하지 말라?”
“그렇습니다. 금과 연합하여 패망의 길로 같이 가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패망의 길!”
경대승이 고서기를 노려봤다.
“그렇습니다.”
“고려가 마치 금을 치겠다는 투로 말하는군.”
경대승이 소리쳤다.
“그럴 것입니다. 당장은 아니라도 3년 안에 그리 될 것입니다.”
“금은 결코 약하지 않다.”
“고려도 결코 예전처럼 약하지 않습니다.”
“으음,,,,,,,,.”
“우리가 만약 고려를 도와 금을 친다면?”
경대승이 고서기를 보며 말했다.
“금이 그럼 초원을 공격하겠지요.”
“금에게 그런 여력이 없다고 한 것은 그대다.”
“초원에는 많은 부족들이 있습니다. 돌궐도 있고 의거의 잔당도 있습니다.”
“이이제이를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결코 금은 오랜 우방이 될 수 없습니다.”
“팽창하는 고려도 다르지 않다.”
경대승은 누구보다 회생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리 경계를 하며 말하는 거였다.
“고려의 목표는 금과 송입니다. 대족장의 의형의 목표는 어디이십니까? 초원은 넓고 서역을 아주 광활하지 않습니까?”
“천하를 몽고족과 고려가 양분하자는 건가?”
“그렇습니다. 천하 양분지계이옵니다.”
“하하하! 천하를 고려황제와 내가 나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그런 힘이 있을까?”
“대족장에게는 없을지 모르나 고려황제폐하께서는 분명 가지고 계시옵니다.”
고서기의 도발에 테무친이 고서기를 노려봤다.
“으음! 좋소이다. 내 가신들과 상론해 보겠소이다.”
“감사하옵니다. 고려황제폐하께서 보낸 식량과 기름이면 이번 겨울은 편히 지내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또한 그 식량과 기름은 군량미가 되기 충분할 것이옵니다.”
고서기는 지금 초원에 전운의 불씨를 던졌다.
“깊게 생각하겠소. 사신은 물러가게시오.”
테무친의 말에 고서기는 경의를 표하고 돌아섰고 홍련도 돌아서려고 했다.
“형수는 이제 남으셔야 하지 않겠소?”
테무친은 홍련에게 자리에 남으라고 말했다. 그 말에 홍련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이게 제 운명이지요.”
홍련은 고서기에게 짧게 말했다.그렇게 고서기는 테무친의 겔을 떠났다.
“주군!”
“예. 형님!”
테무친이 경대승을 보며 말했다.
“소신이 고려공주와 잠시,,,,,,,,.”
“하하하! 이제 형님의 신부입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축하드립니다.”
초원의 전사들도 경대승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오늘 축제를 열 것이다. 내 의형의 결혼식이 있을 것이다.”
테무친의 공표에 전사들은 신이 난 듯 표정이 밝아졌고 그와 동시에 경대승은 자리에서 일어나 홍련의 손을 조심히 잡고 자신의 겔로 향했다.경대승의 겔.경대승은 자신의 겔로 돌아오자 말자 탁자 위에 올려 있는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차분히 서 있는 홍련을 노려봤다.
“내 그대를 본 적이 있소.”
경대승의 말에 홍련도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소녀도 그렇사옵니다. 경대승 장군!”
“그대는 고려의 공주가 아닌데,,,,,,,,.”
“고려에서 사라지신 경대승 장군을 이곳에서 뵈오니 소녀도 놀랍기만 합니다.”
“무슨 의도에서 이러는 건가?”
“어떤 일로 몽고족의 신하가 되셨습니까?”
“나는,,,,,,,,,.”
경대승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고 다시 돌아서서 주전자에 든 차를 따라 마셨다.
“쿨럭~ 쿨럭~”
“몸이 불편하시옵니까?”
“초원의 먼지바람이 내게는 맞지 않는 것뿐이오.”
경대승은 그렇게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마시고 있는 차는 고려 태상황과 대스승인 연후가 마시던 그 차였다. 물론 그 약효가 아주 미약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천천히 경대승은 회생에 의해 독살을 당하고 있었다.
“경대승 장군! 어떻게 되었던 그대는 고려 사람입니다.”
“고려사람?”
경대승이 피식 웃어버렸다.
“그렇습니다. 고려가 지금 풍전등화에 놓여 있습니다. 고려인으로 고려를 버리지 마십시오.”
“황제께서 그리 말씀을 하던가?”
경대승도 이미 회생이 고려 황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그대도 황제께 속았군.”
“불충입니다.”
“내 주군은 어리신 테무친 대족장이다.”
경대승이 무섭게 홍련을 노려봤다.
“변하셨군요.”
“황제도 변했으니 나도 변하는 거다.”
“그럼 고려와 적이 되시려는 것입니까?”
“고려가 초원에 검을 겨눈다면!”
“황제폐하를 공격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순간 홍련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품에 숨겨둔 검을 뽑지 마시게. 그 검을 뽑으면 초원은 금의 편이 될 것이니까.”
“그럼 지금 당장은,,,,,,,,.”
“황제께서 주신 식량과 기름을 이용해서 초원을 통합해야겠지. 쿨럭!”
또 한 번 경대승이 기침을 토해냈다.
“그럼 요동을 공격하지는 않으시겠군요.”
“쿨럭! 으음,,,, 당분간은!”
“다행이네요. 아직 경대승 장군의 마음에 고려인의 마음이 남아 있으니 말이에요.”
“난 초원의 전사다. 더는 그런 말을 하지 마라.”
“아무리 그렇게 말씀을 하셔도 한 번 고려인은 영원한 고려인이에요.”
“으음,,,,,,,.”
그저 홍련의 말에 경대승은 인상을 찡그릴 뿐이었다.
“그대도 곧 나와 같아질 것이오. 그러니 고려인이라는 것부터 지워야 할 거요.”
“전 고려인이에요.”
홍련이 다짐을 하듯 말했다.
“그걸 기억하고 있기에는 이 초원은 거친 곳이오. 쉬시오.”
“,,,,,,,,.”
“이젠 고려 사신을 더는 만나지 못할 것이요.”
경대승은 그렇게 말하고 겔을 떠났다.
“고려 사신과 만나지 못하게 하라.”
“예. 알겠습니다.”
초원의 전사들이 경대승에게 목례를 했고 경대승은 겔들의 중심에 피워놓은 거대한 횃불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천하 양분지계라! 황제께서 점점 더 야비해 지시는군.”
경대승은 회생의 얼굴을 떠올리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왜 저는 이 거친 초원으로 보냈습니까? 초원이 두려웠나이까? 아니면 제가 혹여 두려웠나이까? 폐하!”
경대승은 고려 쪽 검을 하늘을 물끄러미 봤다.
“자, 자결!”
처음으로 대타발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무엄하다. 어찌 감히 대 고려 황제폐하를 높은 곳에서 내려 본단 말이냐? 무장들은 무엇을 하는 것이냐? 어서 저 망루를 무너트리지 않고.”
무제가 소리쳤다.그 순간 무장들이 거대한 부월을 들고 대타발이 올라 있는 망루로 달려갔다.그리고 곧 무수한 도끼질에 지휘망루가 쓰러졌고 대타발을 꼴사납게 너부러지듯 떨어져 내 앞에 끌려와 무릎이 꿇렸다.
“이제야 너의 얼굴을 보는군.”
승자의 미소로 나는 대타발을 봤다. 그에 반해 대타발은 패자의 허무함으로 푹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쩌면 이길 수 없는 전쟁을 그는 해온 걸 거다. 그가 좀 더 현명했다면 이번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그리고 이렇게 무릎을 꿇고 있는 자는 그가 아닌 내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욕보이지 마시오.”
대타발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말했다. 하지만 그의 옆에 있는 자는 살고자 하는 욕망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난 대타발의 옆에 있는 자에게 물었다.
“제갈공이라고 하옵니다.”
“제갈공? 그대가 제갈 씨인가?”
“그렇사옵니다.”
“이번 전투를 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을 하는가?”
“어리석은 군주를 모셨기 때문이옵니다.”
역시 살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했다. 살고자하는 욕망이 가득했으나 죽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아니 그 어떤 인간도 이 순간에는 살고자 저리 비굴해 질 것이다.
“그런가?”
“그렇사옵니다. 20만의 대병력으로도 고려를 제압하지 못한 것은 어리석은 군주의 부덕 때문이옵니다.”
제갈공의 말에 무릎을 꿇고 있는 대타발이 피식 미소를 보였다.‘자신을 자책하고 있군.’조금 전까지 공황에 빠져 넋을 잃고 있었으나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그래도 군주의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가엽기까지 한 그라고 할 것이다.
“그 입 다물라! 어찌 신하가 군주를 욕을 보이는 가!”
그때 저 멀리서 검을 들고 야수처럼 피 칠갑을 한 요동의 장군이 겹겹이 쌓인 군사들의 숲을 뚫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저자는 누군가?”
난 옆에 있는 정도전에게 물었다.
“요동군 총사령이었던 서우치 장군이옵니다.”
“서우치?”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아직 요동에 무장이 남아 있었군.”
쉬웅!서우치는 검을 휘두르며 죽기 위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으악!”
서우치의 검을 맞은 병사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생포하라!”
서우치의 처절한 모습을 보고 나는 그를 생포하라고 명을 내렸다.
“예. 황제폐하!”
그와 동시에 별초들이 밧줄을 들고 달려 나갔다.
“황제폐하의 명이시다. 생포하라 하신다.”
“예. 장군!”
그렇게 별초들이 달려갔다. 그리고 마치 야생마를 생포하듯 사방에서 일제히 밧줄을 던졌다.쉬우웅!첫 번째 날아간 밧줄은 허무하게 서우치의 검에 의해 베어졌다. 하지만 던져지는 밧줄의 수가 베어내는 칼질 보다 많기에 끝내 야차의 모습을 한 서우치는 야생마처럼 사지가 묶여 그 자리에 버티고 설 수밖에 없었다.
“으으윽!”
거친 비명처럼 신음소리를 토해내는 서우치였다.
“요동에 남은 마지막 무장이군.”
난 꽁꽁 묶여 버티고 있는 서우치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저 자도 내가 죽여야겠지.’난 서우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죽여야 할 자들은 모두 죽여야 한다. 그래야 요동이 고려의 품에 들어온다.그렇게 서우치는 별초들에 의해 끌려 와 내 앞에 무릎이 꿇렸다.
“그대가 요동군 총군사령인 서우치인가?”
“그렇다. 고려왕!”
“사고 싶지 않은가?”
“사시겠소이까?”
내 물음에 답을 하지 않고 서우치는 옆에 무릎이 꿇려 있는 대타발을 보며 물었다.
“살아서 무엇을 할까? 꿈이 저 망루처럼 무너졌는데.”
역시 요동을 호령하던 자다.
“대타발 군장!”
난 대타발을 군장이라 불렀다.
“짐은 우습게도 후발해의 태왕이요.”
마지막 순간 대타발은 스스로 후발해의 태왕으로 죽고자 했다.
“그렇소이까?”
“그렇소이다.”
난 짧게 대답을 하고 고개를 돌려 정도전을 봤다.
“자리를 마련하라!”
“예. 황제폐하!”
“후발해의 태왕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해 술 한 잔 더해야겠다.”
내 명에 의해 빠르게 자리가 마련됐고 그 모습을 보고 서우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고 제갈공은 혹여 구명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소를 보였다.
“저기 후발해의 마지막 충신과 간신을 모두 참하라!”
“예. 황제폐하!”
후발해의 마지막 충신은 서우치 일 것이고 간신은 제갈공 일 것이다.
“서우치 장군! 그대가 후발해의 충신이라 명해졌으니 훗날에도 부끄럽지 않게 이 금강야차 이의민이 보내 드리리다.”
금강야차 이의민이 서우치의 앞에 나서며 말했다.
“고맙소.”
“가시겠소이까?”
금가야차 이의민은 조심히 서우치를 일으켰다.사실 난 서우치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그는 아들이 이번 전쟁에 죽었고 또 조카가 이번 전쟁에 죽었다. 그러니 훗날 후환이 될 것이다.베어야 할 존재라면 베어야 한다.그래서 난 그를 베고자 했다.
“고맙소이다.”
“저기 후발해의 마지막 충신과 간신을 모두 참하라!”
“예. 황제폐하!”
후발해의 마지막 충신은 서우치 일 것이고 간신은 제갈공 일 것이다.
“서우치 장군! 그대가 후발해의 충신이라 명해졌으니 훗날에도 부끄럽지 않게 이 금
“서우치 장군! 그대가 후발해의 충신이라 명해졌으니 훗날에도 부끄럽지 않게 이 금강야차 이의민이 보내 드리리다.”
금강야차 이의민이 서우치의 앞에 나서며 말했다.그렇게 서우치는 금가야차 이의민과 함께 조용한 곳으로 갔다. 그리고 끝내 역사에 기리 남을 금강야차 이의민의 황금부월에 의해 생을 마감했다.이제 남은 것은 후발해의 간신 제갈공이었다.
“살, 살려주시오.”
마지막 순간까지 비굴하다.
“살 가치가 있나?”
살고자 발버둥을 치는 제갈공이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그를 본 정도전이 조소를 보이며 물었다.
“살려만 준다면 요동의 대승상인 여승의 행보를 알려 드리겠소이다.”
그러고 보니 요동의 책사라고 불리는 여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여승은 어디에 있나?”
“살려 주시는 것이요?”
“살려줄 가치가 있다면?”
정도전은 담담히 말했다.
“초원으로 갔소이다. 초원으로 가 초원의 전사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올 것이요.”
제갈공의 말에 정도전은 피식 웃었다.
“예상했소이다. 죽으시오.”
단호하다.
“살, 살려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소이까?”
“살고자 했다면 끝내 죽고자 했어야 했소이다. 배신을 하는 자를 어찌 살려 둘 수 있겠나! 베시게.”
정도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 있던 무장이 검을 휘둘렀다.
“살려만 준다면 요동의 대승상인 여승의 행보를 알려 드리겠소이다.”
그러고 보니 요동의 책사라고 불리는 여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여승은 어디에 있나?”
“살려 주시는 것이요?”
“살려 주시는 것이요?”
“살려줄 가치가 있다면?”
쉬우웅!서어억!
“크아아악!”
쿵!그렇게 살고자 했던 욕망이 가득했던 제갈공도 죽었다.그들의 죽음을 급하게 마련된 단상 위에 앉은 대타발이 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후발해의 태왕인 짐이 고려황제를 하찮게 본 것이 이 참담한 패배의 원인이겠지요.”
그는 이제 나를 고려의 황제라 칭했다.
“그렇소이다.”
“요동을 잘 부탁하오.”
그는 마지막 순간 태왕의 모습을 찾았다.
“술 한 잔 드시오.”
난 대타발에게 술을 권했다.
“고맙소이다.”
“그 술은 독주요.”
내 말에 대타발이 나를 빤히 봤다가 술잔을 보며 미소를 보였다.
“고맙소.”
“내 그대의 후발해를 강성한 고려에 편입하여 그대가 꿈꾼 세상을 만들어 보이겠소이다.”
내 말에 대타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이제 나를 고려의 황제라 칭했다.
“그렇소이다.”
“요동을 잘 부탁하오.”
“요동을 잘 부탁하오.”
그는 마지막 순간 태왕의 모습을 찾았다.
“고려황제!”
“하실 말씀이 있으시오?”
“차후 그대의 적이 될 자들이 둘이 있소이다.”
“적?”
“그렇소이다.”
“무엇이오?”
죽음 앞에 선 자의 충고는 뼈에 새겨야 할 것이다.
“금의 남방군과 초원의 전사들이요.”
대타발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금의 남방군을 막기 위해서는 초원의 전사들을 움직여야 할 것이고 초원의 전사들을 무찌르기 위해서는 금을 반드시 멸해야 할 것이오.”
어려운 말이다.허나 반드시 해야 할 말이다.
“옳소이다. 금과 같이 갈 수는 없으니.”
“그렇소이다. 금은 강성한 제국이요. 내 비록 요동을 차지하고 있으나 그것은 송이 있기 때문이요. 또한 내가 겉으로는 금의 신하를 자처했기 때문이요. 허나 그대는 다를 것이요.”
모두 옳은 말이다.
“알고 있소이다.”
“나처럼 스스로 무너지는 패주가 되지 마시오.”
“항상 경계하겠소이다.”
내 말에 다시 한 번 대타발이 독주가 든 잔을 봤다.을 무찌르기 위해서는 금을 반드시 멸해야 할 것이오.”
어려운 말이다.허나 반드시 해야 할 말이다.허나 반드시 해야 할 말이다.
“옳소이다. 금과 같이 갈 수는 없으니.”
“독하겠군.”
대타발은 그 말과 함께 독주를 들이켰다. 미소를 보였다.쨍그랑!잠시 후 대타발이 들고 있던 잔을 떨어트리며 입에 피를 흘렸다.
“대망을 꿈꿨으니 후회될 것이 없소이다. 크윽!”
쿵!대타발은 그렇게 유언을 남기고 단상에 쓰러져서 죽었다.
“으음!”
그의 죽음이 남 같지 않다.
“황제폐하!”
그때 정도전이 조심히 다가와 내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끝이 났다.”
“그렇사옵니다.”
“후발해의 태왕을 이 거친 벌판을 지킬 혼으로 남겨라!”
“예. 황제폐하!”
이렇게 요동대전투는 끝이 났다. 허나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면 시작일 것이다.
“고서기는 잘 하겠지. 짐이 알려준 천하 양분지계로 현혹을 한다면 초원은 요동으로 향하지 않고 서로 물고 뜯으며 피를 흘리게 될 것이다.”
“황제페하의 뜻대로 그리 되실 것이옵니다.”
정도전이 나직이 말했다.그의 죽음이 남 같지 않다.
“황제폐하!”
그때 정도전이 조심히 다가와 내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끝이 났다.”
“끝이 났다.”
“그렇사옵니다.”
“정도전!”
“예. 황제폐하!”
“요동성으로 가자! 고려의 웅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금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요동을 최대한 빠르게 장악하고 안정시키는 일이다.”
“예. 황제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