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4권 -- >대타발이 합류한 요동의 군진.거대하다고 할 것이다.도합 20만이 넘는 병력들이 공격 군진을 펼치고 섰다. 단 한 번도 크게 이겨보지 못한 요동군 군진에 활력이 넘쳐나고 있다. 군량이 도착했기 때문일 것이고 거대한 양양포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일 거다.
“밥을 해라!”
“실컷 먹어 보자.”
말고기로 연명한 며칠이었다.매번 패배만 했고 또 여기저기 불바다가 되었기에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요동군에 활력이 넘쳐 났다.
“말고기는 이제 질려!”
“그렇지. 사람은 밥을 먹어야지.”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요동군은 기뻐했다. 또한 전마들도 모처럼 신선한 건초를 뜯을 수 있었다.
“군진에 활력이 넘치옵니다.”
서우치는 대타발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짐이 오기 전까지 거의 처참했군.”
대타발의 말에 서우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송구하옵니다. 태왕폐하!”
“모든 잘못은 공손허가 지고 갔겠지?”
“그 역시 송구하옵니다. 소장이 어떻게든 해 보려고 했지만 고려군의 화포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나이다. 또한 그놈들의 결사대에 의해,,,,,,,.”
“당했지. 그래도 그대가 결사대를 운영해서 고려화포를 다 불태웠으니 이제부터 승리는 우리의 것이네.”
“황공하옵니다. 태왕폐하!”
“4만의 보병을 잃었다고?”
대타발은 이곳으로 도착하지 말자 부쩍 그 수가 줄은 병력들을 보고 전황을 파악했고 그런 과정에서 고려화포를 깨면서 보병 4만이 전사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변명할 여지가 없사옵니다.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했사옵니다. 허나,,,,,,,,.”
“그 승기를 잡은 것이 적의 함정이었다?”
“그렇사옵니다. 벌판에 구덩이를 파놓고 맹화유를 묻어 놨사옵니다. 전진하는 보병들이 맹화유가 터지며 죽고 벌판이 불바다가 되어 죽었나이다. 소장이 크나큰 실책이옵니다.”
“그래서 적의 사기도 그대로고?”
“그, 그렇사옵니다.”
“짐이 그대에게 죄를 물어야하나?”
“죽여주십시오.”
“그대가 죽으면 이 군대는 누가 지휘를 할까?”
“송구하옵니다.”
“다시 20만이다. 이 병력이 요동의 모든 병력이다. 이 병력을 잃게 되면 고려를 멸한다고 해도 금의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럴 것이옵니다.”
“허나 이제는 물러날 곳이 없다. 그래도 그대가 잘 한 것이 있다. 아마 지금쯤이면 고려의 변방이 쑥대밭이 되었겠지.”
“그렇사옵니다. 서준경 장군이 2만의 기병들을 이끌고 저들을 우회하여 남진했사옵니다. 그러니 이미 고려에서는 저들을 지원할 여력이 없사옵니다. 이제 저것들만 깨면 고려는 멸망하게 되어 있사옵니다.”
“고려 황제가 애가 타겠군.”
“그렇사옵니다. 또한 고려 황제는 서경성이라는 곳에서 웅크리고 초조해 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기에 이제부터는 고려군의 사기는 바닥을 치게 되어 있사옵니다.”
“그래! 그럴 것이다. 짐은 친정을 시작했다. 짐이 있고 저들은 저들의 왕이 없다. 그것만으로도 요동군은 승리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렇사옵니다.”
“하하하! 내 병사들이 배 불리 먹는 모습이 보기가 좋구나.”
대타발은 여기저기서 밥을 하는 모습을 보며 크게 웃었다. 자신이 오기 전까지는 그렇다할 지휘 군막도 없이 노숙을 하며 부랑자들처럼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대군을 이끌고 온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군량은 부족하지만 병사들을 먹일 수 있고 양양포가 적을 향해 섰기에 그것만 보고도 병사들의 사기를 올라가고 있었다.
“저게 양양포라는 거지?”
병사들은 양양포의 주변에 모여들며 수군거렸다.
“그래! 이게 양양포야! 고려화포와는 비교도 안 되지.”
“고려 화포만 생각을 하면 치가 떨린다. 치가 떨려!”
당한 것이 있기에 병사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 돌려줄 차례다. 망할 놈들!”
요동군 병사들은 고려군에게 적개심을 보였다.
“암! 돌려줄 차례지. 돌려줄 차례고말고.”
“저기다가 불덩이를 쏴서 고려 방어진에 쏘는 거지?”
“암 그렇고말고.”
“놈들 통구이로 만들어야 해! 우리가 당한 것만큼!”
“암 여부가 있나!”
“뭘 하고 있어. 어서 이밥을 먹자고 태왕폐하께서 가지고 온 이밥이다. 하하하!”
“밥?”
병사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밥! 하하하!”
“먹자고 먹어! 말고기는 이제 질려!”
우르르 병사들이 밥을 하고 있는 곳으로 모여 갔다.
“울분이 차 있군.”
대타발은 병사들이 나눈 말을 듣고 이제 곧 승리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사옵니다. 적의 준비에 많이 당했사옵니다.”
“그래! 복수할 때다!”
둥둥! 둥둥!대타발이 오자말자 감시 망루를 세웠다. 그리고 허름하지만 목책도 세웠다. 고려 화포가 모두 불타버렸기 때문에 전방으로 전진해서 그렇게 군진을 세운 그들이었다.
“뭐지?”
대타발은 북소리가 난 곳을 봤다.
“적이옵니다.”
“적?”
대타발은 인상을 찡그렸다.
“고려군들이 공격을 감행한 것인가?”
“고려군들이 초조함을 참지 못하고 공격해 온다면 나쁠 것이 없다. 아니 그런가? 제갈공!”
“그렇사옵니다. 태왕폐하! 아마도 서준경 장군이 남진을 한 것 때문에 초조해서 공격을 감행한 것 같사옵니다.”
“알아보라!”
“무엇이냐? 적의 수가 얼마나 되느냐?”
서우치의 부장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백기를 든 10기의 기병이옵니다.”
“백기?”
대타발은 망루에서 외치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적이 사자를 보낸 듯 하옵니다.”
“적이 사자를?”
“그렇사옵니다.”
“또 무슨 간계를 쓰려고.”
두두두! 두두두!백기를 크게 든 고려 기병이 요동군 군진 안으로 들어서려고 목책 앞에 섰고 그들을 향해 수백 기의 궁병들이 활을 겨눴다.
“무슨 일이냐?”
“고려 황제폐하의 명을 받고 온 사자요.”
“고려 황제?”
“그렇소이다. 요동 군벌 대타발에게 전할 것이 있소이다.”
“뭐라? 요동 군벌?”
“우린 그렇게 알고 있소이다.”
“발해의 태왕이시다.”
“좋소이다. 고려 황제께서 발해의 태왕께 전할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
“기다려라!”
대타발의 군막.그의 앞에는 고려군의 사자가 서 있고 그들의 좌우측에는 이제는 발해라고 불리는 발해군 장군들이 고려군을 노려보고 있었다.
“고려왕이 전할 것이 무엇이냐?”
대타발이 고려왕이라고 하자 고려군의 사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고려 황제이십니다.”
“고려가 황제의 나라더냐? 하하하! 오늘 처음 알았군.”
“고려는 황제국이요.”
고려군 사자가 우렁차게 소리쳤다.
“무엄하다! 이놈! 어느 안전이라고 그리 소리를 치는 것이냐?”
발해군 무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곳에는 법도라는 것이 없군. 그저 강성한 군벌이 지휘하는 곳이라 이러는 것인가? 어디 함부로 나서는 것이냐? 내 비록 무장이기는 하나 고려 황제폐하의 사신으로 그대들이 말하는 태왕께 아뢰고 있다. 어디 함부로 나서는 것이냐!”
고려군의 사신의 말에 대타발이 인상을 찡그렸다.
“틀린 말은 아니군. 가만히 있으라.”
“송구하옵니다. 태왕!”
“고려왕의 사자라고 했느냐? 그럼 이곳에 고려왕이 있다는 것이냐?”
“고려 황제이시옵니다.”
“어찌 되었던 있는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고려군 사자의 말에 대타발은 속으로 내심 놀랐다.
“좋다. 고려황제가 짐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냐?”
“벌판 중앙에서 발해군 태왕을 뵙기를 청하옵니다.”
“짐을 보겠다고?”
“그렇사옵니다.”
“무슨 일로?”
“황제폐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겠나이다.”
“그래라!”
“두 영웅이 어찌 일면식 없이 천하를 놓고 자웅을 겨룰 수 있겠는가? 짐은 영웅이라 불리는 대타발을 한 번 보고 싶다. 이렇게 전하라 하셨나이다.”
“짐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다?”
“그렇사옵니다. 예맥의 후손으로 또 고구려를 계승하고자 하는 두 나라가 이렇게까지 싸울 필요가 있냐고 물으셨사옵니다.”
“요동을 침범한 것은 고려이지.”
“그에 대한 답으로 이리 고하라 하셨나이다. 요동이 끝내 발해로 개천을 하면 고려 정벌을 위해 남진하지 않았는가? 이리 전하라 하셨습니다.”
“하하하! 고려황제는 재미있는 인물이군.”
“어찌 전하면 되겠사옵니까?”
“못 볼 것도 없지. 벌판 중앙에서 볼 것이다.”
“예. 호위 근위장 셋만 데리고 오시는 것으로 알겠다고 하셨사옵니다.”
“물론이다.”
“소장은 돌아가겠나이다.”
고려군의 사자는 대타발에게 군례를 올리고 돌아섰다.
“그대는 그대의 황제가 이 벌판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가?”
대타발이 뜬금없이 물었다.
“그것은 장담할 수 없사옵니다. 이 벌판과 요동과 중원은 이 전쟁에서 이기는 영웅의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어린 무장이 꽤나 재주가 있군. 그대의 이름이 뭔가?”
대타발이 물었다.
“소장은 정도전이라 하옵니다.”
“하하하! 죽지 마시게. 그대가 살아나고 이 전쟁에서 짐이 승리한다면 고려의 군사들도 백성들도 모두 짐의 백성이니 귀하게 쓸 것이네.”
“감사하옵니다. 진정 황제폐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영웅이시옵니다.”
“하하하! 짐을 위하는 척을 하면서 짐을 깎아내리는군. 짐은 발해의 태왕이네. 돌아가게.”
“알겠사옵니다.”
그렇게 정도전은 목숨을 걸고 요동군진으로 왔다. 그리고 그의 눈으로 적정을 완벽하게 살폈다.
“대단하군!”
정도전이 나직이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10기의 양양포와 군량미 때문에 군사들의 사기가 다시 올라가고 있어.”
“그런 것 같사옵니다. 여기저기 밥을 하는 연기가 수천 개 피어오르고 있사옵니다.”
무장의 보고에 정도전이 피식 웃었다.
“오늘 토사광란을 곧 하게 될 것이다.”
“예?”
“그런 것이 있다.”
“저기를 보십시오. 양양포 주변에 불탄 시체들이 보입니다.”
무장의 보고에 정도전이 고개를 돌렸다.
“뭘 그렇게 보시나?”
서우치가 군막 밖으로 나와 정도전에게 물었다.
“아무 것도 아니옵니다.”
“고려군의 사자가 정탐까지 임무를 받았나?”
“꼭 그런 것은 아니옵니다. 보이는 것이 있기에 보는 것뿐이옵니다.”
“마음 같아서는 보는 눈을 파버리고 싶은데?”
서우치가 정도전을 노려봤다.
아무리 봐도 너무 어리게만 보이는 정도전이었다. 그래서 위협을 한 번 해보는 서우치였다.
“제 눈을 파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허나 훗날 전쟁에서 승리를 하신 후에도 고려군의 사자의 눈을 팠다는 오명을 쓰게 될 것입니다.”
“하하하! 그런가?”
“그럴 것이옵니다.”
“왜 갑자기 다급해졌지?”
“2만 가까이 방어 군진을 우회했으니 당연히 급해졌지요.”
“솔직하군.”
“당당한 것이지요. 이번 전쟁에 누가 승리를 하든 그 피해가 막대하다면 끝내 금에게 정복을 당할 것입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서우치 총군사령!”
어린 정도전의 물음에 서우치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그리 생각을 하는가?”
“그렇습니다. 고려도 발해도 모두 예맥이지요. 물론 따지고 본다면 금도 예맥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예맥의 후예들이 중원을 정복하고 지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먼 옛날처럼 말입니다.”
“그것은 그대의 생각인가? 고려황제의 생각인가?”
“당연히,,,,,,,,.”
정도전은 서우치를 봤다.
“당연히 모든 예맥의 후손들의 생각이지요.”
“모든 예맥의 후손들의 생각이라,,,,,,,,.”
“그렇소이다. 혹여 노파심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인데 저기 마차에 실려 있는 시체가 고려 결사대의 시체라면 온전히 고려 군진으로 보내주십시오. 다른 짓을 했다가는 고려황제폐하께서 결코 용서치 않으실 것입니다.”
“용서치 않는다?”
“그렇소이다. 전쟁에도 예법은 있는 법이지요. 전사자들을 모독하는 짓은 하지 말아주시면 좋겠소이다.”
“전쟁에 예법이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 말이군. 전쟁은 승리자의 것이네. 또한 그 기록도 승리자가 쓰는 것이고.”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정도전은 그렇게 말하고 마상에 올랐다.
“전장에서 뵙겠습니다.”
“가시게.”
“이랴!”
그렇게 정도전은 10기의 기마병과 함께 사지라고 할 수 있는 요동군의 군진을 벗어났다.
“이랴!”
“이랴! 여기서부터 우리의 방어진까지 고려대포의 사거리 안이다.”
“그렇사옵니다.”
“멍청한 요동 놈들 오늘 밤에 고려대포로 공격하지 않는 것도 고마운 줄 알아라! 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