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517화 (517/620)

< -- 간웅 23권 - 천하를 놓고 펼치는 대전투! -- >10. 전투를 마무리 하는 방법.까악! 까악!불타는 벌판 위에 시체가 뒤덮였고 피는 강을 이룬다는 말이 실감나는 듯 참혹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을 것이고 산자들 역시 누구하나 말하는 이 없었다.

그저 썩은 냄새를 맡고 온 갈 까마귀들만이 죽어 있는 패배자들의 눈깔을 파먹으며 고려군 진영의 공터를 보고 있었다. 그들의 부리에는 뚝뚝 피가 떨어졌고 날카롭고 더러운 검은 발톱은 여전히 죽은 자들의 살점을 파헤치고 있었다.

공터에는 죽지 않는 요동의 포로들이 두 무리로 나눠져 무릎을 꿇고 있었다.고려군은 승리를 자축해야 마땅하지만 누구하나 말하는 이 없었다.

그저 이 전투의 결과로 자신들이 저리 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었다.그저 난 그런 고려의 병사들과 패한 요동의 군사들을 보며 이겼다는 것이 안도했다.

그리고 내 옆에 앉아 차분히 있는 백화를 봤다.그녀의 회임은 뜻밖이다.

또한 내게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분명 축복받아야 할 일이나 나는 백화의 지아비이기 전에 고려의 황제다.

같은 시기에 두 황후가 회임을 했다. '영화와 거의 같은 시기다.'참으로 난 비겁하다.

치열한 전투 중에서는 영웅을 생각했지만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황자들에 대한 후계를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둘 중 하나는 황자가 아닌 황녀를 낳아야 할 것인데,,,,,,,.'그저 난 그런 바람뿐이다.'이대로 둘 수는 없지.'난 백화를 물끄러미 봤다. 그녀도 자신의 회임 소식에 감당이 안 되는지 멍해 있는 것 같았다."황후!"이제 함부로 백화의 이름을 부르지 못할 것 같다.

그녀는 고려지존의 용정을 잉태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고려지존이 나라고 해도 말이다."예. 황제폐하!"

"이제 황후는 황성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소."백화가 회임까지 했으니 더는 나와 전장을 나갈 수 없다."저는 괜찮사옵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짐이 아니 괜찮아서 그러는 겁니다. 내 장자가 될 용정이 혹여 상하는 것을 볼 수 없소이다."요동은 거칠고 험난하다.오늘 승리했다고 해서 내일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다. 오늘 2만에 육박하는 요동군을 몰살시키며 수천의 포로를 잡았지만 내일이면 저리 무릎을 꿇고 있는 자들이 내가 될 수도 있었다."알겠사옵니다."

"홍련아!"

"예. 황제폐하!"

"황후마마를 모시고 고려로 돌아가라!"

"예. 명을 받잡겠사옵니다."

"별초장!"견룡대는 황제를 호위하는 군대다.

용호군의 소속이었지만 이제는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군대로 변해 있었다."예. 황제폐하!"

"황후를 호위하라!"

"별초 300으로 호위하겠사옵니다."별초장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그리하라!"그때 저 멀리서 무제와 이의민이 다가왔다.그리고 내 앞으로 걸어와 무릎을 꿇었다."대승을 경하 드리옵니다. 황제폐하!"

"그대들의 공이다."난 잠시 백화를 보고 돌아섰다."포로들을 모두 한 곳에 모아놨습니다."

"얼마나 되는가?"

"족히 4천은 되옵니다. 포로들 중에 성한 자가 3천이고 환자들이 1천 정도입니다."

"짐이 생겼군."난 인상을 찡그렸다.포로는 승리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동을 할 때는 진군 속도를 늦추게 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그래서 빠른 이동을 요구하는 기마병이나 진격하는 부대는 포로를 잡지 않는다.

그저 전투에서 즉참하고 포로를 잡은 자들은 한곳에 모아 목을 벤다. '목을 베야 할까?'잔인한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목을 벤다면 진군속도는 다시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리 된다면 다음에 만날 적은 더욱 맹렬하게 대항하게 될 것이다."죽일 수는 없지."내가 중얼거리자 그제야 무제와 이의민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 같다.

"황제폐하의 은혜를 포로들도 마음에 깊이 새길 것입니다."

"그래야겠지."난 승자로 이 순간 씁쓸하게 웃었다."아군의 피해는 종합됐나?"적을 몇이 나 죽이고 포로를 몇이나 잡았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피해가 얼마나 되느냐 일 것이다. 500이 상했사옵니다.

장창병 2천이 전사를 했고 소포군 200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한 살수로 임무를 받은 궁수들도 200가량 죽었사옵니다."

"다친 자는 없는가?"

"다친 자는 없사옵니다."아군에게 부상자가 없다고 한다.그것은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고 처절하게 싸웠다는 반증일 것이다."그들이 고려의 영웅이다."난 바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황, 황제폐하!"무제와 이의민이 놀라 날 불렀다. 그리고 그들도 무릎을 꿇었다.

아니 내 주변에 있는 모든 무장들이 무릎을 꿇었다. 황제가 무릎을 꿇으니 서 있는 자는 없어야 했다.

"짐과 고려는 이 전투에서 전사한 그대들을 잊지 않을 것이요."난 그렇게 소리치고 이마를 바닥에 찍듯 죽은 자들을 위해 예를 올렸다.그 모습을 멀리에 있는 고려 무장들과 병사들도 봤고 그들 역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나와 같이 우렁차게 소리쳤다."그대들이 영웅이요!"죽은 자들의 들판이 고려의 웅지로 요동친다.

그 모습을 포로들이 보고 전율하고 있었다.대승의 기쁨보다 아군의 죽음을 슬퍼하는 황제를 보니 놀라고 두려워하는 거였다.

말 그대로 전율하고 있는 포로들이었다.포로들이 모여 있는 공터."이러니 이길 수 없지."고서기가 고려황제 회생이 무릎을 꿇고 죽은 병사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리는 것을 보고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정말 놀랍습니다.

대승이면 축제를 벌려야 할 건데 축제는커녕 쥐 죽은 듯 조용합니다. 십 부장!"

"포로가 됐는데 십 부장은 무슨 이제 형이라고 불러!"

"형요?"

"그래! 운아!"

"이제 어떻게 합니까?"

"고개를 처박고 가만히 있어야지."

"왜요? 투항을 하면 살려준다고 했잖습니까?"

"포로는 진군속도를 방해하는 귀찮은 것에 불과해! 요동군이 전멸하다시피 했지만 고려군도 피해가 커!"

"그죠!"

"죽은 자들의 원한을 위무할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서기의 말에 의거운이 기겁했다."죽인다는 겁니까?"

"고려의 황제이고자 한다면 포를 모두 죽일 것이고 세계의 지배자면 살리겠지."

"자꾸 모를 소리만 하십니까?"

"그냥 조용히 있으면 된다. 인명은 재천이니까."

"죽어도 사람의 칼에 죽을 것인데 인명은 무슨 얼어 죽을 재천입니까?"

"그런가?"

"죽고 사는 건 운이지요. 이 의거운이 고형을 만나서 살아났으니 고형이 이제 책임지십시오."

"곰 같이 생긴 놈이 여우처럼 구는구나!"

"이런 걸 처세라고 합죠. 능력이 없으니 길을 볼 줄 아는 형을 따라야죠."

"의거 씨가 멸족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군. 잘 하면 요동의 길잡이는 되겠구나!"

"배신자 놈! 뭐라고 했느냐? 요동의 길잡이!"그때 서준경이 고서기의 말을 듣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조용히 해라! 죽은 원혼을 위로하고 있다."고려무장이 나직이 꾸짖었다."으음,,,,,,."

"패장이 무슨 말을 하는 건가?"조롱도 아니고 비아냥거림도 아니다. 그저 현실인 것이다.

"배신자? 그렇게 생각을 하십니까? 서준경 장군!"고서기가 자신을 알아보자 서군경은 인상을 찡그렸다."나를 아느냐?"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내가 너의 이름을 모르나 너도 요동에서 나고 자란 요동인이다. 그러니 요동을 배신하지 마라!"

"이기셔야 했지요. 노한 분노를 삭이고 뒤로 물러나야 했습니다. 저기 죽어 있는 자들은 모두 서준경 장군께서 죽인 가여운 원혼입니다."

"뭐, 뭐라고?"

"무능한 장군은 적보다 더 무서운 법이지요. 당신이 요동 아니 후발해를 망쳤소이다."

"난,,, 난,,,,,,,."서준경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이제 남은 것은 서우지 총사령뿐이군요."

"총사령은 나와 다를 것이다."

"과연 그럴까요? 후발해는 이제 미래가 없소이다."

"절대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같은 뿌리가 처절하게 싸울 것이니 말입니다.

이 병력들이 왜 서로에게 창검을 겨눠야 하는지 모르겠소이다."

"뭐, 뭐라고?"

"아니 그렇습니까?"

"넌! 넌 누구냐?"

"나요?"

"그래 너는 누구냐? 너의 식견은 하찮은 장졸이 분명 아닐 것인데 넌 누구냐?"

"그것이 틀린 것이요. 발해를 위해 싸운 장졸을 하찮다고 말을 하니 틀린 것이요. 저기 보시오 고려의 황제는 이 승리의 순간 죽은 장졸을 위해 지엄한 무릎을 꿇었소. 어찌 저런 군주를 모시는 군사를 이기겠소이까?"

"으음,,,,,,."

"난 고서기라고 하오. 내 이름은 고서기요."고서기는 나직이 말하고 고개를 돌렸다.이 순간 그의 눈은 천천히 걸어오는 고려의 황제가 보였다.'드디어 내 주군을 찾았다.'꼭 깨문 입술에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석양이 지는 벌판.후르프를 선두로 정도전과 기병 20여기는 급히 말을 달려 고려로 향하고 있었다.

정도전의 꽉 다문 입술은 의지를 담고 있었고 그의 눈빛은 그 의지와 반하는 번뇌가 가득해 보였다.-그대에게 고려를 부탁합니다.

정도전의 뇌리에는 고려 황제 회생이 한 말이 떠나지 않았다. 또한 그 부탁이 정도전에게 야망을 피어나게 했다.'내가 이대로 고려로 가고 황제폐하께서 승하하신다면,,,,,,,."정도전도 사람이기에 만약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또한 고려 황제가 없는 고려가 걱정되기도 했다."망할!"순간 버럭 소리를 지르는 정도전이었다."워워워!"그리고 바로 급히 말을 세웠다."왜 그러십니까? 나리!"급히 말을 세우는 정도전을 보고 후르초프가 물었다."그대 이름이 뭐라고 했나?"

"소장은 후르초프이옵니다."

"후르초프? 내 예전의 이름이 휘었네! 어미가 지어준 이름이 휘었지."

"예?"

"그랬다네. 왕휘!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이름 왕휘였네."정도전의 뜬금없는 말에 후르초프는 영문을 몰라 정도전을 봤다."그렇사옵니까?"

"그래! 하지만 주인이 불러주는 이름은 도전이네.

내 이름을 불러준 유일한 분이지."

"예?"

"돌아가야겠어. 내 이름은 도전이니까. 정도전!"정도전은 그렇게 말하고 말머리를 돌리며 후르초프를 봤다."그대가 고려로 가서 이고장관에게 이 급박함을 전하게. 난 주인의 곁을 지켜야겠어."

"하오나 황명이옵니다."

"황명을 어긴 죄로 목이 잘린다면 어쩔 수 없지. 별초들은 반을 나눠 후르초프와 함께 하고 반은 주인이 있는 고스로 가자!"

"예."들판을 깨우는 우렁찬 함성이 들렸다.

"가자! 내 이름은 휘가 아니라 도전이다. 이랴!"그와 동시에 정도전은 전마에 박차를 가했다.

"하하하! 야망을 버리니 대의가 보이는구나! 이랴!"포로들이 모여 있는 공터.포로들을 살린다고 했으나 모두를 살릴 수는 없다. 저 포로들 중에 요동군의 핵심 장수들이 있다면 포로들을 선동할 것이다. 그러니 포로들을 준동하게 만들 핵심들은 목을 베어야 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난 급히 마련된 단상에 앉아 무릎을 꿇고 있는 포로들을 봤다.모두다 내일을 걱정하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내 명령 한 번에 죽고 사는 것이니 두려운 거다.

"짐은 그대들을 살릴 것이다."그 순간 절망에 빠져 있던 포로들의 눈빛이 빛났다. 살수 있다는 희망이 저들의 눈을 반짝이게 했다."전장의 승패는 갈렸다.

마음이 급히 달려가야 하나 승패를 떠나 처절하게 싸운 자들의 시신을 그냥 두고 갈수가 없구나! 적이기 전에 죽은 자들은 각자의 나라와 주인을 위해 싸운 영웅이니 말이다."

"예. 황제폐하!"

"화장이라도 시켜줘라! 언 땅을 팔수는 없으니 말이다."

"알겠사옵니다."이미 이의민이 병사들을 시켜 적의 시체를 한 곳에 모았다. 그리고 아군의 시체는 마차에 실었다.

전사한 고려병사들은 고국으로 돌려보낼 생각이다.화급을 다투는 전장이지만 난 그렇게 하고 싶었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한다. 지금 시체를 버리고 간다면 고려 병사들은 자신이 죽은 후를 걱정하게 될 것이다.

저기 보이는 것처럼 까마귀의 밥이 될까 염려할 것이고 마땅히 죽으며 싸워야 할 전장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것을 방지하게 된다."황제폐하!"무제가 조심히 나를 불렀다.

"왜 그러는가?"

"병사들의 시체를 마차에 옮겨 고려로 보내는 것은,,,,,,,."

"일이 아주 크지."

"그렇사옵니다. 전차를 쓸 수 없게 되옵니다."어리석은 짓이 분명할 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