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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웅-512화 (512/620)

< -- 간웅 23권 - 천하를 놓고 펼치는 대전투! -- >8. 불타는 들판! 고려대포의 위력.서준경의 요동군 기마대가 대기하고 있는 벌판.

“어찌 된 일인가?”

서준경이 절규하듯 소리쳤다. 허나 누구하나 대답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요동군 기마대의 질주를 막고자 하는 화살공격이 있었다. 그때 쓰러진 기마의 수가 500정도였다.

예상했던 일이다.그 정도의 희생을 통해 1만에 가까운 적을 벨 수 있다면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을 했다.

화살의 사거리 안에 들어와 이제는 화살 공격이 무력화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천지를 울리는 우레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순식간에 1천기 정도가 쓰러졌다.그때부터 이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려군의 공격을 피한 3500기 정도가 고려방어진을 뚫고 들어섰다.

그리고 혼전이 일어났다. 아니 혼전이라고 할 수도 없는 살육의 시간이었다.

마상에 올라 검을 휘두르는 요동군에 의해 순식간에 고려군이 죽어 갔다. 그래서 서준경은 이번 전투에서 이겼다고 생각을 했다. 첫 전투에서 고려군 1만을 무찔렀다고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역시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어찌 된 건가? 어디서 들이닥친 기마대란 말인가?”

다시 한 번 서준경이 소리쳤다.

“고려군의 유인책에 걸린 것 같사옵니다.”

무장 하나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고려군의 유인책?”

“그렇사옵니다. 고려군은 주력 기마대를 뒤에 숨기고 기다린 것이 분명하옵니다.”

“누가 그것을 모른단 말이냐? 왜 이런 일이 일어났냐는 거다.”

그때 저 멀리서 피를 흘리며 달려오는 몇 기의 보였고 급히 달려와 서준경의 앞에 쓰러지듯 뛰어내려 무릎을 꿇었다.피투성이가 된 그들이었다. 어떤 이는 팔이 잘렸고 또 어떤 놈은 눈알이 화살에 맞아 뽑혔는지 피눈물처럼 피를 흘리고 있었다.참혹한 모습 그대로였다.

“어찌 되었느냐?”

“전, 전멸이옵니다.”

“뭐라? 전멸?”

“그렇사옵니다. 전멸이옵니다. 서준경 장군!”

“이런 망할!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이냐?”

“고려군의 주력 기마대가 뒤에 숨어 있었던 것 같사옵니다. 또한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에 맞아 군사들이 쓰러졌사옵니다.”

“뭐?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

“그렇사옵니다. 화살은 분명 아닌데 암기 같은 것 같사옵니다. 검을 휘두르는 기병들이 그것을 맞고 쓰러졌나이다.”

“이런 망할! 무엇에 맞아 죽었는지도 모른단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이 자도 그것에 맞아 이리 되었사옵니다.”

피를 흘리고 있는 무장이 옆에 있는 기수를 보며 말했다. 그는 팔과 복부에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무엇에 저격을 당한 것이냐?”

“화, 화살은 으윽,,, 화살은 아니옵니다.”

“그럼 무엇이냐? 저격을 당했으면 알 것이 아니냐?”

“송, 송구하옵니다.”

“젠장!”

서준경은 피를 흘리고 있는 기수에게로 다가갔다.

“내가 뭔지 찾을 것이다.”

서준경은 바로 피를 흘리는 기수의 복수에 손을 넣었다.

“으아악!”

상처 난 곳을 후벼 파자 비명을 지르는 기수였다. 그 순간 서준경의 손에 뭔가가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쇠처럼 딱딱한 거였다.

“이것이 뭐지?”

서준경의 표정도 굳어졌다.

“으으윽!”

수욱!그와 동시에 서준경의 손에서 살구 씨 보다 작은 것이 잡혀 나왔다.

“아악! 커어억!”

쫘아악!복부에서 소포의 탄을 뽑아내자 기수는 피를 뿌리며 비명을 지르고 앞으로 쓰러졌다.

“죽은 것이냐?”

서준경이 물었다.

“죽었사옵니다.”

“젠장! 이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쇠구슬 같은 것이,,,,,,,.”

“이것에 맞아 죽은 병사가 수도 없이 많사옵니다. 이것에 놀랐을 때 고려 기병들이 들이닥쳤사옵니다.”

“전세가 불리하면 뒤로 물러나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 황현 장군은 뭘 했단 말이냐?”

서준경이 다시 한 번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 보니 패잔병들 중에는 황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황, 황현 장군은,,,,,,,.”

피를 흘리고 있는 병사 중 하나가 말을 하다가 말꼬리를 흘렸다. 눈에 피눈물을 흘리듯 피를 흘리고 있는 병사였다. 그리고 그 병사의 성한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황장군은 어찌 되었느냐?”

“고려 장구에게 당했사옵니다. 황현 장군의 머리를 바스러트린 장수가 스스로 자신을 금강야차라 했사옵니다.”

“뭐라? 금강야차!”

거대한 부월을 막지 못하고 황현 장군이 전사하였사옵니다.”

“이런 망할! 마상검술에 대가인 황현 장군이 당했단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그와 동시에 삽시간에 고려군에게 포위를 당했사옵니다. 기마군이 대회전을 하듯 퇴로를 막고 장창을 든 병사들이 막아서서 전멸했사옵니다. 죽여주시옵소서!”

“으음,,, 아무리 그래도 장창을 든 병사들에게 죽임을 당했단 말이냐? 최강의 요동군이 겨우 장창을 든 병사에게 당했단 말이냐?”

“송구하옵니다. 우레 같은 소리가 나면 기수들이 쓰러졌사옵니다.”

“젠장! 왜 자꾸 이유도 모르고 당하는 거야!”

버럭 소리를 지르며 서준경이 돌아섰다.

“전군! 공격 준비를 해라!”

이미 날은 어두웠다. 벌판 위에 시체가 깔려 있듯 하늘 위에는 별들이 시체만큼 새겨져 있었다.

“아니 되옵니다.”

긴 수염을 한 장군 하나가 막아섰다.

“뭐가 안 된다는 것인가?”

“밤이옵니다. 야간 공격은 피아를 구분할 수 없사옵니다. 또한 무엇으로 아군을 죽이는지도 명확하지 않사옵니다.”

“이런 망할!”

“전형을 정비하여 낮이 밝으면 공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사실 이곳까지 이용해오면서 기수들도 지쳤사옵니다.”

“패전을 안고 쉬란 말인가?”

“쉬셔야 하옵니다. 아직 장군께는 1만 5천이 남아 있사옵니다. 내일 전격적으로 공격하면 되옵니다.”

“내일?”

“그렇사옵니다. 내일이옵니다. 내일을 위해 병사들을 쉬게 하시는 것이옵니다.”

장군의 말에 서준경은 모여 있는 장수들을 봤다. 역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승리를 하고 있을 때는 피곤함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패배를 했을 때는 그 피곤함이 가중되는 거였다.

“좋다. 쉴 것이다. 적의 야습에 대비하라! 또한 적의 화포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뒤로 병력을 물릴 것이다. 준비하라!”

“예. 장군!”

"내일 오늘의 복수를 할 것이다. 꼭! 그리 할 것이다."또 한 번 요동군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절대 고려에게는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회생이 있는 고려 군진.

“피해 상황을 보고하라!”

노숙을 하는 요동군과 다르게 고려 군진에는 군막이 펼쳐졌다. 또한 혹시 모를 야습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히 무장들은 고려군의 진형을 다시 배치하고 있고 군 수뇌부들은 군막에 모여 전략회의를 했다. 요동군보다는 훨씬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소포군 4천이 전사했사옵니다. 불탄 전차의 수가 200여대 이옵니다.”

소포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의 보고에 난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 남은 것은 소포군 3천이군!”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장비는?”

“망실된 소포가 200정이옵니다.”

이 또한 적은 피해가 아니었다. 이제 내가 적을 향해 쏠 수 있는 소포는 1800정에 불과했다.

“으음,,,,,,,.”

“전사한 기병의 수가 1천이옵니다.”

내가 진격을 할 때 이의민이 이끌고 온 기수의 수가 1만이었다. 적을 포위하고 소포로 조준해서 쏴 죽이는 상태에서도 요동군은 고려군 기마대 1천을 전사시킨 거였다.

“대, 대단한 전력이다.”

전투에 승리했지만 요동군의 위력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이것으로 기마대의 전력의 차이는 분명해졌소이다.”

내 말에 기마대를 이끄는 무장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또한 이의민도 굳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송구하옵니다. 황제폐하! 소장의 기마대는 급조된 기마대라 그 훈련이 부족하옵니다.”

“알고 있소이다. 기마대가 하루 이틀 만에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요.”

사실 고려 기마대의 주력은 조충이 가지고 있다. 6천 정도의 기마대다.

그중 1천은 고구려의 웅지를 다시 살리는 개마무사로 철갑기마대다. 고려 기마대의 전력 8할이 그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에 반해 이의민이 이끌고 있는 기마대는 훈련을 시작한지 6개월도 되지 않는 자들이었다. 그러니 실력에서 분명 차이가 있는 거다.

“날이 밝으면 요동군은 전면적으로 공격해 올 것이오.”

“그렇사옵니다.”

무장들의 표정이 어둡기만 했다. 기마대와 기마대의 대결에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저들도 잘 아는 것이다.

물론 2만에 육박하는 보병이 있다. 그 보병들에게 장창을 쥐어주고 스위스용병들이 사용했던 밀집대형으로 방어를 한다면 요동의 기마대를 무찌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밀집대형도 훈련이 필요했다.

그런 훈련이 되지 않은 상태다. 오직 그런 훈련이 된 것은 조충의 제 3군단뿐이다.

“오늘 승전한 것은 갑자기 들어 닥친 대군에 의해 적이 당황했기 때문이옵니다. 내일 전투는 승패를 장담할 수 없사옵니다.”

이의민이 담담히 말했다.

“내일? 그대들은 내일까지 전투를 할 생각인가?”

“예?”

내 말에 무장들이 날 봤다.

“오늘밤 이 곳의 전투는 끝이 날 것이네.”

내 말에 이의민을 비롯한 무장들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날 봤다.

“황제폐하 야습을 하시겠다는 말씀이시옵니까?”

“야습?”

“그렇사옵니다.”

“우린 이곳을 고수할 것이요.”

더욱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무장들이었다.

“이의민 군단장!”

“예. 황제폐하!”

“그대는 5천의 기병을 이끌고 대기하라!”

“대기를 하라니요?”

“적의 패잔병들을 추격해 섬멸해야 할 것이 아닌가?”

“소장은 황제폐하의 말씀이 이해가 되지 않사옵니다.”

“적은 오늘 밤에 크게 질 것이네.”

“어떤 수로? 혹여 3군단이 후방을 급습하는 것이옵니까?”

물론 조충의 3군단이 요동군의 후방을 급습해주면 대승을 할 것은 분명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들은 고려군의 주력이니 말이다. 또한 적진에 난입한 개마무사대는 철갑 군으로 쉬이 화살로 죽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3군단의 지원은 없다.”

순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아뢰오!그때 군막 밖에서 병사 하나가 달려와 군막 안으로 들어서서 무릎을 꿇었다.

“무엇이냐?”

“요동군이 후방으로 물러났사옵니다.”

“화포의 사거리를 벗어나고자 하는 거구나!”

“그런 것 같사옵니다. 황제폐하!”

이의민이 말했다.

“요동군은 조충의 화포 공격에 꽤나 큰 타격을 입었다고 들었소.”

“예. 황제폐하! 진격 중에 후르초프라는 무사와 정도전 공을 만났는데 그 이야기를 들었사옵니다.”

이의민이 이리 급히 달려온 것은 그가 후르초프와 정도전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또한 전차가 그 기동력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백화와 진격을 하며 여유를 찾았기에 진격의 속도가 늦어진 것도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어찌 되었던 전차의 느린 기동력이 나를 살린 꼴이 된 것이다.

“하지만 뒤로 물러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소이다. 아니 그런가? 포병장군!”

“고려대포의 배치를 완료했나이다.”

100문의 고려대포가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이제 요동군은 곧 천지가 갈리고 지축이 흔들리는 지옥의 불바다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럼 또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나가 보자!”

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저 요동군 놈들에게 내일의 태양은 없다."바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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