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510화 (510/620)

< -- 간웅 23권 - 천하를 놓고 펼치는 대전투! -- >

“예. 서준경 장군!”

“전장으로 가는 무장에게 술 한 사발이 없어서야 되겠소이까?”

“술이요? 하하하! 좋지요. 그런데 전장이라고 할 것도 없소이다. 전차도 못 되는 마차를 타고 여기까지 온 저들은 적이라고 할 수도 없사옵니다.”

“그럽니까? 그래도 제 술 한 잔은 받고 가십시오. 술을 가지고 와라!”

서준경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부장에게 소리쳤다.

“예. 장군!”

“날이 춥다. 뜨거운 술을 가지고 와라.”

“예. 장군!”

그렇게 부장이 대답을 하고 급히 돌아섰다. 그리고 바로 급히 피워놓은 장작 위에 쇠 주전자를 놓고 술을 데웠다.참으로 여유로운 순간일 것이다.그만큼 그들에게는 앞에 진을 펼치고 있는 고려의 보병들이 두렵지 않았다.

“여기 있사옵니다.”

부장이 데워진 술을 방패에 올려서 들고 왔다.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이 마신다면 몸을 달구기에 충분할 것 같았다.

“황현 장군께 올려라!”

“예. 장군!”

부장이 황현에게 다가가 술을 올렸다.

“이 상황에 이리 데워진 술을 보니 고사가 생각이 나옵니다.”

“고사요?”

“예. 관운장께서 적의 목을 베기 위해 나갈 때 사령관이 술을 권한 고사 말이옵니다.”

“아하! 그런 적이 있었지요. 옛 고사에!”

“그렇습니다. 비록 제가 관운장은 되지 못하나 이 술이 식기 전에 저기 하찮은 보병들을 다 쓸어버릴 수 있다면 고려는 멸망할 것입니다.”

“그럴 수 있겠습니까?”

서준경이 독려를 하듯 말했다.

“당연히 없지요. 술이 식을 동안 저 모든 고려군들을 전멸시킬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말이나 몇 마리 잡아놓으십시오. 해기 지기 전까지 저놈들을 모두 척살 할 것이니 말입니다.”

“하하하! 그럽시다.”

“이술 고맙게 마시겠습니다.”

황현이 부장에게 술을 받아 마시고 바로 사발을 바닥에 던져 깼다.

“고려는 이 순간부터 저 사발과 같은 운명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한 황현은 당당히 말에 올랐다. 그리고 선봉이라고 할 수 있는 5천의 기마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랴!”

그 모습을 보던 서준경이 돌아섰다.

“이곳에서 야영을 할 것이다. 오늘 불을 피우고 첫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며 잔치를 벌일 것이다. 말을 잡아라!”

서준경의 외침에 요동군이 들썩였다.와와와! 와와와!

“고려군을 쓸어버리자.”

“이참에 복수를 하자.”

“목을 모두 베어버리자.”

요동군 장졸들은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이들은 실수를 하고 있었다. 적이 앞에 선 전장에서는 때로는 분초를 다투며 움직여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겨우 일각의 시간도 되지 않지만 그 시간동안 고려황제 회생은 적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렇게 1만 5천이 모여 있는 곳에서 환호성이 메아리쳤고 그것을 보고 말머리를 돌린 황현은 분주히 방어진을 펼치고 있는 고려군 쪽을 봤다.

“겨우 보병! 그것도 1만도 안 되는 보병이란 말이지? 증원군이 겨우 1만이란 말이지. 저놈들을 모두 쓸어버리면 고려에는 우리를 막을 병사들이 없다.”

착각이다.하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착각이었다.

“그렇사옵니다. 장군!”

히이잉!

“그래! 저놈들을 모두 쓸어버린다. 이랴!”

“전군 돌진하라!”

부장의 명령과 함께 5천의 요동군 기마대가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두두두! 두두두! 질주하는 전마의 발굽소리는 거친 북소리 같고 쏟아지는 장대비 같았다.흙먼지를 일으키며 처음은 천천히 그리고 어느 순간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 황현도 말을 달렸다.

“이랴! 달려라! 고려 놈을 모두 쓸어버릴 것이다.”

“적이 달려옵니다.”

제일 선두에 선 무장이 소리쳤다.그 순간 모든 병사들이 긴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소포군은 소포로 처음 실전에서 싸우는 것이니 말이다.

2천의 소포군!그리고 소포를 다룰 줄 알지만 소포가 없어서 창검으로 무장한 5천의 소포군들!그리고 500명의 궁수들!그것이 내 전력의 전부다.‘이럴 줄 알았으면 고려대포도 몇 대 끌고 오는 것을!’달려드는 적을 보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랬다면 난 저들을 만나지 못했을 거고 그렇다면 고려는 저들로 인해 불바다가 되었을 거다.

오는군!”

“그렇습니다. 황제폐하!”

“정도전은 떠났겠지.”

“저기 멀리 고려로 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여무사의 수장인 홍련이 내게 대답했다.

“그럼 되었다. 고려도 이제는 안심이 된다.”

난 이곳에서 전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도전이라면 내가 없는 고려를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되는 것이다.‘체!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정의로웠던가? 하하하!’난 속으로 호탕하게 웃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꽤나 많이 변한 나를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 내 옆에 백화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 500입니다.”

소포군은 모두 현대식으로 거리를 계산한다. 500미터라고 소리치는 거였다.

“500이면 활의 사거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그러니 기다려라! 화살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화살을 정확하게 돌진하는 적 기마대의 전단에 쏴야 한다.”

5천이 질주할 때 앞에서 쓰러지는 전마는 분명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것을 노리는 거다.

“예. 황제폐하!”

“그래! 싸워보자! 승패는 하늘이 정하시는 거다.”

난 어금니를 꽉 깨물고 검을 뽑았다. 그와 동시에 내 주변을 호위하는 50여명의 여무사와 별초들도 검을 뽑았다.

“우리는 황제폐하를 보위한다.”

홍련이 앙칼지게 소리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별초들도 환하게 웃었다.

“여무사들과 같이 있으니 흥이 납니다.”

이 위급한 상황에서 농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거다.

“소포군! 준비 됐나?”

“예. 황제폐하!”

난 2천의 소포를 든 소포군을 3단으로 배치했다. 삼오횡대로 700씩 배치를 했다.

물론 그 뒤에 궁수를 배치했고 소포군 뒤와 옆에 창검으로 무장한 군사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제일 뒤에 전차들을 일렬횡대로 배치하여 돌진하는 적 기마대의 속도를 줄이고자 했다.궁수들이 활을 쏘고 그 사거리가 좁아지면 바로 뒤로 물러나 마차의 뒤로 올 것이다.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번 전투의 핵심은 신속함이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궁수들이 신속하게 1분당 10발의 활을 쏴야 하고 또 소포군도 신속하게 총을 쏘고 나서 심지를 갈고 다시 쏴야 한다. 그래서 3단으로 배치를 한 거다.

제일 앞에서 소포를 쏘고 나면 뒤로 물러나고 다음이 소포를 쏜다. 그동안 제일 뒤로 물러난 소포군이 심지를 다시 끼우고 쏠 준비를 완료하는 것이다.

원래 공격에는 강단이 있게 해야 파괴력이 상승한다. 그러니 신속함이 있어야 하는 거다.

“끊임없이 쏴야 한다.”

“예. 황제폐하!”

두두두! 두두두!저 멀리서 우리를 베기 위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적 기마대의 발굽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300이옵니다.”

마차 위에 올라 선 무장이 소리쳤다.

“기다려라!”

300이면 아직 활의 사거리에 미치지 못한다. 편전대를 포함해서 데리고 왔다면 벌써 저 요동군 중에서는 죽어 말에서 떨어지는 자들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아직 아니다.

“250이옵니다.”

“기다려라!”

사거리 안에는 들어섰다. 적의 선두가 지금 250미터 앞까지 질주한 거다.두두두! 두두두!와와와! 와와와!요동군 기마대를 함성을 지르며 질주했다.

“200이옵니다.”

그 순간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궁수대! 쏴라!”

200이면 충분하다.그 순간 내 명과 함께 500의 궁수들이 시위를 보름달처럼 당겼다.

“쏴라!”

그와 동시에 500발의 화살이 하늘을 날았다.

“쏴라!”

그리고 다시 힘껏 시위를 당기고 다시 쐈다.끊임없이 쏴야 한다.슈슈슈! 슈슈슈!하늘에 일제히 500발의 화살이 날았다. 그리고 바로 다시 500발의 화살이 날았다.슈슈슈! 슈슈슈!슈슈슈! 슈슈슈!쉬우우웅~하늘을 날아오른 화살들이 일제히 하늘에서 떨어졌다.

“적의 화살이다. 방패 들어!”

무장 하나가 절규를 하듯 소리쳤다. 그 소리가 달리는 전마에서 들릴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와 동시에 절규하듯 외친 무장이 방패를 하늘로 들자 일제히 질주하는 요동군 기마대들이 한손에 든 방패를 하늘로 들어올렸다.퍽퍽퍽! 퍽퍽! 팅팅! 퍽퍽!히이잉수욱!퍼억!

“으악!”

하늘에서 떨어진 500발의 화살이 적을 향해 내려 꽂혔다. 그리고 또 한 번 500발의 화살이 내려 꽂혔다.퍽퍽! 퍽퍽!화살을 맞고 쓰러지는 전마도 있다. 또 화살을 맞고 말에서 떨어져 뒹군 병사도 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화살이 방패에 막혀버렸다.

“질주하라! 말을 달려라!”

그때 다시 화살이 하늘에서 떨어졌다.고려 황제 회생은 끝없이 화살을 쏘게 했다.슈유유융!쉬이이잉!퍽퍽!

“으악!”

“아아악!”

히이잉!풀퍼덕!말이 쓰러졌다. 그 쓰러진 말 때문에 또 전마가 쓰러졌다. 하지만 그것은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적을 쓸어버리자.”

이제 고려군과의 거리는 100미터 정도였다. 7번의 화살 공격으로 쓰러진 기마대의 수는 500도 되지 않았다. 그 500의 숫자가 적은 것은 아니나 고려 황제를 향해 달려드는 적의 기마대의 수가 아직 4500이나 남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숫자라면 충분히 고려황제가 지휘하는 군대를 쓰러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젠장!”

난 방패에 의해 막혀버린 화살공격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물론 이미 예상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사분란하게 방패를 들어 올려 방어를 할지는 몰랐다.

‘화살에 화약을 장착해야 한다.’난 이 위급한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적 기마대가 방패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화살이라면 우리 고려는 기마군단을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방패로 막은 화살이 다시 터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이곳에서 살아남아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지금은 절체절명의 위기이니 말이다.

“100이옵니다.”

다시 무장이 소리쳤다.

“이랴!”

난 급히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아니 되옵니다. 황제폐하!”

홍련이 소리쳤지만 난 이미 소포군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가 있었다. 내가 달려오자 소포군들은 놀라 날 봤다.

“이랴! 황제폐하를 보위하라!”

홍련이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50인의 여무사가 말을 달려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별초들도 따랐다.

“짐이 왔다!”

난 소포군들이 들을 수 있게 소리쳤다.

“황, 황제폐하!”

“궁수는 뒤로 후퇴하라!”

내가 내린 명령이지만 누구하나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황제가 가장 앞에 섰는데 물러날 고려군은 없었다.

“어서 물러나라! 물러나서 어서 활을 쏴라! 전차 뒤로 물러나란 말이야! 젠장!”

“예. 황제폐하!”

그제야 궁수를 지휘하는 지휘관이 대답을 하고 급히 돌아섰다.

“궁수대는 뒤로 물러난다.”

그와 동시에 궁수대가 뒤로 물러났다.

“너희들이 알다시피 나는 고려의 황제다. 적들로 부터 짐을 살리고 싶다면 너희들이 저기 밀려오는 적을 끝까지 조준해서 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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