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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웅-509화 (509/620)

< -- 간웅 23권 - 천하를 놓고 펼치는 대전투! -- >요동벌판전장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님과 함께 콧노래를 부르며 산보를 가는 마음처럼 가볍기만 했다.

마음이 이리 가볍기 때문일까?흔들거리며 달리는 마차의 울림도 피곤한지 모르겠다."바람이 참 시원하다."난 백화를 옆에 앉히고 직접 마차를 몰고 있다. 겨울의 벌판에 부른 바람이 차갑기만 하지만 마음 때문에 이 바람도 훈풍처럼 느껴진다."그렇사옵니까?"

"그래. 참으로 시원하구나!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

"소녀도 그렇사옵니다."황제와 황후의 대화는 아닐 것이다. 어느 이름 없는 촌부와 아내의 대화처럼 가볍고 의미 없어 좋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외면하고 싶지만 난 고려의 국운을 걸고 요동으로 향하고 있으니 말이다.'뭐지?'그리고 내가 느낀 이 하찮은 것에 대한 여유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 아주 흐릿한 먼지가 연기처럼 피어 내게로 달려오고 있으니 말이다.'뭐지?'저 정도의 거리면 백화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니 내 뒤를 따르는 7천의 포병들도 보지 못할 것이다. 눈이 밝아진 나니 이리 보이는 거다.'저건 또 뭐야?'순간 불길함이 밀려왔다.

아주 미세한 흙먼지가 날린 한참 뒤에 거대한 먹구름처럼 회색빛 먼지폭풍이 달려오고 있었다."이동을 멈추라고 해라!"나를 호위하기 위해 말을 타고 있는 근위대에게 말했다.

"알겠나이다. 황제폐하!"근위대는 내게 복명하고 말머리를 돌렸다."이동을 멈춰라! 진격을 멈춰라!"그의 외침과 함께 난 불안감이 밀려왔다.

'저 정도의 먼지구름이라면 대병력의 이동이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저런 먼지구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기마대일 거다.

그리고 이 벌판에서 남으로 향하는 먼지구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요동의 기마대가 분명할 거다.

"왜 그러세요? 폐하!"

"적이 오고 있는 것 같아!"난 무겁게 백화에게 말했다."적이라니요?"백화의 눈에는 저 먼지구름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마 1시간 정도 지나서야 저 먼지가 보일 거다."적이 오고 있어. 분명 적이야!"내 말에 나를 호위하는 근위대도 반짝 긴장했다.

물론 그 긴장감 속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의구심도 담겨 있었다."적 기마대가 오고 있다. 소포부대 부대장을 불러라."

"예. 황제폐하!"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

"예. 알겠나이다."그렇게 내 앞에 소포부대를 지휘하는 부대장과 그들을 호위하는 포병의 지휘관이 내 앞에 모였다."부르셨나이까? 황제폐하!"

"적이 온다."

"예?"

"적이 오고 있다. 지금 즉시 횡대로 방어진을 편성한다."내 뜬금없는 말에 소포대장과 호위를 하는 포병의 지휘관이 멍해졌다."뭐 하는 거야? 어서 명을 따르지 않고."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황제폐하를 보위해야 한다."내 무장들이 멍해 있는 상태에서 고려의 황후 백화는 여무사들에게 명을 내리고 있었다. 황후마마!"그와 동시에 50인의 여무사들이 내 주변에 모여들었다."마차를 횡으로 돌려라! 적의 돌격을 막을 것이다."

"예. 황제폐하!"

"소포군은 내가 직접 지휘할 것이다."

"명을 받겠사옵니다."

"소포군은 삼단사격으로 적을 제압할 것이다. 준비를 하라!"

"예. 어서 움직여!"그때 저 멀리서 단기의 기수가 우리 쪽으로 힘차게 달려오는 모습이 이제야 모든 이의 눈에 보였다. 그리고 점점 더 가까워지더니 분주히 움직이는 병사들 앞에 말을 급히 세웠다."증원군인가?"말을 탄 자는 다급히 외쳤다.'외모가 특이하군! 백계 러시아인 같네!'신기하게도 말을 탄자는 백인이었다.

하지만 그가 입고 있는 복장은 고려 3군단의 갑옷이었다. 단지 갑옷 밖에 걸친 장식과 기타 부수적인 복색이 특이했다."그렇습니다. 뉘십니까?"병사 하나가 갑주를 입은 무장에게 되묻는 것이 들렸다.

"황제폐하는 어디에 계신가?"

"황제폐하는 왜 찾으시는가?"무장 하나가 물었다."나는 고려 3군단 조충 군단장 휘하에 있는 후르초프라고 합니다."

"그런데?"

"적이 기병을 이끌고 우회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알리기 위함이옵니다."

"적의 기병이 고려를 급습한다고?"무장도 놀라 표정이 굳어졌다."시간이 없사옵니다. 황제폐하께 아뢰어야 합니다."

"따라오시게. 이랴!"내 앞으로 말을 달려온 백인 무장이 나를 보고 급히 말에서 뛰어내려 무릎을 꿇었다."황제폐하를 뵈옵니다."

"적이 오고 있느냐?"내 물음에 백인무장은 놀란 눈으로 날 봤다."그렇사옵니다. 대략 2만 정도의 기병이옵니다. 그들이 3군단 방어진을 뚫고,,,,,,."

"조충이 패했느냐?"내 목소리가 떨린다.조충의 3군단의 방어진은 고려 1차 방어진이며 전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패했다면 고려는 풍전등화에 놓이는 거다."대승을 거뒀사옵니다. 우선은 그렇사옵니다."

"대승? 우선은 그렇다?"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다."그렇사옵니다. 조충군단장의 아들인 조양 참모장이 화공을 통해 군진을 펼친 요동군을 불바다로 만들고 군진을 뒤로 물리게 했사옵니다."그제야 안심이 된다. 하지만 그 안심도 한순간이었다.

'요동에 뛰어난 전략가가 있다.'난 인상을 찡그렸다.전투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대반격을 위한 2만의 기마대를 고려로 남진시킨다는 것은 뛰어난 결단력을 가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3군단은 어떤가?"

"단 한 명의 전사자도 없사옵니다. 다만,,,,,,"

"짐을 구원하기 위해 올 수는 없다는 거군."

"그렇사옵니다.

3군단은 방어진에 고립된 형국이옵니다."난 조충에게 옥쇄를 각오하고 싸우라고 했다. 그러니 완벽한 방어진을 구축했을 거다."적의 징후가 보입니다."그때 포병 무장하나가 크게 소리쳤다."역시 적이 오고 있군."난 인상을 찡그렸다.하지만 이것은 고려 열성조가 고려를 돕고 있다는 징조일 것이다.

만약 저들이 나를 만나지 않고 고려로 달려갔다면 고려는 엄청난 피해를 입고 북변도에 있는 성들은 불타고 백성들은 죽임을 당했을 거다.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허무하게 당하는 거였다."몸을 피하셔야 하옵니다.

황제페하!"백인무장이 내게 몸을 피하라고 말했다."짐이 몸을 피해야 하나?"

"그렇사옵니다. 지금은 옥체를 보존하실 때이옵니다."

"그대 이름이 뭐지?"

"후르초프라 하옵니다."

"그럼 키예프 공국출신이겠군."내 물음에 백인무장이 놀라 나를 봤다. 아마도 키예프공국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에 놀라는 걸 거다."그, 그렇사옵니다."

"키예프 공국의 공왕은 어떨지 모르나 짐은 곧 고려다. 짐이 적을 피한다는 것은 고려가 적을 피한다는 것이다. 짐이 이곳에서 몸을 피한다면 고려의 백성은 누가 보호한단 말이냐?"

"황, 황제폐하!"

"후르초프라고 했느냐?"

"그, 그렇사옵니다."

"너는 지금 바로 말을 달려 황도로 가라! 황도로 가 이고장관에게 적을 대비하라고 하라."

"폐, 폐하!"

"만약 짐이 이곳에서 전사를 한다면,,,,,,."내 말에 백화가 놀라고 무장들이 놀라 나를 봤다.

"짐이 전사를 하게 된다면 이고장관에게 대리청정을 명하고 영화공주에게서 태어날 황손이 황자이면 보위를 이으라고 하라! 그렇지 못한다면 황족 중 태후마마와 상론하여 다음 보위를 정하라고 하라!"난 최악의 상황을 말했다."짐은 이곳에서 적과 싸울 것이다."

"하오나 폐하께서 아니 계신 고려는,,,,,,."

"짐이 없는 고려도 건재할 것이다."그 순간 내 눈에 정도전이 보였다."정도전!"

"예. 황제폐하!"

"멀리 볼 것이 없군."

"무, 무슨 말씀이옵니까?"

"너도 후르초프와 함께 고려로 가라!"

"황제폐하!"

"이제 가셔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세요. 만약 제가 전사를 한다면 이 고려는 그대가 이끌어야 합니다."

"그리 황망한 명은 따르지 못하겠나이다."

"명이라고 하시고 따르지 못하겠다는 것은 불충입니다."

"황제폐하!"

"가세요. 이 전장에 그대가 없어도 뛰어난 책사가 있군요. 어서!"

"황제폐하!"

"난 절대 죽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그러니 못 죽습니다. 또한 짐의 소포군은 그 어떤 군대보다 강합니다. 그러니 죽을 수도 없습니다."

"알겠사옵니다."

"후르초프!"

"예. 황제폐하!"

"정도전을 데리고 가라."

"소신은 남겠사옵니다."

"가라니까! 적이 코앞에 왔다."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황명이라고 하잖아! 황명!"

"알, 알겠사옵니다."

"전투준비를 끝냈사옵니다. 황제폐하!"소포군 대장이 와 내게 보고했다."소포군의 뒤에 보병들을 배치시켜라! 짐이 이곳에서 저들을 막을 것이다.

가자!"난 마차에서 내려 바로 전마에 올랐다."이랴!"난 전투준비를 끝낸 소포군 앞에 섰다."적기마병들이 진격을 멈췄습니다."저들도 놀랬을 것이다. 나만큼!이곳에 이런 대병력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저 앞에 적이 있다. 하하하! 2만은 되어보이다. 이곳은 벌판이고 기마병이다."

"예. 황제폐하!"일제히 3단으로 배치된 소포군이 소리쳤다."강성한 요동의 기마군단이다."그 말과 함께 두려움이 깔리는 것 같다."허나 그대들은 더 강하다. 짐은 믿어의심치 않는다. 짐이 가장 앞에서 싸울 것이다."충!"다시 소포군이 일제히 소리쳤다."허나 쉬운 전투는 결코 아니다."

"충!"

"고려 황제로 명한다. 이것은 황명이다."내 말에 모두가 나를 봤다."죽지 마라!"그 말과 함께 난 말머리를 돌리고 검을 뽑았다.

“죽는 자는 황명을 어기는 불충한 자로 여길 것이다.”

지금 내가 거느린 군대는 소포군 2천에 포병이지만 소포로 무장하지 못한 5천이다. 기마대를 상대하기 위한 장창 하나 가지지 못한 병사들이다.

그러니 이 전투의 승패는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활을 가진 병사는 몇인가?"소포군 지휘관에게 물었다."500정도 되옵니다."소포보다 사거리가 긴 것이 활이다."소포 전면에 배치한다."

"예. 황제폐하!"이 전투의 핵심은 돌진하는 적 기마대를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얼마나 쓰러트릴 수 있냐는 거였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2만은 되는 적이다.

최소한 1만 이상은 돌진하기 전에 쓰러트려야 한다.'한번에 돌격하면 우리가 진다.'내가 말한 것처럼 결코 쉬운 전투는 아닐 것 같았다."짐이 이곳에서 고려를 위해 옥쇄를 할 판이군!"

"소녀들이 지킬 것이옵니다."50의 여무사들이 앙칼지게 외쳤다.

"그래! 한 번 싸워보자."서준경이 이끌고 남진한 2만의 요동군."적이군!"서준경은 저 벌판 앞에 적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았다."적이옵니다. 장군! 보병 7천 정도로 보입니다. 마차를 타고 있사옵니다. 아직도 마차를 타는 것들이 있사옵니다. 하하하!"

"대형전차 같군."서우치는 단번에 고려군이 타고 온 마차가 전차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전차라니요? 설마요?"전차는 도태장비라고 할 것이다. 벌판 전투 말고는 쓰임이 없으니 당연히 사라졌다. 그런데 이 벌판에서 다시 보고 있었다."전차다."

"저놈들을 전멸시키고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하다. 바닥으로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릴 좋은 기회다."서준경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이곳에 병력 1만5천은 쉬게하고,,,,,,."그 순간 서준경의 부장들의 눈이 반짝였다. 공을 세울 아주 좋은 기회처럼 보였다. 기마대 앞에 서 있는 적 보병들은 아주 좋은 먹잇감이니 말이다."소장을 보내주십시오."

"아니옵니다. 소장이 선봉에 서겠사옵니다."

"소장이 가겠습니다."서준경의 부장들이 그리고 예하 장군들이 서준경만 봤다."황장군님!"서준경이 황장군이라는 자를 불렀다.황현!그는 서우치의 측근이었다.

"예. 서장군!"분명 서준경이 한참 어리다. 하지만 이 부대를 지휘하고 있는 장수가 바로 서준경이니 황현은 어린 그에게 존대를 했다."힘을 좀 써주셔야겠습니다."

"제가요?"

"그렇습니다."

"공을 세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마대 5천입니다. 이 전투의 목적은 땅에 떨어진 아군의 사기를 올리는 것입니다."

"단 한 놈도 살려주지 않겠소이다."황현이 자신있게 말했다."부탁드립니다."

"쉬시고 계십시오. 오래 달려왔으니 말로 회라도 떠서 드시고 계십시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그러지요."서준경이 고개를 돌려 실망하고 있는 부장들을 봤다."이곳에서 노숙을 할 것이다."군막 하나 가지고 오지 않으니 말을 세우면 바로 노숙이었다."예. 장군!"

"말을 잡아라! 배물리 먹고 다시 고려로 가자."

서준경은 우습게도 이번 전투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보병진형에 대한 무시다. 하지만 서준경은 아주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거다.

자신들의 앞에 고려군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오는 것을 알고 기다린 고려군들이 있는 것이다.

아무 차이도 아닌 것 같으나 그것은 아주 큰 차이가 분명했다.

"황현장군!"서준경이 말을 타고 가려던 황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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