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505화 (505/620)

< -- 간웅 23권 - 천하를 놓고 펼치는 대전투! -- >서우치의 군막.공손허의 지시대로 사지에 요동군은 군막을 설치했다. 앞에 고려군이 없다면 이보다 더 좋은 군진을 펼칠 자리는 없을 것이다. 말을 먹일 수 있는 지류가 있고 또 넓은 땅이 개방형으로 펼쳐져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불안한 서우치였다.

“고려의 장수들이 이런 곳을 그냥 둘리가 없는데,,,,,,,.”

인상을 찡그리는 서우치였다.

“숙부님!”

서우치의 조카가 나직이 서우치를 불렀다.

“왜 그러느냐? 준경아!”

서준경!그는 아비를 일찍 잃고 서우치를 아비처럼 따랐다. 사실 서준경은 유복자였다. 그래서 서준경이라는 이름도 서우치가 지어준 거였다.

서우치에게는 자식보다 더 소중한 조카였다.만약 서준경이 군진의 방어를 책임졌다면 서우치는 절대 서준경을 목을 이용해 군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계책을 쓰지는 못했을 거다.

이건 다시 말해 서우치의 약점은 다른 이들의 시선을 무척이나 신경을 쓴다는 거였다.

“공손허 장군이 숙부님을 의식하는 것 같사옵니다.”

서준경의 말에 서우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이다. 전장에서 공은 나눌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공을 탐하다보면 실책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실책은 그냥 넘길 수 있으나 총군사령이 부하라고 할 수 있는 숙부님을 의식하여 실책을 한다면 큰 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지. 내 너의 이름을 잘못 지은 것이 아니구나!”

“감사하옵니다. 숙부님!”

“너의 이름에 대한 유례를 아느냐?”

“고려의 척준경 장군 말입니까?”

“그래. 장수로써는 아주 뛰어난 무장이었지.”

그러고 보니 서준경의 이름이 준경이다. 그것은 척준경의 이름을 따서 지은 거였다.

“그렇다. 척준경 장군은 고려가 낳은 최고의 무장이지.”

“저도 알고 있사옵니다.”

척준경!그는 무신이라고 불린 자다.하지만 그의 이름에 무신이 붙은 것처럼 전장에서는 뛰어난 무장이었고 용맹을 과시했지만 그는 전투에서만 이긴 무장이었다.

결국 전쟁에 진 무장이었다. 척준경!어쩌면 그야 말로 비운의 무신일 것이다.

파란만장한 인상을 산 무장이지만 성공한 무장을 결코 아닐 것이다.서우치는 그렇지만 척준경의 무예를 동경하여 자신의 조카에게 준경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건 다시 말해 말갈족이었던 여진에게 두려운 존재라는 거다. 발해를 개천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존재가 바로 금을 건국한 여진족이니 준경이라는 이름으로 발해를 위해 여진족을 벌벌 떨게 만들라고 지어준 이름이었다.

“너는 내 아들 돈의 몫까지 해서 아주 훌륭한 무장이 되어야 한다.”

“알겠사옵니다. 죽은 동생의 몫까지 싸우겠습니다.”

“발해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놓는 것도 서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예. 숙부님!”

“군진을 펼쳤다고는 해도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알고 있사옵니다. 그런데 숙부님!”

순간 서준경의 눈동자가 사납게 변했다.

“왜 그러느냐?”

“공손허 장군이 이성을 잃은 것 같습니다.”

“이성을 잃다니?”

“아직도 숙부님께서 금하신 아편을 흡입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옵니다.”

그 말에 서우치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 말에 거짓이 없어야 할 것이다.”

“물론이옵니다. 공손허 장군의 부장이 저와 동문수학한 동기이옵니다.”

“으음,,,,,,,.”

“총군사령이 이성을 잃게 되면 군진이 위태롭사옵니다.”

“그래서?”

“명만 내리신다면 동기와 함께 공손허 장군의 목을 베겠습니다.”

“목을?”

“그렇사옵니다. 전쟁이옵니다. 이성을 잃은 총사령을 믿을 수는 없사옵니다.”

“그럴 순 없다.”

“숙부님!”

“아직 큰 실책을 하지 않았다. 명분이 없다.”

“하오나,,,,,,,.”

“전쟁이 끝난 후에 큰 화가 미칠 것이다. 이번 전쟁은 어찌 되었던 발해가 승리하게 될 것이다. 너와 나의 이름에 오명을 남기고 싶지 않다.”

“하오나 장졸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태왕폐하의 총애가 남다른 장수가 바로 공손허다. 지금 실책을 범하고는 있으나 태왕폐하의 총애를 무시할 수는 없다.”

“알겠사옵니다.”

“너는 만일을 대비하라.”

“예. 숙부님!”

“경계를 늦춰서는 절대 아니 될 것이다.”

“당장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사옵니다. 하오나 병력들이 많이 지쳤사옵니다.”

“오늘 밤만 무사하게 넘기면 내일은 충분히 쉴 여유가 있을 것이다. 내 군대에게 공을 세울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말에 서준경도 인상을 찡그렸다.

“그것만도 실책이옵니다.”

“우선은 승리가 중요하다.”

“알겠사옵니다.”

“내 부대의 기병들을 충분히 먹여라.”

“예. 숙부님! 나가보겠사옵니다.”

서준경이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 밖에서는 서준경이 동기라고 부른 공손허의 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 되었나?”

“숙부님께서 가장 중하게 여기시는 것이 명분이고 명성이네.”

“허락을 받지 못한 모양이군.”

“그렇다네.”

“총군사령이 확실히 이상해! 그에게 지휘를 맡긴다면 장졸들이 위태롭네.”

“어쩔 수 없지. 숙부님의 명이 없이는 절대 움직일 수 없어.”

“이봐 준경!”

“왜?”

“요동을 생각하시게. 발해를 생각하시게.”

“어쩔 수 없네. 명분이 없어. 기다릴 수밖에.”

“으음,,,,,,,.”

서준경의 옆에 있던 부장이 깊게 신음소리를 냈다. 이것만 봐도 공손허는 고립되고 있었다. 공손허가 누군가?자신의 군진이 폐쇄가 된 상태에서도 군기를 세우고 대비를 하던 장군이었다. 그런데 아편 때문에 그의 총기가 이렇게 흐려지고 있었다.

“알았네. 내일이면 전투가 펼쳐질 것이네. 그때까지 정신을 차리시겠지.”

“그래야 할 것인데,,,, 총군사령은 무엇을 하고 있나?”

서준경의 물음에 동기인 부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말하지 않았나! 아편을 흡입하고 있다고.”

“그 아편이 문제야! 그 아편이!”

서준경은 인상을 찡그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를 가시나?”

“마음이 이럴 때는 순시라도 도는 것이 마음이 편하네.”

“휴우! 그래! 나도 같이 가세.”

그렇게 혈기왕성한 두 무장이 순시를 돌았다. 서우치의 걱정과 달리 요동군 군진은 평온했다.

“이게 무슨 냄새인가?”

“왜 그런가? 준경!”

“뭔가가 타는 냄새가 나지 않나?”

“그렇군!”

“이 고약한 냄새가 뭐지?”

서준경은 냄새가 나는 곳을 따라 갔다. 그리고 기겁했다.

“뭐 하는 것이냐?”

병졸들의 군막 구석에서 아편을 흡입하는 자들이 보였다. 이미 혼이 나간 것처럼 무장을 보고 일어서는 자도 없었다.

“킥킥킥! 뉘시오?”

아니 무례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뭐냐?”

서준경이 급하게 흡입하고 있는 것을 빼앗았다.

“이건,,,,,,,.”

“뭔가?”

“아편이네. 아편을 태워서 그 연기를 마시고 있네.”

“뭐라고?”

부장도 인상을 찡그렸다.

“아편은 모두 회수를 해서 태우지 않았나?”

“숨긴 병사가 있는 모양이군!”

“이런 망할!”

서준경은 인상을 찡그리며 검을 뽑았다.

“살 가치가 없는 놈들!”

서준경이 검으로 아편에 취해 있는 장졸 셋을 베려고 했다.

“멈추시게.”

공손허의 부장이 그를 말렸다.

“노시게. 왜 이러는가? 아편을 흡입하는 자는 즉참이라고 명이 떨어졌네.”

“이 군막은 공손허 장군의 측근 병사들의 군막이네.”

“그래서?”

“지금도 지휘부가 분열하고 있는데 이들의 목을 벤다면 그 분열이 더욱 가중 될 것이네.”

회생이 퍼트린 아편은 이렇게 요동군을 혼란시키고 있었다.송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요동에서도 아편의 피해가 이럴 것인데 송은 더욱 아편의 피해가 심할 것은 분명했다.

아니 송나라 군대에 아편은 아주 깊게 퍼져 있었다. 군사들이 군기를 잃으면 무뢰배가 된다. 또한 힘을 잃게 된다.

회생의 참혹한 계략은 이렇게 성공하고 있었다. 이 벌판의 전투에서 고려군이 요동군을 무찌르고 본진을 끌고 오는 대타발까지 굴복시킨다면 바로 회생의 고려군은 요동을 넘어 금으로 진격해서 금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된다면 힘이 빠진 송은 그대로 고려의 수중에 떨어질 것 같았다.다시 말해 이 벌판의 전투는 천하를 놓고 싸우는 전투인 것이다.

천하를 놓고 펼치는 대전투 말이다.

“젠장!”

서준경은 다시 검을 검의 집에 넣고 돌아섰다.

“수장이 스스로를 망치니 졸도 저럴 수밖에.”

“이봐 준경!”

“왜 그런가?”

“후일 나를 잊지 말아주시게.”

공손허의 부장이 서준경의 편에 선 것은 공손허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알겠네. 이 전투만 끝이 나면 숙부님께 알려서 숙부님의 휘하에 들어올 수 있게 해 주겠네.”

“고맙네.”

“가세! 저 더러운 꼴을 더는 보기 싫네.”

그렇게 두 혈기왕성한 무장은 그 곳을 떠났다. 하지만 아편에 취해 있는 병졸들은 그들이 왔다는 것도 모르고 아편만 빨고 있었다. 공손허의 군막.공손허는 아편을 흡입하면서 자신의 앞에 펼쳐놓은 사판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편이 중독이 되고 환청과 환각을 보게 하는 효과도 있지만 집중력을 끌어내는 효과도 있었다.

“이리 좋은 것을 왜 금하는지 모르겠군.”

공손허의 눈동자는 차가우면서도 예리해 보였다.

“이 사판을 보면 고려 놈들은 후방을 빼고 모두 막아 놨다.”

스스로 장기를 두듯 기마대를 표시한 말판을 후방으로 우회해서 놓는 공손허였다.

“서우치의 군대를 전방으로 진격시키고 좌장 콰이거의 기마대를 우회시켜서 공격을 한다면 단번에 저들의 방진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역시 썩어도 준치라고 했다. 좌장 콰이거는 보르도와 같이 색목인 출신 무장이었다.

그의 뿌리는 돌궐에 있고 그만큼 마상무예에 출중한 자였다. 또한 그가 이끄는 기마대는 요동군 중에서도 최고의 기마대였다. 그런 자를 부하로 두고 있는 공손허였다.

그가 만약 마약인 아편에 취하지 않았다면 고려는 참으로 위태로웠을 거다.

“그래! 후방을 돌아치는 것이 중요하다. 재수 없는 서우치의 군대는 미끼로 해서 말이야! 하하하하!”

공손허는 아편을 흡입하면서 묘책을 생각해 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서우치에 대한 앙금을 표현하고 있는 공손허였다.하지만 그의 예리한 집중력도 아편의 양이 늘어나자 흐려지기 시작을 했다.

“오호! 이런 것이 보이는군.”

순간 환각에 빠져드는 공손허였다.그의 눈앞에는 천상의 선녀들이 춤을 추는 거 같았다. 그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으니 말이다.

“천상의 선녀들이 나의 승리를 미리 축하해주기 위해 왔군! 하하하!”

역시 환각에 취해 있는 공손허였다.

“밖에 누구 없느냐?”

공손허가 급히 밖에 있는 무장을 불렀다.

“예. 총군사령!”

“술상을 가지고 와라.”

“예?”

“저리 화려한 춤사위가 있는데 술이 없어서야 되겠느냐?”

“무슨 말씀이신지?”

“술상을 가지고 와라! 잔말 말고.”

공손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 총군사령!”

무장이 급히 군례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리고 군속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참한 계집도 데리고 와라.”

군속들의 부대는 군대가 이동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 또 군량을 운반하기 위해 따라가는 부대다. 하지만 그 내부에는 장군들과 무장들의 회포를 풀어줄 군창들도 있었다. 그렇게 군속 내에 창부들이 있어야 점령을 한 곳에서 병졸들이 강간을 하지 않고 또 창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

“예. 알겠사옵니다.”

무장이 대답을 하고 급히 나갔다.

“선녀님들이야 태왕폐하께 진상을 할 것이요. 그러니 나는 춤사위나 즐길 수밖에.”

역시 넋이 나간 공손허였다. 이것이 요동군에게 가장 큰 단점이며 문제점이었다. 총지휘를 하는 자가 혼이 나가 있으니 말이다.그때 공손허의 눈빛이 다시 날카로워졌다.

“여기서 여기까지 진격할 수 있다면 이 전쟁은 나의 승리다.

하하하!”

공손허는 이렇게 노망든 노인처럼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하하하! 내일이 참으로 기대가 되는군! 하하하! 내가 고려 놈들을 모두 쓸어버릴 것이야! 모두 다! 내가 쓸어버리고 발해의 최고의 무장이 될 것이야!

하하하!”

환청과 환각만 느끼는 공손허가 아니었다. 그는 지금 환상에도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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