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502화 (502/620)

< -- 간웅 23권 - 천하를 놓고 펼치는 대전투! -- >3. 각각의 위협들,,,,,,,.벌판!온통 검다.적정을 파악하러 나갔던 조의들의 성과 중 하나 일 것이다.

말을 먹일 수 있는 갈대와 풀은 모두 불탔다. 그래서 온통 검다.벌판이 숯처럼 검게 변해 있었고 그 숯 같은 벌판을 보며 진격하고 있는 요동군 수령들의 표정은 숯처럼 어둡기만 했다.

“참으로 모진 놈들이네! 이 넓은 들판을 모두 태웠어. 모두!”

아편에 취해 있던 공손허는 모처럼 정신을 차리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사옵니다. 온통 벌판이 숯처럼 불타 있사옵니다.”

“이 벌판을 다 태웠어. 망할 놈의 고려 잡것들!”

“그렇사옵니다. 총사령 그것이 문제가 아니옵니다.”

부장의 말에 공손허는 고개를 돌려 진군하고 있는 대열을 봤다.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말도 이동하고 있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마상에 올라 있는 기마대도 군기가 흐려진 것처럼 조는 자들이 있었다.

“젠장!”

“어제 꽹과리와 북소리에 전마도 기수들도 모두 잠을 설쳤사옵니다.”

“망할 놈들!”

“100여기 정도 되옵니다. 그 놈들이 밤새 군진 근처에서 그 난리를 쳤사옵니다. 전마가 지친 것 같사옵니다.”

“망할!”

공손허는 인상을 찡그렸다.뭐든 불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불길하군!”

“그렇사옵니다. 보통 독한 놈들이 아니옵니다. 죽음이 두려운 놈들이 아닙니다.”

“그래봐야! 보병으로 구성된 군진이다. 놈들과 만나기만 하면 쓸어버릴 수 있다.”

“그럴 것이옵니다. 하지만 이상태로라면 고려를 멸망시키는데 꽤나 시일이 걸릴 것 같습니다.”

히이이잉!그때 진군 대형 중앙의 말이 요동을 쳤다. 말은 예민한 동물이다. 그 예민함이 발동하는 순간이다.

“뭐냐?”

히이이이!말이 요동을 쳤고 마상에서 기수 하나가 떨어졌다.그 모습을 공손허가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말에서 떨어진 것 같사옵니다.”

“이틀을 자지 못했다고 저리 군기 없는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나?”

공손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송구하옵니다.”

“지금부터 마상에서 떨어지는 놈은 목을 벤다고 해라. 군기 없는 놈들은 역병처럼 군진을 병들게 한다.”

극악 조치가 이뤄졌다.

“예. 총군사령! 그리 명하겠사옵니다.”

“망할 고려 놈들! 내 놈들의 씨를 말릴 것이다. 꼭 그렇게 할 것이다.”

“예. 꼭 그리 될 것이옵니다. 모든 장졸들이 서돈 장군의 원한을 갚고자 전의를 불태우고 있사옵니다.”

“그런가?”

공손허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사옵니다. 또한 서우치 부총사령을 따르고,,, 소장 실언을 했사옵니다.”

정적이라면 정적일 것이다. 또한 송의 간자로 죽은 도천밀군에 의해 공손허는 서우치에게 모욕 아닌 모욕을 당한 상태였다. 그것이 떠오른 부장이었다.

“아니야! 그럴 것이야! 따르겠지. 서우치 부총사령을 모든 장졸들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그리고 그 야습이 있는 밤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곰처럼 잠든 나를 조롱하겠지.”

“그렇지 않사옵니다. 총군사령!”

“지난 일이다. 실책은 만회하면 된다. 가서 내 명을 전하라.”

“예. 총군사령!”

급히 말머리를 돌렸다.

“이랴! 이랴!”

그리고 진군 대형 뒤로 달렸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공손허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아들을 잃고 군심을 얻었군.’공손허는 인상을 찡그렸다.

“앞으로 말에서 떨어지는 군기 없는 놈들의 목을 벨 것이다.”

부장이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 졸던 기마대들이 정신을 번쩍 차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원래 천근보다 더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니 말이다.

“이랴! 이랴!”

히이잉!

“졸면 목을 벤다고 했다. 총군사령의 명이시다. 군기 없는 놈들은 모두 목을 벨 것이다.”

지령이 떨어졌다. 그러니 백부장들과 천부장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졸다가 마상에서 떨어지는 놈들은 모두 목을 벨 것이다.”

“정신 바짝 차려!”

“예. 백부장!”

그때 저 멀리서 검은 먼지가 피어올랐다.킹! 캥캥캥! 둥둥둥! 캥캥캥!100여기의 고려 기마대가 비무장을 한 상태에서 다시 요란하게 꽹과리와 북을 치며 달려들고 있었다.

“저 망할 놈들이 진정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이 대낮에 저리 설치는 꼴을 보니!”

천부장 하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캥캥캥! 캥캥!꽹가리 소리가 요란해지자 말들이 다시 귀를 쫑긋 세웠다.히이잉! 히이이잉!

“워워워!”

“망할!”

천부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더는 참지 못하겠다. 너희들은 나를 따라라!”

화가 머리까지 난 천부장이 200여기의 전마를 이끌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꽹과리를 치며 자신들을 조롱하고 있는 고려군 100여기의 기마대를 노려봤다.

“예. 알겠습니다.”

말머리를 돌린 200기의 기마대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가득했다.요동군은 기마 궁병이다. 그것도 최강의 기마궁병들이었다. 그들이 조준해서 쏴 맞추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런 자긍심이 있었다.

“저놈들을 모두 쏴 죽일 것이다.”

천부장이 검을 뽑아들었다.

“이랴!”

천부장이 앞으로 달려 나가려 했다.

“멈춰!”

그때 서우치의 부장이 소리쳤다.

“왜 그러십니까?”

“저놈들이 이 들판에서 저리 설치는 것은 유인책이다.”

“유인책이라니요? 이 들판에 어디 숨을 곳이 있다고 유인을 하고 매복을 한다는 겁니까?”

천부장은 자신보다 상관인 부장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것이 바로 또 하나의 문제였다.이들은 각각의 군진에서 선발된 장졸들이었다. 그러니 지휘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다. 물론 그것이 지금까지는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올 때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지금 네가 내게 항명을 하는 것이냐?”

부장이 천부장을 노려봤다.전장에서 항명은 즉참이었다.

“그것이 아니옵고 화가 치밀어서 그럽니다.”

“나도 저것들을 죽이지 못해 미칠 것 같다.”

“그러니 저를 보내 주십시오. 제가 말끔히 쓸어버리겠습니다.”

“분명 매복이 있다.”

“이 들판에 무슨 매복이 있겠습니까? 지나가는 승냥이가 웃겠습니다.”

“땅을 파서 숨어 있던 놈들이다. 잊었느냐?”

부장의 말에 천부장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천부장도 며칠 전의 야습이 떠오른 모양이다. 그날의 야습은 발해군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이 없었다.

“젠장! 그래도 놈들을 베겠습니다. 멀리 쫒지 않겠습니다.”

“활이라도 쏘겠다는 거냐?”

“예. 저놈들을 활로 쏴서 다 잡아 죽이겠습니다. 100기는 옆으로 돌아서 퇴로를 막고 나머지를 이용해서 활로 쏴서 죽이겠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최소한 천기는 필요할 것이다.”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우치가 나섰다.서우치가 말을 돌려서 오자 부장과 천부장이 모두 마상에서 군례를 올렸다.

“부총사령을 뵈옵니다.”

군진이 각각 달라도 영웅의 아비이며 이 요동군의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 있는 서우치에게는 모두 존경을 표하고 있는 거였다.

“그렇사옵니다.”

“천기의 전마가 따로 이동을 하면 진군속도가 느려지겠지.”

“꼭, 꼭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천부장이 말을 더듬었다.

“활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습니다. 충분하옵니다.”

“고려 놈들이 그리 어리석게 보이나?”

“예?”

“저 거리를 봐라!”

서우치가 손을 올려 100여기가 여전히 요란하게 꽹과리와 북을 치고 있는 곳을 가리켰다.

“으음,,,,,,,.”

“이제야 느꼈나?”

“저 놈들이 교묘하게 활의 사거리에 벗어나 있사옵니다. 교활한 놈들입니다.”

“그렇지. 교활하지. 그리고 처절하고 고려군들이 왜 이 요동을 전장으로 삼을 줄 아나?”

서우치가 씩 웃었다.

“예? 소장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고려는 이번 전쟁이 국운을 건 전쟁인 것은 분명하나 전쟁 이후를 대비하고 있어.”

“전쟁 이후를 대비하다니요? 우리가 고려를 멸할 것입니다. 그것을 고려도 알 것입니다.”

“아니 고려는 이번 전쟁을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무리 어리석기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겠습니까?”

“아니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자신들의 영토에서는 싸우지 않으려는 것이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또 바로 북진하기 위해서 이렇게 배수의 진을 친 것처럼 이곳에서 싸우려는 것이야.”

“허나 고려군의 전력으로는 우리를 상대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사옵니다. 무식한 소장도 그 정도는 알고 있사옵니다.”

“모두 다 그렇게 생각을 하지. 하지만 아직 싸워보지 않았네.”

서우치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

“고려에 뭔가 숨겨진 것이 있어.”

“하오나,,,,,,,,.”

“그 숨겨진 것이 뭔지 모르니 지금 저놈들을 상대할 시간이 없다.”

“알겠사옵니다.”

천부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하하! 늙으면 기우만 많아지는 것이네. 너무 긴장할 것이 없어. 우리 발해군은 최강이네.”

“그렇사옵니다.”

“이제 반나절이면 고려 군진에 당도한다. 그때 너의 울분을 풀어라. 그럼 되는 것이야! 그리고 이 늙은이의 걱정이 기우라는 것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네.”

서우치의 말에 천부장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예. 부총사령!”

깽쨍쌪! 갱갱깽! 둥둥둥! 둥둥둥!그때 북소리가 가까워졌다.

“놈들이 돌진해 옵니다. 장군!”

부장이 서우치에게 보고했다.

“저러다가 말머리를 돌릴 것이다. 확실히 유인은 없나보군.”

“예?”

“저리 유인하려는 것을 보니 말이다. 시간을 끌려는 것이 확실해! 고려에서 뭔가가 오고 있는 것이야! 그러니 저리 시간을 끄는 거지.”

히이잉! 히이이잉!꽹과리 소리와 북소리에 말이 놀라 요동을 쳤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히이잉!

“으악!”

히이잉!말이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지더니 마상에 있던 기수가 쓰러졌다.

“무슨 일이냐?”

“전마가 앞으로 고꾸라졌습니다.”

“아악!”

말이 쓰러졌고 마상에서 떨어진 기수가 나무 꼬챙이에 복부가 찔려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랴! 이랴!”

그 순간 공손허와 서우치가 쓰러진 자에게 달려갔다.

“무슨 일인가?”

“함정이옵니다.”

부장의 보고에 서우치와 공손허가 동시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바로 말에서 내렸다. 이 순간 이동이 멈췄다.

“함정?”

공손허가 쓰러진 말과 기마병을 살폈다.

“정말 함정이군.”

“그렇사옵니다. 말의 발목을 부러트리기 위해 구멍을 파놓은 것 같습니다. 이 앞에 수천 개는 되는 것 같사옵니다.”

부장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독한 놈들! 이 언 땅을 어떻게 팠을 고.”

“또 기수가 떨어질 것을 예상해서 나무꼬챙이를 깎아 박아놨습니다. 총군사령!”

“운이 나쁘면 수십에서 수백 기의 전마와 기수를 잃겠군.”

“그럴 것 같습니다. 총군사령!”

서우치도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럼 이제 고려 방어진 근방에 왔다는 거군.”

“그럴 것입니다. 저기 연기가 보입니다.”

서우치의 부장이 저 멀리 지평선 쪽을 가리켰다.

“모두 말에서 내려 이동한다. 전투를 벌이기도 전에 병력을 잃을 수는 없다.”

공손허가 명을 내렸다.

“예. 알겠사옵니다. 총군사령!”

“이제 곧 전투를 벌이면 당했던 것을 모두 갚아 줄 수 있겠어.”

공손허는 멀리 연기가 피어나는 곳을 노려봤다.

“쉬운 전투는 아닐 것 같습니다.”

“어디 우리가 전장에 나갈 때 쉬운 전투가 있었소이까?”

공손허가 나직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제 곧 적의 방어진이다. 적이 보이는 곳에 군진을 펼칠 것이다.”

“예. 알겠사옵니다.”

부장이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돌아섰다.

“이곳에서부터는 말에서 내려 갈 것이다. 모두 마상에서 내려라!”

우렁찬 명령에 모두 다 일제히 말에서 내렸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말을 타고 갈 수 있는데 말에서 내리라고 하니 불만이 쌓이는 거였다.그 눈빛을 서우치는 직감했다.‘고려가 원하는 것은 몇 기의 전마와 기병의 목숨이 아니다.’문뜩 서우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으으윽!”

그때 나무꼬챙이에 복부가 관통된 기병이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자네 살아 날 수가 없겠어.”

서우치가 측은한 눈빛으로 나직이 말했다.

“으윽! 그, 그렇사옵니까?”

“그래. 그럴 것이네. 피가 너무 진해! 폐부가 찔린 것 같군.”

“예. 부총군사령!”

“미안하이.”

서우치가 다시 나직이 말했다. 그의 표정이 서글프다. 마치 자신의 아들 서돈이 스스로 자결 했을 때의 표정이었다.

아니 이 전장에서 죽어나가는 후발해의 모든 젊은이들은 이제는 자신의 아들처럼 여기는 눈빛이었다.

‘이 전쟁을 이길 수 있을까?’서우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간절함에서 이미 고려에게 져버린 후발해이니 말이다.

‘이 전쟁을 이겨야 한다. 이 전쟁을!’그리고 돌아서서 자신의 부장을 봤다.

“전마와 전 병사를 편히 보내주게.”

“예. 장군!”

부장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디에 산 누군지 알아두고 고려를 멸하고 나서 가솔들이 편히 살 수 있게 해 주게.”

“예. 알겠사옵니다. 부 총군사령!”

“고, 고맙사옵니다.”

“내가 미안하이.”

서우치가 짧게 말하고 돌아섰다. 그와 동시에 무장 하나가 쓰러져 힝힝거리고 있는 전마의 목 깊게 검을 쑤셔 넣었고 또 한 명의 무장이 초점이 흐려지는 기마병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르게 그의 목줄을 끊었다.

“으윽!”

“내 절대 고려 놈들을 그냥 죽이지는 않을 것이야!”

서우치의 눈에는 살기가 뿜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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