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3권 - 천하를 놓고 펼치는 대전투! -- >고려 3군단 군진 앞 공터."워워워!"조양이 3군단 군진 방어진형 목책을 돌아 뒤로 들어서며 급히 말에서 내렸고 고려군 장졸이 급히 달려와 조양이 타고 있는 전마의 말고삐를 잡았다.조양이 말에서 내리며 먼 전방에서 활활 불타고 있는 10대의 마차를 보며 묵묵히 보고 있는 자신의 부친 조충을 봤다.
그의 눈빛이 한 없이 서글펐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입술을 꼭 다물고 그렇게 활활 타오르는 마차만 보고 있었다.
“아, 아버님,,,,,,.”
조양이 아주 조용히 조충을 불렀다. 그러자 물끄러미 힘없이 조충이 고개를 돌렸다. 이 순간만큼은 6만의 고려 3군단을 지휘하며 이곳에서 고려의 국운을 걸고 요동군을 막아내려는 군단장이 아닌 그저 아들의 시신까지 잃은 아비에 불과했다."내 아들이 저기 저렇게 불타고 있구나! 양아!"
"불효를 용서하소서! 아버님!"
“저것이 너에게는 최선이었느냐?”
“,,,,,,,.”
입이 있어도 말이 없고 무슨 말을 해도 이유가 되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소자의 불효를 용서하소서.”
"불효라,,, 내 조국 고려가 불타는 것보다는 다행인 것이지. 너의 행동이 불효인지는 모르겠으나 불충은 아닐 것이다."바드득!조양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때 조충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 순간 그는 다시 고려 3군단의 군단장이었다.
의지에 불타는 눈동자!그 눈동자와 함께 여명이 저 멀리 지평선에서 불덩이처럼 끌어 오르고 있었다."이제 일이 급해졌구나! 요동군이 지척에 온 것 같다. 드디어 왔어. 드디어!"요동군은 최강의 기마군단이다.
조충이라고 그들이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정찰 조의들의 보고에는 이곳에서 이틀거리라고 하는구나!"
"그럼 곧 전쟁이옵니다. 황제폐하께서 옥쇄를 각오하라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옥쇄를 각오하고 이 아비는 싸울 것이다."
"예. 아버님! 이제 적의 이동이 파악되었습니다. 그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할 것이옵니다."
"무엇을 하면 되겠느냐?"
"우선은 대규모 경기병들이 한 번에 대형을 이뤄서 돌진해 오는 것을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마상에서 활을 쏠 수 있는 기마군단에게 대형을 유지하며 돌진해 오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이옵니다."기마궁병이 두려운 것은 마상에서 활을 쏘기 때문일 것이다.
질주하는 전마는 보병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저 멀리 기마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본 순간 칼을 뽑거나 도망치려고 돌아설 때는 이미 그들의 검이 목을 베어버린 후일 것이고 그것이 두려움이었다. 그런데 저 멀리 적을 본 순간 날아드는 화살은 더욱 두려움을 가중시키기 충분했다.
멀리 달려오는 적 기마군단을 보기만 해도 보병은 대형이 흐트러지고 또 날아드는 화살에 의해 보병의 대형이 무너진다. 그래서 두려운 거였다."그리 준비하지 않았느냐? 이 아비는 최선을 다했다. 이제 승패는 하늘에 맡길 것이다."
“최선은 없사옵니다. 최고가 있을 뿐입니다. 승리하는 자가 최고입니다.”
“그렇지.”
"목창을 사선으로 간격을 둬서 박아야 할 것입니다. 경기병들이 기마대형을 이뤄서 돌진해 오면 쉬이 막을 방법이 없사옵니다."
"그렇지. 네 말이 맞다."조충도 속말말갈족 출신이다. 말갈족이 기마전술에 능하듯 이 벌판에서 기마전술을 펼쳤을 때 그 파괴력이 얼마나 가공한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요동의 기마군단은 경기병에 궁기병이었다.
말을 달리며 활을 쏘는 것은 모든 나라들 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아직 초원의 전사들이 중원에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말이다."나쁘지 않군."
"아버님!"
"이 지역을 잘 보십시오."
"왜 그러느냐?"
"이 곳과 비슷한 곳에서 옛날 당나라 대군이 고구려군에게 몰살을 당했사옵니다."
"그런 적이 있더냐?"조충이 비록 충심이 강하고 용맹한 무장이기는 했으나 속말말갈족 출신이기에 병법과 전례에 대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아들 조양은 아비와 함께 고려로 귀부한 후로 병법을 공부했고 과거의 전사를 공부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뛰어난 능력을 지금 보이고 있었다."그렇사옵니다. 대당전의 요택 전투가 그랬습니다."
"요택이라면 늪지가 아니냐?"
"그렇사옵니다. 땅이 얼었으나 이곳은 늪지이옵니다."
"땅이 얼었으니 이곳은 평지나 다름이 없지."
"그렇사옵니다. 허나 이 언 땅을 녹일 수만 있다면 요동군은 이곳에서 몰살할 것입니다."
"양아!"
"예. 아버님!"
"너는 지략이 있으나 지금은 불가능한 것을 말하고 있다."조충의 말에 조양도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은 그러하옵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날이 풀리고 하늘이 도우신다면 방법이 있을 것이옵니다."
"버티자는 거구나!"
"그렇사옵니다. 시간은 우리의 편이옵니다. 군량도 충분하고 군수품도 충분하옵니다. 넓은 목책 방어진에서 끝까지 버텨내는 것이옵니다."
"옳다. 황제폐하께서 달려오고 계시다. 그때까지 버텨야 한다."
"물론이옵니다. 하지만 황제폐하께서 오신다고 해도 명쾌한 답을 가지고 오시지는 못하실 것이옵니다."조양의 말에 조충도 고개를 끄덕였다."허나 황제폐하가 이 사지에 계신다면 병사들의 사기는 다시 하늘을 찌르게 될 것이다."황제는 상징적인 의미다.죽을 자리에 황제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100만 대군보다 더 무서운 힘이 될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고려황제 회생은 지금 이 요동으로 소포군을 이끌고 달려오고 있는 거였다."이틀이면 적이 온다."
"그렇사옵니다."
"철저히 준비를 하고 충분히 쉴수 있게 하라!"
"예. 알겠사옵니다. 아버님!"
"왜 더 할 말이 있느냐?"
"소자에게 기병 100기만 내어주십시오."조양의 말에 조충의 표정이 굳어졌다."왜 너도 너의 형처럼 그리 하려는 것이냐?"
"그리 죽는 것이 두렵지는 않으나 저는 그리 죽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 너는 그리 죽어서는 안 된다. 너는 나를 이어 황제폐하를 보필해야 한다."
"알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이대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사옵니다."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기마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말이옵니다."
"그렇지. 말을 지치게 하고 또 귀찮게 할 것이옵니다."
"어떻게?"
"준비한 것을 가지고 오라."
"예. 장군!"부장이 급히 달려가 농악기를 가지고 왔다. 물론 타악기 위주였다."이것으로 무엇을 하려고?"
"사람이나 말이나 자지 못하면 신경이 날카로워 지는 법입니다."
"옳다. 허나 네가 가서는 안 된다."
"알겠사옵니다. 무장을 아주 가볍게 해서 적을 귀찮게 해라."
"예. 아버님!"그때 저 멀리 군막에서 의원처럼 보이는 자들이 급히 조양과 조충을 향해 달려왔다."네가 또 따로 지시한 것이 있느냐?"
"그렇사옵니다."
"무엇이냐?"
"독입니다."
"독?"
"강에 풀 것이고 이 독을 먹는 말과 사람은 미치광이처럼 웃게 될 것입니다."
"물론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요동군은 저 벌판 위에 군진을 차릴 것입니다.
나머지 곳에서는 군진을 펼칠 수 없게 만들어놨습니다."
"잘 했다. 허나 독을 푼다고 해도 흘려내려 가면 그만이다."
"얼음은 흘러가지 않사옵니다."
"하하하! 여기 3군단에 조양이 있구나!"그때 망루 위에서 뭔가를 관찰하던 장졸이 아래를 보고 소리쳤다."후방에서 기병들이 달려오고 있사옵니다."
"적이냐?"조양이 놀라 소리쳤다. 요동군이라면 크게 돌아 우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적은 아닌 듯 하옵니다."
"잘못 달려오다가는 상할 수밖에 없다. 안내 기병을 보내라."
"예. 장군! 고려군이옵니다. 확실하옵니다."
"어서 안내 기병을 보내라."
"예. 장군!"그리고 잠시 후 5기의 기병이 3군단에서 보낸 안내기병의 인도를 받아 군진으로 들어와 급히 말에서 내려 조충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황제폐하의 전갈이옵니다."
"황제폐하께서?"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께서 7천의 군사를 이끌고 전차를 타고 달려오고 계시옵니다."황제인 회생이 온다는 말에 조충의 표정은 밝아졌다.
"어디쯤 오고 계시느냐?"
"여기서 4일 거리이옵니다."그때 조양이 인상을 찡그렸다."증원군이 겨우 7천인가?"황제가 달려오는 것도 좋지만 증원군이 7천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에 실망한 눈빛이 역력했다."우선은 7천이옵니다. 후발대로 이의민 군단장이 3만의 병력을 이끌고 북진하고 계시옵니다."
"3만,,,,,,,."
"예. 장군!"
"고려에 12만의 정병이 있는데 그중 겨우 3만?"
"각군단이 따로 배치가 되어 급히 소집할 수 없사옵니다."무장의 말에 조충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것이다."
"허나 부족한 병력이옵니다."
"황제폐하께서 오신다. 백만 대군보다 더 큰 힘이 되실 것이다."
"하오나 황제폐하께서는 이곳에서 옥쇄를 하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러데 겨우 7천의 병력을 이끌고 오시는 것은 황제폐하께서도 위험하시옵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오시는 것이다. 이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느냐! 양아!"
"예. 아버님!"
"너는 모른다. 황제폐하께서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신지 너는 모를 것이다.
아마도 황제폐하께서 이끌고 오시는 7천의 군대는 무언가 엄청난 것이 있을 것이다. 이 아비는 그리 믿을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소자는 소자가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그래."
"모습을 보니 쉬지 않고 달려온 것 같군."조충이 무장들을 보며 말했다."그렇사옵니다."
"쉬시게 쉬어야 요동 놈들의 목을 한 놈이라도 더 베지."
"물론이옵니다. 하오나 적이 어디쯤 왔는지 파악하고 다시 보고를 올려야 하옵니다."
"쉬지 않고 간다는 건가?"
"목숨이 다해도 전할 것은 전해야 하옵니다."
"요동군은 이틀거리에 있네. 6만의 기마군단이고 모두 기병으로 구성되어 있네. 또한 군속이 3만 정도 되는 것 같고 보병도 1만은 될 것이네."요동군은 기마군단만 군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6만이다. 하지만 기마군단을 지원하는 군속이 어찌 없을 수가 없었다. 그 인원이 3만이다. 최소한의 군속인 거다.
평상시였다면 그 군속의 수가 6만은 넘었을 거다. 그러니 전마와 함께 같이 움직이는 마차의 수도 상당했다. 거기다 군속들을 보호하는 보병이 1만이니 정작 따진다면 !0만에 육박하는 대병력이었다."전하겠나이다."
"여봐라!"
"예. 군단장!"
"시원한 물을 가지고 와라. 내 군진에 왔는데 목은 축이고 가야하지 않겠느냐!"
"예. 알겠사옵니다."
"말도 지쳤을 것이니 말을 교체해라."
"알겠사옵니다."
"황제폐하께 전하시게! 폐하께서 오시기 전까지는 이 조충이 이곳에서 단 한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 전해 올리겠나이다."그때 조양의 지시를 받은 100기의 전마들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가벼운 상태로 말을 타고 밖으로 나갔다.
"저 기마들은 무엇입니까?"
"요란법석을 떨 기마들이지. 요동군은 꽤나 귀찮을 것이야!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