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3권 - 천하를 놓고 펼치는 대전투! -- >"할 말이 있는가?"서돈의 뒤에 섰던 서우치가 자신의 장자인 서돈에게 물었다."없사옵니다."서돈이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대타발이 있는 요동성 쪽으로 돌아서서 크게 3번 절했다."태왕폐하! 소신의 불충을 용서하소서!"그렇게 외치고 다시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그리고 천천히 검을 뽑아서 그 검을 서돈이 노려봤다."대발해 제국 만세! 태왕폐하 만세! 소신의 불충을 용서하소서!"절규와 다름없는 외침이 메아리쳤다. 그리고 검을 들고 있는 손이 힘이 들어가면서 자신의 복부를 힘껏 찔렀다.
수욱"으윽!"
"이얍!"그 순간 검을 뽑아들고 기다리고 있던 서우치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끝내 자신의 장자의 목을 벴다.쿵!"대, 대발해 제국 만,,, 만세!"서돈은 마지막까지 대발해의 영광을 외치며 죽었고 그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는 서우치가 돌아섰다.
"천지신명이시여! 이 서우치 오늘 이 요동의 들판에 아들을 받쳤나이다. 대 발해의 영광을 위해 반드시 고려를 멸하겠나이다."서우치의 절규가 대지를 흔들었다."싸우자! 싸우자!"그 순간 무장 하나가 고려와 싸워서 무찌르자고 소리쳤다."고려 놈들의 씨를 말리자."
"죽이자! 모두 쓸어버리자!"
"대발해제국 만세! 서돈 장군 만세!"죄인으로 죽은 서돈이 영웅이 되는 순간이다. 그와 동시에 땅에 떨어졌던 군기가 바로 섰고 장졸들의 전의가 불타올랐다."서돈 장군 만세! 태왕폐하 만만세!"장졸들의 외침이 하늘을 찔렀다.
그 장졸들의 외침이 서우치 장군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하나의 목숨으로 잃은 사기를 하나의 목숨으로 다시 올렸다."서우치는 작게 중얼거렸다."부장!"
"예. 부총사령!"
"적들의 시신을 마차에 실어 적진에 보내라."
"어찌,,,,,,,."
"적이지만 장하지 않는가! 보내라. 어디 이 들판에서 결판을 내어보자."
"알겠사옵니다."
"서돈 장군의 시신은 어찌 하오리까?"
"미안하군! 내 군막으로 옮겨주면 고맙겠네."
"알겠사옵니다. 서돈 장군이야 말로 대발해제국의 훌륭한 무장이옵니다."
"그래 내 아들이지."서우치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군막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자신의 군막에서 서우치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내 아들 돈아! 내 절대 고려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공손허의 군막"모든 장졸들이 서우치 부총사령을 따르는 눈빛이옵니다."공손허의 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영웅스러우니 그럴 것이다."
"하오나 지휘와 계통이 무너지게 되옵니다."
"어쩔 수 없다. 내가 깊이 잠든 것에 대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어찌 깨어나시지 못하신 것이옵니까?"
"으음,,,,,,,."그저 공손허는 뭐라고 대답하지 못하고 신음소리만 냈다. 다시 신경을 쓰니 복통이 시작되는 공손허였다."또 불편하시옵니까?"
"모든 것이 이 망할 놈의 복통 때문이야!"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총사령!"
"그 아편이라는 약이 좀 더 있나?"
"예. 총사령!"부장이 탁자 위에 아편을 조금 내려놨다."이번 전쟁을 승리하게 되면 모든 영광은 서돈의 것이 되겠군. 마치 옛 실라 장수 김유신처럼 혈육을 베어 군사의 기세를 살렸어."
"그렇사옵니까?"
"고려 조충의 장자가 관창이라는 장수 같군. 서돈도 마찬가지고."공손허는 인상을 찡그렸다."허나 더는 이변을 만들 수 없을 것이야! 서우치가 고려를 완벽하게 멸할 것이니 말이야!"
"장, 장군!"
"대 발해에 영웅이 태어났어. 그럼 된 것이지. 그럼 된 것이야!
전쟁은 이기고 봐야 하는 것이니 말이야!"공손허는 탁자 위에 내려놓은 아편을 입에 넣으며 지그시 눈을 감았고 그 아편이 침에서 녹기 시작하자 온몸이 나른해지고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복통이 것은 당연할 것이다."정말 이 아편이라는 약은 효험이 좋군."공손허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떴다."전군! 진군 명령을 내려라! 슬픈 곳에서 더 머물 필요가 없다."
"예. 총사령!"또 다시 진군 명령이 떨어졌다. 이렇게 시시각각 고려와 후발해의 군단은 각자의 적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요동기마군단의 군진 앞 공터공터 앞에는 10대의 마차가 섰고 그 마차 안에는 조충의 차남의 시체와 조의들의 시신이 보기 좋게 실려 있었다. 적이지만 꽤나 예우를 갖춘 모습이 분명했다."준비를 완료했사옵니다."
"예우는 다 했겠지?"
"그렇사옵니다. 부총사령이 지시하셨기에 시신들을 닦기까지는 했으나 장졸들의 분만이 이만저만하지 않사옵니다."
"그럴 것이다."서우치가 마차에 실린 시신들을 둘러봤다.
염을 한 것처럼 깨끗하게 닦았기에 깊이 잠든 것 같아 보였다."아마 그냥 시신들을 짐짝처럼 실었다면 한 두 마차면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우치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저 마차에 복수를 담을까? 아니면 정탐을 담을까?"
"예?"서우치의 부장이 무슨 뜻인지 몰라 다시 서우치를 봤다."10대의 마차다. 저 안에 병사들을 같이 태워 보낸다면 우리가 당한 것처럼 돌려 줄 수 있을 것이다."
"결사대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서우치의 생각에 그 부장이 놀라 서우치를 다시 봤다."묘책이시옵니다."
"결사대를 자원할 장졸들이 있을까?"
"모집을 한다면 분명 있을 것이옵니다."
"저 시체들의 공통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소장이 모르는 것이 있사옵니까?"
"저들은 승려다."
"승려요?"
"그래! 조의하고들 하지. 진짜 고려의 승려란 말이다. 우리의 뿌리인 옛 고려의 수호신들이다. 저들이 아직 그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서우치는 조의에 대해 아는 것 같았다."그렇습니까? 하지만 저희도 대발해를 위해 목숨을 내려놓을 열사들이 많사옵니다."
"누가 그 선봉에 설까? 내겐 이제 아들이 없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면 차남이라도 데리고 올 것을!"
"하오시면?"
"염탐이어야 할 것이다."
"소장이 가겠사옵니다."
"그래! 눈에 본 것을 다녀와서 그대로 그려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적에게 예후를 다했으니 조충도 내 책략에 넘어갈 것이다. 어떻게 방어진을 편성하고 있는지 적은 또 어떤 무기를 가지고 우리를 상대할 것인지 잘 보고 와야 할 것이다."
"알겠사옵니다."서우치의 부장이 서우치를 다시 한 번 우러러 봤다."그런데 괜찮으시옵니까?"자신의 부장의 물음에 서우치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어디 전장에서 아들을 잃은 아비가 나 하나뿐이겠느냐?"
"진심으로 존경하옵니다. 부총사령!"
"존경? 그 말을 듣기에는 내 가슴이 찢어지는구나! 이렇게 거대한 전쟁이 펼쳐지면 백성들이 징집이 되어 전장으로 끌려 나오지 그렇게 아비들이 장졸이 되어 끌려 나오면 아낙과 아이들은 울부짖는 소리가 나를 울린다. 지금은 겨울이다. 이 겨울에 과연 누가 먼저 죽을까?"
"무슨 말씀이신지?"
"끌려온 아비가 먼저 죽을까? 남겨진 백성이 먼저 죽을까?"
"부총사령께서 그렇게까지 백성을 생각하시는지는 미처 몰랐사옵니다."
"그래서 꼭 이겨야 하는 전쟁이다. 꼭 이겨서 후발해가 이 땅에 굳건히 서야 하는 거다. 그래야 더는 자식을 잃는 아비가 없을 것이다."
"예. 부총사령!"
"부총사령! 총사령의 진격 명령이 떨어졌사옵니다."그때 또 한 명의 부장이 서우치에게 달려왔다,"진격을 한단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바로 적이 보는 곳까지 진격을 한다고 하옵니다."다른 부장의 보고에 서우치가 인상을 찡그렸다."지금은 진격할 때가 아니다. 장졸들이 지쳤다. 그리고 알아볼 것이 너무 많다."
"하오나 총사령의 명이옵니다."
"내가 가야겠군. 요즘 공손허 장군의 판단이 왜 이리 흐려진 것인지. 쯔쯔쯔!"서우치가 군막 안으로 뛰어들었다."지금은 진격할 때가 아니옵니다. 총사령!"서우치는 의자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공손허를 봤다.
요동의 맹장이라고 불린 공손허는 축 늘어진 환자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지금 진격을 할 것이요."공손허가 눈을 떴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살짝 풀려 있는 듯 보였다."지금 진격을 하면 고려군이 긴장하게 될 것입니다."
"적이 지척에 있소. 적에게 더 많은 시간을 줄 수는 없소."
"그 말씀은 옳습니다. 하지만 소장이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 진격을 이틀만 미뤄주십시오."
"무엇을 준비했다는 겁니까?"공손허는 이제 말을 하면서 살짝 미소까지 머금고 있었다. 마치 미혼약에 취한 것 같기도 했다.물론 그는 아편에 취해 있었다.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늘이 어쩌면 고려를 돕고 있다는 증거라면 증거일 것이다."적의 시신을 보내고 적진을 살펴볼 것입니다. 며칠을 준비한 자들입니다. 그러니 염탐을 해야 합니다."
"염탐?"
"그렇습니다. 총군사령!"
"염탐은 군세가 비슷하고 전쟁의 승패를 가늠할 수 없을 때 하는 것이요. 나의 6만 기마군단은 고려괴뢰를 전멸시킬 준비가 되어 있소. 킥킥킥!"공손허가 마지막 순간 킥킥거리며 웃었고 서우치는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다."지금은 아니옵니다. 제 아들의 죽음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아들의 복수를 바라지 않소이까?"
"바랍니다.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옵니다. 지금 진군을 하면 고려가 긴장하게 될 것이옵니다. 우리의 군진이 보이지 않아야 저들이 길을 열어 시신을 받으려 할 것이옵니다."
"꼭 그렇게 하여야겠소?"
"전마도 쉬어야 하고 군사들도 쉬어야 합니다."
"으음,,,,,,,."
"총군사령! 적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알겠소. 하하하! 그렇게 합시다. 내 부총사령의 뜻을 따르지요. 오늘은 그렇게 합시다. 하하하!"오늘만은 절대 서우치의 앞에서 그 누구라도 웃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공손허는 약에 취해 그렇게 웃었고 서우치는 공손허에 대해 분노의 전율이 끓어올랐다.
그러면서도 공손허가 평상시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알겠사옵니다. 감사하옵니다."
"그렇게 하시오."공손허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지그시 눈을 감았고 그런 공손허를 서우치가 물끄러미 봤다. '왜 저런 것이지?'답답한 순간이었다. 눈을 감고 있는 공손허가 살짝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마치 미혼약에 취한 듯 술에 취한 듯 그런 모습이었다."그리 서 있지 말고 하시겠다는 일을 하시게."
"알겠습니다."서우치가 돌아섰다.서우치가 밖으로 나오며 공손허의 부장을 봤다."총사령이 왜 저러는지 아는가?"
"예?"
"마치 술에 취한 사람 같아서 하는 말이네!"
"술을 드신 적은 없사옵니다."
"술을 먹었다는 것이 아니라 예전과 다르게 이상해서 하는 말이네. 마치 술에 취하신 것 같단 말이야!"
"다른 것은 무르겠고 복통에 심하셔서 약을 드린 것 밖에는 없사옵니다."
"약?"
"그렇사옵니다."
"어떤 약인가?"
"이것이옵니다."부장이 품에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편을 꺼내 보였다."이것이 무엇인가?"
"아편이라는 복통에 효험이 있는 약이옵니다."
"이걸 드셨단 말이지?"
"그렇사옵니다."
"나도 좀 주겠나?"
"예. 부총사령!"부장이 들고 있는 아편을 공손히 서우치에게 내밀었다.
"이 약을 가진 자가 많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