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3권 - 천하를 놓고 펼치는 대전투! -- >간웅 23권1. 아들을 잃은 아비들!요동군의 군진은 여전히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그 불을 끄기 위해 장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자욱한 연기 때문일까? 아님 식량을 실은 마차들이 불탔기 때문일까? 요동군 장졸들의 표정은 어둡고 두려움까지 느끼는 것 같았다.
"어서 불을 꺼라! 어서! 어서 불을 끄란 말이다."무장들은 불을 끄고 있는 장졸들을 독려하며 불이 꺼진 후에 뿜어진 연기 때문에 인상을 찡그렸다. "야습한 놈들의 시체를 한 곳에 모아라! 도대체 어떤 놈들인지 내가 봐야겠다."서우치는 어떤 놈들이 야습을 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시체들이 모여들었다.
겨우 50도 안 되는 존재들에게 이 요동의 군진이 쑥대밭이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순간이다. 목숨을 내어놓을 각오가 침투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저기 군진은 여전히 불타고 있었고 그 불탄 곳에 전소된 군막들도 수십 동이 넘었다. 또한 건초와 식량이 불탄 것 역시 상당했고 화살 또한 불에 타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피해보다 더 엄청난 것을 요동군은 잃어버리고 있었다.군사들의 사기!겨우 약관으로 보이는 조충의 차남이 외친 그 한마디가 이 참혹한 관경을 보고 있는 서우치의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았다."대 고려제국 만세라고 했다.
황제폐하 만세라고 했다. 자결하는 순간 그렇게 외쳤다."서우치는 인상을 찡그리며 혼자 중얼거렸다."아버님! 피해가 엄청나옵니다.
소자가 부족하여 이런 결과를 만들었사옵니다."
"눈에 보이는 피해가 전부가 아니다."
"예?"
"장졸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장졸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서우치의 말에 서돈도 시체를 치우고 있는 장졸들의 표정을 살폈다. 겨우 50명도 안 되는 적들의 시체를 옮기며 장졸들은 겁에 질린 듯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아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적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겠구나!"
"이 모든 것이 소자의 불찰이옵니다."
"맞다. 너의 잘못이다."
"송구하옵니다. 저 어린 적의 장수가 자결하며 뭐라고 외쳤는지 아느냐?"서우치는 죽어 시체가 된 조충의 차남을 물끄러미 봤다.서돈도 자신의 부친과 함께 조충의 차남이 죽으며 외친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 외침을 떠올리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들었사옵니다."
"저런 무장을 아들로 둔 아비는 그 삶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송구하옵니다. 아버님!"서돈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저자의 죽음이 고려를 더욱 뜨겁게 달굴 것이다. 또한 우리에게 날카로운 검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고려군은 이번 야습으로 참 많은 것을 얻었구나!"
"모든 책임은 소자에게 있사옵니다."
"돈아!"서우치가 서돈을 담담히 불렸다."땅에 떨어진 요동군의 사기를 어찌 해야 할 것 같으냐?"
"소자가 다 책임지겠사옵니다."서돈의 말에 서우치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는 이 야습의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다. 또한 땅에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리고 죽어야 했다. 그것을 서우치는 서돈이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돈아!"
"예. 아버님!"
"장부는 한 번을 죽어 영웅이 되지만 소인배는 수백 번을 죽어도 욕된 삶을 사는 것이다."서우치가 자신의 아들에게 죽음을 명했다. 하지만 그냥 죽어서는 안 된다. 비장하게 죽어야 한다.
조충의 차남이 외친 그 대 고려제국 만세! 황제폐하 만세! 라는 전율보다 더한 전율을 요동군 장졸에게 심어주고 죽어야 했다. 그것을 말하고 있는 서우치였다."대체 이게 무슨 일이요?"그때 군막에 있던 공손허가 밖으로 나와 놀라 서우치에게 물었다.
"간밤에 그 난리가 났는데 무슨 일이라고 묻는 것입니까? 총사령!"서우치로써는 공손허의 물음이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었다."무슨 일이냐고 묻고 있소이다."공손허가 다시 물었다."아버님! 소자는 준비를 하겠습니다."서돈이 자신의 부친에게 목례를 하고 자신의 군막으로 향했다."어찌 적이 야습을 할 수 있었단 말이요?"
"미리 땅을 파고 은거해 있습니다. 우리가 오는 길을 훤히 보고 있었던 겁니다."서우치의 대답에 공손허는 기겁했다."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소?"
"그러게 말입니다. 장졸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건초와 군수품이 타 버린 겁니까?"역시 아무 것도 모르는 공손허였다. 그가 그 난리 속에서도 깊이 잠든 것은 아편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아편은 요동군들에게 요동군 총사령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 놨다.
그것이 또 하나의 피해일 것이다."저기 약관의 적 무장이 보이시지요."서우치가 공손허에게 죽은 조충의 차남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자가 이 야습의 지휘한 무장입니까?"
"그렇습니다. 고려가 이 요동군의 사기를 바닥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저 자가 뭐라고 외치며 자결을 한 줄 아십니까?"
"내 몸이 불편해 기절한 모양이요. 미안하오. 뭐라고 했소이까?"
"대 고려제국 만세! 황제폐하 만세를 외치고 자신의 몸에 박힌 화살을 뽑아 목을 찔러 자결했소. 난 간담이 서늘해 습니다. 아니 고려가 무서워졌습니다. 내가 그럴 것인데 병사들은 어떻겠소?"
"으음,,,,,,,."공손허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토해냈다."천막이 불타고 군량이 타버린 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 떨어진 사기를 만회해야 할 것입니다."
"이 군막의 경계의 책임을 물을 것이요."공손허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준비를 하고 있소."
"준비를 ?"
"그렇소. 불충하게 군막을 지키지 못한 내 못난 아들이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소이다."
한 번 공손허가 신음소리를 토해냈다."저 망할 놈들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서 들판에 버려라!"공손허는 야습에서 나오지 못한 것에 대한 잘못을 서돈의 죽음과 시체에게 화풀이를 하려고 했다."아니 됩니다. 그래서는 아니 됩니다."
"왜 말이요?"
"시체를 욕보이면 고려군들의 사기는 더욱 높아질 겁니다.
또한 그들의 분노가 검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우리를 죽이고자하는 열망이 검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이번 야습으로 고려군은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비록 야습의 피해가 크기는 하나 비약이 너무 큽니다. 부총사령!"공손허는 서우치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말했다."저 죽은 자의 아비가 누군지 아십니까?"
"누구요?"
"고려 3군단 조충의 차남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소?"
"저, 저자가 조추의 차남이란 말이요?"
"그렇소이다. 고려군은 이제 죽기로 각오하고 싸울 것이요."
"으음,,,,,,,."자신이 생각한 그 이상으로 피해가 크다는 것을 직감한 공손허였다."그럼 어찌하면 되겠소?"
"책임을 져야 할 서돈이 책임을 지고 저 시체들을 깨끗이 정리하여 보내야 할 것입니다."
"적의 시체를 보낸단 말입니까?"
"그렇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적의 분노가 더해 질 겁니다."
"대발해의 대범함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합니다."
"적의 분노를 잠재우자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총사령!"
"그럼 아군의 떨어진 사기는 어찌하고요?"
"내 아들이 책임질 것입니다."
"모든 무장들은 총사령의 군막으로 모여라!"그때 여기저기서 무장들이 다른 무장들을 부르는 외침이 서우치와 공소허의 귀에 들렸다."병졸들도 모일 수 있는 자는 다 모여라!"병졸들까지 모이라고 했다."무엇을 하시는 거요?"공손허는 영문을 몰라 서우치에게 물었다."땅에 떨어진 사기를 올리기 위함이요."
“무슨 말입니까?”
“고려에서 영웅을 만들었으니 우리도 만들어야지요.”
서우치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발해군의 무장과 병졸들이 총사령의 군막 주변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모여들었다."비키라!"그리고 잠시 후 모든 준비를 끝낸 서돈이 투구와 갑주를 차려 입고 나타났고 그가 걸어 들어온 길은 바다가 갈라지는 것처럼 길이 열렸다.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있는 서돈의 눈빛은 비장해 보였다.
그리고 그는 공손허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야습을 막지 못한 죄인 서돈이 죄를 청합니다."서돈은 우렁찬 목소리로 공손허에게 소리쳤다.그의 외침에 모든 요동장졸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앉은 서돈을 봤다.
그들 중 오직 서우치만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자신의 아들을 보고 있었다."뭐 하는 건가?"공손허가 서돈에게 물었다."죄를 청하는 것이옵니다. 대발해의 무장으로 야습을 막지 못한 불충을 또한 아비를 부끄럽게 한 볼효의 죄를 청하옵니다."
"옳다. 너의 죄가 크다."
"그렇사옵니다. 총사령! 자결로 죄를 씻고자 하옵니다."서 씨 일족은 요동에서도 대귀족가였다. 그런데 그런 일족의 장자가 죄를 청하고 있으니 장졸들은 놀랐다."그리하라!"
"아니 됩니다."그때 서우치가 나섰다.
마치 자신의 장자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듯 소리치는 것 같았고 요동의 장졸들은 인상을 찡그렸다."죄를 묻지 말라는 것이요?"공손허도 이미 서우치가 무엇을 할 것인지 잘 알고 있지만 모른 척 되물었다."어찌 죄를 묻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비록 서돈이 저의 장자이나 대발해의 죄인이오이다. 그 죄를 확실히 물어야 할 것입니다."
"어쩌자는 겁니까?"
"죄인에게 자결이라니요. 못난 아들을 둔 아비가 직접 목을 베겠소이다."서우치의 말에 지그시 서돈이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요동의 장졸들은 놀라 서우치와 서돈을 봤다. 아들의 목을 직접 베겠다는 아비의 모습에 요동의 장별들은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아비가 아들을 베겠다는 것이요?"
"대발해의 부총사령이 경계에 만전을 기하지 못해 적에게 야습을 허용한 죄인을 베는 것입니다."
"서우치 부총사령!"
"그리하게 해 주시옵소서!"서우치의 말에 공손허가 뚫어지게 서우치를 봤다."그렇게 하여야겠소?"
"가문의 명예와 대발해의 영광을 위해 그렇게 할 것이옵니다."기세의 싸움이었다.조충의 차남의 외침에 요동의 쟝졸들은 두려움에 전율했고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그 사기를 끌어올릴 방법은 오직 이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서우치였다."알겠소. 허나 아비에게 아들을 베게 할 수는 없소. 자결하시오."
공손허가 서돈을 보며 말했고 서돈은 바닥에 내려놓은 단검을 들었다.
"감사하옵니다."그때 서우치가 천천히 서돈의 뒤에 섰다. 스스로 자결하는 서돈이 검으로 자신의 배를 찌를 때 목을 치기 위함이었다."부, 부총사령!"공손허가 놀라 서우치를 불렀다.
"막지 마소서!"이 순간이 숙연하다. 권력을 가진 발해의 대귀족이 지금 자신의 후계자를 베려하고 있는 모습에 모두 다 이 전쟁을 꼭 이겨야겠다는 의지를 불타우고 있었다.
"알아서 하시오."공손허가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