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96화 (496/620)

< -- 간웅 22권 -- >요동군 공손허의 군대가 주둔하는 벌판.전락회의가 끝이 나고 서우치가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의 아들 서 돈과 공손허의 군막에서 나왔다.

“잘난 척 하는 꼴이라니! 쯔쯔쯔! 어디 이 허허벌판에서 이 군진까지 숨어 들어올 수 있단 말이냐?”

역시 서우치와 공손허 사이에서는 미묘한 감정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렇사옵니다. 아버님! 총사령이 너무 겁이 많은 것 같사옵니다. 보십시오. 이 소자가 감히 이 군진에 숨어 들어오지 못하도록 벌판 여기저기에 횃불을 피어 놨습니다. 여기서 봐도 숨어드는 것이 있다면 다 보입니다. 저기 들판의 늑대들이 배외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래. 잘 했다.”

“예. 아버님!”

“이 전쟁에서 공을 세워야 한다. 공손 씨의 족속들 보다 더 큰 공을 세워야 한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서 돈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가자!”

그렇게 서우치와 서 돈은 공손허의 군막에서 사라졌다. 그 시간 공손허는 군막 안에서 드넓은 요동벌판이 그려진 지도를 보고 있었다. 그 끝자락에 고려가 있고 그 앞에 압수가 흐르고 있었다.

“만만하게 볼 상대는 절대 아니야!”

공손허는 묘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왜 그러시옵니까? 총사령!”

“고려라는 족속들은 수많은 전쟁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족속들이다. 거란을 무찔렀고 돌궐과도 싸웠다.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고 버텨낸 것이 바로 고려라는 거다.”

“하오나 요동 최강의 기마군단을 지휘하시는 장군이시옵니다. 그 군대가 지금 진격을 하고 있사옵니다. 어찌 거란과 돌궐에 비교하겠사옵니까?”

“돌궐도 기마전을 주로 하는 군대였다. 그들과 싸워서도 이겼다.”

“버틴 것이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냥 겨우, 겨우 버틴 것이옵니다. 허나 지금은 다르옵니다. 버티는 것이 아니라 무엄하게 진격을 왔습니다. 요동벌판에서 일전을 하는 것이옵니다. 아시다시피 요동 벌벌은 숨을 곳이 없사옵니다. 싸워서 이겨내야 하는 곳이 바로 요동입니다.”

부장의 말에 공손허도 고개를 끄덕였다.

“옳다. 하지만 경계에 만전을 기해라. 적이 급습하기라도 한다면 곤란해 질 수가 있다.”

“서 씨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으나 그의 아들 서돈이 꽤나 경계에 만전을 기하고 있사옵니다. 군진 여기저기에 횃불을 밝혀놓고 혹여 모를 침투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벌판 이곳저곳에 횃불을 피워놨습니다.”

“그래?”

“그렇사옵니다. 지나가는 들판 여우들까지 다 보이옵니다.”

“내게 책을 잡히고 싶지 않은 거겠지.”

“그럴 것이옵니다. 또 겁이 많은 고려 놈들이 들판을 모두 태웠기 때문에 수풀에 숨어서 잠입할 수도 없사옵니다. 서돈이 워낙 횃불을 많이 밝혀서 들판이 불이 난 것 같이 훤히 다 보입니다.”

“다행이군! 그래도 경계에는 만전을 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 공을 세워서 총사령보다 조정에 영향력을 더 높이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그렇사옵니다. 아시다시피 서우치의 권력에 대한 야망은 하늘보다 더 높습니다.”

“그렇다면 선봉을 줘야겠지.”

“선봉을 말입니까?”

“그래. 후발해가 있어야 권력도 있는 것이다. 지금 후발해가 존속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고려 멸망이다. 곧 금이 우리의 개천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럼 분명 고려와 연합하여 우리를 치려 할 것이다. 그 전에 고려를 무너트려야 한다. 그럼 금도 어쩌지 못할 것이다.”

공손허가 말을 하다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저 위태로운 발해를 걱정해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또 속이 아프시옵니까?”

공손허의 부장은 공손허의 고질병을 잘 알고 있었다. 조금만 신경을 써도 복통을 느끼는 공손허였고 그것을 오래 봐온 부장이기에 그렇게 물었다.

“또 그런 것 같군.”

“총사령께서 발해를 위해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 것 같사옵니다.”

“그런가?”

남이 아프냐고 물으면 더 아픈 것이 병일 것이다. 공손허가 더 많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마 공손허는 신경성 위궤양을 앓고 있는 것 같았다.

“총사령!”

“왜?”

“이걸 한 번 드셔보십시오.”

공손허의 부장이 탁자 위에 조심이 검은 고약 같은 것을 내려놨다.

“뭔가?”

“갑작스러운 복통에는 이것만한 것이 없다고 하옵니다. 아편이라는 복통에 먹는 약으로 금방 복통이 사라진다고 하옵니다.”

“아편?”

공손허는 탁자위에 내려놓은 아편을 봤다.

“금의 황성인 중도에서는 복통에 걸린 환자들은 이것만 먹는다고 하옵니다.”

“내가 복통 때문에 아니 먹어본 약이 없는데 이 약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예. 송에서 만들어져 금의 중도까지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송에서 만들어졌다고?”

공손허는 손톱만큼의 양 밖에 안 되는 아편을 물끄러미 봤다.

“그렇사옵니다. 복통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고 하옵니다.”

“이걸 누가 팔던가?”

“신라방 상단에서 파는 줄 아옵니다.”

“신라방 상단에서 이 약을 판다고?”

“그렇사옵니다. 역병에도 꽤 효험이 있다고 알려서져 조정에서도 더 많이 구하라고 지시를 한 것 같사옵니다.”

“역병에도 효험이 있다니 다행이군.”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이게 송에서부터 만들어졌다고 했지?”

공손허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사옵니다.”

“내 세작들의 보고에 의하면 송에서 광인들이 넘쳐난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어.”

공손허가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그렇사옵니까?”

“그래. 정확한 보고는 아닌데 세작들에 의하면 송의 거리에 백성들이 광인처럼 날뛰고 있고 폐인처럼 쓰러져 있는 고을이 많다고 하네.”

“그런데 왜 그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그냥 문뜩 그런 생각이 들어서.”

공손허는 자신도 모르게 불길한 예감 비슷한 것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복통은 계속되고 있는 듯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으음!”

다시 신음소리를 내는 공손허였다. 복통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고 합니다. 소장도 먹어봤는데 금방 복통이 가라앉는 것 같사옵니다.”

“그런가? 그런데 어떻게 먹는 건가?”

“그냥 삼키면 되옵니다.”

“그냥 삼킨다?”

“그렇사옵니다.”

부장의 말에 공손허는 손톱크기의 아편 조각을 입에 넣고 삼켰다.

“쓰군!”

공손허는 인상을 찡그렸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이 복통만 없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곧 좋아지실 것이옵니다.”

“그랬으면 좋겠군.”

그리고 잠시 후 공손허는 복통이 수그러드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효과가 빠른 건 처음이군.”

“괜찮으시옵니까?”

“고맙네. 아주 좋아졌어. 하하하!”

표정이 밝아진 공손허였다.

“자네도 좀 쉬게. 나도 복통이 사라지니 편해서 그런지 잠이 좀 오는군.”

약간 몽롱함을 느끼는 공손허였다.이것이 바로 아편의 효능일 것이다.

지금 공손허의 몸에서는 아편의 기운이 돌고 있었다. 그렇게 회생에 의해 송에서부터 퍼지고 있는 아편은 복통에 효험이 있는 약으로 통하고 있었다. 허나 송의 일부 백성들은 그것을 복통에 효험이 있는 약으로 쓰지 않고 환각제로 쓰고 있었다.

원래 나쁜 것은 은밀히 잘도 알아내는 것이 바로 인간이니 말이다.

“으음,,,,,,,.”

공손허는 살짝 미소를 보이며 작게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몽롱한 것이 기분이 꽤나 좋았다.

“그럼 쉬십시오. 소장은 물러가겠사옵니다.”

“알았네.”

“장군! 혹시 모르니 이 약을 조금 더 내려놓고 가겠사옵니다.”

“고맙네. 입에는 무척이나 쓴 것이 효과가 아주 좋아. 하하하!”

복통이 멈춰서 그런지 아편의 기운이 돌아서 그런지 공손허의 표정은 무척이나 편해 보였고 그 얼굴을 보고 부장이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부장이 나간 후 공손허는 스르륵 잠이 들었다. 몽환으로 빠져 들었을 것이다. 아편 때문에 그는 끔직한 극락을 걷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깊은 새벽이다.

경계를 서는 무장과 장졸들 말고는 모두가 잠이 든 요동군 군막은 여기저기 밝혀놓은 횃불 때문에 대낮처럼 환하기만 했다. 그리고 서돈의 명을 받은 경계병들이 쉴 틈 없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스르륵! 그때 바닥에서 무덤의 관이 열리듯 뭔가가 스르륵 열렸다. 그리고 살짝 들리더니 밖을 주시하는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런 곳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도합 여기저기 떨어진 곳에서 그렇게 무덤에서 관이 열리듯 열린 곳이 9곳이었다.

그리고 급히 그곳에서 검은 옷을 입고 어깨에 칼을 찬, 자들이 대여섯 명씩 은밀히 나와 몸을 숨겼다. 그들은 바로 이 요동군 군막이 세워지기 하루 전에 땅을 파고 몸을 숨긴 50인의 조우와 조충의 차남이었다.

사실 열 곳에 땅을 파고 은거했다. 하지만 한곳은 운이 없게 식량을 실은 마차의 바퀴 때문에 나올 수가 없었다.이대로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발각이 되어 죽거나 운이 좋다면 급히 이곳을 떠나는 요동군 때문에 살아 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안전히 살아날 확률은 없었다. 지금 몸을 숨긴 46인들이 이 요동 군진을 쑥대밥으로 만들 것이니 말이다.

“우리의 목표는 요동의 개가 아니요.”

조충의 차남이 나직이 말했다.

“알고 있소이다. 공자!”

조의 하나가 더 작게 말했다.

“건초를 싫은 마차를 태워하고,,,,,,,.”

“식량을 싫은 마차를 불태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압니다.”

조우가 조추의 차남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그렇소. 또 군수품을 싫은 마차도 태워야 합니다.”

“물론이오.”

“움직입시다. 황제폐하와 고려의 만백성들이 스님들을 잊지 않을 것이요.”

“저승에서 봅시다. 공자!”

그 말에 조충의 차남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일어섰다.

“여기저기 횃불은 많이도 피워나서 불을 지르기는 수월하겠습니다.”

조충의 차남이 그렇게 말하고 어깨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들고 앞으로 뛰어 나갔다. 그와 동시에 45인의 조우들 역시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들의 오른 손에는 날이 바짝 서 있는 검이 들려 있고 다른 손에는 여기저기 피워놓은 횃불 속에서 꺼내든 불타는 장작이 들려 있었다.다다닥! 다다닥!조충의 차남과 3명의 조의들은 거침없이 뛰어 가장 가까이 보이는 군막에 불을 질렀다.

화화화! 화화화!군막에 붙은 불은 순식간에 군막을 태웠다.

“불이야! 불이야! 군막에 불이 붙었다.”

조충의 차남이 미친 듯 소리쳤다. 이것은 나머지 조의들이 움직이기 편하게 하기 위해 스스로 미끼가 되고 표적이 되려는 거였다.

“불? 불? 불이 났다.”

요동의 장졸들도 불타는 군막을 보며 소리쳤다.

“누구냐?”

그때 요동군 장졸이 검은 옷을 입은 괴한들을 보고 소리쳤다.서걱!답은 날아드는 검이었다.

“아악!”

푹!검을 맞은 요동군 장졸은 바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병사가 쓰러지자 말자 조충의 차남은 바로 다른 곳으로 뛰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불을 질렀다.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여기저기 천으로 된 막사에 불이 옮겨 붙자 요동군 장졸들이 불을 끄기 위해 소리쳤고 적의 기습이라고 소리쳤다.

“적이 막사를 태우고 있다.”

“적이 나타났다.”

“저기다. 저기 저놈들이다. 저놈들을 잡아라!”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 요동군 군진이 여기저기서 불타고 있으니 말이다.

“뭐냐?”

군막에 있던 서우치와 서돈이 놀라 급히 밖으로 나왔다.

“사방이 불타고 있습니다.”

“왜?”

서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적의 야습이옵니다.”

“경계를 삼엄하게 하고 있는데 어찌 적이 야습을 할 수 있느냐?”

서돈은 분노한 상태로 불타는 군막을 봤다. 그리고 표정이 굳어지더니 급히 식량과 건초 그리고 군수품을 실어놓은 마차가 있는 곳을 봤다.

“군량이 있는 곳이다. 뭐 하느냐? 놈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서돈이 급히 도끼를 뽑아들고 달렸다.서걱!조의의 도에 또 한명의 요동군 병사가 쓰러졌다.

“적을 막아라!”

요동군 병사들이 소리치며 조의들에게 덤벼들었으나 한 둘씩 덤벼드는 요동의 병사들은 당연히 조의의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이곳에 숨어든 조의들의 목적은 이곳을 활활 태우는 것이다. 그러니 이곳에서 적을 죽이며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히이잉~ 히이잉~그때 여기저기 불타는 화염과 병사들의 절규소리를 듣고 놀란 전마들이 울부짖었다.

“저거다!”

조충의 차남은 전마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3명의 조의들과 함께 달렸다.

“공자! 무엇을 하려는 겁니까?”

“건초를 태우는 것도 좋지만 말이 사라지는 것보다야 못하겠지요.”

조충의 차남이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요동의 장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서걱!

“아아악!”

푹!병사가 쓰러졌다.

“적들이 전마를 노린다.”

눈치가 있는 요동의 무장이 소리를 질렀다. 한 마디로 이곳은 아수라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여기저기 군막이 불타고 또 마차들이 불탔다.

“불을 꺼라! 불을 꺼야 한다.”

불을 끄라는 자들과 적을 잡으라는 자들의 외침이 처절하기만 했다.

“비켜라!”

시우웅!조충의 차남의 검이 다시 자신을 막아서는 자의 목을 베고 끝내 말들을 가둬놓은 목책을 활짝 열었다.

“이랴! 이랴! 달려라~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라!”

고삐가 풀린 망아지가 날뛰는 것도 무서울 것인데 거대한 전마 수백 필이 목책에서 풀리니 그 요동이 천지를 흔드는 것 같다.그리고 조충은 마지막으로 목책에서 튀어나가는 말을 잡아타고 올랐다.

물론 이곳을 빠져 나가기 위함은 절대 아니었다. “저 끝에 식량과 군수품을 모아놓은 창고가 있는 것 같소이다” 조충의 차남은 그렇게 소리치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고려 잡놈들을 막아라!”

서돈이 도착을 하면서 혼란에 쌓여 있던 장졸들도 하나 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을 했고 여기저기서 조의들이 포위되어 죽어가기 시작했다.챙! 챙챙! 조의는 자신에게 향해 날아드는 수십 개의 칼을 쳐 내면서 버텼다.

허나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조의를 제압하지 못하는 장졸들을 보고 인상을 찡그린 서돈이 옆에 있는 병사의 창을 빼앗아 들어 힘껏 포위된 조의를 향해 던졌다.

쉬웅!푸우욱!조의의 복부에 창이 그대로 박혔고 조의는 피를 흘리며 앞으로 쓰러졌다.

“놈을 죽여라!”

그때 요동의 병사 하나가 조의를 향해 공격했고 마지막 순간 조의는 죽어 쓰러지면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요동의 병사의 목을 베고 푹 하고 쓰러졌다. 그렇게 조의들은 고려제국을 위해 황제인 회생을 위해 아니 고려 만백성을 위해 장렬하게 전사하고 있었다.

“독한 놈! 야차 같은 놈!”

화화화화! 화화화!사방이 불타고 있었다.히이잉~ 히이잉~말들이 요동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렸다.

“이건 또 무슨 소리냐?”

“마방이 풀린 것 같습니다.”

“뭐?”

서돈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 저건 또 무엇이냐?”

서돈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말떼를 보고 기겁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 말떼의 뒤에 붙어서 달려드는 거대한 화마를 보며 기겁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조충의 차남이 마방에서 풀린 말들을 식량과 군수품 그리고 건초를 실은 마차가 모여 있는 곳으로 몰아가면서 밧줄로 불타는 천으로 된 막사를 묶어 달려오고 있었다.

“저, 저것을 막아라! 저것을 막아!”

서돈이 소리쳤으나 이 순간 저 날뛰는 말들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랴! 이랴!”

조충의 차남은 미친 듯 질주하고 있었다. 그의 앞을 막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어서 막아! 어서 막아!”

“활을 쏴라! 활을 쏴!”

서돈이 급히 소리쳤고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전마를 쏘는 궁수들의 모습이 보였다.쉬웅!히이잉!팅~ 틱틱!

“히이이이!”

푹우욱!제일 선두에 선 전마가 쓰러졌다. 그리고 그것이 걸림돌이 되어 질주하던 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랴! 이랴!”

하지만 여전히 조충의 차남은 전마를 탈고 질주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거세게 불타는 횃불이 들려 있었다.

“저놈이 건초를 실은 마차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 막아라!”

서돈이 미친 듯 소리쳤고 달려드는 조충의 차남의 앞을 장창을 든 수백 명의 장졸들이 막아섰다.처어억!혼란에 빠졌던 요동군들이 이제야 정신을 차린 거였다. 하지만 여전히 여기저기 곳곳에는 군막이 불타고 군수품들이 불타고 있었다. 대단한 전과일 거다.

“막아라!”

척척척!

“히이잉!”

수우욱!히이잉!조충의 차남이 탄 전마가 요동창병들의 창에 찔려서 요동을 쳤고 끝내 조충의 차남이 전마에서 떨어졌다.그와 동시에 수십의 병사들이 그를 포위했다.

“저놈을 잡아라!”

서돈이 미친 듯 소리쳤다.

“죽어라!”

창병 하나가 창으로 조충의 차남을 찔렀다. 하지만 조충의 차남은 그것을 옆으로 피하며 들고 있던 횃불로 놈의 얼굴을 찌르듯 지졌다.지지직!

“아아악!”

비명과 함께 창으로 찌르던 병사가 고통에 겨우 뒹굴었다.

“뭐 하는 것이냐? 저 한 놈을 못 잡고!”

“송구하옵니다. 서돈 장군!”

“어서 잡아 죽여!”

그때 서우치가 급히 달려왔다.

“활을 다오.”

활을 들고 있던 병사가 서우치에게 활을 줬고 서우치는 바로 조충의 차남을 다리를 겨누고 활을 쐈다.쉬우우웅!퍽!

“으윽!”

서우치가 쏜 화살이 조충의 차남의 다리에 박혔고 조충의 차남은 중심을 잃었다.

“하하하! 더 쏴 보라! 이 요동의 오랑캐들아!”

조충이 악다구니를 썼다.

“어서 죽여! 어서!”

서돈이 자신의 부친까지 나서자 더욱 미친 듯 소리쳤다.

“생포해라! 저놈을 통해 고려의 군세를 더 파악할 것이다.”

역시 부총사령은 서우치는 이렇게 달랐다.

“예. 알겠사옵니다.”

“밧줄을 가지고 와라! 생포하라!”

무장 하나가 소리쳤다. 그 순간 조충은 자신이 잡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모진 고문에 추한 꼴을 보여서는 안 되고 자신의 부친을 욕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자결할 검도 창도 보이지 않았다.

“으윽!”

그 순간 조충의 차남은 허벅지에 박혀 있던 화살을 뽑아냈다.

“아아악!”

거친 비명이 불타는 요동성 군진에 메아리쳤다.

“나는 고려제국 3군단 조충 군단장의 차남이다. 하하하!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지옥에서 보자.”

조충의 차남은 그렇게 소리치고 피가 흐르는 화살로 자신의 목을 힘껏 찔렀다.

“뭐, 저, 저놈이 뭘, 뭘 하는 것이야!”

서우치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푹!그리고 조충의 차남은 그렇게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고려제국 만세! 황제폐하 만세에에에!”

그 외침과 함께 조충의 차남은 힘껏 화살촉을 자신의 목에 찔러 넣고 장렬히 전사했다.

“뭐, 고, 고려제국 만, 만세!”

서우치는 두려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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