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94화 (494/620)

< -- 간웅 22권 -- >11. 고려 3군단 적과 마주 서다.3군단이 위치한 방어진지 우측 목책 위.조충은 방어진지 구축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다시 깊은 밤이지만 직접 돌아보고 있었다.

“저 야산에 결사대를 배치해야 할 것이네. 적이 저곳을 통과할 때 공격해야 할 것이네.”

그 말은 저 야산에 잠복해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것은 다시 말해 도주할 기마도 없이 숨어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저 야산으로 가서 매복해 있는 군사는 모두 죽는다는 거였다.조충은 옆에 따르고 있는 조의와 별초대에게 말했다.

“그 결사대는 기별초가 맞겠습니다.”

“기별초가?”

“그렇사옵니다. 전장에서 죽으려고 기별초가 되었습니다. 황제폐하를 위해 기별초가 저 야산에 매복하겠사옵니다.”

“고맙네. 그대가 알듯 이 방어진 전방에는 문이 없네.”

“알고 있사옵니다. 저곳에서 여기까지 살아서 뛰어올 힘이 있다면 요동 오랑캐들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죽겠습니다.”

기별초의 조장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저 야산을 지나오는 발해의 기마군단을 타격하고 또 그들의 틈에서 빠져나와 도망쳐서 이 방어진지의 후방까지 돌아서 살아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안하이!”

“하하하! 좀 더 제가 빨리 가는 거 아니겠사옵니까? 가서 기다리겠나이다. 아마 고려의 위대하신 열성조께서 반겨 맞이해 주실 것이옵니다.”

이것이 바로 고려 무장의 기상이었다. 풍전등화에 놓인 고려를 위해 스스로 목숨 따위는 초개처럼 버릴 수 있는 그들이었다.그때 후방의 목책이 급히 열렸고 전마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군단장 각하!”

말에서 급히 내린 자들은 조의였다. 적의 이동을 확인하기 위해 나간 조우들이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왔는가?”

조충이 자신의 아들 조양과 급히 목책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있는 조의를 일으켰다.

“적은 어디까지 남진한 건가?”

“이곳에서 3일 거리이옵니다. 바람처럼 빠르게 이동해 오고 있사옵니다.”

“3일 거리?”

조충은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 기마군단이라 이동 속도가 빠르군.”

“그렇사옵니다. 군단장 각하!”

“적의 상태는 어떤가? 건초를 실은 마차는 얼마나 있던가?”

“송구하오나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나이다. 우선은 적의 남진하는 것을 알려야했기에 저희만 먼저 왔사옵니다.”

그 말에 조충의 표정은 다시 굳어졌다.

“그럼 나머지는?”

“불사(不死)조의 50이 고려를 위해 이틀거리에서 땅을 파고 은거해 있나이다. 부처님께서 보우하시면 적은 땅을 파놓고 숨은 곳 위에 군막을 칠 것이옵니다. 조의들은 죽음으로써 충성할 것이옵니다.”

조의의 말에 조충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지. 항상 그렇게 하셨던 조의님들이지.”

“그렇사옵니다. 저도 그곳에 남지 못한 것이 한이옵니다.”

“아니네. 쉬시게.”

“그리고,,,,,,.”

조의가 조충의 표정을 살폈다.

“무엇인가? 그러고 보니 조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

조현은 바로 조충의 차남이다.

“그것이,,,,,,,.”

“됐네. 보이지 않는다면 남은 것이지.”

“소승들이 말렸사오나 남기를 원하셨사옵니다.”

“알았네.”

조충은 돌아섰다.그리고 회생이 달려오는 남쪽 하늘을 봤다.‘황제폐하! 신이 아들을 고려에 바쳤나이다.’그 모습을 조의와 별초조장이 물끄러미 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후 조충이 다시 돌아섰다.

“하하하! 이 고려에 나만큼 장한 아들을 둔 아비는 없을 것이네.”

조충이 크게 외쳤으나 누구 하나 말하지 못했다.

“왜 그런가? 어서 방어준비를 더 하세.”

“예. 알겠사옵니다. 군단장 각하!”

그때 편전대를 지휘하고 있는 두경승의 장자가 급히 달려왔다. 두경승은 고려편전부대의 총책임자다. 그의 아들 역시 편전의 귀재였고 또한 3군단에서 편전대를 이끌고 있었다.

“군단장 각하!”

“두필! 무슨 일인가?”

“이것을 좀 봐주십시오.”

두필이 조심히 조충에게 한발의 편전을 보였다.

“편전 아닌가?”

“그렇사옵니다. 허나 조금은 다를 것이옵니다.”

“무엇이?”

“이 깃을 보십시오.”

편전의 깃의 뒤에 예리한 활촉이 박혀 있었다.

“활촉이군.”

“그렇사옵니다. 이 기마편전을 이용하면 적의 돌격을 막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어떻게 막는다는 것이지?”

“이 편전의 깃에 활촉을 박으나 사거리는 현저하게 떨어졌사옵니다.”

“조준도 쉽지 않겠군.”

“그렇사옵니다. 하지만 수백 발이 날아가서 적을 쓰러트리면 그 깃의 뒤에 있는 활촉이 송곳이 되어 적 기마의 발굽을 노릴 것이옵니다.”

“관통을 한 후에?”

편전은 적의 몸통을 관통할 정도로 위력이 강한 화살이었다. 그리고 두경승의 아들 두필은 그 이후의 일을 준비한 것이다.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군.”

시험해 보지 않은 것이니 그렇게 말하는 조충이었다.

“분명 소용이 있을 것이옵니다.”

“알았네. 그건 그렇고 관측 망루는 어찌 되었나?”

“목책의 옆으로 총 15개를 세웠습니다.”

망루까지 섰으니 이곳은 방어진지라기보다 목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허술하기는 하나 그곳에서 석포의 투하지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필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는 조충이었다.

“그 망루에 편전대는 몇이나 올렸나?”

“한 망루에 사수 다섯이옵니다.”

사수들은 전투를 지휘하는 자들을 확인하여 저격해야 할 것이네.”

“알겠사옵니다.”

조충은 북쪽 하늘을 봤다.

“조우님과 내 아들이 성공을 해 준다면 하루의 시간을 더 벌겠지.”

어금니를 꽉 깨무는 조충이었다.공손허의 군막.공손허를 비롯한 요동의 제장들이 한창 전략회의를 하고 있었다.

모인 장군들의 모습은 고려 3군단을 전멸시키고 고려로 진격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그들에게는 쌓였던 불만을 표출할 곳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고려였고 대타발의 남진 명령에도 그 이유가 포함되어 있었다.

“남진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어.”

“그렇사옵니다. 총사령! 곧 고려 괴뢰군을 상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그럴 것이네. 보르도가 급히 찾고 있으니 곧 연락이 올 것이네. 아마 내 짐작으로는 아마 적과의 거리는 3일 이내일 것이네.”

“찾아내기만 한다면 끝장을 낼 수 있습니다. 아버님!”

공손허의 아들인 공손찬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래! 어디 감히 6만 정도의 보병을 가지고 겁 없이 북진을 한단 말이냐? 승냥이 같은 놈들! 우리의 위급함을 기회로 삼다니.”

공손허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렇사옵니다. 아버님!”

“그런데 이상하옵니다. 총사령!”

좌측에 앉아 있던 태우형이 말했다.그는 삼국지에 나오는 태사자의 후손이다.

태사자는 삼국 시대 오나라 동래(東萊) 황현(黃縣) 사람이다. 자는 자의(子義)다.

활을 잘 쏘았는데, 명중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공손허의 휘하에 있는 태우형도 활의 귀재였다. 태우형이 요동의 장수가 된 것은 태사자가 후한 말기의 전란을 피해 요동(遼東)으로 갔는데 그 일족의 한 뿌리가 요동에 자리를 잡고 살았다.

“무엇이 말인가?”

“이 근방 벌판에도 말을 먹일 건초로 쓸 풀은 찾아보기 어렵사옵니다.”

이미 보고를 받은 상태였다.

“고려 놈들이 다 태웠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후발해의 대군이 남진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들판을 태운 것입니다.”

“놈들이 우리의 남진을 안다면 후퇴를 하겠지?”

공손허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후퇴를 하는데 왜 이 근방까지 와서 들판을 태우겠습니까?”

“설마 기마군단을 대항하기 위해 어리석게 이 들판에 방어진이라도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을 한단 말인가?”

“그럴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할까? 우린 중원 최강의 기마군단이네.”

“그들도 그것을 알 것이옵니다. 아버님!”

“알지. 암 알고말고.”

“하여튼 이상하옵니다. 만약 저들이 후퇴를 하지 않고 우회를 해서 요동성을 노린다면 요동성은 혼란에 빠지게 되옵니다.”

태우형의 말에 공손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바르도에게 정찰기병의 수를 3배로 늘리라고 한 것이다. 곧 적의 행보를 파악해 올 것이다.”

공손허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군막의 문을 열고 보르도가 급히 들어섰다.

“총사령!”

보르도가 허리에 휘어진 칼을 차고 공손허에게 군례를 올렸다.

“찾았나?”

“예. 장군!”

보르도의 표정은 어두워보였다.

“놈들이 지금 어디쯤에 있나?”

“남으로 하루거리에 있사옵니다.”

“하루? 잘 되었다. 내일 진군을 해서 쓸어버리면 되는 것이다. 놈들은 어찌 하고 있는가?”

“방어진을 구축하고 있었사옵니다.”

“방어지? 하하하! 이 들판에서 기마군단을 막겠다고 방어진을 구축하고 있다고? 병법의 병자도 모르는 놈이구나! 조충이라는 놈은!”

“말갈족이니 그럴 것입니다.”

태사자의 후예인 태우형이 말갈족을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하지만 공손허의 몸에도 여진의 피가 반쯤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는 태우형이었다.

“말갈족이라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고려 놈이라 어리석은 것이다.”

그제야 태우형은 왜 공손허가 화를 내는지 알았다.

“송구하옵니다. 무례를 범했사옵니다.”

“알면 됐다. 보르도! 자세하게 말하라.”

“예. 총사령!”

“남쪽 방향으로 하루거리에 고려 괴뢰군들이 방어진을 구축해 놓고 있사옵니다. 또한 그 방어진이 상당히 견고해 보였사옵니다.”

“견고해?”

“그렇사옵니다. 사방으로 목책을 올리고 마치 목성처럼 지어 올렸습니다. 퇴로도 없고 그저 그곳에서 전원 죽겠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한 것 같습니다.”

“준비가 철저하다?”

“그렇사옵니다.”

“그럼 미리 우리가 남진하는 것을 알았다는 거겠지.”

공손허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럴 확률은 희박하옵니다. 총사령! 소장이 이 정벌군에 합류하기 전에 세작의 뿌리까지 뽑았나이다.”

대타발의 명령에 의해 고려 촌과 고려 복색을 한 사람들은 다 죽인 보르도였다. 그러니 세작이 알렸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면 그렇게 준비를 할 틈이 없다. 분명 요동에는 아직까지 세작이 있다. 그게 누군지 모르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요동성에 알려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아버님!”

“찬아!”

“예. 아버님!”

“전장에 와서는 후방을 생각하지 않는다.”

“알겠사옵니다.”

“하루거리라고 했지. 오늘 푹 쉬어야 할 것이다. 내일이면 고려 놈들의 피 냄새 때문에 코가 썩을 테니 말이다.”

“예. 총사령!”

“내일 다 쓸어버리고 고려로 진격할 것이다.”

“예. 총사령! 알겠사옵니다.”

“또한 혹시 모르니 경계에 만전을 기해라.”

“적의 기습이라도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하하하! 어떻게 이 허허벌판에서 몸을 숨기고 이 군영까지 잠입할 수 있겠습니까? 걱정마십시오. 총사령!”

이 정벌군의 부사령인 서우치가 물었다. 서우치도 중원의 인물로 그의 선조 중에 유명한 인물이 서황이다.

서황은 하동군 양현출신이며 이각의 부하로 있던 양봉을 섬긴 자다. 훗날 양봉과 결별하고 조조에게 귀순한 인물이다.

조조가 원소와의 전투에서 유비, 안량, 문추를 격파하고 원소의 병량 수송대를 공격하는 등 많은 전투에서 공적을 쌓았다. 도끼의 달인으로 서우치 역시 기마군의 장군답지 않게 도끼를 사용했다.

"모르는 일입니다. 경계에 만전을 기해서 나쁠 것은 없소이다."

"그렇기는 하지요."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순간이었다.북변도 갑산군 인근 평야!

“워워워!”

제일 선두에 달리고 있던 무제가 말을 멈춰 세웠기에 뒤를 따르던 나와 백화 그리고 정도전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 멈추는 것이냐?”

난 무제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잠시 후에 급히 따라오던 2두 마차 1000대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2두 마차 한 대에는 소포를 다룰 수 있는 포병 6명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천 명은 말을 타고 지금까지 달렸다.

“황제폐하! 지쳤사옵니다.”

“짐은 지치지 않았다. 짐이 쉬는 그 시간에도 고려의 3군단의 장졸들은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난 진격의 의지를 불태웠다. 마음이 급했다. 요동이 아무리 천벌이라고 하는 흑사병에 걸려 흔들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10만은 족히 넘을 것이다. 10만의 기마군단이다.그들을 상대하기에는 조충이 이끌고 있는 6만의 3군단은 부족한 것이 많았다.

“전마가 지쳤사옵니다.

3일째이옵니다. 쉬지 않고 달리신 것이 3일째이옵니다. 옥체를 보존하셔야 하옵니다. 또한 전마도 쉬어야 하옵니다.”

“으음,,,,,,,.”

난 신음소리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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