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91화 (491/620)

< -- 간웅 22권 -- >

“그렇다고 하는군.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야!”

“죽이기 아깝지 않습니까? 요동부터 고려까지 또 저 멀리 중원까지는 아주 광활한 땅이옵니다.”

“항복이라도 받아내자는 건가?”

승리를 하기 전에 이미 후속조치부터 생각하는 대타발과 여승이었다.

“그렇사옵니다. 발해에게는 많은 인재가 필요하옵니다.”

“장부가 어깨가 넓으면 움츠리지 않고 무릎이 단단하면 굽히지 않는 법이네. 내 휘하에 들어올 자가 아니다.”

대타발의 말에 여승도 단념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대타발의 말이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자신들을 그렇게 위태롭게 만든 존재는 지금까지 없었다. 거기에 천벌이라는 역병까지 더해져서 요동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만약 대타발이 깨어나지 못했다면 요동은 이미 무너졌을 거였다."짐이 요동에게 내려졌던 천벌을 고려에도 내릴 것이네."이것은 대타발도 회생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벌판에서 보병위주의 군사를 상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철옹성이라고 할 수 있는 평양성에 농성하는 고려군을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대타발은 분명 알았다. 그래서 이 요동에 돌고 있는 흑사병을 평양성에 옮기려는 거였다.

역시 대타발은 무서운 자였다."선발대가 출발을 하고 짐이 본대를 이끌고 가면 우리와 거리를 두고 이동시키게."

"예. 알겠사옵니다. 태왕폐하!"

"우리에게는 시간이 가장 부족한 것이네."

"허나 여전히 식량은 부족하옵니다."

"북진하고 있는 고려괴뢰군들이 군량미는 많이 준비했을 거야!"

"적의 것을 빼앗아 진격하시겠다는 말씀이시옵니까?"

"물론이지. 그렇게 버티면 곧 신라방에서 군량미를 조달할 것이네."

"하오면 금에 대한 방비는 어찌 하면 되겠나이까?"

"우선은 비밀 엄수가 가장 중요하겠지."

"그렇사옵니다."

"허나 대비는 해야 할 것이네. 금이 이 사실을 안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니 말이야."

"그런 면에서 송의 북진이 발해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사옵니다. 송의 군대 때문이라도 쉽게 금이 남방군을 빼는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그래만 준다면 하늘이 짐을 돕는 것이지."대타발에게 회생의 포석이 도움이 되는 순간이었다.이래서 그 어떤 전략도 정확한 답은 없는 거였다.

"공손허!"대타발이 출정명령을 기다리는 공손허를 봤다. 그의 옆에 보르도가 있는 것을 보고 살짝 눈살을 찌푸리면서."예. 태왕폐하!"

"후 발해의 태왕인 내가 그대에게 고려 정벌을 명한다."그 순간 일제히 함성이 터졌다.와와와! 와와와!불안하고 위태로운 이 발해의 위기를 외부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한다면 불만은 사라질 것이고 발해라는 이름 아래 모일 것이다.

여러 가지 국면전환과 위기 극복을 위해 대타발은 후발해를 건국한 거였다."신! 공손허 고려사직을 무너트려 고려를 발해의 행성으로 만들어 보이겠사옵니다."

"짐은 그대를 믿노라! 출정하라!"출정명령이 떨어졌다."출정하라!"그 순간 공손허의 앞에 서 있던 무장이 우렁차게 출정명령을 다시 외쳤다.쭈우우우! 뿌우우우~나팔이 요란하게 들판을 흔들었다.둥둥! 둥둥! 둥둥둥!거친 북소리가 전말의 발굽소리처럼 요동친다.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출정군들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그와 동시에 공손허가 돌아섰다."이랴! 전군 출정한다!"드디어 요동의 6만 기마군단이 출정을 개시했다.

이제 남은 것은 고려와 후발해인 요동의 국운을 건 일전만이 남았고 그들 중 승리하는 자가 이 동북아의 맹주가 될 것이 분명했다.태자궁."아바마마!"난 놀라 벌떡 자리에서 내려와 겨우 상선에게 의지하여 걸어오고 있는 의종황제에게 달려갔다.

이 순간 이 자리에 모인 고려의 문무백관들은 의종황제의 병색 깊은 모습을 보고 무척이나 놀란 눈빛을 보였다."다행이 다 모였군."

"어인 일이시옵니까? 옥체가 미령하시옵니다."

"괜찮다. 짐이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소자가 다 하겠사옵니다."

"짐이 해야 할 일이다."의종황제는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자신의 옥좌에 올라 앉아 최대한 근엄한 눈빛으로 문무백관들을 내려 봤다.

"경들은 들으시오."

"예. 횡제폐하! 하명하시옵소서."문무백관들이 합창을 하듯 말했다. 몇 가지 일을 처결하고자 이 자리에 왔소."난 의종황제를 봤다. 그의 눈빛이 무척이나 사나워 보였다. 나를 위해서 뭔가 준비한 것이 분명할 것이다."이고상장군!"아직 의종황제는 군의 편제와 벼슬이 바뀌었는지 모르고 있었다."예. 황제폐하!"

"그대는 지금 즉시,,, 쿨럭!"난 놀라 의종황제를 봤다. 그리고 그 역시 내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을 아는 듯 괜찮다고는 손짓을 했다."지금 즉시 역모를 획책하고 있는 왕거를 비롯한 황족들을 추포하시오."놀라운 순간이다.진정 의종황제께서는 나에게 이 고려를 맡기기 위해 혈족도 베어내는 용단을 내리시고 있었다.

그 모습에 문무백관들은 놀라 멍해졌다."이고 상장군!"

"예. 황제폐하!"

"짐이 내린 칙령을 못 들은 것인가?"

"아, 아니옵니다. 황, 황제폐하!"왕거는 의종황제와 촌수로 6촌의 관계였다. 그런 황족부터 베어낼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이고였다."어서 시행하라. 짐이 기력이 남아 있을 때 마무리를 할 것이다."

"알겠사옵니다."오늘 이 밤이 밝으면 고려에 황자들 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아주 미약하게라도 태자인 회생에게 위협이 된다면 모두 제거될 것이다.

왕 씨에게는 사나운 새벽이 분명할 것이다.아들의 행보를 위해 혈족을 베어내려는 순간이었다.

누구 하나 뭐라고 되묻는 신하는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하는 듯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이고 상장군은 짐의 칙령을 수행하라 명했다. 또한 더는 말하는 자가 있다면 반역의 죄로 다스릴 것이다.”

누구 하나 뭐라 더 이상 말하는 신하는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의종황제가 담담한 표정으로 신하들을 내려 봤다."짐이 보다시피 몸이 미령하오."

“망극하옵니다. 황제폐하!”

"그래서 짐이 황실의 안녕과 고려 사직을 위해 태자에게 황위를 선위할 것이요."그 말에 신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선, 선위라니요?”

이규철이 놀라 되물었다."아바마마! 소자는 아직 그런 능력이 없사옵니다."

"태자는 짐의 말을 따르라. 선위를 할 것이다. 오늘 이후 이 고려의 황제는 짐이 아니라 태자가 될 것이다."바람처럼 모든 일들이 이뤄졌다.

그제야 북천은 왜 의종황제가 3명의 황제라고 했는지 알았다."무엇들 하는가? 새로운 황제를 맞이하는 신하들이 그리 가만히 있어야 되겠는가!"그 순간 정도전이 나를 봤다."신황제 폐하 만세! 태상황 폐하 만만세!"정도전에 의해 의종황제는 이 고려의 태상황이 되었다. 이것은 정도전이 원했던 일이다. 그러니 제일 먼저 정도전이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신황제 폐하 만세! 태상황 폐하 만세!"북천도 따라 소리쳤고 그제야 이 자리에 모인 신하들도 모두 만세를 외쳤다."아바마마,,,,,,."

"황상!"의종황제가 나를 태자라 부르지 않고 황상이라 불렀다.

"어찌 소자를,,,,,,,."

"이 고려를 부탁합니다. 황상!"엄청난 결단을 내린 의종황제지만 나를 보는 눈빛은 자애롭다. 또한 나에 대한 기대도 크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결심에 의해 난 고려의 황제가 됐다. 결국 이리 된 것이다.

짧다면 짧은 순간이었고 길다면 긴 시간일 것이다. 내가 고려에 와서 이리 변할 줄은 몰랐다.

그저 치열하게 그 상황을 이겨낸 결과가 고려의 황제였다."상선!"의종황제가 상선 최준을 불렀다."예. 태상황폐하!"

"이제 늙은 퇴물들은 물러갑시다."그렇게 의종황제는 자리를 떠났다.'내가 고려의 황제다. 내가!'황제직위식도 없다.

고려의 열성조에게 고하는 제천도 없다. 허나 분명한 것은 지금 나를 보는 저 문무백관들의 눈빛은 나를 이 제국의 지존으로 보고 있다는 거다.

앞으로 내 말 한마디에는 근엄히 실릴 것이고 내가 행하는 행보 하나마다 힘이 실릴 것이다."감축드리옵니다. 황제폐하!"대부인 김규철이 내게 머리를 조아리며 소리쳤다.

"고맙소."

"허나 지금 짐이 태상황폐하의 하교를 받아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좋아할 때는 아닌 것 같소이다."

"무슨 말씀이옵니까?"이규철이 나를 보며 다시 물었다.아니 뭔가 큰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저리 묻는 걸 거다.

사실 이들이 이 밤에 이곳까지 불려온 것에 대한 이류를 의종황제가 나에게 선의한 것에 대한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영문 모를 숙청명령을 듣고 움츠렸을 거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니 이리 묻는 거였다."요동의 대타발이 고려를 멸하기 위해 남진을 시작했소."순간 대전은 찬물을 끼얹은 듯 차갑게 식었다. 누구하나 숙덕거리지도 못했다.

두려운 것이다. 저들은 요동의 기마군단이 두려운 걸 거다."어, 어찌,,,,,,."

"금이 요동의 대타발을 이용해 고려를 벌하러 오는 영문을 모르겠나이다."그때 권문세가 중 하나가 내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며 나를 봤다."벌한다? 금이 이 고려를 벌한다?"난 사납게 그를 노려봤다."아, 아니옵니까? 혹여 저번에 있었던 야율강의 죽음 때문에,,,,,,."

"밖에 호위무장 있는가?"

"예. 황제폐하!"나는 이제 황제다. 그리고 금을 무서워하며 굴종적인 언사를 이어가는 신하는 이 고려에 필요 없다."부첨사 편현을 삭탈관직하고 우산도로 유배하라."지금 우산도로 간다는 것은 죽어서 나오지 말라는 말과 다를 것이 없었다."황, 황제폐하!"부첨사 편현이 놀라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소신이 무엇을 잘못했나이까? 소신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나는 오랑캐 금을 두려워하는 신하는 필요 없다.

"난 매섭게 부첨사 편현을 노려봤다."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군주가 어찌 신하를 그리 하찮게 여기며 내치시는 것이옵니까? 그리 하시고 어찌 치세를 생각하실 수 있겠사옵니까?"젊은 문신 하나가 서슬 퍼런 내 앞에 나서며 말했다."그대는 누군가?"

"보문각 관구 안호라 하옵니다."내 살기등등한 모습에 누구하나 나서는 자 없는데 겨우 보문각 관구가 나서 나를 막아섰다는 것에 놀라웠다."관구?"난 싸늘하게 미소를 보였다."그렇사옵니다."

"짐의 말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가?"눈빛이 밝은 것이 재주가 있을 것 같았다."군주는 신하를 귀하게 여겨야 하옵니다."

"짐도 그리 생각을 한다. 허나 오랑캐 금을 두려워하는 신하를 옆에 두고 싶지 않다."

"어찌 귀에 단 소리만 들으려 하시옵니까? 그리하시면 언로가 막히옵고 신 황제 폐하의 주변에는 아첨만 일삼는 간신들만 들끓게 될 것이옵니다. 비록 부첨사가 망언을 일삼았으나 삭탈관직에 유배까지 보내는 것은 부당한 줄 아옵니다.

군주께서는 덕이 있어야 하옵니다. 군주의 덕을 보여주소서."보문각 관구인 안호의 말에 이 자리에 모인 신하들은 그의 무례함에 대한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내 눈에 보였다."그리하지 못하겠다면?"

"신하 없는 군주는 없고 백성 없는 나라 없사옵니다. 이제 신하들의 마음을 잃게 될 것이니 곧 백성들도 잃게 될 것이옵니다."언행에 거침이 없다. 저런 위인들을 대쪽이라고 할 것이다."내무부장관!"

"예. 황제폐하!"

"안호를 어찌 하면 좋겠는가?"

"안호를 황제폐하의 간관으로 명하는 것이 가할 줄 아옵니다."

"그리하라!"내 말에 순간 안호가 멍해졌다. 딱 저 정도의 위인이 성리학을 익힌다면 선비가 될 것이다.

군주에게 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간언으로 목이 날아갈 지어도 원망하지 않을 그런 참 선비가 될 것 같았다.'그러고 보니 내게는 문신들이 너무 없구나.'내게는 계략을 꾸밀 책사는 있어도 학자는 없었다. 이것은 고려에 이롭지 않을 것이다.'성균관이라도 세워야 하는 것인가?'난 문뜩 그런 생각을 하며 안호를 봤다."부첨사에게 내린 칙명을 거둔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허나 지금은 시간이 없다. 그러니 모두 요동의 오랑캐를 몰아내는 일에 합심하여야 할 것이다."

"예. 황제폐하!"

"이후 조정은 전시체제로 돌입한다. 짐은 요동의 오랑캐를 막아내고 이 사직을 지킬 것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난 요동을 가질 것이다.

“국방장관 이고와 내무장관 북천이 이 평양성을 지킬 것이고 짐은 요동으로 친정을 할 것이다. 내 백성을 위해 전쟁이 나도 고려에서 싸울 수는 없다. 짐이 전장을 확대할 것이다.”

드디어 출정 공표나 다름이 없는 내 명이 떨어졌다.이제 드디어 요동으로 가는 것이다.물론 승승장구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다. 아니 이 고려는 바람 앞의 꽃잎처럼 위태롭기만 했다. 허나 쓰러짐 없이 어디 일어설 수 있을까?

“신 북천! 목숨을 걸고 황성을 지키겠나이다.”

북천이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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