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90화 (490/620)

< -- 간웅 22권 -- >9. 의종황제의 결단!의종황제의 대전침소.밝은 것이 밝혀졌기 때문일까?의종황제의 용안은 병색이 더욱 깊어졌지만 그 표정만큼은 편안해 보였다. 쓸쓸하다.

대제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고려의 황제가 겨우 상선 최준의 옆에서 이렇게 쓸쓸히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서러울 것은 없었다. 자신의 치세에 회생이라는 흔적 하나 남겼으니 자신이 졸하여 열성조를 뵌다고 해서 부끄러울 것도 죄 될 것도 없는 그였다.

그저 자신보다 먼저 앞세운 장자를 보는 것이 미안할 뿐인 의종황제였다. "아직 짐이 할 일이 하나 남았지."의종황제는 겨우 숨을 몰아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상선최준을 보고 힘없이 손짓해 불렀다.

"상, 상선!"그 짧은 말 한마디를 하기 이리 버거운 의종황제다. 회생의 앞에서 그를 위해 마지막 명줄의 힘까지 다 써버렸기에 겨우 그렇게 버겁게 상선을 불렀다."예. 황제폐하!"

"짐을 일으켜 주게."

"어찌? 옥체가 미령하시옵니다."

"할 일이 남았어."

"하오나 바람이 차옵니다."

"겨울이지 않나? 눈은 여전히 내리는가?"

"그럴 것이옵니다."

"상선! 짐이 아직 할 일이 남았네."회생에게 모든 것을 부탁하고 지시한 의종황제였다. 그런데 아직 하나가 남았다고 말하는 그였다."쉬셔야 하옵니다. 태자마마께서 걱정하실 것이옵니다. 소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소신이 명을 받잡아 행하겠나이다."

"짐, 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네. 짐을 일으켜주게."의종황제의 말에 상선 최준이 물끄러미 의종황제를 봤다.

처음 그를 봤을 때 젊고 의욕 넘치는 태자였고 황제가 되고 나서 썩어가는 고려를 개혁하기 위해 권문세가와 맞서던 황제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좌절한 폭군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다시 황제의 위엄을 이렇게 보이고 있었다."태자는 무엇을 하고 있나?"

"태자궁에서 대전회의를 주관하고 있사옵니다."

"이 밤에? 고려에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그것까지는 모르겠나이다."

"무슨 일이 있나보군. 어서 짐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어."의종황제의 명에 어쩔 수 없이 상선 최준이 조심히 의종황제를 침대에서 일으켰다."가세!"그 순간 의종황제가 휘청거렸고 상선 최준이 그를 급히 부축했다."옥체가 미령하시옵니다. 황제폐하!"

"그럴 것이야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않나. 가세! 대전으로 짐이 가야 하네."그렇게 의종황제는 겨우 겨우 걸으며 상선 최준의 부축을 받으며 이제는 대전이라고까지 불리는 태자궁으로 향했다.'태자보다는 황제이어 야하지. 암 황제이어야 하지.'의종은 또 엄청난 결단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태자궁에서 대전업무를 보는 큰 방.내 앞에 요동에서 돌아온 별초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고 그 옆에는 정도전과 북천 그리고 무제와 이의민이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 담겨 있는 차가움은 위태로운 고려를 염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지시한 것은 어찌 되었는가?"내 물음에 별초들을 이끌고 간 별초조장이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요동성을 비롯한 12개성의 건초창고와 식량 창고를 모두 불태웠사옵니다."이미 그 사실은 알고 있었다.그때 연락을 받은 이고외숙이 급히 달려와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국방장관 신 이고 태자마마의 부름을 받고 달려왔나이다."

"오셨습니까?"

"무슨 일이옵니까? 태자마마!"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알아보기 위해 이러고 있습니다."마음은 급하지만 여유를 찾고자 했다. 지금 당장 방도가 없으니 천천히 돌아보고 확인하고 움직여야 한다."너희들의 공이 아주 크다."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그래! 요동의 각 성들이 불바다가 되었겠구나."

"그렇사옵니다."

"요동백성들의 피해도 상당하겠군."

"그럴 것이옵니다. 허나 조심히 움직였나이다."별초조장의 말에 난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저들은 자긍심 높은 별초무장 출신이다. 그러니 백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을 거다. 그리고 그것이 이 고려에 위기로 다가오고 있었다."결혼이 났군."역시 대타발은 대단한 인물이 분명할 거다. 초가를 헐어 전마의 먹이로 쓸 생각을 하다니 그냥 평범한 번진의 통치자는 아니었다."대신들은?"난 무제를 봤다."밝에서 기다리고 있사옵니다."이고외숙이 내 허락 없이 들어올 수 있는 것은 그의 직위와 입지 때문일 것이다."고려가 위태로워졌다."

"어찌 하실 참이시옵니까?"

"대타발이면 어떻게 할까?"

"빼앗긴 북변도를 다시 찾으려 할 것입니다."이의민이 내게 말했다. 그의 눈빛을 보니 그도 정치라는 것에 참여해 보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는 무장으로 남는 것이 그에게도 또 고려에도 좋을 것이다."우리가 그 모든 일을 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초가를 헐어 전마의 먹이로 쓸 생각을 할 정도라면 분명 그 정도는 추측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북변도를 다시 회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절로 인상이 찡그려지는 순간이다."개천이라 했사옵니다."정도전이 나직이 내게 말했다."개천도 있었지."그리 위급한 상태에서 대타발은 후발해를 건국했다.

그것은 다시 말해 금과 적이 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지금의 요동은 옆으로는 금과 대적해야 하고 아래로는 고려와 맞서야 한다. "내가 만약 금의 황제라면 지금 어떤 조치를 취할까?"

"금의 왕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옵니다."북천이 금의 왕이라 말하며 내게 말했다. 이제는 금은 왕의 나라다. 고려가 황제의 나라로 거듭났으니 말이다.

"모른다? 그렇지. 아직은 모르겠지. 만약 알았다면 바로 내게 사신을 보냈겠지. 위와 아래에서 협공을 한다면 요동 15만의 기마군단도 어렵지 않지."

"그렇사옵니다. 그러니 대타발은 분명 고려까지 진격할 것이옵니다. 그리고 고려를 무너트리려 할 것입니다. 그게 안 된다면 동맹이라도 맺으려 할 것입니다."북천의 생각이 옳을 것이다."그렇지. 그래야 숨통이 트이는 요동이지."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이제 결정의 순간이다.우선은 요동기마군단과 조충의 3군단과의 일전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최악의 상황에서는 6만의 3군단과 조충이 전멸할 수 있었다.'잃어서는 안 되는 군대다. 또한 충신이다.'내가 모든 신하를 버린다고 해도 조충만큼은 버릴 수 없다.

조충이 이 고려에서 득세를 하고 권력을 가져야 후일 금을 병합할 때 편하다.고려에서는 말갈족도 고려의 귀족이 되고 이름뿐이지만 왕자가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살려야겠어.'난 결심이 섰다.그리고 대타발을 무찔러야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너는 당장 북진하고 있는 조충 사령관에게 가라."난 무릎을 꿇고 있는 별초조장에게 말했다.

그의 표정도 이미 심각해져 있었다."예. 태자마마!"

"쉼 없이 가야 할 것이다. 네가 쉬는 그 시간에도 요동의 오랑캐는 3군단을 향해 달려오고 있으니 말이다."

"명심하겠나이다."

"가서 전하라! 내가 갈 것이라고 그때까지 버티라고 해라.

내가 가서 요동을 쓸어버릴 거라고 해라."

"예."

"가라!"내 명령에 모인 총신들이 놀라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정도전!"

"예. 태자마마!"

"너는 지금 당장 소포군 2천과 함께 7천의 호위군들을 이끌고 북진 준비를 하라."

"소포군만 움직이시는 것이옵니까?"

"우선은 소포군부터 북진할 것이다."

"이의민!"

"예. 태자마마!"

"그대는 그대의 군단을 이끌고 나를 도우라!"이의민에게도 3만의 군사가 있다."알겠나이다."이제는 고려가 총력을 기우려야 한다. 이제 요동 벌판에서 펼쳐질 대 전투가 고려의 국운을 좌우할 것이다.

"고려 대포는 어찌 하오리까?"고려대포의 실 하중은 1800킬로그램이다. 그것을 사두전차로 이동시켜야 한다. 그것을 압수까지 같이 이동한다면 그것은 내 발목을 잡고 말 것이다.그래서 소포부대부터 보내고 그들을 호위할 5천까지 같이 보내는 거다."후발대로 와야 할 것이다."

"소장은 무엇을 하옵니까?"이고외숙이 물었다.같이 요동으로 가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황성을 비워둘 수는 없다."소장이 국방장관이옵니다. 태자마마!"

"압니다. 하지만 제가 믿을 수 있는 분은 오직 이고 장관뿐입니다."내 말에 이고외숙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북천!"

"예. 태자마마!"

"포병장군에게는 고려 대포의 이동을 맡기고 부장에게 정도전을 도와 출정준비를 하라고 하세요."

"알겠나이다."

"병력의 증원은 더 없습니까?"무제가 물었다."더는 없습니다."난 3만을 증원했을 뿐이다. 물론 2천의 소포부대와 5천의 호위부대도 포함했다.

이번 대 혈전의 핵심은 소포부대가 과감히 얼마나 신중하게 삼단사격을 해 주냐에 따라 달렸다. 또한 고려 대포가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에 승패가 좌우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충이 이끄는 6만의 3군단이 얼마나 막아주느냐에 달렸다.

대략 정리가 됐다. 이제 이 모든 것을 공표하는 일만 남았다.

드디어 내전이 아닌 정벌전쟁에서 내가 친정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대신들을 모두 들라고 해라!"요동성 벌판 앞.공손허를 필두로 하는 6만의 기마군단이 대타발에게 출정 보고를 하기 위해 섰다. 예상한 것처럼 보름이 걸렸다.

물론 보름 만에 군사를 이렇게 정비할 수 있는 것 역시 개천의 힘이었다."신 공손허! 출정준비를 마쳤사옵니다."자신의 앞에 담담히 서 있는 대타발을 보며 공손허가 소리쳤다. 그리고 보니 이미 대타발은 황제의 용포를 입고 있었다. 그 모습에 출정군들은 가슴이 벅찼고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15일을 지체했군."대타발은 옆에 선 여승에게 말했다."황제폐하께서 독려하셔서 이리 빨리 준비된 것이옵니다."대타발은 지체했다고 말했고 여승은 그래도 빨리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차이일 거다."얼마나 걸리겠는가?"

"보름이면 될 것이옵니다. 고려 괴뢰군이 서서히 북진하고 있사옵니다. 그들과 마주서는데 보름이면 충분할 것 같사옵니다."

"보름!"대타발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그렇사옵니다."

"고려 괴뢰군을 섬멸하는데 까지 5일이면 족할 것이고 고려의 새 수도인 서경으로 진격해 함락시키는 것까지는 한 달만 더 말을 달리면 되겠군."

"갑산군이라는 것들을 전멸시키는 것은 그 날이면 충분할 것이나 평양성은 철옹성입니다. 쉽지 않을 것입니다."

"

"준비한 것이 있지 않나?"순간 대타발의 눈빛이 사악해졌다."예. 그렇사옵니다."

"우리는 그저 기다리면 되는 것이네. 평양성이 철옹성이라고는 해도 바짝바짝 말라가 결국 문을 열게 될 것이네."대타발의 말에 여승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 준비한 것 때문에 무엇이 남겠사옵니까?"

"지금은 고려를 무너트리는 것이 최우선해야 할 과업이네.

만약 고려가 금과 연합을 한다면 이 발해의 미래는 없네. 어떻게든 고려부터 무너트려야 하네. 우리 발해라고 오랑캐들도 차지했던 중원을 가지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나."대타발의 말에 여승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태왕폐하!”

“할 말이 있는가?”

“이 모든 것을 고려태자가 꾸몄을 것이옵니다.”

여승의 말에 대타발이 인상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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