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89화 (489/620)

< -- 간웅 22권 -- >"베소서! 베시면 되옵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베소서. 아무 것도 묻지 마시고 베소서! 그럼 되옵니다."자신을 베라고만 말하는 정도전이었다. 털끝만큼의 거짓도 없는 그저 하얀 눈처럼 진심을 말하는 것 같았다."뭐, 뭐라,,,,,,."

"베소서! 이미 오늘이 있을 것을 각오했나이다. 베소서! 베시고 더는 과오 없는 행보를 하시옵소서. 저를 베셔야 하옵니다. 그리하시고 더 넓은 제국의 성군이 되소서."정도전은 과오 업는 행보라고 했다.그리고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고 했다. 이런 날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그대를 베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내가 순간 정도전에게 존대를 하자 정도전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또한 북천과 무제 그리고 이의민도 놀라 나를 봤다. "베지 않을 명분을 만들지 마소서. 저는 이미 정도전이옵니다.

태자마마께서 이름을 주셨으니 베신다고 해도 원이 없을 것입니다. 정도전으로 죽겠나이다."

"왜 그러셨소?"

"꼭 아셔야 하오리까?"

"베고 말고는 그때 정할 것이요. 왜 그러셨소? 숙부! 아바마마는 내 부친이기도 하나 숙부의 형이기도 하십니다."숙부라는 말에 북천이 다시 놀라 나와 정도전을 다시 봤다."왜 끝내 밝히시는 것이옵니까? 사실과 진실이 꼭 같을 필요는 없사옵니다."

"베기 위함입니다."

"베십시오. 주저마시고 베십시오. 후회하실 것이옵니다. 저를 베지 않으시면 후회하실 것이옵니다."

"묻지 않습니까?"

"제가 보기 싫어 뒤에 서셨는데 왜 베지 못하십니까? 저를 보면 베지 못하실 것 같아 그리 서셨다면 아니 되시옵니다. 베소서! 베셔야 하옵니다. ""이유를 말하세요. 그리고 벨 것입니다."

"좋습니다. 태자마마! 아니 조카님!"정도전 역시 이제는 나를 조카로 받아드리듯 말했다."조카님께서는 참으로 모질게 그 자리에 오르셨습니다. 또 제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오르셨습니다.

그때의 조카님은 그저 양자로 황자일 뿐이셨습니다. 군권을 가지고 권력을 가졌다고는 하나 태자가 되기에는 명분이 부족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고려의 주인은 왕 씨이옵니다. 어찌 고려의 황족들이 이 씨를 황제로 섬기겠나이까? 태자마마께서는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처럼 위태롭게만 보였사옵니다."

"그래서요?"

“황실과 조정이 안정이 된다면 분명 또 어떤 자가 망발을 일삼고 왕 씨라는 이유로 태자로 삼으려 할 것입니다. 그리 된다면 또 태자마마께서는 그를 모질게 베어내서야 합니다. 그것이 업이옵니다. 피로 얻어져야 하는 자리는 끝내 그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옵니다. 그것을 제가 했나이다.”

“양위를 받는 길도 있었습니다.”

“진정 그러실 수 있사옵니까? 생부에게 진정 양위를 받을 자신이 있사옵니까?”

정도전도 진실 하나를 밝혔다.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놀랐을 것이다.

“,,,,,,,.”

“못하시옵니다. 모질다고 하시지만 항상 여리십니다. 그래서 제가 했사옵니다.”

“행하지 말아야 했소.”

“아니옵니다. 해야 하옵니다. 황제페하도 아셨사옵니다. 황제폐하께서만 급히 붕어를 하신다면 황자이신 태자마마께서는 바로 태자가 되시고 또 황제가 되시옵니다. 그래서 소신이 했나이다. 아니 이 숙부가 했나이다."

"황자라서 그랬다? 나를 위해서 그랬다?"

"이제 연유를 아셨으니 베십시오. 베시고 가시려던 대망으로 가시옵소서. 고려는 이미 뿌리째 썩은 나라이옵니다. 태자마마께서 크게 일어서섰다고 해도 끝내 뿌리가 썩은 나무는 흔들리고 쓰러지게 되어 있사옵니다.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셔야 하옵니다. 그 제국이 더욱 강성하기 위해서 노력하셔야 하고 후대의 황제들께서도 그리 하셔야 하옵니다.

그것이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고려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소?”

“그때는 없었사옵니다.”

“지금은?”

“제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사옵니다. 그러니 이제 연유를 아셨다면 베소서. 베셔야 하옵니다.”

정도전이 길게 쭉 목을 내밀었다.죽음 같은 것은 두렵지 않는 듯 했다."그렇게 본다면 숙부도 황자이시지 않습니까?"

"저는 정도전입니다. 태자마마의 신하이며 아우이며 벗인 정도전이옵니다.

혈족의 정은 끊은 지 오래이옵니다. 정도전의 이름으로 죽겠나이다."정도전의 말에 난 검을 올려 들었다.

반드시 벨 것이다. 그가 하늘의 이치를 알고 뛰어난 지략을 가진 고려의 제갈공명이라고 해도 나는 벨 것이다.

그거 없다면 내 대망이 흔들릴 수도 있지만 벨 것이다. 베어야 한다.

아들이니 반드시 베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이 고려의 진정한 태자다.

순간 내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그 순간 공예태후의 얼굴이 떠올랐다.

허나 할마마마께서 아무리 슬피 우신다고 해도 벨 것이다. 그 생각과 함께 힘이 들어갔고 정도전 그와 지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이 순간이 버겁다.’끝내 난 정도전을 베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쉬웅!챙!그때 무제가 무엄하게 내게 날아들어 내 검을 막았다."무엇 하는 짓이냐!"

무제에게 소리쳤다."죽음으로 면할 죄가 아니옵니다. 왜 그리 쉽게 정가 놈을 용서하시려는 것입니까?"무제가 내게 소리쳤다."그럼 능지처참이라도 하란 말이냐! 내가 그것을 못 할 것 같으냐? 사지를 찢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냐?"

"분명 소장은 죽음으로 면해질 죄가 아니라고 했사옵니다."무제는 정도전을 노려봤다.그의 눈에도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나만큼 이 순간에 정도전이 미운 것이다.그의 스승인 연우를 독에 중독 시켜 위태롭게 한 것을 아는 듯 했다."그럼 어찌 하란 말이냐? 나보고 어찌 하란 말이냐?"

"이 고려가 태자마마의 대망을 이룰 수 있는 밑거름이 되게 하소서."

"하찮다. 필요 없다."그때 북천도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정도전을 베실 수는 없사옵니다. 연우 대스승께서 어찌 모르셨겠습니까? 또 황제폐하께서 도 어찌 모르셨겠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가? 북전!”

“모두 알고 계시었습니다. 그럴 것이옵니다. 그리고 달게 받아 마셨을 것이옵니다.

이 모두가 태자마마를 위해 그리 하신 것이옵니다. 태자마마께서는 정도전을 베시고 정도전을 원망하시면 되오나 소신과 무제는 그 누구를 원망해야 하옵니까? 태자마마를 원망하여야 하옵니까?"북천은 연후의 독살에 내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짐작한 듯 말했다."으음,,,,,,."신음소리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부인하지 않겠다."

“또 숙부라 하셨습니다. 또 숙부를 베시는 태자가 되시어야 하옵니까?”

“비키라! 뽑혀서 휘둘러져야 할 검이다. 어서 비키라!”

내 절규 같은 외침에 무제와 북천이 나를 잠시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를 비켰다.난 다시 정도전을 노려봤다.

“이얍!”

그리고 거칠게 기합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쨍!순간 검이 부러졌다. 난 차마 정도전을 베지 못했다. 그렇게 검이 부러지도록 땅에 내려쳤다.

“검의 날이 부러졌다.”

“태, 태자마마!”

“돌아서라.”

“,,,,,,.”

“돌아서라고 했다. 정도전!”

내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그제야 정도전이 조심히 휘청거리며 일어나 섰다.

“이 부러진 검의 날을 줄 것이다.”

“태자마마!”

“내가 되었다고 할 때 또 네가 되었다고 생각을 할 때 자결하라.”

순간 정도전이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이 고려가 더는 너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할 때 자결하라.”

“태, 태자마마! 신! 정도전 명을 받잡사옵니다.”

그때 이 태자궁으로 급히 뛰어오는 자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무제가 들어서는 자에게 소리쳤다. 범인들에게 보여줄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 거다.

“그대는 신라방총방주가 아니요?”

북천이 급히 이 태자궁으로 들어선 자가 등주에 있을 신라방총방주라는 것을 알고 놀라 물었다.

“그렇소.”

신라방총방주는 짧게 답하고 무릎을 꿇고 있는 자가 정도전이라는 것을 알고 놀란 것 같았다.

“태자마마!”

“무슨 일인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대타발이 남진을 한다고 하옵니다.”

“남, 남진?”

순간 번뜩 정신을 차렸다. 내 전략은 대타발이 요동기마군단을 이끌고 남지 하지 못하게 하는 거였다. 그리고 서서히 말라죽기를 기다리는 거였다. 흑사병과 함께 요동이 무너지는 거였다. 그런데 대타발은 그 위급한 상황에서 끝내 남진을 강행한 것이다.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어찌 아는가?”

“요동 지점 상주가 개천이라고 전서구를 날렸나이다. 약재를 구하고 군량을 구한다고 했나이다.”

“개천!”

놀라운 순간이다. 역시 황제폐하께서 대타발을 하찮게 보지 말라고 하신 말이 옳았다.

“그렇사옵니다. 후발해가 열렸사옵니다. 그리고 남진이 시작되었사옵니다.”

“이곳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렸는가?”

“10일이옵니다.”

등주포구부터 대동강 포구까지 가장 빠른 배로 노를 저어 돛을 달고 왔다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 대타발이 남진을 시작했겠군.”

절로 인상을 찡그려야 할 순간이었다.‘조충! 그리고 6만!’난 온몸을 부르르 떨어야 했다. 6만의 군사로 중원 최고의 기마군단을 막을 수는 없다. 이것은 내 계략의 착오다. 아니 이 고려는 이제 나로 인해 위급해졌다.

“말 먹이가 없어서 쉽게 진격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것을 구하지가 쉽지 않을 것이옵니다. 또한 군량미 창고도 많이 불탔사옵니다. 거짓된 정보일 수 있사옵니다.”

북천이 내게 말했다.

“거짓된 정보?”

아니 지금 신라방총방주가 가지고 온 이 정보가 오보이기를 바라고 싶었다.

“그렇사옵니다.”

“아니옵니다. 남진을 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하나만 알아보면 되옵니다.”

정도전이 내게 고했다.

“하나만 알아보면 된다?”

“그렇사옵니다. 요동에서 돌아온 세작들에게 하나만 알아보면 사실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난 정도전을 빤히 봤다.

“쥐불이 초가를 태웠냐는 것이옵니다.”

“뭐, 뭐라?”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초가가 남아 있을 수도 있었다.

“어서 세작으로 갔던 별초를 부르라.”

“예. 태자마마!”

“북천과 정도전 그리고 무제는 태자궁으로 들고 모든 문무백관들은 태자궁으로 들라하라.”

“예. 알겠사옵니다.”

무장이 짧게 대답을 하고 밖으로 뛰었다.‘초가란 말이지. 초가가 남아 있었단 말이지.’지그시 입술을 깨물어야 하는 순간이었고 또 선택의 순간이었다.

‘조충을 버릴 것인가? 조충을 구해야 할 것인가?

또 이 모진 선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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