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87화 (487/620)

< -- 간웅 22권 -- >8. 요동의 삭풍에 위급함이 몰려오다.황성의 태자의 전각.고려 대포와 소포의 위력을 보고 난 더 거대한 것을 꿈꿀 수 있게 되어 가슴이 벅차왔다.

지금까지 이 좁고 연약한 고려 때문에 난 많은 암계를 꾸미고 사악한 짓을 자행했다. 그런 일들을 할 때마다 다 고려를 위한 것이고 백성을 위한 것이라고 나를 달랬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내 추악함 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힘이 생겼다.고려 대포와 소포의 위력이라면 15만 요동 기마군단도 문제가 없고 또 서로 의심하고 약해져버린 금도 단번에 무너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역사적으로 금이 몽골에 무너진 것은 그들이 나약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금 그들은 여진족으로 말과 같이 살며 용맹을 다투던 전사들의 후예였지만 중원을 가지고 중원화 되어 그들의 기상을 잃어버렸다.

몽골족을 이끄는 칭기즈칸이 강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약해졌기 때문에 끝내 망한 거였다. 그러니 내게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가 있다. ‘이 요동만 가진다면 중원을 제패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금이 그럴 것인데 금에게 조공을 바치고 전쟁을 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송은 더할 것이다. 비록 금과 송이 고려보다 병력의 수는 많지만 지금의 고려처럼 야망도 용맹도 없는 것들이니 내 이제 진격만 한다면 모든 것이 내 손에 들어올 것 같다.

“참으로 고생이 많았다.

이리 빨리 그대들이 고려 대포와 소포를 만들어 줄지는 몰랐다.”

난 다시 한 번 정도전과 북천의 공을 치하했다.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태자마마! 상선 들었사옵니다.밖을 지키던 무장이 담담히 내게 보고했다.

“들어오시라고 해!”

내가 여전히 상선 최준에게 존대를 하니 정도전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정도전 그도 황족의 피가 흐른다. 그러니 내가 이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내게 최준의 존재는 나를 지키는 무제와 이의민과 다를 것이 없다.

‘검만으로 황제가 시해를 당하는 것은 아니지.’사실 따지고 본다면 황제와 태자 중에 시해를 당한 자들이 있다면 그들의 대부분은 독살을 당했다. 그것을 막아주는 것이 바로 상선 최준이며 내 양부라고 생각하는 그다. 그러니 절대 홀대할 수 없다.

내가 아무리 큰 야망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한줌의 독약으로도 죽을 있는 인간이니 말이다.‘나를 시기하고 내게 배척을 당했던 자들은 차고 넘친다.

’그들 중 나를 시해하려는 자들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기회만 보고 있는 자들도 분명 있을 거다. 그래서 내게 양부 같은 상선 최준이 필요하다.

환관들이 정치에 개입하면 그 나라는 썩은 걸 거다. 허나 아들을 생각하는 아비 된 마음으로 나를 상선 최준이 살핀다면 난 최소한 독살은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리 독단적으로 움직여도 살아남은 이유라면 이유일 거다.

“상선 최준! 태자마마를 뵈옵니다.”

“앉으세요.”

지금 정도전과 북천은 내 앞에 서 있다. 그런데 아무리 환관의 우두머리인 상선이라고는 하지만 환관에게 앉으라고 하자 정도전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아직 너는 내게 미치지 못하는군.’난 정도전을 보며 아직은 나와 견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망하옵니다. 태자마마!”

상선 최준은 정도전과 북천의 눈빛을 의식했는지 자리를 마다했다. 그럼 더는 권할 필요가 없다.

“아직도 제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그저 말씀이라도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내 물음에 상선 최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항상 담담한 위인이 바로 상선 최준이다. 그런데 저리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니 뭐가 있어도 아주 큰 일이 있는 것 같았다.

“태자마마!”

“왜 그러십니까? 무슨 일입니까?”

“소신을 벌해 주시옵소서.”

상선 최준이 뜬금없이 내게 자신을 벌해 달라고 말했다. ‘뭐지?’이런 일은 없었다.

아니 항상 주변을 살피며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상선 최준이다. 내가 그를 인정하는 것은 그는 환관으로 권력을 탐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보통 환관은 모든 것을 탐하는데 상선 최준만은 그저 내 안녕과 무훈만을 빌었다. 그러니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다.

“무슨 일입니까?”

“황제폐하께서 위중하시옵니다.”

상선 최준은 최대한 담담히 내게 말했다. 허나 그의 표정은 참으로 망극한 죄를 지은 사람처럼 어둡기만 했다.

“뭐라고?”

난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황제폐하께서 알리지 말라하시어 함구하고 있었으나 너무나 옥체가 미령해지셔서,,,,,,,.”

“어떻게 된 것입니까?”

“조위총의 난 때 얻으신 고뿔이 폐부를 침범한 것 같사옵니다.”

“그것을 왜 이제 말하는 겁니까?”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참으로 미묘한 관계일 것이다.

의종과 나!그와 나는 생물학적으로는 부자의 관계가 분명할 거다. 또한 서로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존재일 것이다. 특히 자신의 장자를 죽인 자신의 차자를 보고 있어야 하고 그의 무훈을 빌어야 하는 그이기에 참으로 침통한 세월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국정 때문에 또 내 야망 때문에 그런 분을 돌아보지 못한 것이 내 과오였다.

“조의총의 난이라면 벌써 6개월이 지난 일인데 어찌 그때 걸리신 고뿔이 잠재우지 못하고 폐부를 상하게 했단 말입니까? 태의들은 무엇을 했단 말입니까?”

“태의들의 말로든 백약이 무효라고 하옵니다. 마음의 병이 크시다고 하는 태의도 있사옵니다.”

“마, 마음의 병,,,,,,,.”

아들이면서 아들을 죽인 자를 보고 있어야 하니 그럴 수도 있었다.

“망극하옵니다.”

“그래서 어, 어떻다는 것인가?”

“망극한 일을 준비하셔야 할 수도 있다고 하옵니다.”

상선 최준은 죽을죄를 지은 것처럼 울먹이기까지 했다.

“왜 이제야 그 일을 알린 겁니까? 왜! 왜! 왜!”

난 미친 듯 소리쳤다. 그 순간 정도전의 눈빛도 떨렸다. 그 무엇인가를 숨긴 그런 눈빛이 떨렸다. ‘혹여,,,,,,,.’난 정도전의 과단성을 안다. 그는 내가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될 자라면 그가 누구든 제거할 수 있는 가신이다. ‘설마 네가!’난 문뜩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북천!”

“예. 태자마마!”

“조의들 중에 의술이 출중한 자들은 모두 입궁을 시키라! 그리 보내서는 안 되시는 분이시다. 절대 그리 보낼 수는 없는 분이시다.”

“송구하오나 지금 의술이 뛰어난 조의들은 모두 묘향산에 가 있사옵니다.”

“묘향산에? 왜? 왜 내 허락도 없이 거기에 간 것이냐?”

물론 내가 그런 사소한 일까지 보고를 받지는 않았다. 마음이 다급하니 그런 역정도 내는 것이다.

“스승께서 위중하시여 그곳으로 같사옵니다.”

“대스승께서 위중?”

“그렇사옵니다. 워낙 연로하시기는 하지만 스승께서도 폐부에 한기가 침입해 위중하시다고 하옵니다.”

우연치고는 너무나 내게는 잔인한 우연일 것이다.

“으음,,,,,,,.”

난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내 눈치를 살피는 정도전을 봤다. 그래 저 눈빛이면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 걸 거다.

“지금 당장 아바마마를 뵈어야겠어.”

난 바로 그 자리를 박차고 내실에서 나왔고 그때 요동으로 내 밀명을 받고 떠났던 별초로 구성된 세작들이 황궁 호위무장의 인도를 받아 들어오고 있었다.

“태자마마를 뵈옵니다.”

“내 따로 부를 것이다. 대기하고 있어라.”

“예. 태자마마!”

난 그들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바로 대전으로 뛰었다.

“태자마마의 저런 모습은 처음인 것 같소.”

북천이 정도전에게 말했다.

“그럴 것입니다. 애증이 많지 않사옵니까?”

“애증?”

“그렇사옵니다. 풍문에는 태자마마께서 장자를 베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더 놀라운 것은 그 사실을 폐하도 대스승도 알고 계시다는 겁니다.”

정도전의 말에 더욱 놀라는 북천이었다.

“그게 사실인가?”

“풍문입니다. 풍문!”

정도전은 서글픈 미소를 머금었다.

“장관님!”

“내 그대에게까지 장관이라 불리니 이상하군.”

“제가 만약 어떤 연유로 태자마마를 돌봐드리지 못하게 된다면 태자마마를 잘 부탁드립니다.”

“자넨 또 그게 무슨 소리인가?”

“목을 길게 내어 태자마마의 처분을 기다려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정도전은 그렇게 말하고 옆에 있는 무장을 봤다.

“가서 멍석을 좀 가져다주겠나?”

“예? 멍석이라 하셨습니까?”

“석고대죄를 할 죄인이 쓸 것이네.”

“죄인이라니요?”

무장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 되물었다.

“그대 앞에 있지 않는가? 그대 앞에.”

정도전의 말에 북천은 뚫어지게 정도전을 봤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북천이기에 정도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가 하지 않은 말도 무엇인지 잘 알 것 같았다.그때 스릉 하고 검이 우는 소리가 북천의 귀에 들렸고 북천이 놀라 급히 고개를 돌렸다.

“아니 되시네. 무제!”

북천이 무제를 말렸다. 무제 역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것이다.

“,,,,,,.”

무제는 그저 말없이 정도전만을 노려봤다.

“그렇지. 아니 되는 것이지요. 사형! 오직 저 정가를 벨 수 있는 것은 태자마마이겠지요.”

무제는 그렇게 말하고 살짝 뽑아든 검을 다시 검 집에 넣었다.

“왜 그런 것인가?”

북천이 정도전에게 물었다.

“모두 고려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구차하겠습니까?”

“으음,,,,,,,.”

전혀 구차하게 들리지 않으니 더는 할 말이 없는 그들이었다.

“뭐 하시는가? 가서 멍석을 준비해 주게.”

“예? 예. 알겠습니다.”

그저 무장은 영문을 몰라 예라고 대답하고 전각 밖으로 뛰었다. 그리고 정도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천천히 태자의 전각 밖으로 나왔다.어느새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눈꽃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목이 베어지기에는 아주 좋은 날이군!”

정도전은 그렇게 말하고 관복을 벗고 죄인처럼 봉두대발을 하고 깔아놓은 멍석에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천천히 손을 올려 떨어지는 눈꽃을 받아냈다.

“이 눈이 벚꽃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정도전은 그렇게 말하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황성 대전 침소.의종황제는 급히 들어서는 나를 애써 밝은 표정으로 반겨주면서도 내가 온 것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그의 얼굴에는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드려져 있었고 어깨에는 죽음 새가 내려앉아 있는 것 같았다. 또한 의종황제를 돌보던 태의들이 내가 온 것을 보고 기겁한 표정으로 돌처럼 굳어졌다.

“어찌 온 것인가? 태자! 정무가 바쁠 것인데?”

의종황제는 애써 아프지 않다는 표정을 내게 보이며 물었다. 거친 기침을 참고 있는 표정이지만 밝아 보이고자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았다.

“어찌 된 것이옵니까?”

“무엇이 말인가? 태자! 짐은 태자가,,, 태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참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상선에게 다 들었사옵니다.”

내 말에 그제야 의종황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사람도 참! 뭐라고 그런 말을 해.”

“어찌 된 것이옵니까? 아바마마!”

“아무 일도 아니야. 사람이 낳으면 가는 것이 이치이지.”

“무슨 그리 황망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난 고개를 돌려 태의들을 봤다.

“어찌 된 것이냐? 어찌 모셨기에 황제폐하의 옥체가 이리 되신 것이냐?”

내 거친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 태의는 없을 것이다.

“말 하지 못하겠느냐? 말하지 않으며 목을 벨 것이다. 산채로 땅에 묻을 것이다. 어찌 된 것이냐?”

“소신들을 죽여주시옵소서.”

태의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죽여 달라고 소리쳤다.

“죽여 달라? 죽여 달라! 오냐! 죽여 줄 것이다.”

난 살기를 뿜어냈다.

“밖에 호위무장 있는가?”

“예. 태자마마!”

호위무장이 급히 안으로 들어섰다.

“저 불충하고 무능한 것들을 모두 끌고 나가 목을 베어라!”

“태자!”

의종황제가 나직이 나를 불렀던 것 같다. 하지만 난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엇을 하고 있어? 어서 끌고 나가서 베지 않고.”

“태자!”

의종황제가 크게 나를 불렀다.

“아바마마!”

“그들에게는 죄가 없다. 아니 그 누구에게도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죄인이 있다면 무능하기만 했던 짐이 죄인일 것이다.”

“아, 아바마마!”

순간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태자!”

“예. 아바마마!”

“좀 눕고 싶구나.”

“예. 아바마마!”

난 조심히 의종황제를 침소에 눕혔다. 그가 자신의 병을 들키자말자 그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어두워졌다.

아비인 분이 모진 아들에게 그리고 그 아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숨기고자 했다. 남아 있는 모든 힘을 다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끝내 밝혀졌을 때는 그 더욱 약해지고 모든 것을 이렇게 포기하는 되는 걸 거다.

“태자! 너의 대망이 무엇인지 말해 다오.”

“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내 모진 아들의 대망이 무엇인지 듣고 싶구나! 이 아비에게 위로가 되게 들려 줄 수 있겠느냐?”

의종황제의 하명에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소자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나이다.”

“짐의 장자가 죽고 아니 너의 형이 죽고 내 아우가 또 죽고 김보당이 죽고 내 총신들이 죽었다. 그것이 다 위로가 되게 너의 대망을 짐에게 말해다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계시다는 거다. 아니 모르지 않을 것이다. 총명하시고 영민하셨던 분이시니 말이다. 그저 총신들을 잘못 선택하고 신하들을 잘못 둔 황제이기에 이리 되신 거였다."짐이 그래도 이 고려에 잘 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게 바로 태저 너 인 것이다. 그러니 짐에게 말을 해 다오."

“소, 소자의,,,,,,.”

“그래. 이 고려의 태자의 대망이 무엇이냐?”

짐에게 말을 해 다오."

“소, 소자의,,,,,,.”

“그래. 이 고려의 태자의 대망이 무엇이냐?”

“소, 소자의 꿈은 황, 황실이 바로 서는 고려이옵고,,,,,,.”

“그렇지. 짐이 하지 못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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