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85화 (485/620)

< -- 간웅 22권 -- >7. 드디어 개발된 홍의포!요동성 및 각성은 대타발의 세작 색출명령에 의해 피로 물들고 있었다. 고려의 복색을 한 자들은 그 누구라도 남기지 않고 죽였다.

이것은 세작 색출이 아니라 인종청소에 가까웠다. 벼랑 끝까지 몰린 대타발과 요동이기에 이런 처참한 지시를 한 것이었다.

아아악! 비명과 함께 울부짖음이 여기저기서 터졌다.지옥이다.

죽어가는 자들의 고통에 겨운 외침이 죽이는 자들의 처절한 기합소리가 지옥의 장단처럼 겹쳐진다.여기저기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쓰러지는 자들과 베어지는 자들 그곳에서 펼치지는 강간과 약탈이 지옥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모두 베라! 고려 것들은 다 죽여도 좋다.”

바르도는 마상에서 휘어진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서걱!

“아악!”

한 아이의 목숨이 마른 꽃잎처럼 떨어졌다.

그 아이의 잘못은 고려인으로 태어났다는 것뿐이었다. 아이라고 그냥 넘기는 경우가 없었다. 무엇이든 다 베어보고 난 후에 그것이 고려인인지 아닌지 확인했다.살육의 축제일 것이다. 그것이 전부가 되어버렸다.

“각 성의 식량창고가 불이 붙은 것은 모두 고려 것들이 불을 지른 것이다.”

바로도는 식량창고가 불탄 책임을 고려인들에게 뒤집어 씌웠다. 그리고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역병이 창궐하는 것도 고려인들이 옮긴 것이다. 이 요동의 모든 천벌은 고려인 때문이다.”

책임을 져야 할 존재가 필요한 요동이었고 바르도의 외침을 들은 요동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려인을 공격했다.그 수준은 폭동에 가까웠다.

바르도가 고려인을 다 죽이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자신들의 불행을 책임지게 하고 싶은 요동인들이 그렇게 고려인을 죽였다.바르도는 정말 분노의 불씨만 던진 거였다. 그렇게 일종의 세작 색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미 식량창고에 불을 지르고 자신들도 모르는 상태에서 역병을 옮겨놓은 고려 별초 출신의 세작들은 이미 압수를 넘어 회생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모든 일을 수행하고 나면 바로 회생에게 돌아오라는 병은 받았으니 말이다.

“모두 죽여라! 다 베어라! 고려 것들의 목숨을 다 빼앗아라! 고려 것들의 재산은 모두 가여운 요동 민들의 것이다. 다 가져도 된다.”

재물을 가져도 된다는 말에 요동의 불한당들은 바르도 보다 더 매섭게 승냥이가 되어 몸을 피한 고려인들을 찾았다.그리고 어느 순간 고려인들의 목에는 현상금까지 붙기 시작했다.

물론 그 현상금을 건 사람들은 요동의 부호들이었다. 이렇게 폭동과 비슷해지는 이 엄청난 살육이 혹여 자신들에게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렇게 처리한 거였다.

“고려 잡것들의 목에 은 한 냥이 걸렸다. 파오 대인의 저택으로 고려 잡것들의 목을 가지고 가면 은 한 냥을 하사 받는데.”

소문은 현실이 되었다.요동의 불한당들과 돈이 급한 자들은 고려인들의 목을 베어 파오라는 자의 저택으로 향했다.

괭이와 도끼 그리고 칼을 가진 자들이 몰려들자 파오는 어쩔 수없이 은 한 냥을 내놔야 했다.그리고 그 피해는 힘없는 것은 마찬가지인 요동의 빈민굴까지 미쳤다.

돈이 필요한 자들은 빈민굴에서 겨우겨우 살아가는 빈민들의 목을 베어 파오에게 갔다. 또 다른 부자들에게 가서 돈을 내놓으라고 압박을 했다.사태는 그렇게 번지고 있었다.

광폭의 시대가 열린 듯 또한 미치광이들이 발광하는 세상이 열린 듯 너나 할 것 없이 죽이고 또 죽였다. 그렇게 요동은 전쟁을 치르기도 전에 혈겁의 죄를 짓고 있었다.

“바르도 때문에 요동성을 비롯한 각 성들이 무정부 상태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여승이 안타까운 마음에 대타발에게 보고했다.

“어쩔 수 없는 조치다.”

“하오나 억울하게 죽는 요동민들도 꽤나 되옵니다.”

“하늘을 여는 일이다. 어찌 천둥이 치지 않고 비바람이 불지 않겠는가?”

대타발은 모든 것을 감수하고자 했다.

“하오나 이 상태로 가다가는 치안이 혼란스러워집니다.”

“그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 그대의 몫이 아닌가?”

“그렇사옵니다.”

“요동에 있는 부호들에게 전하라!”

“무엇을 전하면 되옵니까?”

“이 위급한 순간을 견뎌내려면 모두 요동성으로 이주를 하고 또 재산을 조정에 헌납하라고 전하라!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하라.”

결국 대타발이 필요한 것은 군자금이었다.

“혹여?”

여승은 날로 대타발을 봤다. “난 장자도 베었다. 이제 무슨 짓이든 못 할 것이 없다. 나는 후발해를 개천한 미치광이 태왕이 될 것이다.”

“태, 태왕폐하!”

“그대는 내가 떠난 시대를 대비하라! 차남인 대천우를 잘 보필하라! 그는 성군이 될 자질이 있다.” 스스로 그렇게 대타발은 폭군에 미치광이가 되려고 했다. 그래야 이 위태로운 이 요동을 구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그때 신라방 상단을 만난 최불이 돌아왔다.

“신! 최불 태왕폐하를 뵈옵니다.”

“어찌 되었는가?”

“요망한 것들이옵니다.”

“요망하다?” 대타발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사옵니다. 요동의 위태로움을 보고 자기 이속만 채우려 하는 놈들이옵니다.”

“장사치들이 다 그렇지. 무엇을 원하던가?”

“군상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군상?”

대타발은 피식 웃었다.

“신라방이 요동의 군상이 되어주면 나쁠 것이 없지.”

“약재의 대금으로 활촉을 요구했사옵니다.”

최불의 말에 이해가 되지 않는 대타발이었다.

“활촉? 활촉을 달라? 자신들이 금과 송에서 구해 우리에게 대금을 받고 넘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사옵니다. 우리의 것으로 약재의 값을 받고 그것을 다시 팔겠다는 것입니다.”

“요망한 것들!”

대타발은 화를 냈다.

“그리고 약재 한 근당 황금 한 냥을 요구했습니다.”

“욕심이 크군.”

“그렇사옵니다. 목이 잘릴 수도 있다고 협박을 해놓기는 했으나 눈도 깜짝 하지 않사옵니다.”

“신라방을 믿는 것이지.”

“어찌 하옵니까?”

“우리가 보유한 활촉이 얼마나 있나?”

“150만 대이옵니다. 기병 당 열대의 화살을 지급하고 있사옵니다.”

요동의 기마군단은 경기병 위주의 기마군단이다. 기동력이 뛰어난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었다. 또한 기마궁병들이었다.

바람처럼 달려 나가 또 바람처럼 활을 쏜다. 그 몇 발의 화살에 의해 적은 반수 이상을 잃게 되고 대형을 이탈하게 된다.

그럼 기마군단들은 기마용 검을 뽑아들고 수박을 자르듯 적의 목을 베어내면 그만이었다.

“나쁘지 않지. 얼마나를 달라고 하던가?”

“10만대이옵니다.”

“10만대?”

“그렇사옵니다.”

“줘라! 그리고 군상이 되라고 해라. 천하에 신라방보다 더 많은 물자를 조달해 줄 수 있는 상단은 없다. 군상이라면 그 정도의 욕심은 부려야지. 암 그래야지 패하고 나면 아무 것도 가질 것이 없으니 말이다.”

“예. 알겠사옵니다.”

“출정 준비는 어찌 되었나? 제갈공!”

“초가를 헐어 건초를 구하고 있사옵니다.”

“백성들은?”

“군막으로 모두 이주를 시켰습니다.”

제갈공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타발이었다.

“군량은?”

“각출을 하고 있으나 세월이 하도 험해 쉽게 각출이 되지 않고 있사옵니다.”

“부호들의 창고에서 군량을 확보해라.”

“허나 쉽게 내놓지 않을 것이옵니다.”

“살고 싶으면 내어놔야 할 것이다. 조상이 고려인이라고만 해도 목이 잘리는 세상이니 말이다.”

대타발의 말에 제갈공도 인상을 찡그렸다.

“예. 알겠사옵니다. 태왕폐하!”

“건초의 양은 얼마나 되나?”

“거의 한달 먹일 것은 될 것 같사옵니다.”

“으음!”

대타발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충분하다.”

“군량만 확보가 되면 바로 남진을 할 것이다. 고려 괴뢰의 군사는 어디쯤 오고 있나?”

“이제 압수에서 추진된 정착 세작의 보고에 의하면 백리를 진격 했다고 합니다.”

“겨우 백리 밖에 오지 않았다고?”

의구심이 생기는 대타발이었다.

“그렇사옵니다. 아마도 이 땅에 엄청난 역병이 돌고 있기에 그렇게 전격을 늦추는 것 같사옵니다.”

“그게 아니면 무력시위일 것이고.”

“그럴 가능성도 크옵니다.”

“다시 군막을 세운 곳에서 얼마나 머무는지 확인하여 보고하라!”

“예. 그리 명을 내리겠나이다.”

“만약 고려가 북변이라고 부르는 선조의 땅만 가지려고 저러는 것이라면 크게 후회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감히 이 대타발의 앞에서 무력시위를 하려 했단 말이지. 잘못된 선택인 것을 분명하게 알게 해 줄 것이다. 네놈들의 사직을 모두 무너트릴 것이다. 왕씨의 씨는 그 하나도 남기지 않을 것이야!”

대동강 북쪽 평야.오늘은 역사적인 날일 것이다. 드디어 내가 계획한 일이 또 하나 이뤄졌다.

현대적인 비누하나 만들지 못하는 이 고려의 기술력으로 정도전과 북천의 지시를 받은 학식과 기술을 겸비한 조의들이 드디어 세계를 뒤흔들 홍의포를 만들어냈다.내 기억에 있는 홍의포다. 하지만 이 홍의포의 위력에 놀란 내 적들은 이것을 홍이포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고려대포!난 그렇게 불리기를 원한다. 이렇게 고려대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중원인들이 오래 전부터 화약을 개발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시 이 고려대포의 기초는 중원인들의 기술이다. 포탄은 그렇게 중원의 것을 가지고 와 개량 시켰다. 하지만 고려대포의 포신은 고려불교의 것이다.

거대한 에밀레종을 만들던 그 주조기술을 통해 만들어냈다. 내가 여기에 오기 전에 5차례의 발사 실험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모두 성공했다고 했다.

지금 만든 것은 고려대포 100문이다. 이것을 만들기 위해 송과 안남 그리고 고려 전역의 쇠붙이들과 주석 등 각종 광물이 총 동원 됐다.

고려의 여염집들은 쇠숟가락 하나까지 모두 고려 조정을 위해 공출해 받쳤다. 그래서 만든 100문의 대포다.이 대포는 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이제 두려울 것이 없다.

“부대 차려!”

내가 백마를 타고 도착하자 갑주가 아닌 푸른 옷을 입은 신식 포병의 장군이 차렷 구령을 붙였다. 난 이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군대 용어를 적어 외우도록 했다.

“태자마마께 경례!”

“충!”

이 평야에 3천 명의 신식 고려대포 포병이 있다. 그리고 이들을 호위하고 경호할 7천의 군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비록 겨우 3천의 포병이지만 이들은 고려의 무력의 9할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 하나도 잃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다.추우우웅!나를 향한 충이라는 외침이 메아리쳤다.

가슴이 벅차온다. 나는 이제 두려울 것이 없다.

“군기가 섰군.”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이 부대는 내가 직접 통솔할 것이다.”

고려에서 나만큼 포병에 대해 잘 아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사실 나도 포병 출신이다. 난 백마에서 내리며 일제 대형으로 나열된 고려대포를 봤다.

“장엄하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감축 드리옵니다. 태자마마!”

“그대들과 조의들의 공적이다.”

“황공하옵니다.”

“발사 거리가 얼마나 되나?”

난 옆에 서 있는 포병 장군을 봤다.그는 이미 모든 것을 현대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교육시켜 놨다.

“사거리가 족히 3킬로미터는 될 것이옵니다.”

킬로미터의 사용이 이뤄지는 순간이다.보통 홍의포는 짧게는 5킬로미터에서 길게는 15킬로미터까지였다.

사거리가 짧아진 것은 아무래도 화약의 성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도 세계를 바꿔놓을 혁신이다. 이 세상은 저 고려대포로 흔들리게 될 것이다.

고려라는 말말 들어도 벌벌 떨게 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모질고 사악하게 움직인 것도 모두 이것을 위함이었다.

이제는 영웅으로 불릴 수 있고 또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단 한 번도 영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군.’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이동은 어떻게 하지?”

“대포의 포신에 이동수레의 바퀴를 장착했사옵니다. 4두 전차에 연결해서 이동할 수 있사옵니다.”

포병 장군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전차로 끌고 가도 기동력은 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도 3킬로미터의 사거리가 있다. 적이 말을 몰아 달려올 동안 피하거나 공격하면 된다.

“장하다.”

“황공하옵니다.”

“포병들의 숙달 상태는?”

“태자마마께서 지도해준 것들은 모두 익혔사옵니다.”

간간히 난 포병들을 지도했다. 물론 실질적인 포술 훈련은 하지 못했다.

고려대포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한 교육이니 말이다.난 포술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사각과 고각에 대해 가르쳤다.

고각은 쉽게 말하자면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포의 사격시의 높낮이 각도를 의미한다.

현대인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나 각도의 개념이 없는 이 고려인들에게는 조금은 복잡한 거였다. 그 다음이 포를 쏠 때 매우 높은 각도로 쏘는 사격방식을 고각사격이라고 한다.

앞의 것을 이해하면 뒤의 것은 당연히 이해 할 수 있다.고각이 높을수록 사거리는 줄어든다.

두 번째는 사각이다. 비슷한 것이지만 좀더 정확하게 정밀한 의미다.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포술에서 가장 중요한 편각이다.

이것을 가르칠 때는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아니 울화통이 터진다고 해야 할 거다.

학식이 있고 기술이 출중한 조의들을 가르칠 때도 울화통이 터졌으니 내게 배운 조의들이 포병들에게 가르쳤을 때는 부처님을 몇 번이나 떠올렸을 거다.좌우의 움직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고려대포는 회전축이 없다. 그러니 직접 포신을 옮겨야 한다.

그건 다시 말해 정밀도가 떨어진다. 물론 집중사격을 할 것이니 정밀도는 필요 없다.

100문의 고려 대포에서 포가 발사되면 그 금방 500미터는 쑥대밭이 된다. 살상반경 500미터인 거다.

그 안에 밀집된 보병이나 기병이 있다면 포탄에 쓰러지고 그 소리에 말이 놀라 아우성을 칠 것이다. 그렇게 집중 포격을 한 후에 내 전차군단과 보병들이 진격하면 된다.또 사거리가 두 배는 긴 편전으로 정밀 타격을 하고 공격하면 그 어떤 적도 무너지게 되어 있다.

요동의 기마군다?그건 이제 내 영웅적 업적의 제물에 불과할 거다.

“시작하라!”

도열해 있는 고려 대포를 봤다.

“예. 태자마마!”

포병 장군이 우렁차게 대답하고 절도 있게 돌아섰다.

“전포 사격 준비!”

그와 동시에 뿔 나팔이 한 번 크게 울렸다. 100대의 포가 포격을 위해 장전을 시작했다.불나팔의 울림의 파장 때문일까?난 온몸에 전율이 감돌았다. "이제 나는 영웅이 될 것이다."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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