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84화 (484/620)

< -- 간웅 22권 -- >40중반쯤으로 보이는 최불이 앞으로 나오면서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양 갈래로 난 수염이 상재가 있어 보이고 눈빛이 빛나는 것을 봐서 상인이었다가 대타발의 가신이 된 자 같았다.

“너의 상단을 총 동원해서 약재를 구해야 할 것이다. 재물은 얼마든지 써도 좋다.”

“예. 알겠사옵니다. 태왕폐하! 허나 시일이 꽤 걸릴 것이옵니다.”

“시간이 급하다.”

대타발이 인상을 찡그렸다.

“예. 최대한 빠르게 준비를 하겠사옵니다. 하지만 요동에 자리하고 있는 신라방 상단이 하고 있는 약방들의 약은 이미 바닥이 났사옵니다.”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요동에서 돈이 있는 자들은 약재를 사서 먹었다. 어떤 병인지도 모르고 몸에 좋다는 약재를 사 먹은 거다. 그것 때문에 부작용이 난 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어떻게 되었던 약재는 동이 난 상태였다.

“그럼 할 수 없지. 멀리 가서라도 약재를 구해 와라.”

“족히 달포는 걸릴 것이옵니다.”

“달포면 이미 전쟁은 끝나 있을 것이다.”

이동하면서 병사들이 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대타발이었다.

“일주일 안에 구해 오겠나이다. 우선은 요동에 위치한 신라방에 협조를 구해서 약을 미리 구해 놓으라고 하겠나이다.”

“그래!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약재가 구해지면 마차를 몰고 가서 약을 구 와라. 짐이 친정을 할 동안 너는 여승 승상과 함께 구한 약재의 반을 이용해서 백성들을 구율하고 나머지 반은 내게 보내라.”

“예. 알겠사옵니다. 태왕폐하!”

“여승!”

“예. 태왕폐하!”

“너의 말대로라면 이 모든 것이 고려 괴뢰의 짓이다.”

“그렇사옵니다.”

“그렇다면 이 요동성 안에 고려 괴뢰의 세작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사옵니다. 분명 고려 괴뢰들의 세작이 있사옵니다.”

“얼마의 시간이면 세작들을 모두 색출해 낼 수 있겠는가?”

출정 전에 대타발은 세작들부터 처리한 후에 출정을 할 모양이다.

“옥석을 골라내려면 시일이 많이 걸릴 것이옵니다.”

여승의 말에 대타발이 다시 한 번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대타발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군량도 건초도 아닌 시간이었다. 역병이 창궐하고 있으니 시간이 가장 부족한 대타발이다.

“옥석을 골라내야 한다,,,,,,,.”

대타발은 잠시 생각에 잠긴 것처럼 혼자 중얼거리다가 눈을 감았다.그리고 감았던 눈을 떴다.

“옥석을 골라낼 시간이 없다면 옥이 아깝더라도 돌과 함께 버려야지.”

대타발의 말에 여승이 놀라 대타발을 봤다.

“바르도!”

대타발이 바르도를 불렀고 그와 동시에 푸른 눈동자의 거한이 칼을 찬 상태로 대타발의 앞에 나와 머리를 조아렸다.

“예. 대타발! 바르도입니다.”

갈색머리에 파란 눈!원제국 시대에는 저런 사내를 색목인이라고 불렸다.

“네가 세작을 모두 처리해 줘야겠다.”

“어찌 하면 됩니까?”

두 눈동자가 이글거리는 것을 봐서 그는 무척이나 잔인한 성격을 가진 자가 분명할 거다. 이마는 넓고 입이 크고 눈은 맹수의 그런 눈빛을 가지고 있으니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눈도 깜짝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요동성 근방에 있는 고려촌의 고려 민들을 모두 척살하라.”

평상시면 이런 명령을 대타발은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시다. 그것도 아주 위급한 전시이니 대타발은 그렇게 잔인한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아니 자신의 장자의 목도 베어낼 수 있는 비정한 아비인 대타발이니 이 후발해의 건국과 안녕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였다.

“다 쓸어버립니까?”

바르도는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저 미소는 피를 갈구하는 미소였다.

“다 쓸어버려라!”

대타발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것은 그도 바르도의 잔인함을 안다는 거다. 그건 다시 말해 대타발은 누구보다 가신들의 특성과 성품을 잘 알고 있다는 거였다.

“태왕폐하! 고려민도 후발해의 백성이옵니다.”

어떻게 보면 발해민과 고려민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렇지. 그들도 후발해의 백성이다. 하지만 옥석을 가려낼 시간이 없다.”

“하오나 그래도,,,,,,,.”

“발해촌이 아니라 고려 촌이다. 바르도! 분명 고려 촌이라고 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고려 촌입니다. 다 쓸어버리겠습니다.”

고려촌은 고려의 복색을 하고 고려의 풍습대로 사는 자들이 모여 사는 촌락이었다. 고려에서 살기 힘들어 이 요동까지 떠밀려 온 자들이 만든 정착지였다.

사실 요동성의 대타발은 얼마 전까지는 발해촌 다음으로 고려 촌에 신경을 많이 써줬다. 그래도 같은 뿌리이기에 관심을 보이고 그들이 정착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해졌고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그들은 제거되어야 할 존재인 거다.

“바르도! 가라!”

“예. 태왕폐하! 제 병사들을 이끌고 가서 쓸어버리겠습니다.”

바르도가 다시 미소를 머금고 대타발에게 목례를 하고 대전을 나갔다.

“태왕폐하,,,,,,.”

여승이 다시 대타발을 불렀다.

“여승!”

“예. 태왕폐하! 그대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지금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자신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장자도 죽였다는 것을 여승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거다.

“알겠나이다. 후속조치는 소신이 하겠나이다. 허나 바르도는 그 성정이 무척이나 잔인하옵니다.”

“안다.”

“그 고려촌들 에는 이제 풀 한 포기 살아날 수 없을 것이옵니다. 젖을 먹는 아이까지 모두 죽일 바르도입니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면 아무 말도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대타발의 말에 모든 대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미 개천이라는 큰 이름에 취해 있었다. 그렇기에 무슨 짓을 해도 대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회생과 비슷했다. 이래서 어느 시대든 힘없는 백성들만 죽어나는 거였다.

요동 신라방 상단.대타발의 명을 받은 모든 신하들이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고 최불은 요동에 있는 신라방 지점 상주를 찾아와 있었다.

“약재가 필요합니다.”

최불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신라방 지점 상주에게 말했다.

“아시다시피 약재는 이미 떨어졌습니다.”

“그걸 몰라서 왔겠소?”

신경전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중도에 있는 신라방 휘하 큰 약방에서 약을 조달하려면 그 값이 만만지 않을 겁니다.”

“금액은 상관이 없소.”

“무엇으로 대금을 치르시겠습니까?”

“무엇이면 되겠소?”

그 말에 신라방 지점 상주의 눈빛이 반짝였다.

“제 예상이 틀리지 않으면 고려와 일전을 벌리실 것 같은데,,,,,,,.”

신라방 지점 상주의 말에 최불이 잠시 당황했다.

“왜 그런 눈빛입니까? 최대인도 상인출신이니 상인에게 정보가 얼마나 돈이 되는지는 잘 알 것입니다.”

상주의 말에 최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전쟁이 가장 돈이 되는 일이지요.”

이미 알고 있으니 숨길 것이 없다고 생각한 최불이었다.

“하시는 겁니까?”

상주의 확인성 물음에 최불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는군요.”

“그렇소. 대금은 어떻게 치루면 되겠소? 금으로 드리면 되겠소.”

요동성에는 죽은 참지정사 강일천이 가져다준 황금이 그득했다. 하지만 황금을 가지고 집어 던져 전쟁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니 지금 가장 쓸모가 없는 것이 번쩍이는 황금이었다.

“금도 좋지요.”

“금으로 대금을 치르겠소.”

“전쟁이 나면 뭐가 가장 돈이 되겠습니까?”

상주의 물음에 최불이 인상을 찡그렸다.

“요동성의 위급을 이용해서 지금 재물을 축재하겠다는 거요? 태왕, 아니 대타발 대한무극께서 진노하실 겁니다.”

최불은 순간 말실수를 했다. 하지만 상주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최불을 보며 웃었다.

“저는 상인입니다. 그리고 사실 금 전역에 있는 신라방 상단 중에 가장 이익을 못 내는 상단이지요. 그래서 여기까지 밀려왔고요.”

요동은 금에서도 변방에 해당된다. 그러니 저런 말도 하는 거였다.

“그래서요?”

“전 활촉으로 대금을 주셨으면 합니다.”

상주는 그렇게 말하고 씩 웃었다.

“활촉으로? 미친 것이요?”

“군상이 되어 볼까 합니다. 저도 총방주에게 신임을 얻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상주는 그렇게 말하고 며칠 전에 다녀간 신라방 총방주의 얼굴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때 들은 이야기를 지금 생각해도 놀라워 몸이 떨렸다.

“뭐라 하셨습니까?”

지점 상주가 신라방 총방주를 보며 놀라 다시 물었다.

“곧 전쟁이 날 거네.”

“이 요동에 전쟁이 나다니요? 누구랑 전쟁을 한단 말입니까?”

“고려와 일전을 벌일 수도 있네.”

“참, 참말이옵니까?”

“그래! 그래서 내가 온 것이야!”

“소인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신라방의 핵심 간부들은 신라방이 고려와 동맹을 맺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그들의 뿌리가 따지고 보면 고려이니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다. 또한 요 근래 신라방에서 보유하고 있는 사병들이 거의 대부분 고려에서 온 무사들로 교체가 되었다는 것도 비밀 중에 하나였다.

물론 그들은 도천밀군들 중에서도 검술이 뛰어난 자들이 차출되어 신라방으로 배속된 거였다.

“군상이 되시게.”

“군상이요?”

“그래! 요동을 위해 일하는 군상이 되시게.”

“그건 고려를 배신하는 일이지 않습니까?”

“누가 고려를 배신해! 내 딸이 고려 태자마마의 후궁이 되었는데!”

작게 말하는 신라방 총방주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노함이 있었다.

“그런데 어찌 요동의 군상이 되라고 하십니까?”

“처음에는 잘 지원을 해! 아마 약재를 필요로 할 것이네.”

“그렇겠지요. 요동 전역에 역병이 돌고 있으니 약재가 필요할 겁니다.”

“약재는 충분히 비축을 하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지점에는 없지만 말을 달려 이틀 정도 떨어진 곳에 창고를 지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잘 했네. 그걸 이용해서 군상이 되시게.”

“군상이 되면 군수품을 조달해야 합니다.”

“물론이지.”

순간 표정이 어두워진 지점 상주였다.

“군수품에 장난을 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하품을 주면 되는 것이네.”

“허나 그렇게 하다가 발각이 되면,,,,,,.”

“다 방법이 있지.”

신라방 총 방주는 씩 웃었다. 요동지점 상주는 신라방 총방주의 미소를 떠올리며 회상에서 깨어났다.

“활촉으로 무엇을 하려고?”

“좀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다시 그것을 요동군에게 팔 생각입니다.”

“어이가 없군요. 그냥 금으로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니요?”

“금으로도 받지요.”

“그런데 왜?”

“우리가 요동 기마군단에 납품하는 물품이 상질의 물품이라는 것이 증명이 되어야 군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내 대한무극께 아뢰어 군상이 될 수 있게 해 주겠소.”

“그리 해 주시겠습니까?”

“그리 해 드리리다. 그러니 약재를 구해 주시오.”

“또 하나 있습니다.”

지점 상주의 말에 최불이 다시 인상을 찡그렸다.

“뭡니까?”

“이문을 더 남기기 위해서 우리가 소금과 쌀을 좀 매점매석할 참인데 괜찮겠습니까?”

많은 것을 요구하는 지점 상주였다.

“이보이요. 지금은 위급한 상황이오.”

“그러니 더 많은 이문을 남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사를 잘못 배웠군.”

최불이 지점 상주를 노려봤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노칠 수 없는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저도 이 먼지만 풀풀 나는 요동을 벗어나고 싶습니다.”

“중도로 가시겠다?”

“그렇습니다. 저도 큰 이문을 남겨서 신라방 본방에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알겠소. 그렇게 하시오. 감초를 비롯한 약재 한 근에 얼마면 되겠소?”

이제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됐다.

“감초 한 근에 금 한 냥입니다.”

“뭐요?”

이건 평시의 가격에 수십 배에 해당되는 금액이었다.

“말씀 드리고 아시는 것처럼 약재가 동이 났습니다.”

지금 지점 상주는 요동에서 뽑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뽑으려 했다. 물론 이것이 바로 신라방 총방주의 지시였다.

“참으로 장사를 잘못 배웠군.”

“사실 위험부담이 아주 크지 않습니까? 본방에서는 이 지점을 폐쇄하고 철수 명령이 도착했습니다. 그러니 그 정도의 셈은 해 주셔야 합니다.”

“알았네. 그렇게 하지.”

“얼마나 준비를 하면 되겠습니까?”

“우선 감초와 황기를 비롯한 모든 약재를 준비해 주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양은?”

지점 상주가 야릇한 미소를 머금었다.

“5만근 정도를 우선 준비를 해 주시오.”

“그럼 황금 5만 냥에 활촉 10만개를 주셔야겠습니다.”

“활촉 10만개를?”

평시 요동기마군단은 150만개 정도의 활촉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 50만개 정도는 활촉에 대를 끼워놓고 나머지는 그냥 보관하고 있었다.요동 기마군단의 수가 15만이니 병사 한 명당 최소 보유하는 화살이 10대인 거다.

“그렇습니다.”

“참으로 장사를 잘못 배웠군.”

역시 최불도 상인 출신이라 이 말을 계속 반복했다.

“싫으시면 저희는 그냥 철수를 하지요.”

“독하군!”

“이 요동이 아주 독해지지 않았습니까?”

“그러다가 목이 베어질 수도 있네.”

“제 목은 베실 수 있지만 앞으로 신라방과는 그 어떤 교역도 하지 못하시게 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송과 금 전역에 신라방 상단 말고 물품을 구해 줄 수 있는 상단은 이제 없지 않습니까?”

“내 상단도 있네.”

“공방 몇 개로 또 농장 몇 개로 이 요동 전역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으음,,,,,,,.”

“결정하시지요. 제가 다시 되팔아드리겠습니다.”

“좋네. 그렇게 대한무극에게 보고를 드리지.”

“그럼 그 보고 후에 저도 준비를 하겠습니다.”

“망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자네도 알지 않나?”

“대한무극께서 제 제의를 거부하시면 저는 막대한 손해를 봅니다. 이 요동 때문에 중도의 약재의 값도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알았네. 내 급히 가 보고를 드리지. 군상이 되겠다니 참으로 장사를 잘못 배웠어.”

최불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바로 지점 무사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최불이 갔사옵니다.”

“알았다.”

순간 지점 상주의 표정이 굳어졌다. ‘분명 태왕이라는 말을 했어.’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지점 상주다.

‘지금 이 곳에서 전서구를 날리면 의심을 받을 수도 있어.’매사에 신중함을 보이는 지점 상주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아주 위급한 상황이었다.

‘알려야 한다. 알려야 해!’그런 생각을 하며 서랍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 있는 벼루에 부었다. 그리고 바로 붓을 들어 아주 작은 한지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점 상주는 다섯 글자를 작은 한지에 썼다.- 후발해 개천!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글자가 보였다가 바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무사가 놀라 지점 상주를 봤다.

“어떻게 글이 사라지는 것입니까?”

“서역에서 가지고 온 미약이다. 너는 개모성에 있는 지점으로 가서 전서구를 날려라!”

지점 상주는 전서구의 발에 끼우는 아주 작은 통에 종이를 넣고 무사에게 건넸다.

“여기서 날리지 않으시고?”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알겠사옵니다.”

“여기서 넣고 가라.”

지점 상주의 말에 무사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여기서 말이옵니까?”

“아주 중요한 일이다. 발각이 되면 너는 물론 이 지점의 모든 신라방 사람들이 다 죽는다.”

무섭게 말하는 지점 상주기에 무사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상주어른!”

무사는 그렇게 말하고 바지춤을 풀었다. 그리고 바로 항문에 그 작은 통을 밀어 넣었다.

“으윽!”

“개모성에 가서 바로 날려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말을 타고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말을 타고 가는 것은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마차를 끌고 가라! 그럼 약재를 구하러 가는 줄 알 것이다.”

“예. 그리 하겠습니다.”

물론 전서구를 날려서 약재를 조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뭐든 신중하게 움직여서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지점 상주였다. 그 만큼 위험하고 일이 잘못되었을 때는 모두가 죽을 수 있는 일이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지.”

지점 상주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전쟁이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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