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82화 (482/620)

< -- 간웅 22권 -- >참지정사 강일천의 빈소.신하된 자가 황궁에 빈소를 마련된 전례는 없었다. 오직 이렇게 할 수 있는 자는 이 고려의 실질적인 지존 회생의 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고려 태자 회생이기 때문에 가능할 거다.백화는 비통한 표정으로 빈소 앞에 소복을 입고 무릎을 꿇고 앉아 이제야 곡다운 곡을 하고 토해내고 있었다.

“아버님! 누구하나 찾는 이가 없습니다.”

백화의 비통함은 바로 이것이었다. 후계를 계승할 장자 없이 졸한 강일천이기에 누구 하나 조문을 오지 않았다. 그게 아니면 이곳이 황궁이기에 이고 대장군과 공예태후의 눈치를 살피느라 쉽게 찾아올 수가 없었다.

“아버님을 따르던 자들은 모두가 두려운 것입니다.”

백화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두고 보십시오. 아버님은 절대 저 백화 때문에도 저들에게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이규철을 비롯한 개경출신 귀족들이 조심히 빈소로 들어섰다.

“태자비마마! 얼마나 비통하시옵니까?”

이규철이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러자 나머지 개경출신들이 모두 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 백화가 돌아보며 이규철을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강일천의 빈소에 머리를 조아리며 울었다.

“아버님! 추밀원 부사께서 오셨습니다. 흑흑흑!”

“참지정사께서는 만고의 충신이셨사옵니다.”

“고맙습니다.”

백화가 곡을 멈추고 돌아서서 이규철에게 절을 한 후에 말했다.

“아버님께서 잊지 않으실 것입니다.”

사실 백화는 예전 저들을 내쳤다. 하지만 지금은 저들의 힘이라도 필요한 백화였다.

“소신들이 미력하나 태자비마마를 도울 것이옵니다.”

“말씀이라도 고맙습니다. 이부사님!”

“암! 도와야지요. 개경귀족의 거두이신 참지정사님의 따님이신 태자비마마를 저희가 돕지 않는다면 누가 돕겠습니까?”

이규철은 지연으로 백화와 자신을 묶으려 했다.

“그렇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제 걱정스러운 일은 모두 저와 상의를 하시면 될 것이옵니다. 저희가 힘이 되어 드릴 것입니다.”

“힘?”

백화가 이규철을 빤히 봤다.

“그렇사옵니다. 힘이 되어 드릴 것입니다.”

“그리 해주실 힘이 있습니까?”

“태자비마마께서 계신다면 힘을 키울 수 있사옵니다.”

이규철이 빤히 백화를 보며 말했다.그 순간 백화와 이규철은 서로의 합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되도록 돕겠습니다.”

“예. 소신들만 믿으시면 되옵니다.”

그때 이규철이 뒤에 엎드리고 있는 귀족 한명에게 눈짓을 보냈고 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밖의 인기척을 살폈다.

“상중에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해 보세요.”

“태자비마마께서 이 황궁에서 힘을 얻기 위해서는 회임을 하셔야 하옵니다.”

백화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백화의 뒤에 피어 있는 향은 어지러운 이 고려의 황궁처럼 흔들리며 피어올랐다.

“용종만 잉태하신다면 모든 신하들이 태자비마마의 주변으로 모여들 것입니다.”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는 이규철이었다. 물론 그것을 백화도 모르지 않았다.

“그렇지요.”

“그렇습니다. 그럼 저희가 사람을 모으겠습니다. 태자마마의 충신인 이고 대장군부터,,,,,,,.”

백화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거 아십니까?”

“무엇을 말입니까?”

“이고 대장군이 사실 태자마마의 외숙이라는 것을!”

백화의 말에 이규철이 놀라 백화를 다시 봤다.

“그, 그게 사실이옵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고 대장군은 내가 아닌 영화공주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백화의 말에 이규철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습니까? 그럼 각개격파를 하는 것이옵니다.”

“각개격파?”

“그렇사옵니다. 우선 이고 대장군과 손을 잡고.”

“손을 잡고?”

“개경 공을 치는 겁니다.”

상중에 그것도 빈소에서 엄청난 음모가 꾸며지고 있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예. 불가능한 일입니다. 허나 해 보지 않고 불가능과 가능을 논할 수는 없습니다.”

이규철의 말에 백화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밖에서 망을 보던 귀족이 급히 안으로 들어섰다.

“김돈중 대부께서 오십니다.”

“그럼 소신들은 물러가겠습니다.”

“그러세요.”

그렇게 이규철과 개경 귀족출신들이 급히 자리를 떠나려고 할 때 빈소 앞에서 김돈중과 마주쳤다.

“그대가 이곳에는 무슨 일인가?”

김돈중은 이규철을 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참지정사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래? 그렇지.”

김돈중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부사!”

“예. 대감!”

“자중하시게. 지금은 몸을 급히 움직일 때가 아니네.”

김돈중은 이규철에게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자중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저 녹봉만 축을 내는 저희들이.”

“말에 뼈가 있군. 잊지 마시게 김보당의 난을.”

“예. 잊지 않고 있습니다. 대감!”

이규철이 목례를 하고 급히 빈소를 떠났다. 그리고 김돈중이 백화에게 다가가 절했다. 빈소에 들렸으면 당연 영전 앞에 절을 하는 것이 맞을 것인데 김돈중은 백화에게 먼저 절을 했다.

“오셨습니까? 대감! 대감이 처음이군요.”

“무엇이 말입니까?”

“대부 이상이신 분이 이 빈소를 찾으신 것이.”

“서운하십니까?”

“서럽습니다.”

“태자비마마!”

김돈중이 백화를 빤히 봤다.

“예. 대감!”

“승냥이 떼를 가까이 하지 마십시오.”

“승냥이라니요?”

“이규철의 일당은 이 조정에 풍파를 일으킬 위인들입니다. 분명 감찰부에서도 은밀히 감시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합이 맞지 않습니까?”

“합이요?”

“그렇습니다. 서로에게 필요해 보이니까요.”

“그 말씀을 하시는 진정한 저의가 무엇입니까? 이곳은 제 아버님의 빈소입니다.”

“그렇지요. 권력은 모래처럼 허망한 것입니다. 손에 꼭 쥐려고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법입니다.”

“저는 아둔하여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태자마마를 잘 돌아보십시오.”

“예?”

“태자마마께서 어떤 마음을 가지셨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지시려고 한다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뿐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마십시오. 그저 이 빈소에서 울기만 하십시오. 그리고 죽은 듯 지내십시오.”

“대감! 지금 아버님을 잃은 나를 이 빈소에서 겁박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충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충심?”

“그렇습니다. 사실 참지정사와는 정적이었지요.”

그것은 이미 백화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요?”

“아무 일도 하지 않으시면 황후가 되시고 태후가 되십니다. 황자만 생산하시면 그리 되실 것입니다. 모래 같은 권력에서 멀어지려 하십시오. 그래야 합니다.”

“내가 권력에 눈이 멀었단 말입니까?”

“아니십니까?”

김돈중이 뚫어지게 백화를 봤다.

“난,,, 난!”

“그렇습니다. 마마께서는요?”

“난,,,,,,,,.”

백화는 더는 말하지 못했다.

“이규철을 멀리 하십시오. 그래야 하십니다.”

“그저 한 번 빈소를 찾은 것입니다.”

“그리 알겠습니다.”

“왜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해 주시는 겁니까?”

“아직 태자마마의 마음에 태자비마마께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김돈중의 말에 백화가 잠시 김돈중을 봤다.

“어떠셨습니까?”

“무엇을 말입니까?”

“가문이 멸문하고 홀로 남았을 때 어떤 기분이셨습니까?”

“해탈을 하던 자멸을 하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건 동문서답이다.

“확실한 것은 다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하다는 것입니다.”

“어린 아드님을 잘 크고 계시지요.”

백화가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그렇습니다.”

“그 아드님께 이제 무엇을 남겨주실 수 있습니까?”

백화는 김돈중의 마음을 흔드는 것 같다.

“무엇을 남길 지 생각 중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대감! 충고는 깊게 세기겠습니다.”

“예.”

김돈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영전 앞으로 가서 무겁게 절했다. 그리고 잠시 영전을 봤다.‘그대의 상심이 아주 크시겠소. 내 힘이 다할 때까지는 어찌 해 보리다.

’진심 이 조정에 백화를 걱정하는 인물은 김돈중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백화는 권력이라는 마물에 잡아먹혀 변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백화의 불행이고 회생의 불행이었다.

이제는 후발해라고 불릴 수 있고 또 대전이라고 불릴 수 있는 넓은 집무실.요동은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금의 변방이며 번진을 넘어서는 번국이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자들은 개천이라는 숙명 아래 모여 있다. 이들이 이곳에 터를 잡을 때부터 개천을 꿈꿨다.

발해가 거란의 공격에 단기에 무너질 때부터 그랬다.한족의 뿌리를 하고 있는 제갈공을 비롯해서 여진출신 공손허까지 그리고 여포의 후예인 여승까지 그들은 오직 후발해의 건국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지금 이 위태로운 시기에 태동하고 있는 후발해는 민족의 용광로 같이 이렇게 불타고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저들은 내부갈등의 원인을 안고 이렇게 지금은 다른 생각 없이 개천만을 바라며 모여 있다. 그 중심에 모진 아비인 대타발이 있다.

대전이라고 불리는 이 집무실에는 수십 명의 신하들이 모여 있고 그 중앙에 이제는 옥좌라고 할 수 있는 의자에 맹호의 가죽으로 한기를 이겨내고 있는 초취한 대타발이 신하들을 내려 보고 있었다.‘지금은 위기이다.

’대타발은 속으로 그리 생각했다. 영토인 요동의 들판은 불타고 있고 역병이 휘몰아치고 있다.

위로는 금의 냉대와 감 아래로는 우습게만 봤던 고려가 6만의 병사들을 이끌고 북진하고 있었다. 뭐 하나 쉽게 해결 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후발해의 개천을 천명한 대타발이었다.개천으로 그 웅장함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아니 개천 아니고서는 이 혼란과 분란 그리고 분열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 대타발이었다.그게 아니라면 이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대타발도 이곳에 모인 장수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사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요동이었다.15만의 대병력이 있고 삼각무역을 통한 이익이 있었다.

나라는 아니었으나 부국강병을 이룬 요동이었다. 금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타발에게 대한무극이라는 칭호도 내렸다. 요동성주가 아닌 대한무극!그것은 여진족에게 가장 높은 족장의 칭호였다.

그것이 바로 대타발의 힘을 증명하는 증거였다.‘그때 개천을 했어야 했어. 그때!’그리 강성했을 때는 대의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개천을 천명하지 못했다.

가진 것이 많으니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쉬이 개국을 하는 개천을 실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 위기 속에서 대타발이 개천을 선언했다. 이제는 요동은 후발해라는 이름으로 자주국으로 거듭나려고 했다.

하지만 위기는 분명 위기일 것이다."다 모이셨는가?"

"그렇사옵니다."한 동안 동요하고 혼란에 빠진 요동 조정이었다.이제 대호연의 목을 이용해 그 혼란과 동요를 수습하고 있었다."승상에게 다 들었을 것이다."대타발은 담담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말했다.

이 요동에 대타발이 있기에 회생의 그 엄청난 계략을 이겨내려 할 것이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손도 쓰지 못하고 내란에 혼란에 스스로 무너졌을 요동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위험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짐은!"대타발은 짧게 말하고 잠시 말을 끊었다. 그 순간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장수들과 문신들이 모두 대타발을 우러러 봤다.

그들의 눈빛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빛이 담겨 있었다. 또한 그들 중에는 이 위기 속에서 왜 개천을 감행하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빛도 담겨 있었다."개천을 선언한다고 했다. 허나!"대타발은 공식적으로 개천을 선언한다고 말했다."허나 개천을 이루기에는 지금 단상도 제천도 없다. 그러니 지하에 계신 고왕도 통곡하실 것이다.

아니 우리를 측은히 여기실 것이다."대타발의 말에 모두 표정들이 굳어졌다.이 요동 땅에도 좋은 날은 분명 있었다.

그때는 개천을 마음에만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위기인 순간에 이 땅에 개천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 느끼고 있는 거였다."위기가 있고 위협이 있고 국란이 있다.

“망극하옵니다.”

신하들이 합창을 하듯 말했다.

“그래! 망극한 일이다. 짐은 그래도 개천을 천명할 것이다.

그동안 안일했던 우리를 천지신명이 벌하시는 것이다. 백성들은 역병에 신음하고 있고 벌판을 불타고 있다. 말이 살찌고 거대한 웅지가 불타던 요동은 이제 없다."

“망극하옵니다.”

신하들이 합창을 하듯 말했다.

“그래! 망극한 일이다. 짐은 그래도 개천을 천명할 것이다. 그동안 안일했던 우리를 천지신명이 벌하시는 것이다. 백성들은 역병에 신음하고 있고 벌판을 불타고 있다. 말이 살찌고 거대한 웅지가 불타던 요동은 이제 없다."

“망극하옵니다.”

신하들이 합창을 하듯 말했다.

“그래! 망극한 일이다. 짐은 그래도 개천을 천명할 것이다. 그동안 안일했던 우리를 천지신명이 벌하시는 것이다. 백성들은 역병에 신음하고 있고 벌판을 불타고 있다. 말이 살찌고 거대한 웅지가 불타던 요동은 이제 없다."

“망극하옵니다.”

신하들이 합창을 하듯 말했다.

“그래! 망극한 일이다. 짐은 그래도 개천을 천명할 것이다. 그동안 안일했던 우리를 천지신명이 벌하시는 것이다. 백성들은 역병에 신음하고 있고 벌판을 불타고 있다. 말이 살찌고 거대한 웅지가 불타던 요동은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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