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2권 -- >요동성 빈민굴.지옥도를 그렸다면 이곳을 보고 그렸을 것이다. 자욱한 연기에 눈을 뜰 수 없고 시체 썩은 냄새는 코를 베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사람이 죽으면 치우고 매장하고 화장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나 그런 일을 할 사람들이 없었다. 이 빈민굴에는 성한 사람 하나 없으니 말이다.
참혹하다. 죽은 자들의 몸에서는 구더기가 기어 다니고 쥐가 파먹고 주인을 잃은 개들이 죽인의 살점을 뜯고 있었다."아아아아!"울부짖는 아이는 죽어 비틀어진 어미의 품으로 파고들며 대지처럼 말라비틀어진 젖을 빨아보지만 나올 것은 없었다.
그저 그런 아이들을 보는 개들의 눈빛만 승냥이처럼 사납기만 했다. 컹컹! 컹컹!아이가 죽기를 기다리는 것인가?개들의 만찬만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곳은 회생이 만들어낸 지옥이다. 모든 것을 파괴시키는 흑사병이었다.
이런 요동의 빈민굴부터 흑사병은 퍼져 나가고 있었다. 아마 이제는 요동성의 내성에도 또 신성과 개모성에도 모두 흑사병이 퍼졌을 것이 분명했다.
무엇을 위한 전쟁일까?또 무엇을 바라고 행한 일일까?아무 것도 남겨 있지 않는 이 요동에서 회생은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사람이 살지 않는 땅을 얻어 회생은 과언 무엇을 꿈꾸려는 것일까?병은 곳은 이런 곳부터 퍼지는 법이다. 위생이라는 것 자체도 없는 이곳에서 흑사병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참담합니다.
"요동성의 관리가 몇 명의 병사들과 함께 이 지역을 시찰하고 있었다. 입가는 흰 수건으로 가렸지만 눈빛만 봐도 자신이 이곳에 와 있는 것 자체를 원망하고 있었다."역병이 들불처럼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이곳만 참담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요동성 관리를 수행하는 무장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이 상태라면 다 죽겠군."
"여기에 있는 것들이 다 죽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역병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어찌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부락은 모두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그런데 막고 있는 병사들도 역병에 걸리고 있고 그것을 군막으로 옮기는 것 같습니다."
"한 놈이 걸리면 모두 다 이렇게 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승상께 보고를 해야 합니다.
이 상태로는 고려로 진격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말 먹이도 없어 진격이 어려워. 젠장! 왜 이렇게 역병이 도는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어서 그리고 이곳을 나가셔야 합니다. 나리께서도 위험합니다."
"그래야겠지. 이 마을을 다 태워라! 뭐니 해도 역병을 멈추게 하는 것은 태우는 것 밖에 없다. 시신을 화장하고 시신이 입고 있던 옷까지 다 태워야 할 것이다."
"예. 나리!"
"역병 때문에 요동 전체가 흔들리고 있음이야!"태자궁.밤이 지났다. 그리고 아침. 내가 저질렀던 그 결과물이 돌아왔다. 처참함을 안고 또 서글픔을 품고 내 장인이며 죽어서도 이 나라의 국구가 되어야 할 참지정사의 시신이 돌아왔다."어디에 모셨느냐?"참지정사 강일천의 시신이 돌아왔다는 것을 보고 하는 무장에게 물었다."사택에 모시었습니다."참지정사 강일천의 사택에는 아무도 없다.
노복들과 종들이 그 큰 사택을 지키고는 있으나 혈족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죽음 이후까지 쓸쓸하시겠군."
"그런 듯하옵니다. 태자마마!"-태자비마마 드셨사옵니다.
상궁이 조심이 내게 보고했고 그와 동시에 문이 열렸다.초취한 모습의 백화가 안으로 들어서며 서글픈 눈으로 나를 봤다. "태자마마!"
"미안하구려! 그 참담한 일을 당했는데 홀로 있게 해서."그러고 보니 난 북변에서 돌아온 후에 백화를 만난 적이 없다. 아니 그 어떤 비도 만날 시간이 없었다. 고려는 지금 풍전등화와 같은 대업을 실행하고 있다. 대타발이 끝내 진격을 하면 전쟁이 나고 그것은 이 고려에게는 최대의 위기일 것이다.
그러니 난 쉴 틈이 없었다.북변을 완전히 장악한 조충과 긴밀하게 연락을 해야 했고 또 보고한 내용에 대한 결정을 해야 했다. 그러니 난 밤을 낮처럼 고민하고 또 생각해야 했다.
누구와도 상론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꾸미는 이 엄청난 일은."아, 아니옵니다."살짝 목소리가 떨렸다.
서운한 것이다. 아니 서러운 걸 거다."태자마마! 소녀가 간청드릴 것이 있어 왔나이다."
"우리에게 간청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구려! 백화야 내가 무엇을 해 주면 되겠느냐?"태자와 태자비의 관계는 서로서로 하대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난 한동안 잊고 살았던 백화의 상공이고 싶어졌다."소녀가 궁으로 나가 아버님의 초상을 치르고 싶사옵니다."딸로써 당연한 청일 것이다. 누구하나 참지정사의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그것은 아니 된다."
"태자마마!"백화는 간절한 눈빛으로 날 봤다. 그리고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비누구나! 황후의 눈물이구나!'저 눈물을 내가 만들었을 것이다.
"태자마마! 제발 소녀를 사가로 보내 주시옵소서! 아버님의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백화야!"
이제 황궁 밖으로는 나갈 수가 없다."
"태자마마!"
"그 대신 장인의 장례를 내가 치를 것이다. 내가 상주가 되어 이 황궁 안에서 치를 것이다."이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태자가 일개 신하의 장례의 상주가 된다는 것은 하지만 난 그리 해야 한다.
이 순간에 백화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내가 상주가 되어야 참지정사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태, 태자마마!"백화가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떨렸다. 이것은 고마움과 감격의 눈물일 것이다.
난 그렇게 믿고 싶다. "밖에 누구 있느냐?"
"예. 태자마마!"무장 하나가 급히 들어서서 내게 목례를 했다."내가 공표한 것처럼 내 장인의 장례를 국장으로 할 것이다.
황자에 버금가는 격식으로 장례를 치를 것이다.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조정에 알려라!"
"예. 태자마마!"
"또한 참지정사를 황궁으로 모셔 와라."내 말에 황궁의 예법을 모르는 무장도 놀라 나를 봤다.이 황궁에서 오직 숨을 거둘 수 있는 존재는 황제와 태자 그리고 그들의 비가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 난 일개 신하라고 할 수 있는 참지정사의 장례를 이 황궁에서 치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니 놀라는 거였다."어서 문하시중에게도 알려라!"
"예. 태자마마!"무장은 짧게 목례를 하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태자비!"난 다시 백화를 백화라 부르지 않고 태자비라 불렀다."이 은혜가 하늘같사옵니다."백화와 나 사이에 거리가 느껴진다.'은혜라,,,,,,.'우리가 이제 그런 것을 따질 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서글펐다."태자비!"
"예. 태자마마!"
"언제든지 그대의 슬픔은 내가 품을 것이야! 그러니,,,,,,."하지만 난 마지막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말을 한다면 어느 순간 난 백화를 끝내 외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그저 백화가 더 이상 권력에 눈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말씀하십시오. 태자마마!"
"슬퍼하지 말라는 거요."
"예. 태자마마!"요동의 한 군역.이곳에도 참담함은 마찬가지였다.흑사병이 돌고 있었고 그것이 알려져 안으로 들어가는 자도 밖으로 나오는 자도 모두 통제된 상태였다. 그러니 군량미나 보급 같은 것은 끊어진지 오래였다.
병사들은 병들고 굶주리며 지쳤다. 그러니 역병이 더 빨리 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물론 굶주리는 것은 말도 마찬가지였다.
말먹이로 쓰일 건초가 바닥이 났으니 말이다. 바짝 말라 비루해진 말들과 횅한 눈동자로 그 말들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병사들 그저 대책을 찾지 못한 장군과 무장들 이곳에는 희망 따위는 없었다."밖에서 지키는 놈들이 우리를 적처럼 노려보고 있군."병든 군영을 돌아보고 있는 장군은 그저 찡그린 인상으로 체념하듯 말했다."군영을 이탈해서 빠져나가려는 병사들을 모두 밖에서 베고 있습니다.
참담하옵니다. 장군!"
"참담?"
"그렇사옵니다. 배급이 끊어진지 오래입니다.
병사들이 굶으니 더욱 병에 쉽게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의원을 요청한 것은 어떻게 됐지?"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부관의 말에 장군은 인상을 찡그렸다."결국 대한무극은 우리를 버렸군."장군의 말에 부관의 표정이 굳어졌다."이러다가 폭동이라도 일어날 판입니다. 한 놈이라도 칼을 들고 일어서면 모두가 동조할 것입니다."
"지금 내가 그러고 싶어."
"장, 장군!"
"우린 버려졌어. 대한무극이 쓰러졌다는 소문이 있네. 이 요동성에는 저주가 내린 것이야! 천벌! 하늘이 드디어 발해족속들에게 벌을 내리는 것이야!"
"장군! 그런 말이 밖으로 세어 나가기라도 하면,,,,,,."
"들어올 놈도 없어. 내 병사가 굶고 있단 말이지."
"전마를 잡아! 병사들을 먹이라."
"하오나,,,,,,,."
"병들어 죽는 것도 서러운데 굶어죽일 수는 없지."
"알겠사옵니다."
"바로 실행하라! 내 병사들의 칼이 나와 너에게 향하지 않게."
"알겠사옵니다."
"또 아픈 자와 아프지 않는 자를 구분해라. 훈련을 할 것이다.
우리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계속 우리를 이리 버린다면 나는 칼끝을 돌릴 것이다."장군의 말에 부관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장군!"무장이 짧게 대답하고 몸을 돌렸다. 그의 입가에는 잠시나마 미소가 머금어졌다.
이렇게 그냥 죽지는 않는다는 것에 대한 희망이라고 할까? 그게 아니면 자신이 모신 장군이 병사들을 생각하는 장군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그렇게 부장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전마를 잡아라! 말고기로 배를 채울 것이다."부장의 외침에 축 늘어진 병사들의 놀라 일어섰다."전마를 잡는다는 말입니까?"
"굶주린 병사를 먹을 것이다. 말이라도 잡아 먹일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모처럼 이 군막에 우렁찬 함성이 울렸다."성한 병사들과 그렇지 못한 병사들을 구분할 것이다. 병든 병사들에게는 더 좋은 고기를 줄 것이다."
"감사하옵니다."
"이제는 훈련도 할 것이다.
검을 닦아라! 우리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저 밖에 있는 놈들에게 보여주자."
"예. 알겠습니다."부관의 외침을 보고 있는 장군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내가 배신한 것이 아니다. 요동성이 우리를 버렸다."반역의 칼날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버려졌기에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움직이고자 했다. 이제 요동성 전역에는 백성들의 봉기와 군부의 무장 항쟁이 펼쳐질 판이다.
이렇게 회생이 퍼트린 흑사병은 요동 전체를 흔들고 있었다.여승의 집무실.여승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앉은 대타발의 장자 대호연을 보고 있었다."승상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대호연은 천벌이라고까지 수군거리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여승 앞에 앉았다."진격은 불가합니다."그건 나도 알고 있소. 신성과 개모성을 비롯한 12개성이 모두 혼란에 빠져 있소."
"그렇습니다.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소신이 고려를 너무 쉽게 봤습니다."요동에 있는 모든 들판이 또 성들의 창고들이 불타고 나서야 여승은 이번 일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방화를 한 자들이 없다는 거다.
어떤 성은 식량창고가 불탔고 또 어떤 성은 건초창고가 불탔다. 어느 촌로의 가옥이 불탄 곳도 있었다."고려의 짓이라?"
"그럴 것입니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그게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됩니다."
"썩어빠진 고려가 요동을 상대로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할 수 있겠소?"대호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아니면 할 것들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여승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역병을 말하는 것이요?"
"방화처럼 들불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요동성 내에도 이미 빈민굴에는 역병이 퍼져 있습니다. 원인도 없고 치료 방법도 없습니다. 이러다가는 요동전체가 죽음의 땅이 될 수도 있습니다."쾅!"젠장!"대호연은 탁자를 내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