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2권 -- >난 사실 박위에게 밀명을 내려 고래를 잡아 올리라고 했다. 박위는 내 밀명을 받고 미래의 지명인 강원도인 양강도 일대에서 병력 양성 및 식량증산에 힘쓰고 있다.
그것이 임무고 또한 내가 그에게 내린 포상이었다.명주 지역 바닷가에 고래가 난다는 것을 난 미래의 기억 속에서 알고 있으니 잡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잡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박위는 고려 수군들을 이용해서 고려 최초로 포경선단을 구축해서 고래사냥을 시작했다.
그래서 얻은 것이 바로 저것이다.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비누를 내가 만들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서 그렇게 흔하다고 여긴 비누 때문에 머리가 터질 뻔 한 것도 없었다.뭐 사실 내 짧은 지식에 비누는 그냥 천연유지를 이용해서 만든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냥 천연유지 그러니까 돼지기름이나 소기름을 굳히면 그냥 지방덩이에 불과했다.
뭔가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난 실패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그러다가 겨우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가성 소다다.
말은 쉬운데 이것을 고려에서는 절대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거였다. 그리고 끝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양잿물이다. 그 양잿물을 이용해서 난 비누를 만들어냈다.
뭐 사실 현대에서는 그냥 줘도 쓰지 않을 비누다. 아니 비누 비슷한 거라고 해야 할 것이다.
뭐 실패에 가깝다. 하지만 아예 거품이 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양잿물에서 세균을 죽이는 효능이 있어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난 아주 조잡한 비누를 만적을 이용해서 만들어 낼 수 있었다.뭐 이것도 시간이 부족해서 이 정도로 끝을 냈다.
훗날 좀 더 시간이 풍부해지면 지금 만들어낸 비누를 전 세계로 수출하는 주요 품목이 될게 만들 것이다.
“거품이 나온다고 했느냐?”
정도전이 놀라 만적에게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이것으로 옷을 빨면 옷이 놀랍게도 깨끗해집니다.”
“그래? 믿어지지 않는구나! 거품이라는 것이 파도쳐서 생기는 것이고 그 거품은 곧 사라지는 것인데 그것으로 옷을 빨다니 또한 깨끗해진다니 놀랍기만 하구나!”
정도전은 놀란 듯 다시 물었다.
“예. 그리고 이것으로 몸을 씻으면 몸에서 냄새도 나지 않고 깨끗해집니다.”
만적은 정도전을 보며 말했고 난 나도 모르게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저 조잡한 비누로 얼굴을 씻거나 몸을 씻으면 아마 피부가 상할 것이 분명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양잿물이 첨가된 것이니 말이다.‘가성소다만 발명할 수 있다면 향이 좋은 비누도 만들 수 있을 것인데.’물론 그건 내가 가진 지식으로는 어렵다.
그게 내 한계이며 현실이었다.
“허허허! 만적 그대는 참으로 영특한 모양이군.”
가만히 있던 북천이 만적을 보며 말했고 그때 정도전이 나를 봤다.그의 눈빛은 내게 왜 이런 것을 만들었냐는 그런 눈빛이었다.
‘왜냐고? 난 지금부터 엄청난 짓을 할 거니까. 아니 이미 시작되었지.’그러고 보니 정도전도 북천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알지 못한다. 아니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번 일은 북벌의 초석이면서도 서막이지만 훗날 나의 업적에 치욕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모두에게 숨긴 비밀이 밝혀지면 말이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지. 알아서도 안 되는 일이고.’난 문뜩 조충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와 나만이 아는 비밀이다.
끝내 숨겨야 할 비밀이기도 하고.
“송구합니다. 북천 책사님!”
“만적아!”
“예. 태자마마!”
만적이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것을 얼마나 만들었느냐?”
“개수로는 10만개 이옵니다. 이걸로 충분히 장사가 될 것 같습니다. 송에도 팔고 금에도 팔면 큰 이문이 남을 것 같습니다.”
저 조잡한 비누를 만들기 위해 명주 일대 바다의 고래라는 고래는 씨가 말랐을 것이다. 또한 돼지도 씨가 말랐을 것이다.
“잘 했다.”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정도전!”
“예. 태자마마!”
“역시 만적이 대상인답게 손이 크군. 10만개나 만들었다고 해. 하하하!”
이제 금전적으로는 고려는 부국의 문 앞에 서 있었다. 벽란도를 완벽하게 손아귀에 넣었고 그에 따라 해상무역을 장악했다.
송이 무너지고 있기에 해상을 장악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제주에 부임해 있는 제주목사의 공도 아주 컸다. 거기다가 홍삼의 판매로 막대한 부가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홍삼과 함께,,,,,,,.’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것 같사옵니다.”
“저 허연 것을 북변으로 보내게.”
“북변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우선적으로는 갑산군에 있는 병사들에게 지급하고 매일 저것으로 몸을 깨끗하게 하라고 군령을 내리게. 집단으로 생활하는 병영에 돌림병이 많이 도는 것도 사실이니 미리미리 대비를 하면 좋을 것이네. 몸이 깨끗해지면 병이 달라붙지 않는 법이니 말이야.”
내가 군령이라고까지 말하자 정도전은 역시 뭐가 있다는 눈빛을 내게 보였다. 하지만 난 절대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정도전의 눈빛과 내 말을 통해 북천도 이번 일이 그냥 만적이 만들어 바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듯 했다.
“알겠나이다. 태자마마!”
정도전은 더는 의구심을 품은 눈빛을 보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런데 태자마마! 저것을 다 보내면 남사옵니다.”
“북변에 있는 백성들에게도 나눠서 이용해서 씻으라고 해.”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허나 삭풍이 부는 이 혹한에 저것을 비벼서 물에 몸을 씻을 군졸들과 백성들이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옵니다.”
고려가 한족이나 다른 오랑캐들에 비해 청결상태가 양호하다고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 이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일 나는 가끔 정도전과 북천 그리고 아름다운 상궁들의 몸에서도 냄새가 나는 것을 느끼며 인상을 찡그리곤 했다.
“군영에 있는 병졸들과 무장들 그리고 장군들까지 아침과 저녁으로 저걸로 씻지 않으면 엄중히 문책을 할 것이라고 명을 내려! 끝내 내 명을 어기고 쓰지 않는 자는 참형으로 다스린다고 해!”
내 말에 북천과 정도전 그리고 만적까지 놀라 나를 봤다.
“예? 태, 태자마마! 참형이라고 하셨사옵니까?”
만적이 놀라 무엄하게 내게 다시 물었다.
“그래 참형!”
“하오나 씻지 않는다고 그리고 저 허연 것으로 씻지 않는다고 군영에서 목을 벨 수는 없사옵니다.”
간언에 능한 북천이 내게 말했다.능하다?그것을 명을 재촉하는 일이 될 것이다. 허나 북천은 내게는 너무나 필요한 존재이면서 그의 간언은 자신의 욕망이 담겨 있지 않기에 언제든지 귀를 열고들을 것이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내가 목을 베지 않는다고 해도 흑사병의 병균이 내 병사들 죽일 것이니 말이다.
“씻지 않는다고 해서 어찌 목을 벨 수 있겠는가?”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대리청정을 하고 있는 태자인 내가 명을 내렸으니 그것은 황명! 그러니 황명을 어긴 불충의 죄로 목을 칠 것이네.”
내 말에 정도전과 북천 그리고 만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놀라고 또 두려운 듯 나를 봤다.
“다른 연유가 있사옵니까?”
정도전이 내게 물었다.
“정도전!”
“예. 태자마마!”
“내가 그대에게 옛날에 했던 말이 있을 것인데.”
난 정도전을 노려봤다.내가 알려주는 것 말고는 알려들지 마라! 그것을 알고 싶어진다면 목이 달아날 수도 있다. 난 그렇게 정도전에게 경고한 적이 있었다.순간 더욱 분위기는 차가워졌다.
“예. 태자마마!”
정도전은 내 눈빛으로 더는 말을 꺼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는지 짧게 대답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차를 한 잔 더 해야겠군.”
난 식어버린 차를 입에 머금었다.
“그런데 저것의 이름이 무엇이오?”
북천이 만적에게 물었다. 이 살벌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북천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거였다.
“이름은 없사옵니다. 소인이 만들기는 했으나 좋은 것이라면 마땅히 태자마마께서 명명해 주시오면 영광으로 여기겠나이다.”
상인답게 만적의 혀는 살살 잘 돌아갔다.
“이름?”
“그렇사옵니다.”
“으음,,,,,,,.”
난 잠시 고민하는 척을 했다.그리고 만적과 정도전 그리고 북천을 봤다.
“비누라고 할 것이네.”
“비누? 비누!”
만적이 나를 보며 방끗 웃었다. 만적에게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래. 비누다. 저것은 비누(妃淚)다.”
“비누라고요?”
북천이 나를 잠시 봤다.
“그래 비누라고 할 것이네.”
“예. 태자마마!”
북천은 짧게 말하며 탁자 위에 올려놓은 비누를 물끄러미 봤다.
“그런데 만적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저 검은 것은 무엇이냐?”
“꽃과 열매의 진액을 말려서 뭉친 것이옵니다.”
만적도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만적 역시 저 검은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니 저렇게 대답하는 거였다.
“꽃과 진액?”
“그렇사옵니다. 북천 책사님!”
“어떤 용도로 만들었으며 또 어떤 좋은 점이 있느냐?”
“복통이 났을 때 조금 먹게 되면 복통이 사라지네.”
내 말에 북천이 나를 봤다.
“예?”
“비상약으로 내가 만들라고 지시를 한 것이네.”
“태자마마께서 말이옵니까?”
“그래.”
물론 난 만적이 만들어온 것을 절대로 약으로 쓸 마음이 없다. 난 저것을 바로 송과 금에 수출할 생각이다.
복통을 일으킬 때 먹는 약으로 속여 송과 금에 팔 것이다. 물론 그것을 팔아줄 상단은 신라방이다.
‘음,,, 내가 아편전쟁을 수백 년의 세월을 거슬러 일으키는구나!’난 한족의 몸과 마음을 썩게 할 생각이다. 그리고 흑사병으로 거의 전멸에 가깝게 만들 생각이다. 그렇게 된다면 난 썩어빠진 적과 싸우는 것이다. 우선은 천천히 송을 병들게 만들 참이다. 그리고 끝내 송과 금을 점령할 것이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이고 승리자를 찬양하는 기록이다.’먼 훗날의 내 후세들은 나를 칭송할 것이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질러서 자신들에게 저 드넓은 영토를 내렸는지 모른 체 말이다.‘준비가 다 끝이 났어. 다!’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습니까?”
북천은 밥알 크기만큼 뜯어내어 자신의 입에 넣으려 했다.
“뭐하는 거야?”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송, 송구하옵니다. 태자마마! 지난밤부터 복통이 심해서 소신도 모르게,,,,,,.”
“그렇게 많이 먹으면 죽어!”
“예?”
내 말에 만적이 나를 빤히 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혹여 자신의 눈빛을 북천에게 들킬까봐 아무렇지 않게 검고 네모난 것을 봤다.
“독이 있네. 상당량의 독이 있으니 아주 조금만 먹어야하는 거야!”
“아! 예. 태자마마!”
“그것을 먹지 말고 내가 태의를 부르겠네.”
“아니옵니다. 태자마마!”
“아니야! 자네는 내 핵심이네. 그러니 기다리게.”
순간 북천의 눈빛이 담담하게 변했다. 북천이 저런 눈빛을 보일 때는 물러섬이 없을 때다.‘눈치를 챘군.’난 그런 생각을 하며 북천을 봤다.정도전은 내가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할 위인이다. 그에 반해 북천은 다르다. 목을 내놓고서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존재다. ‘공개를 하고 밀어붙일 수밖에.’
“태자마마!”
“왜 더 할 말이 있는가?”
“어찌 독이 있는 것을 약으로 쓰시옵니까?”
“약이 독이 되고 독이 약이 되는 것은 그대가 더 잘 알 것을 왜 내게 묻는가?”
“꼭 그런 것이옵니까?”
따지기 시작했다. 그럼 북천은 끝을 본다. 나를 귀찮게 하는 존재가 대스승에서 북천으로 바뀐 거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북천은 고려의 부흥과 성장을 위해 자신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가?”
“목을 내어놓으리까.”
목을 건다?그건 끝장을 보겠다는 거다.
“하찮은 답 때문에 그 귀한 그대의 목을 내놓겠다는 건가?”
“소신은 무엇인지 알아야하겠사옵니다.”
“무엄합니다. 북천공!”
“정공은 가만히 있으시오.”
언성이 높아졌다. 처음 있는 일이다.
“태자마마님이십니다. 고려를 위해 태자마마님께서 하시려는 일이십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일이든 태자마마께서 하시는 일이십니다.”
“무엇이든 홀로 하시려 하시니 그러시지요. 그렇다면 신하가 필요 없지 않습니까. 또한 태자마마께서 하시는 일이 태자마마께서는 결코 해서는 아니 되는 일이 있는 것이옵니다. 그렇기에 신하가 있는 법입니다.”
“아니 되는 일이 있다? 그래서 신하가 있는 법이다?”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은 무장들이 할 것이옵니다. 또한 사특한 계략은 저와 정도전 공이 할 것이옵니다. 그것이 고려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리 할 것이옵니다. 오직 태자마마께서는 고귀하고 존귀하신 일만 하셔야 하옵니다.”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만적!”
북천이 처음으로 만적을 하대하며 불렀다.
“예. 북천 책사님!”
“그 꽃의 즙이 무엇이냐?”
“저는 모르옵니다.”
사실 나도 겨우 찾은 것이다. 고려의 온 지천을 뒤져서 찾은 거였다.
“아편이라고 하지.”
“아편이라고 하셨습니까?”
당나라 현종의 비인 양귀비가, 양귀비가 된 것은 양귀비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양귀비가 된 거였다. 하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양귀비의 눈물 같은 즙은 독이고 악이라는 것을 이 고려에서 아는 자는 없었다.그것을 내가 송과 금에 퍼트리려는 것이다.
‘내가 악이구나!’송과 금에 아편이 퍼지고 중독자의 수가 늘어나면 국력은 쇠하게 될 것이고 군사들의 기강은 무너지게 된다. 거기다가 흑사병의 대참사가 이어진다면 세약해진 그들의 백성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고려가 팔고 있는 홍삼의 가격은 10배 20배 이상으로 오르게 될 것이고 비누도 없어서 못 사는 사치품이 될 것이다.
“무엇이옵니까?”
“사람을 병들게 하는 약이네.”
“예?”
북천과 정도전은 놀라 나를 다시 봤다.
“복용을 하다보면 끊을 수가 없게 되는 중독성이 있지. 또한 환각을 일이키기도 하고 거짓된 쾌락을 주기도 하지.”
“태, 태자마마,,,,,,,.”
정도전은 놀라 나를 부르며 말을 더듬었다.
“내가 만든 것이네! 만적!”
놀랍게도 북천은 그것을 자신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그렇게 알라고 당부한 거였다.
“예?”
난 뚫어지게 북천을 봤다.
“추후에도 저것의 출처가 어디인지 밝혀야 한다면 내가 만든 거라는 말이네. 그리고 그대의 상단에 은밀히 지시해서 팔게 한 것이네.”
역시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 하오나!”
“아까 말하지 않았는가! 신하가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순간 북천이 언성을 높였다.
“태자마마! 소장이 만든 이 아편이 고려에게 막대한 군자금을 내어줄 것이옵니다.”
북천은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이 모든 죄를 어찌 내 지옥에 가서 다 받을 수 있을까.’나는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행하여야 하는 이 약한 고려가 원망스럽고 모진 내가 밉다.
“소신들은 물러가겠나이다.”
북천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정도전과 만적도 따라 일어났다. 저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지금 없다.그저 이 순간이 내가 미울 뿐이다.
“그렇게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