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72화 (472/620)

< -- 간웅 22권 -- >

“만약 내 명을 어기고 밀무역을 하는 자가 있다면 모두 참수하라는 명을 내리게.”

“예. 태자마마!”

사람이 오고가지 않으면 흑사병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 걸로는 충분하지 않아.’난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좀 무모하기는 하지만.’난 다시 정도전과 북천을 봤다.

“그리고 또 하나 지시할 것이 있어.”

“하명 하시옵소서.”

“압수와 대수의 얼음을 깨게.”

내 말에 정도전과 북천이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봤다. 저런 눈빛은 처음이다.

아니 무례할 정도의 눈빛이다.‘쥐가 다시 건너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쥐가 고려로 넘어오면 고려 역시 흑사병이 돌 것이다. 그것은 어떤 무모함을 감수하더라도 막아야 한다.

모든 대비를 할 것이다. 적이 죽는 것은 이로우나 내가 던진 비수에 내 백성이 맞는다면 나는 슬플 것이다. 그러니 어떤 무모한 짓도 난 서슴지 않고 할 것이다.

“하오나 어찌 그 일을 해낼 수 있겠사옵니까?”

북천의 물음에 난 대충 둘러대야 한다.

“만약!”

난 잠시 뜸을 들렸다.

“예. 태자마마!”

정도전이 나를 보며 대답했다.

“대타발이 오판을 한다면 그건 거대한 전란이 벌어질 것이네.”

“그렇지요.”

“그래서 방비를 하자는 것이네.”

“방비라니요? 설마 압수와 대수에서 베어낸 얼음으로 빙성이라도 쌓으실 참이시옵니까?”

북천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게 물었다. 아마 내가 내린 지시 중에 가장 어리석고 무모한 지시가 분명할 것이다.

“그렇지 빙성이지.”

순간 정도전도 북천도 멍해졌다.

“태자마마!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난 만반의 준비를 하려는 것이네.”

난 의지를 보였으니 두 책사들은 더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그때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작게 들리는 것으로 봐서 만적이 분명할 것이다. 난 만적에게 특별한 임무를 줬다.

‘만들었나 보군.’난 만적에게 몇 가지를 만들라고 지시를 했다. 그리고 그것을 다 만들면 가지고 오라고 명을 내린 상태였다.그리고 그것 만들어 그가 온 것이다.

‘내가 점점 더 사악해지는군.’의종황제가 기거하는 대전.의종황제는 침소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대전환관인 최준이 의종황제를 보필하고 있지만 그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쿨럭! 쿨럭!”

의종황제는 잠을 이루지 못하며 거친 기침을 토해내고 있었다.

“황제폐하! 어의를 부르겠나이다.”

상선 최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어의를 불러도 소용이 없어.”

의종황제는 살짝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하오나 병환이,,,,,,,.”

“짐의 몸은 짐이 더 잘 알지.”

“하오나 태자마마께서 걱정하실 수도 있사옵니다.”

“짐이 그대와 환관들 그리고 상궁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는데 어찌 태자가 알겠나?”

“그렇기는 하오나,,,,,,,.”

“짐의 몸은 짐이 더 잘 알아! 짐의 병은 고칠 수가 없는 병이야!”

정도전이 올린 그 차가 효과를 내고 있는 거였다.

“이 황궁에 독한 고뿔이 돌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대스승께서도 고뿔이 심하다고 하옵니다.”

“그럴 것이야! 상선!”

“예. 황제폐하!”

“그대는 태자를 오래 본 사람이네. 들리는 말에는 태자가 태자이지 않았을 때 양아들로 삼았다고 들었네.”

“불충스러운 일이었사옵니다.”

“아니야! 자네가 태자를 잘 돌봐주게.”

의종황제의 말에 상선이 의종황제를 빤히 봤다.

“어찌 그런 황망하신 말씀을 하시옵니까?”

“짐의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네.”

“황공하옵니다.”

“태자는 외로울 것이네. 암 외롭고말고! 그렇게 이 고려를 위해 동분서주를 하니 외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야! 그러니 그대가 잘 돌봐주게.”

“성심을 다하겠나이다.”

“그나저나 태자비의 상심이 아주 크겠군.”

“그럴 것이옵니다. 참지정사께서 그리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셨으니 더욱 그럴 것이옵니다.”

“그의 시신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

“곧 도착할 거라는 전갈이 왔나이다.”

“국장으로 해야 할 것이네. 부처님께 편히 보내드려야 할 것이야!”

태자마마께서 단단히 준비하라고 대신들에게 명을 내렸사옵니다.”

“그래야지. 암 그래야 하고말고. 쿨럭! 쿨럭!”

다시 한 번 의종황제가 거친 기침을 토해냈다.

“곧 이 기침도 끝날 날이 있겠지.”

의종황제는 그렇게 말하고 태자궁이 있는 쪽을 물끄러미 봤다.‘태자야! 너 말고는 이 고려에 대안이 없구나. 이 고려를 잘 이끌어야 할 것이다.’이것이 아비의 마음일 것이다.또한 의종황제와 회생은 애증의 관계일 것이다.

“상선!”

“예. 황제폐하!”

“요즘 꿈에 자꾸 죽은 전 태자가 보여.”

의종황제의 말에 상선 최준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나중에 짐이 죽은 장자를 어찌 볼지,,,,,,,.”

장자의 죽음을 어쩔 수 없이 외면했던 의종황제였다. 그렇기에 죽은 장자를 볼 면목이 없는 그이기도 했다.

“짐은 장자에게도 차자에게 참으로 모진 아비일 것이네.”

“소신 듣기 황망하옵니다. 황제폐하!”

“그렇다는 것이네.”

“그러고 보니 참으로 광풍 같은 삶이었어. 광풍 같은.”

의종황제는 당장 내일 죽을 사람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 걱정스러운 상선 최준이었다.

태자궁 앞 공터.이의민이 태자궁 주변을 삼엄하게 경호하고 있었다. 태자궁을 경비하는 견룡대의 수가 3배나 늘어나 있었다. 또한 대신들과 신료들을 감찰하는 감찰어사대의 수도 3배가 늘어났다.

물론 병력의 수만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과 힘은 병력의 수보다 도 더 몇 배나 늘었다.

우선 견룡군 행수이면서 장군의 반열에 오른 이의민은 즉참권이라는 집행력이 생겼다. 누구든 황제나 태자인 회생의 명 없이도 즉시 참수할 수 있는 권한이다.

무수불의의 권력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에게 그런 권력을 쥐어준 사람은 회생이었다.

그건 다시 말해 이의민을 통해 회생의 개혁과 북벌에 반기를 드려는 자들은 반드시 죽인다는 엄포였다. 또한 회생의 또 하나의 핵심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감찰어사대에게는 감찰과 취조 그리고 연행 및 감금의 권한이 주어졌다. 물론 그 역시 회생을 반대하는 자들이 발견될 때 제거하기 위한 조치였다.

철권통치!지금까지 이보다 더 강력한 통치를 시행한 군주는 없었을 것이다.회생은 분명 영웅은 아닐 것이다.

그의 마음에는 평범한 민초의 마음과 불안함이 잠들어 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의 영혼은 미래에서 실패한 인생이 닮겨 있으니 말이다.척!만적이 태자궁 정문 앞에 도착하자 견룡군 무장이 만적을 막아섰다.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만적이 벽란도로 미추홀로 돌아다니며 장사를 한 후에 또 회생이 북벌을 다시 시행한 후부터 이렇게 만적마져도 태자궁을 함부로 드나들수 없게 되었다."무슨 용무이시요."무장들도 만적이 누구인지 알기에 함부로 대하지는 못했다."만적입니다.

태자마마께서 부르셔서 왔습니다."그때 이의민이 만적을 보며 밝은 미소를 보이며 다가왔다."만적 왔는가?"이의민의 환한 웃음에 만적을 맞이했다.

“예. 이장군님!”

“태자마마께서 여태 기다리고 계신다.”

이의민의 말에 만적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제가 온 것을 아시고 계신다는 겁니까?”

“어디 태자마마께서 모르는 것이 있더냐.”

“그렇기는 하옵니다.”

“왜 네놈도 의심을 받는다고 생각을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드느냐?”

이의민의 말에 만적이 기겁해 이의민을 봤다.

“의심이라니요. 불충이옵니다. 제가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래. 그래야지. 태자마마께서는 너의 안위를 위해 은밀히 경호를 맡기신 것이다.”

“예. 그럼요. 알고 있습니다.”

만적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역시 뒷맛이 개운하지 못했다.

“그런데 병력의 수가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알게 모르게 이 황성에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그렇습니까?”

“음! 태자마마께서는 항상 불안해하신다.”

“태자마마께서요?”

만적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의민을 봤다.

“왜 태자마마께서는 아니 그러실 분 같더냐?”

“그래도 태자마마께서 신변의 불안함을 느끼신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소인은!”

그때 이의민이 힐끗 태자궁을 봤다.

“따지고 본다면 지금 조정의 대소신료들 중에 그 무인혁명에 동참하지 않은 자가 있더냐? 적고 많음이 다를 뿐 모두가 다 그 무신혁명에 관령이 있지.”

“태자마마께서도 그렇지요.”

“그래. 태자마마께서도 그렇지. 성공을 하면 혁명이요. 실패를 하면 반역이 되는 것이지.”

이의민은 위험천만한 말을 하고 있었다.

“대의에 혁명과 실패를 나눌 수는 없습니다. 태자마마의 행동은 실패를 하셨어도 혁명이라 후세에서는 불릴 것이옵니다.”

만적은 다부지게 말했다.

“옳다. 그래! 네 말이 옳다. 하지만 나의 소임은 태자마마를 원거리에서 보위하는 것이다. 그러니 내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네가 너의 일에 최선을 다하듯.”

“그렇습니다.”

“어서 들어가 봐라! 너를 기다리며 저렇게 오래 회의를 하고 계신다. 그러니 네가 뭔가 원하시는 답을 내놓기 전까지는 그 회의는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이 장군님!”

태자궁 회생의 집무실.

“이것인가?”

난 만적이 탁자 위에 올려놓은 사각의 물건 두 개를 보며 만적에게 물었다. 물론 난 그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나는 사람의 몸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람의 마음을 병들고 더럽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하나는 누런빛이 도는 하얀색이고 또 하나는 검은색이었다.‘흑과 백이군!’참으로 사악하고 또 잔인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마왕이 되지 않고서는 절대 중원을 차지할 수 없다.

한족에게는 저력이라는 것이 있다.하나로 뭉쳐지는 폭발력은 아니지만 끈질기게 이어오며 버텨내고 참아내는 그런 저력이 존재한다. 그건 다시 말해 그 어떤 이민족의 침입과 점령을 당해도 끝내는 살아남아 그 침략하고 자신들을 지배하는 이민족을 한족화 시키는 거였다. 그것은 분명 힘이 저력일 것이다.

또한 쪽수가 많다.그러니 중원을 영원히 지배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렇사옵니다.”

“흰 것은 고래의 기름으로 만든 것이옵니다. 물에 적시면 거품이 생기고 계속 비비면 놀랍게도 찌든 때가 빠지옵니다.”

당연하다.내가 만적에게 알려준 것은 비누이니까.난 의원들을 불러 흑사병의 치료제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진적이 없었다. 시간적으로도 부족했고 또 자료가 너무나 없었다.

한 마디로 맨 땅에 헤딩인 것이다. 그래서 방법을 달리했다. 흑사병도 병균에 의한 전염병이다.

그렇다면 그 병에 걸리지 않게 깨끗하게 위생에 만전을 기해서 내 병사들의 몸에 균이 침입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점령 후 활활 태운다. 요동성을 불바다로 만들고 병균까지 모두 소멸시킨다.’내 피의 점령은 그렇고 보니 온전한 파괴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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