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71화 (471/620)

< -- 간웅 22권 -- >서경 황도의 태자궁.쉬이이잉~귀성처럼 북변의 끝자락에서 몰려온 북풍이 서경 황도까지 불어치고 있었다. 차가운 기운 때문인지 귀성처럼 음습하게 느껴졌다.

쉬우웅~북변은 통곡의 강이 흐르고 있을 것이고 이 삭풍에 그 통곡이 묻어 있을 것이다. 내가 죽인 많은 자들의 울음소리가 삭풍을 타고 내 귀를 자극했다.

모질고 모진 실행이었다.내 병사들에게 죽은 그들에게도 삶이라는 것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난 그 삶을 송두리째 무너트려버렸다.

죽이고 베고 죽이라고 명했다. 고려의 고토인 북변에 예맥이 아닌 것은 모두 뿌리를 뽑으라고 내 충신 조충에게 말했다.

그의 검이 피를 적실 때 죽은 자들은 눈물로 대지를 적셨을 것이다.이 죄를 다 어찌 감당해야 할지!또 왜 난 이렇게 모질게 변했는지 수천 번 아니 수만 번 더 생각하고 또 생각을 했다.

그에 대한 답은 하나였다.내가 파괴의 마왕이 되고 도살자가 되어 훗날 내 후손들이 더 넓은 땅에서 웅지를 다시 펼칠 수 있다면 나는 지옥 같은 이 삶을 끝까지 숨이 붙어 있는 한 이어갈 것이다.

그것이 내 의무며 내가 가야 할 길이고 이 고려에 내가 온 이유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쉬우웅~삭풍이 다시 분다.

저 삭풍이 끝이 나면 고려는 요동을 손아귀에 넣게 될 것이다. 아무도 살아 있지 않고 죽은 자들의 땅인 요동을 내가 또 고려가 얻게 되는 것이다.

이 겨울이 참으로 그렇기에 고려에게 중요했다.깊은 밤이지만 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한 마디로 너무 급하게 벌려 놓은 것이 많다. 나 하나로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난 많은 일을 한 번에 진행하고 있다. 그렇게 정도전과 북천은 항상 내 옆에서 나를 보좌하며 나와 같이 밤을 보내고 있다.

저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나와 이렇게 수많은 밤을 새웠으니 지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병이 나도 벌써 났을 것이야!’난 두 책사의 건강이 걱정됐다.그러고 보니 벌써 삭풍이 부는 겨울이다.

압수와 대수는 꽁꽁 얼어붙었다. 이번 겨울은 그 어떤 겨울보다 혹독하다고 했다.

겨울이 혹독하면 백성들이 고달프다.그리고 북변으로 이주할 내 백성들은 더욱 고달픈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더 추워야 한다. 더 추워야 대타발이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그렇게 난 지금이 겨울이기에 그 거대한 일을 시작한 거다. 아무리 요동의 대타발이 불같이 노해 북변으로 진격을 하려고 해도 말을 먹일 건초가 부족해지면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다.

그걸 노린 것이다.‘장인이 내게 주신 계략을 내가 쓰고 있구나!’난 죽음 앞에 선 순간까지 고려를 걱정한 참지정사를 떠올렸다.

그의 계책을 받아드려 요동의 건초창고를 태웠고 또 들판에 불을 음밀히 질렀으며 산들을 활활 태웠다.아마 지금도 요동 한 구석에서는 불타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별초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더 엄청난 것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말이다.

-태자마마! 오상궁이옵니다.태자궁 집무실 문밖에서 상궁이 도착했다.

“들어오라!”

내 명에 오상궁과 무수리들이 진한 차를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하명하신 인삼차를 준비해서 왔나이다.”

오상궁은 지금 자신이 들고 있는 것이 그저 그런 인삼차인 줄 안다. 그것도 바짝 말라비틀어진 인삼차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홍삼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의 인삼 농사는 풍년이다.

난 50만근에 달하는 인삼을 확보했고 그것을 증포하여 30만근의 홍삼을 얻었다.그것이 어디에 쓸지는 이미 생각해 둔 상태다.

‘이번에는 송과의 홍삼 교역은 없다.’막대한 부를 주는 홍삼 교역이지만 올해는 홍상교역을 하지 않았다.

그 교역이 없기에 황실의 내탕고는 더욱 금은보화로 가득찼다.공식적인 교역은 없지만 은밀한 밀거래가 있기에 난 작년에 비해 1/20도 안 되는 홍삼을 팔고 4배가 넘는 이익을 챙겼다.

이것이 수요와 공급의 효과다.물론 홍삼을 복용해야 하는 송나라 놈들만 죽어날 것이다.

‘대부분 환을 만들어야 해!’비축하고 있는 홍삼의 쓰일 곳은 따로 있었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오상궁을 봤다.

“두 책사에게 내어드리시게.”

“예. 태자마마!”

정도전은 집무실 안에 인삼 향이 가득하자 그것이 홍삼을 다린 물이라는 것을 아는 듯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정도전은 이미 홍삼이 몸에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그가 웃는 이유는 내가 그를 챙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잠시 짬을 내어 들지. 국운이 걸린 일이기는 하나 내게는그대들의 건강도 무척이나 중요하네.”

내 말에 북천이 감복해 머리를 조아렸다.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소신들의 몸까지 생각해주시니 황공무지로소이다.”

“그대들이 병이 난다면 난 아무 일도 못해. 몸에 이로운 것이 들게 그리고 퇴궁을 할 때 오상궁이 챙겨주는 것을 가지고 가서 장복을 하게.”

“태자마마! 이 차가 무슨 차이옵니까?”

세상의 이치를 안다고 자부하는 북천도 홍삼차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홍삼차네.”

“홍삼차라고 하셨습니까?”

“우선 드시게. 향이 좀 진하지만 깊은 맛이 있지. 몸의 기를 보하는 것에는 이만한 것이 없어. 몸이 건강해야 만병이 침투하지 않아.”

난 그렇게 말하고 내 앞에 내려놓은 홍삼차를 후후 불며 마셨다.

“하하하! 역시 기력 회복에는 이만한 것이 없어.”

이것은 잠시 여유를 찾는 휴식일 것이다. 그리고 이 차를 다 마시고나면 엄청난 결정과 보고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난 잘 알고 있었다.그렇게 나와 정도전 그리고 북천은 차를 마셨다. 그리고 내 뒤에 있는 무제는 그저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소장은 없사옵니까?”

“몸 안에 열이 많은 그대는 이 홍삼차가 화가 될 것이야!”

난 의원처럼 말했다.물론 난 의원은 아니다. 그냥 현대에 있을 때 주워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였다.

“그렇습니까?”

“그래.”

그렇게 짧은 휴식이 끝났다. 그리고 난 바로 정색을 하며 정도전과 북천을 봤다. 이젠 다시 고려를 위해 일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태자가 된 이유이니 말이다.

“북변은 어떻게 됐지?”

“이미 압수의 끝과 대수의 끝까지 완전히 점령했다는 파발이 도착했나이다.”

정도전이 자신 있게 내게 말했다.드디어 북변을 내 손아귀에 넣은 것이다. 물론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것이다.

“조충의 돌발행동이 참으로 많은 일을 해냈군.”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조충에게 큰 상을 내려야 할 것이옵니다. 고려의 고토를 수복했나이다. 비록 온전히 모든 고토를 수복하지는 못 했으나 태조폐하의 명을 이행하신 분은 오직 태자마마 뿐이시옵니다.”

북천이 감격한 듯 내게 말했다. 그는 웅지가 있다. 그가 나를 따르는 것은 아마도 내가 고구려의 전 영토를 수복하고 고구려의 영광을 다시 찾아 줄 인물이기에 따를 것이다.

“그럼 백성들의 이주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 말에 북천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겨울은 피해서 이주를 하는 것이 어떻사옵니까?”

백성들을 자기 몸처럼 여기는 북천이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건 아니 될 말이야!”

난 인상을 찡그렸다.

“하오나 이번 겨울은 그 어떤 겨울보다 춥사옵니다. 벌써 압수가 얼고 대수가 얼었나이다. 지금 이주를 준비하고 있는 백성들을 북변으로 이주를 시킨다면 그 고통이 엄청날 것이옵니다. 길을 떠나다가 동사하는 백성들이 늘어날 것이고 그곳에서 이주를 한 후에도 죽어나가는 백성의 수가 상당할 것이옵니다.”

북천의 말에 난 북천을 뚫어지게 봤다.

“땅은 말일세.”

“예. 태자마마!”

“땅이라는 것은 주인이 없으면 객이 주인 노릇을 하지. 수많은 오랑캐를 참살하고 부락을 불태우고 점령한 북변이네. 많은 피가 흐른 북변이란 말이네.”

“알고 있나이다.”

“그 땅이 지금 비어 있어. 올 겨울에 주인이 자리를 잡지 않으면 객이 와서 다시 자리를 잡지. 그럼 난 또!”

난 북천을 보며 사나운 눈빛을 보였다.사실 말은 안했지만 북변을 얻기 위해 참지정사 강일천을 희생시켰다는 것을 북천은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랑캐들이 다시 터를 잡겠지요.”

정도전이 나서서 말했다.

“그래. 그럴 것이야!”

“그럼 또 다시 북변에는 피바람이 불 것이옵니다. 똑같이 참담한 일을 두 번 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옵니다. 또한 이번의 혈풍은 명분이 있사옵니다.

북변 외 다른 오랑캐들도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받아드릴 수 있는 명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일을 두 번 하게 된다면 훗날 태자마마께서 흡수하고 귀부를 받을 외인들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훗날의 고토회복 성전에서 고려 병사는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하고 또 더 많은 피를 받아내야 하옵니다. 그러니 백성들의 이주를 더는 늦춰서는 아니 될 것이옵니다.”

“옳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주를 해야 할 것이네.”

“하오나,,,,,,.”

“이미 가옥이 마련되었고 식량을 충분히 비축했습니다. 땔감도 부족하지 않게 준비를 했습니다.

이주를 하는 동안이 고통스럽겠지만 그곳에 가면 노비들이 양민이 됩니다. 그만한 고통을 감수하지 않고 어찌 위대한 고려의 백성이 되겠습니까. 그것을 감내하지 못하는 자는 끝내 노비로 살아도 마땅한 자들이옵니다.

그런 자들은 고려에 필요하지 않은 존재들이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태자마마께서는 백성의 고통을 누구보다 깊게 생각하시는 분이십니다. 태자마마께서 결정하신 일이옵니다.”

“알고 있네.”

“그래! 내가 결정한 일이다. 노비들을 북변으로 이주시켜! 북변은 이제 고려의 영토네.”

“하오나 태자마마! 아직까지 대타발이 어떻게 움직일 줄 모르옵니다.”

북천이 진심 걱정하는 것은 불같이 노한 대타발의 진격이었다. 그 진격과 함께 백성들을 이주시킨다면 엄청난 피해를 불러 올 일이었다.한 마디로 전장에 백성들을 몰아넣게 되는 꼴이니 말이다.

“그건 다 초지를 취해 놨어.”

난 북천에게 다부지게 말했고 그 순간 정도전도 놀라 나를 봤다.

“어떻게 조치를 취하셨사옵니까?”

“은밀히 벌초들이 움직이고 있지. 요동의 건초라는 건초는 모두 태우고 있으니 쉽게 진격을 하지 못할 것이네. 그리고 또 송나라에 가신 내 숙모님께서 송 조정을 곧 압박하여 송의 대군을 북진시킬 것이네. 그럼 요동의 대군은 절대로 남진을 하지 못하지.”

그것을 획책하라고 조경호를 송으로 보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결과가 서서히 나오고 있었다.

“진정 대단하시옵니다.”

북천은 내가 실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3할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은 참으로 은밀한 작전이다.피의 토벌이고 완벽한 파괴의 점령이다.‘곧 요동은 사람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게 된다.’난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난 조충에게 은밀히 밀서를 보내 같이 준비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라고 명령을 내렸다.

흑사병균을 가진 쥐들을 요동 전역에 풀었다. 또 은밀히 요동성에도 흑사병균을 가진 쥐들을 풀었다. 이제 곧 그 엄청난 효과가 나올 것이다.‘피의 점령이야!’이제 내 고려가 해야 할 일은 요동에서 밀려오는 사람들과 물자들을 통제하여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거다.교역의 전면 중단이 바로 그 첫 번째 행동이다.

“그러니 앞으로 요동과는 어떤 무역도 금할 참이네.”

내가 던진 비수에 내가 맞을 수는 없다. 그리고 지금 난 만적에게 지시에 고려 전역에 있는 고양이들을 모으라고 지시했다. 또한 송에서도 사오라고 지시를 했다. 그 고양이들을 북변으로 보낼 것이다. 흑사병은 적에게도 치명적이지만 아군에게도 치명적일 것이니 말이다.

“강이 얼었어. 그러니 교역을 금하면 분명 밀무역을 하는 자들이 생길 것이네.”

“그럴 것이옵니다. 그런데 교역까지 금하게 되면 요동이 반발하게 될 것이옵니다.”

“반발을 하라고 해! 난 이미 요동과 척을 질 생각으로 북변을 차지한 것이네.”

그제야 정도전과 북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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