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70화 (470/620)

< -- 간웅 22권 -- >2. 요동 정벌의 서막.요동성 성주 대한무극의 집무실.요동성.요동수변에서 가장 험하고 견고한 고구려의 요새로 612년과 613년 수(隋)나라의 1·2차 고구려침입 때 적이 맹렬히 공격하였으나, 성의 방어가 워낙 튼튼하여 함락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철옹성이 바로 요동성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요동성은 고구려의 성의 특성을 가지지 않고 중국의 성의 특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성곽도에 따르면 내성과 외성이 있는 중국식 성곽으로서 내성 안에는 목탑인 듯한 요동성탑이 그려져 있고 성벽 위에는 각종 여장이 그려져 있다.또, 문에는 문루, 성의 모서리에는 각루가 설치되어 있다.

요동성총의 축조 연대를 4세기 후반 이전으로 올려볼 수 있다고 하므로 요동성의 축조연대는 그 이전으로 올려볼 수 있겠다.따라서 요동성은 중국식 성곽으로서 고구려인이 축조하였다기보다는 중국인이 축조한 것을 고구려가 점령한 성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빼앗은 성으로 고구려를 지키는 방패로 삼은 거였다. 그런데 그 성을 지금 다시 빼앗긴 거였다. 요동성 성주이면서 대한무극인 대타발의 집무실은 뇌성이 치는 폭풍 속 같았다.

쾅!바지직!대타발은 거한이다. 또한 타고난 무장이었다. 그는 분노해 자신의 주먹으로 앞에 놓인 탁자를 내려쳤습니다.

그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기에 그 분노의 표출에 의한 내리침은 이 순간 탁자의 다리 하나를 부러트려 놓은 상태였다.

“지금 내게 무슨 말을 하는가?”

대타발은 자신의 책사이며 군사인 여승을 노려보며 물었다.

“송구하옵니다. 대무극!”

“송구하다는 말로 끝이 날 일인가? 북변에 있는 수많은 세작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그 엄청난 보고를 지금 내게 하는 건가?”

“소신도 놀랍기만 하옵니다. 겨우 며칠 만이옵니다. 처음 갑산에서 병력의 움직임이 있다는 보고가 있은 후 바로 북변 전체가 고려의 수중에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았사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나약한 고려군이 어찌 북변의 오랑캐들을 그렇게 빠르게 정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우리를 무시하고 그렇게 군사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가?”

“너무나 빠른 움직임이었사옵니다.”

“전군 출정을 준비하라!”

대타발은 분노에 출정을 하겠다고 말했고 그 말에 여승은 놀라 대타발을 봤다.

“출정이라 하셨사옵니까?”

“그래 출정이다. 감히 고려 놈들이 내 턱밑까지 위협해 왔다.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조정에서는 나를 뭐라고 하겠는가? 고려의 움직임도 파악하지 못한 어리석은 대무극이라고 조롱할 것이다. 또한 조정은 이번 일을 통해 내 흠을 잡으려 할 것이다.”

“그렇기는 하옵니다. 허나 조정에 보고 없이 군사를 움직이는 것도 문제가 되옵니다.”

“무슨 문제가 된다는 건가?”

“조정은 대무극을 의심하고 있사옵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 하찮은 의심으로 망설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렇사옵니다. 허나 신중하셔야 하옵니다.”

“신중? 어이가 없군!”

“급할수록 정세를 더 파악하셔야 하옵니다. 천년 대계를 그르칠 수도 있사옵니다.”

여승이 말한 천년 대계라는 것은 후발해의 건국일 것이다. 이렇게 북방은 요동치고 있었다.고려에는 회생이 요동에는 대타발이 또한 송에는 공주 조연이 각자의 삶을 위해 또 조국과 민족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었다.

“으음,,,,,,,.”

“조정까지 보고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오나 지금은 먼저 행동을 하실 때가 아닌 줄 아옵니다.”

“으음,,, 그건 그렇고 고려 놈들이 왜 그렇게 급하게 북변의 오랑캐를 토벌하며 저리 미쳐 날 뛰는 건가?”

이게 이해가 안 되는 대타발이었다. 고려는 명분을 중시하는 나라다. 그렇게 명분이 없다면 쉽게 움직기지 않는 나라이기도 했다. 또한 힘이 없고 약한 나라라는 것이 대타발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여준 고려군의 전격전은 그저 놀랍기만 한 일이 분명했다.

“정확한 것은 아니옵니다. 제가 알기로는,,,,,,,.”

여승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뭔가?”

“이 요동성에 들렸던 고려 참지정사 강일천을 기억하시옵니까?”

여승의 물음에 대타발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지. 배포가 고려인 치고는 상당했으니까.”

“그렇사옵니다. 그는 고려의 충신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가 대마도에서 오랑캐의 피습을 받고 죽었다고 하옵니다.”

“뭐라?”

대타발은 여승의 말을 듣고 이해가 안 됐다. 아무리 오랑캐라는 족속들이 생각 없이 앞뒤 가리지 않고 행동을 하는 존재들이기는 해도 고려의 대신을 그렇게 함부로 죽일 수는 없었다.

“그게 정말인가?”

“그렇사옵니다. 그 일이 발생해 고려의 태자가 분노해서 군사를 움직였다는 보고이옵니다.”

“고려 태자가?”

“그렇사옵니다.”

“고려 태자라고 하면 이번에 태자가 되었다는 그 놈을 말하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고려의 태자 이전에 죽은 자의 사위라고 하옵니다.”

여승의 대답에 대타발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뭔가 석연치 않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군.”

“예. 그렇사옵니다. 이상하지 않사옵니까?”

“이상해!”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갑산에 주둔한 군사들이 대부분 고려 태자의 사병이라고 하옵니다.”

“고려태자의 사병이라,,, 그런데 어떻게 그 변방이 그 많은 군사들을 배치한 걸까? 고려 태자에게도 정적이 있을 것이고 군사를 배치하려면 다시 도읍을 정한 서경 근방이어야 하는데 이상하군.”

“그렇사옵니다. 철저하게 오래전부터 준비한 일이기에 그런 것이옵니다.”

대타발은 여승의 말에 놀라 여승을 뚫어지게 봤다.

“철저히 준비한 일이라?”

“그렇사옵니다.”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사옵니다. 고려 태자가 아니 고려 황실이 북변을 얻기 위해 엄청난 고육계를 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역시 대타발과 여승은 대단한 인물이었다.추측이지만 그런 추측을 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불가능하고 하지 못할 일은 분명 아니옵니다.”

“그럼 큰 일이 아닌가?”

“그렇사옵니다.”

“북변 다음으로 요동이야!”

대타발은 처음으로 근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물론 그 근심 속에서는 여전히 고려군을 무시하는 표정도 담겨 있었다. 허나 사자는 한 마리의 토끼를 상대할 때도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자신이 스스로 약하다고 여기고 있는 고려군에 대해서도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는 대타발이었다.

“그럴 수도 있사옵니다.”

“갑산에 있는 군사의 수가 몇이나 되나?”

“세작들이 파악한 것은 보병 6만에 기병 5천이라 하옵니다. 아마 이번에 오랑캐들을 흡수했을 것이니 기병의 수는 1만에 육박할 것이옵니다.”

“겨우 7만? 그것도 보병이 6만?”

가소롭다는 생각이 드는 대타발이었다.요동성에는 15만에 육박하는 기마군단이 있다. 단 한 번의 전투를 통해서도 고려 7만 갑산군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대타발이었다.

“그렇기는 하옵니다. 허나 이제 곧 겨울이옵니다.”

“그렇지 겨울이지. 그걸 노렸군.”

“예. 그런 것 같사옵니다.”

쿵!그때 집무실 밖에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뭔 소리인가?”

대타발이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바로 무장 하나가 안으로 들어와 공손히 군례를 올렸다.

“송구하옵니다. 대타발!”

“뭔가?”

“경계 무장 하나가 몸에 열이 나는지 정신을 잃고 쓰러졌사옵니다.”

“겨우 열 때문에 요동성 무장이 쓰러진다고? 얼이 빠진 놈이군. 쯔쯔쯔!”

“송구하옵니다.”

“군기가 빠졌다.”

“바로 조치하겠사옵니다.”

“나가 봐!”

대타발은 인상을 쓰며 여승을 봤다.

“요즘 군사훈련을 하지 않아 무장들과 병사들의 허벅지에 살이 너무 붙은 것 같군.”

“그런 것 같사옵니다.”

이 순간 대타발과 여승은 엄청난 것을 무시하고 있었다.고열!그것은 엄청난 재앙의 전조였다.

“그건 그렇고 건초의 양은 얼마나 되지?”

건초의 양을 확인한다는 것은 언제든지 출정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하겠다는 거다.

“곧 겨울이라 충분히 준비는 해 두고 있는 상태이옵니다.”

“그럼 당장 말을 몰아 고려로 진격을 할 수는 있겠군.”

“그렇기는 하옵니다. 허나 조정이,,,,,,,.”

“조정의 눈치는 계속 볼 수는 없어.”

다다닥! 다다닥!그때 복도로 무장 하나의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대타발! 보고 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들어와라!”

대타발의 명령에 의해 무장 하나가 땀을 뻘뻘 흘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인가?”

“송구하옵니다. 건초를 보관하고 있는 거대 창고에 불이 붙었사옵니다.”

“뭐라? 불이?”

대타발은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사옵니다. 원인은 알 수 없사오나 창고마다 불길에 휩싸이고 있사옵니다.”

“방화나?”

대타발은 이 순간 방화를 의심했다.

“그런 흔적은 없사옵니다.”

“없다?”

“그렇사옵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불이 났다는 거고 그 불이 여러 창고로 번지고 있다는 건가?”

“그렇사옵니다. 식량 창고와 건초 창고에 번지고 있사옵니다.”

“젠장!”

쾅!대타발이 다시 한 번 탁자를 내려쳤다. 바지직!그리고 끝내 탁자는 무너져내렸다.

“고정하시옵소서!”

“고정할 일인가? 출정을 못해! 이렇게 되면 고려로 출정을 못해!”

대타발은 분노하고 있었지만 여승은 또 한 번 뭔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자네는 왜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고 있나?”

여승이 유난히 땀을 흘리고 있는 무장에게 물었다.

“급히 달려왔기에 그런 것 같사옵니다.”

“그리고 얼굴에 묻은 것은 뭔가?”

“예?”

“반점인가? 아니면 재인가?”

“재이옵니다.”

고열과 반점!그건 흑사병의 증상 중 하나였다.

“그래. 알았네. 나가보게! 어서 불을 꺼!”

“예. 군사님!”

무장이 다시 군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쿨럭! 쿨럭! 머리가 아프군!”

대타발이 기침을 하며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소신의 불찰이옵니다.”

“불이 났어. 어서 불을 꺼야 하네.”

“예. 알겠사옵니다.”

“이러다가는 고려로 진격도 하기 전에 말이 모두 굶어죽을 수도 있어.”

“예. 바로 조치하겠사옵니다. 쿨럭!”

“자네도 기침을 하는가?”

“송구하옵니다.”

“쿨럭! 왜 이러지?”

대타발도 기침을 하고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의원에게 약을 지어 올리라고 하겠사옵니다.”

“그러게. 어서 불이 난 곳을 살펴야 할 것이야! 가세.”

대타발이 앞으로 나서려다가 자신도 모르게 휘청거렸다.

“대무극!”

“괜찮아. 그냥 현기증이 좀 났어.”

요동성이 보이는 인근 야산.입을 흰 두건으로 가린 몇몇의 장정들이 가죽 봇짐을 매고 주변을 살피며 모여 있었다.

“어찌 되었나?”

“저기 불길 보이시죠.”

“그래 보이는군!”

질문했던 사내가 천을 내리며 씩 웃었다.

“활활 타고 있군.”

“이놈의 쥐새끼들이 쓸모가 참 많습니다. 이놈들의 꼬리에 불씨를 붙인 솜을 달아서 풀어주니 건초와 식량창고로 가서 저렇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생각이십니다.”

“그럼 이곳에서의 일은 끝이 났으니 이제 자네는 신성으로 그리고 자네는 개모성으로 가야 할 것이네.”

“예. 조장!”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겠지.”

“뭐 또 쥐 놀이를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래 식량 창고와 건초창고를 태우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네.”

“예. 조장!”

“그리고 그곳 여기저기에 쥐를 풀게.”

“그런데 식량 창고와 건초창고를 불태우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쥐는 왜 풀어줍니까?”

“나도 몰라! 상부의 명령이네.”

“알겠사옵니다.”

“그리고 절대 맨손으로 또 입을 가리지 않고 쥐를 만져서는 안 된다는 상부의 명령이네.”

“그 역시 명심하고 있사옵니다.”

놀랍다.회생의 두 번째 거대한 계획이 이미 실행에 옮겨지고 있었다. 또한 갑산 부근에 있던 생물학무기(?) 공장인 돌림병 부족은 은밀히 대마도로 옮겨진 상태였다. 그렇게 회생은 빠르게 일을 꾸미고 있었다.

그렇게 요동이 요동치고 있을 때 갑산부사의 호의를 받으며 백화의 부친이며 이 북변을 고려의 영토로 만들어주는 명분을 제공한 참지정사 강일천의 시체가 고려 황성 서경에 도착하고 있었다.

“고려의 영광의 위해!”

조장이 나직이 말하자 장정들의 눈빛이 변했다.

“태자마마의 영광을 위해!”

“움직이세.”

그 말고 동시에 장정들이 급히 움직여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진 상태에서도 평야에 서 있는 철옹성인 요동성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요동정벌의 서막이 열린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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