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68화 (468/620)

< -- 간웅 22권 -- >간웅 22권.1. 푸른 사슴 부족의 최후.푸른 사슴 부족의 부락 목책 앞의 공터.푸른 사슴부족의 부락은 여기저기 연기가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들이 엉성하게 세워놓은 목책 위에는 야차의 눈빛으로 최후를 준비한 것 같은 오랑캐 전사들이 자신들의 앞에 몰려 와 있는 파괴자들을 보며 잔뜩 긴장감이 감도는 눈빛으로 그들을 내려 보고 있었다.

“저, 저기 왔습니다. 족장님!”

젊은 전사 하나가 늑대의 탈을 쓰고 면상에는 동족의 피를 묻힌 푸른 사슴부족의 족장을 보며 말했다. 물론 그의 눈에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한 듯 죽음이 활활 불타고 있었다.

“으음,,,,,,,.”

이미 죽음을 각오한 족장이지만 자신들 앞에 몰려 와 있는 회생의 갑산군의 대군을 느끼고 길게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족, 족히 수천은 되어 보입니다.”

“그래! 분명 이 북변에 큰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 이제 어떻게 합니까?”

젊은 전사는 이 절망적인 순간에도 죽음이라는 단어 보다는 어떻게든 살고자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방법을 족장에게 물었다.하지만 방법이 있을 턱이 없었다.자신들의 수는 고작 수십이고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겨우 목책에 불과했다. 또한 그들은 이 순간 완벽하게 포위되어 있었다.

“저, 저 군사들은 어디에서 온 겁니까?”

“갑산군이다.”

“예?”

“갑산에 고려군이 주둔을 했다. 이 북변에 이런 광풍을 불게 할 존재는 갑산에 주둔한 잔인한 고려군뿐이다.”

그랬다.예맥족의 근본인 고려의 군사는 이렇게 그들이 칭하는 오랑캐들에게는 잔인한 파괴자에 불과했다.승리자 그것은 곧 파괴자일 것이다.또한 그런 파괴자는 모든 이들의 죽음 위에 승리의 깃발을 꽂을 것이다.

“살고 싶나?”

무수한 질문을 던진 젊은 전사에게 푸른 사슴부족의 족장이 물었다. 하지만 젊은 전사는 살고 싶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외면하고 감추고 싶지만 자신들의 죽음은 이미 예견되어 있는 것이니 말이다.

최소한 저기 장작더미에 묶여 있는 약탈자가 저 갑산군의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살고 싶다고 말했을 것이다.하지만 저들의 눈에도 또 자신들의 눈에도 고통에 겨워 몸부림을 치고 있는 기마정찰대 조장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자신들이 고려 갑산군을 죽였다는 거다. 그것은 이 순간 죄가 되고 죽어야 할 이유가 되는 거다.

그들이 자신들에게 어떤 짓을 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그저 자신들이 고려 갑산군 20명을 죽였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족, 족장님!”

“나도 살고 싶다.”

“족, 족장님,,,,,,,.”

“하지만 죽어지자. 우리가 죽어져야 다음 세대의 푸른 사슴부족이 산다.”

족장의 말에 주변에 모여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푸른 사슴부족의 전사들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족장이 죽자고 말했지만 누구하나 쉬이 대답하는 자는 없었다.

“힘없는 부족으로 태어난 것을 원망해라!”

바드드득!마지막 순간 푸른 사슴부족의 족장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예.”

50명도 안 되는 푸른 사슴부족의 전사들이 그렇게 짧게 이제야 대답했다.살아날 방법이 없는 그들이다.그러니 미친 듯 싸우다 죽어야 한다. 미친 듯 싸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저기 정찰을 나간 정찰기병의 조장이 보입니다.”

제 19제대의 부대장의 부장이 부대장을 보며 말했다.

“꼴이 말이 아니군!”

“약탈을 하다가 당한 것 같습니다.”

“약탈을 허락한 적은 없지만 저렇게 당해도 좋다고 명한 적도 없다.”

부대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화형을 시킬 모양입니다.”

부장의 말에 부대장이 피식 웃었다.

“죽어 마땅할 놈이겠지.”

“하지만 화형입니다. 저 오랑캐 놈들은 우리가 누군지 알고도 저러는 겁니다.”

부장은 화가 치미는 듯 말했다.

“그럼 저들이 우리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이라도 할 줄 알았나?”

“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미친 괭이처럼 덤벼들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런가?”

한 번 부대장이 피식 웃었다.그러면서 목책 중앙에 서 있는 푸른 사슴부족의 족장을 봤다.

“내가 모신 분과 눈동자가 닮았군!”

제 19제대를 이끄는 조양은 조충의 둘째 아들로 회생의 심복이 된 자였다. 그 누구보다 회생을 존경했고 또 회생의 가신이라는 것에 감사했다. 또한 그는 회생을 닮고자 했다. 그러니 회생의 최 측근들을 제외하고 회생을 가장 잘 아는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조양!그는 갑산부사 조충의 둘째 아들이다.기마에 능하며 활에 능한 무사였다.

그의 활솜씨를 보고 회생은 웃으며 촉의 황충이 죽어 다시 태어나 고려에 왔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그만큼 그는 활의 귀재였다. 그리고 그것이 이유가 되어 회생으로부터 편전을 사사 받았다.

고려의 절대자로 향하는 회생에게 편전을 쓰는 방법을 직접 지도받았다는 것은 조 씨 가문의 엄청난 영광중에 하나였다. 물론 그때의 조충은 조충이 아니라 속말말갈족 족장이었다. 그래서 더 영광스러웠을 것이다.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감히 너와 내가 입에 담지 못할 분!”

그 순간 부장은 그가 바로 고려의 절대자이며 이번 광풍을 일으킨 고려 태자 회생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어떻게 태, 태자마마와 저 오랑캐와 닮았다고 하십니까?”

“닮았어. 아주 닮았어. 태자마마의 눈빛과 아주 닮았어. 난 그렇게 느껴져.”

“정, 정말 그렇습니까?”

“그렇다. 태자마마의 눈동자는 바다 같다.”

제 19제대의 부대장인 조양은 마치 이 순간 회생을 떠올리는 것처럼 독백을 하듯 중얼거렸다.

“바다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바다다. 우리가 알고 있는 푸르고 찰랑거리는 바다가 아니고 검은 그 속을 알 수 없는 검은 심배 같은 바다다. 출렁임도 없이 태산을 삼키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그런 검은 심해와 같다.”

“태, 태자마마께서야 그렇게 위대한 분일 수 있지만 저놈은 그저 작은 오랑캐 부족의 족장에 불과합니다.”

“그렇지. 너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하지만 태자마마께서도 겨우 병졸이셨을 때가 있었다.”

그렇게 조양은 회생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닮고 싶은 사람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예?”

“저자도 때를 잘 만났다면 아주 엄청난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너무 저자를 과대평가 하시는 것이 아니옵니까?”

“겨우 50으로 3천을 당당히 맞서고 있다. 너라면 그렇게 할 수 있겠나? 나는 못한다. 나는 두려워서라도 아니 가슴이 벅차서라도 그렇게 못한다. 하지만 저자는 하고 있다. 그게 대단한 거다. 그러니 씨를 말려야 한다. 씨를 말려서 이 고려에 화근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제 19제대의 부대장인 조양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단 한 놈도 저 부락 안에 숨 쉬고 있는 것들은 그 무엇이든 살려두지 마라.”

두려움의 끝에는 광폭함이 존재한다. 지금 조양은 푸른 사슴부족의 족장이 두렵기에 광폭해지고 있었다.

“저, 저기 연기가 보입니다.”

순간 부장이 기겁해 조양을 보며 말했다.

“화형을 시킬 모양이군!”

부대장인 조양이 피식 웃었다.

“역시 대단해!”

다시 푸른 사슴부족의 목책 안.

“불을 붙여!”

목책 위에 버티고 서 있던 푸른 사슴부족의 족장이 장작더미에 묶어놓은 정찰기마대의 조장을 활활 태워 죽이겠다는 듯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라고 명령을 내렸다.

“예. 족장님!”

“저놈을 시작으로 우리는 이곳에서 죽어지자.”

거칠고 위대한 푸른 사슴부족 족장의 외침이 울렸다.

“예. 족장님! 족장님이 명하셨다. 오랑캐를 태워 죽여라!”

이 순간 갑산군은 오랑캐가 됐다.

“살, 살려줘!”

정찰기마대의 조장은 기겁해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죽음 앞에 당당히 선, 저들 앞에 고려의 정찰기마대 조장은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살려줘! 살려 달란 말이야! 아아악!”

“불을 붙여라!”

그 순간 몇 개의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 장장더미에 던져졌다. 그리고 바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거대한 화염이 묶여 있는 정찰기병 조장의 몸을 덮쳤다.화화화화~ 화화화화!

“아아악! 아아악!”

목이 터질 듯 절규하는 그의 목소리가 목책을 넘어섰다. 그리고 그 모습을 푸른 사슴 부족의 족장이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푸른 사슴부족의 족장은 어린 아이들이 몸을 피한 숨겨진 토굴 쪽을 봤다.

“살아다오. 반드시 내 아들아 살아다오. 너는 이제 건주여진의 한 뿌리인 푸른 사슴부족의 족장이다.”

푸른 사슴부족의 족장이 넋두리를 하듯 말했다.

건주여진?건주여진!건주여진 출신 중에 걸출한 영웅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청태조 누르하치다. 물론 지금 푸른 사슴부족이 청태조의 조상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곳이 압록강 인근이라는 거다.

건주여진의 터전은 바로 압록강 일대다. 그건 다시 말해 고려의 갑산군이 이제는 압록강 일대까지 진격을 했고 또 대수라고 불리는 두만강 근방까지 진격을 해서 북변을 거의 대부분 점령했다는 거였다.

건주여진!이 순간 그들이 드디어 역사의 전면에 나선 거였다.물론 그들이 나타남과 동시에 멸망의 기로 접어들고 있었지만 말이다.

둥둥~ 둥둥~그때 다시 북소리가 울렸다.

“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다시 조장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무슨 반응이 오겠지.”

푸른 사슴 부족의 족장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돌아섰다.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3천의 갑산군을 노려봤다.

“활!”

제 19제대의 부대장인 조양이 부장에게 활을 달라고 명을 내렸다.

“여기에 있습니다.”

바드득!순간 조양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스스로 죽겠다는 거군!”

“예?”

“대단한 기백이다.”

“저놈들이 끝내 조장을 태워 죽이려는 것 같습니다.”

“죽어 마땅할 정도로 약한 놈들이나 적의 손에 죽게 둘 수는 없지.”

장대 위에 매달려 활활 타며 고통에 겨워하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정찰기병의 조장을 보며 작게 조양이 말했다.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조양이 시위를 당겼다.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목책 안 쌓여 있는 장작더미 위의 장대까지는 족히 150보는 되어 보였다.찌이익!조양의 활의 시위가 보름달처럼 당겨졌다.

그와 동시에 조양은 그 시위의 끝을 고통에 겨워 비명을 지르고 있는 정찰기병의 조장을 겨눴다.

“어떻게 하는 지 보자!”

이 순간 정찰기병의 조장 앞에는 저들의 족장처럼 보이는 자가 서 있었다.고려군의 비밀 무기인 편전이라면 그 둘을 모두 관통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다.

“이번에도 나를 놀라게 한다면 인정할 것이다.”

조양은 그렇게 말하며 시위를 놨다.쉬웅!그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 살이 바람을 갈랐다. 그저 쉬잉 하는 소리를 낼 뿐 눈에도 보이지 않는 화살이었다.쉬웅!스윽!눈에도 보이지 않는 화살이 푸른 사슴부족의 족장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으윽!”

푸른 사슴 부족은 얼굴도 까딱하지 않고 작게 신음소리를 냈다.그리고 화살이 날아가 박힌 곳도 보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화살이지만 자신을 겨눈 것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그였다.그였다면 이것은 뒤에 있는 놈을 죽여주기 위한 화살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동시에 조준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을 시험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당당하게 죽을 것이다.’푸른 사슴부족의 족장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또 한 번 맹세했다.

쉬웅!그렇게 편전은 불길에 싸여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정찰기병의 조장의 이마를 관통한 후에 뒤쪽 목책에 박혔다.퍼억!

“컥!”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는 죽었다.

“화살이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푸른 사슴 부족의 전사들은 놀라 기겁하듯 소리쳤다.

“동요하지 마라!”

“예. 족, 족장님!”

“역시 대단한 자다!”

조양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북을 쳐라! 전투를 시작할 것이다.”

제 19제대의 부대장인 조양의 말이 부장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보다 더 큰 부족을 점령할 때도 조양은토벌이라고 했다.그런데 지금은 전투라고 했다. 그건 다시 말해 저들을 적으로 인정한다는 말이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예?”

“전투라고 했다. 북을 쳐라!”

근엄한 부대장의 명이 떨어졌다. 그것에 대해 다시 반문을 하거나 웃는다면 부장이라도 목이 잘린다는 것을 부장은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제 19제대의 본진은 군기는 막강했다.회생을 닮고 싶어 하는 자 조양!그가 이끄는 군대니 당연할 거다.

그가 실수한 것이 있다면 정찰기병의 약탈을 눈감았다는 걸 거다. 아니 그것을 눈감았기에 저렇게 대단한 자들을 오늘 척살할 수 있는 거였다.

이것이 고려의 화가 될지 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될 것이다.

“북을 쳐라!”

둥둥! 둥둥! 둥둥

“기마대 앞으로!”

조양의 명령에 200에 달하는 기마대 중 50의 기마대가 앞으로 나섰다.히이잉! 히이잉!두두둑! 두두둑!

“목책을 무너트려라!”

이 말은 갈고리를 던져 우선 목책부터 무너트리라는 명령이었다. 정말 적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전투가 분명했다.

둥둥!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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