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65화 (465/620)

< -- 간웅 21권 -- >임시 대전으로 쓰이는 태자궁.나를 중심으로 문무백관들이 좌우측으로 나눠 서서 참담한 표정으로 내 눈치만 보고 있었다. 비통함과 두려움이 교차하고 내 성정을 알기에 또 한 번의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는 눈빛이었다.

하나 그 피바람 뒤에 따를 많은 문제들을 벌써부터 문신들은 걱정하는 눈빛이 역력했다.당연한 일일 것이다.

고려의 충신이며 참지정사인 강일천이 북변에서 참살을 당했다. 분명하지는 않으나 오랑캐들의 약탈이라는 파발이 당도했고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조치가 따라야 할 문제였다.

그 조치가 오랑캐에 대한 응징으로 시작을 하겠지만 그 후에 일어날 문제는 북변의 모호한 통치상태 때문일 것이다.북변은 완벽하게 고려의 영토는 아니다.

고려가 그리고 내가 북변을 고려의 영토라 여기고 있지만 또한 금 역시 말갈족으로 북변의 자신들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해 백두대산을 영산으로 해 압수 이북을 자신의 신성한 땅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허나 금은 중원으로 진출을 했고 그에 따라 그 관리가 소홀해진 상태였고 또한 압수 이남이기에 그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허나 분명한 것은 금도 북변 일대를 금의 영토라고 여기고 있다는 거다.

완벽한 실효지배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그렇게 금과 고려는 북변을 자신들의 고토내지 영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니 내가 내 장인이며 고려의 충신인 참지정사의 복수를 위해 징벌적 정벌을 강행한다면 그 자체가 외교 분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문신들은 잘 알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어떤 말을 할까?’난 문하시중을 필두로 한 문신들을 봤다. 모두 다 난처한 표정으로 머리만 조아리고 있을 뿐이다.

‘초장에는 문신들처럼,,,,,,,.’고려의 태자이니 금과의 외교 마찰은 우선 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무신들이 들고 일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문신들에 반해 무신들은 오랑캐가 고려의 충신을 참살했다는 것에 분개하고 있었다.내 장인이면서 참지정사인 강일천은 문신이면서도 무장의 길을 걸은 특이한 인물이다.

20 여 년 간을 용호군 대장군으로 지냈으며 무신들을 돌봤으니 그의 죽음을 무신들이 애통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거기다 이고외숙의 침통한 모습을 보고 있는 문신들은 이고외숙과 같은 입장을 취하려 할 것이다.

지금 이고외숙은 나는 새도 떨어트리는 권력을 쥐고 있으니 말이다.‘문신이 참살 당했는데 무신이 분개한다!’이것이 바로 참지정사 강일천의 무서움일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저들의 중앙에 무릎을 꿇고 있는 무장을 봤다.나 역시 침울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고 있는 무장을 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나서 입을 열었다.

“소상히 말하라! 어찌 오랑캐 따위가 고려의 참지정사를 참살 할 수 있단 말이냐?”

내 목소리는 근엄함 그 자체 일 것이다. 또한 비통함이 담겨 있어야 했다. 그 비통함이 분노가 되고 광폭함이 되고 사리분별을 잃은 어리석은 태자가 되어 진격을 명해야 한다.

아니 벌써 갑산부사 조충은 박현준과 함께 진격을 하고 있을 것이다.무수한 오랑캐들이 참살당하고 있을 것이다.

그중 일부는 포로가 될 것이고 또한 금과의 일전을 위해 화살받이가 될 것이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오나 사실이옵니다.”

“사실이라?”

“예. 태자마마! 갑산부사 조충이 금으로부터 참지정사의 귀국을 통보받고 기다렸으나 그 연통을 받고 달포가 지나도 오시지 않자 북변의 끝으로 무장들을 보냈습니다. 그런 와중에 대마도 인근에서 압수에 떠내려 오는 무장의 시신을 보고 대마도를 수색하던 중 오랑캐들에게 습격을 당하고 참살을 당한 사신단과 참지정사 대감의 주검을 찾아냈사옵니다.

허점이 많은 보고다.허나 지금 누가 하나 이 무장이 말한 허점을 파고 들 수 있는 자는 없다.

함부로 진위를 따지다가는 모든 이들의 공적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만큼 참지정사의 조정 내 영향력은 컸다.

그래서 내가 참지정사를 선택한 것이다. 그 정도 되어야만 금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오랑캐를 정벌하면서 북진을 할 수 있다.

“으음,,,,,,.”

난 침통한 신음소리를 냈다.

“어찌 그들의 죽음이 오랑캐의 소행이라 단정하는 것이냐?”

난 이성을 잃지 않으려는 듯 보이기 위해 무장의 말을 의심했다. 나는 그래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참지정사는 내 장인이니 말이다.

“그 지역은 오랑캐들이 출몰하여 약탈을 일삼는 지역이고 또한 요의 잔당들이 주로 쓰는 휘어진 검이 발견되었사옵니다.”

“휘어진 검?”

요의 잔당들은 말갈족들처럼 마상무예가 뛰어난 자들이다. 그렇기에 기마대들이 쓰는 휘어진 칼을 주로 썼다.

“그게 사실이더냐?”

“그렇사옵니다.”

“그렇다면 지금 조충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조충부사는 그 사실을 보고 받고 병력을 이끌고 출정했사옵니다.”

“뭐라?”

난 놀란 척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정시켰다는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고려의 충신이 북변 오랑캐의 손에 참살당한 것을 참지 못하고 출정했나이다.”

“이런 젠장! 조충이 성질 급한 속말말갈족 오랑캐 출신이라는 것을 내가 잊었구나!”

“모든 무장들이 만류했사오나 끝내 충정했사옵니다.”

말리는 무장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무장은 박현준에게 정확하게 지시를 받은 별초가 분명할 거다.

“태자마마!”

“뭐냐?”

“비록 갑산부사가 태자마마의 명 없이 출정하였다고는 하나 참지정사가 누구이옵니까? 작게는 태자마마의 장인이 되시는 분이시고 크게는 고려의 대 충신이옵니다. 그렇기에 갑산부사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출정을 한 것 같사옵니다.”

“닥쳐라!”

“송, 송구하옵니다.”

“조충이 거병을 해서 북으로 진격을 한다면 요동에 있는 금의 군사들이 압박을 받고 남진을 할 수도 있다. 어리석다. 참으로 어리석다! 내 어찌 한낱 말갈족에게 갑산부사의 중책을 맡겼단 말인가,,,,,,,.”

난 이 순간 내 스스로를 책망했다.

“송, 송구하옵니다.”

“물러가라.”

난 굳어진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무장에게 물러가라고 말하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대신들을 봤다.

“이제 어찌 하면 좋겠소?”

내 물음에 누구하나 속 시원하게 대답을 할 수 있는 대신들은 없을 것이다.

“왜 아무 말도 못하시는 것이요? 고려의 대충신이 오랑캐의 손에 참살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울분을 참지 못한 어리석은 갑산부사가 병력을 이끌고 북진하여 오랑캐를 징벌하러 출정을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소?”

“송구하옵니다. 태자마마!”

그래도 뚫린 입이라고 문하시중이 송구하다는 말을 했다.

“이렇게 금을 자극하게 된다면 큰 전란이 일어날 수도 있소.”

문신들이 내게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내가 하니 나약한 문신들은 더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 조충을 황도로 소환하고 진격을 멈추라고 명하셔야 하옵니다.”

역시 내 예상대로 문신들은 여전히 금을 두려워했다.아니 금은 두려운 존재다. 그러니 극복해야 할 존재인 것이다.

“조충을 소환하라?”

“그렇사옵니다.”

“조충을 급하게 소환하면 그가 두려움에 반기를 들 수도 있지 않는가?”

문신들도 갑산에 3만 이상의 정병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총 군사는 6만이지만 말이다.

“허나 금과의 마찰을 피하셔야 하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군! 젠장! 조충! 왜 그리 급한 것이야!”

내가 이렇게 말하면 이제는 강경한 무장들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차례다.

“소장 이고! 태자마마께 말씀 올리겠나이다.”

“뭡니까?”

“비록 갑산부사가 대충신인 참지정사의 죽음에 광분하여 태자마마의 황명 없이 북진을 하였다고는 해도 그것은 모두 충심에서 발호된 일이옵니다. 그러니 죄를 물으시기 보다는 대책을 마련할 때이옵니다.”

“그러니 대책이 무엇입니까?”

“지금 조충의 행동은 금을 자극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하나 분명 따지고 본다면 압수 이남은 금의 땅도 고려의 땅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사옵니다. 이 상황에서 복속을 하시는 것은 어떻사옵니까?”

무장다운 발언이다. 하지만 틀린 말이다. 분명 이 시대에는 북변은 금의 땅이다.

단지 지금 내가 겁 없이 점령하고 있는 거였다. 우리의 고토를 그러고 보니 난 꽤나 많이 수복하고 있었다.

갑산일대를 점령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북진은 벌써 시작되었던 거였다.이고외숙의 말에 문신들은 기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복속? 지금 이 상황에 복속이라고 했습니까?”

“그렇사옵니다. 금이 비록 백두대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는 해도 중원을 더 중시하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북변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사옵니다. 요동 이남으로는 더는 내려오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요의 잔당들과 뿌리는 같으나 배척당하고 있는 말갈족들이 그곳에서 세를 불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건 그렇지요.”

“그러니 지금이 기회이옵니다. 명분이 있사옵니다.”

“허나 차후에 금이 가만히 있겠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고려가 북변을 가지는 것을 용납하지는 않을 겁니다.”

“명분은 충분하옵니다. 또한 차후의 일은 외교로 풀면 되옵니다.”

“외교로 푼다?”

“그렇사옵니다.”

그때 북천이 앞으로 나섰다.

“북천! 그대도 할 말이 있소?”

“그렇사옵니다.”

“금은 지금 변방인 북변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사옵니다. 태자마마!”

“변방인 북변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는데 어찌 15만의 기마군단을 요동성에 배치하고 있는 거요?”

난 대타발을 상기시켰다.

“소신이 알아본 상황으로는 요동 15만 기마군단은 금 황실에서는 계륵과 같은 존재입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 이리와 같은 존재입니다.”

“이리와 같은 존재?”

“그렇사옵니다. 요동을 지키고 있는 대타발은 발해의 후예입니다.

발해 황족의 후예이니 그가 이끄는 군단을 중원으로 이동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그냥 둘 수도 없는 금 황실의 입장입니다. 만약 금 황실이 온전히 대타발을 믿는다면 벌써 요동에서 이동시켜 송의 국경에 배치했을 것이옵니다.

그 병력으로 대대적인 남진을 감행했을 것이옵니다.”

북천의 말에 문신들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어찌해야 한다는 거요?”

“금 황실에 사신을 보내 정복이 아닌 정벌이며 징벌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면 될 것이옵니다.”

“그 차이가 무엇인가?”

“정벌은 주둔이옵니다. 허나 징벌은 응징 후에 회군이옵니다.”

“참지정사의 복수를 하고 회군을 하자는 건가?”

난 절로 인상을 찡그렸다.

“주둔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 금 황실과 마찰이 있을 것인데?”

“그 안에 대타발과 연계를 하면 됩니다.”

북천의 말에 문신들은 모두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난 대타발과 연계할 마음은 없다.

대타발이 가지고 있는 15만의 기마군단이 탐이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온전히 내게 충성을 다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또한 북천이 말한 것처럼 대타발은 대씨 성을 가진 발해 황족의 후예다.

그 무엇인가의 후예들은 그 무엇인가의 부흥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아마 대타발도 내심 발해의 재건을 도모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 된다면 대타발은 금의 이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고려의 이리가 된다. 당장 힘이 된다고 서로 힘을 합칠 수는 있지만 차후에는 금보다 더 무서운 적이 될 것이다. 그러니 참혹하지만 내 계획대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15만을 모두 죽여서 요동성을 무혈입성 할 것이다.’그 안에 이뤄져야 할 것이 홍이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쁘지 않군.”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허나 금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오.”

바로 무신들의 말을 따르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결정적인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이고의 노함과 간언이 조금은 부족한 감이 있었다.

‘더 자극적인 것이 필요해! 내가 눈이 뒤집힐 수 있는 그 결정적인 것이,,,,,,,.’그때!철컥!급히 문이 열렸다.대전회의나 다름없는 회의에서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누군가가 거침없이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이다.

난 들어선 존재를 보고 표정이 굳어지고 또 한 번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태자마마!”

백화다.그녀는 머리를 풀고 죄인처럼 소복을 입고 떨리는 다리로 절며 태자궁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석고대죄를 하려는 궁녀처럼 그렇게 내 앞에 나섰다.

“태, 태자비!”

내 목소리는 거짓 없이 떨렸다.

“태, 태자마마! 소녀 간청 드리옵니다.”

백화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에 문무백관들의 표정이 굳어졌고 누가 하나 쉬이 고개를 들지 못했다.부끄러운 것이다. 백화에게 부끄러운 것이 분명했다.

“왜 이러십니까? 태자비! 이러시면 안 됩니다.”

백화에게 난 지금까지 반말을 했지만 이제는 태자비이기에 함부로 하대를 할 수 없었다. 아니 이제는 절대 하대를 하지 못할 것이다.난 그녀에게 죄를 지었으니 말이다.

“소녀 간청 드리옵니다. 아버님의 원통함을 풀어주시옵소서!”

결정적인 한방이다.

“태, 태자비!”

“참지정사가 누구이옵니까? 태자마마의 장인이옵니다. 또한 차후 국구가 되실 분이옵니다. 고려의 충신이옵니다. 그런 분이 하찮은 오랑캐들의 손에 참살을 당하셨사옵니다. 어떤 자들이 충신을 그리 만들었는지 명명백백 밝혀주시고 징벌해 주시옵소서!”

백화는 내게 절규하듯 애원했다.부녀의 정은 백화에게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허나 역시 피는 피였다.

“태자비 알겠소. 그리 할 것이요.”

절로 입술이 깨물어지는 순간이다. 명명백백 밝혀달라는 말에 난 심장에 비수가 박히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수도 없이 악몽을 꾸게 될 것이다.백화의 얼굴을 보며 강일천 공이 떠오를 것이다. 그것이 난 두렵다.

“밖에 상궁들은 무엇을 하는 것이냐? 태자비를 어서 뫼셔라!”

내 명에 상궁들이 급히 대전으로 들어서서 태자비인 백화를 부축했다.

“태자마마! 소녀의 간청을 들어주십시오.”

임시 대전인 태자궁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 백화는 절규하듯 소리쳤다. 어쩌면 참으로 무엄하고 무례한 짓일 것이다. 허나 분명 결정적인 효과는 분명했다.백화가 나가고 임시대전인 태자궁은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하게 변했다.

“더 할 말이 있는가?”

난 분개한 눈빛으로 대신들을 봤다.

“,,,,,,.”

“오늘 이 순간부터 오랑캐를 토벌할 것이다. 또한 정벌하고 징벌할 것이다. 고려는 황제국이고 나는 고려의 태자이다. 태자의 장인이 짐승보다 하찮은 오랑캐들에게 참살을 당했다. 이것은 고려의 국격이 땅에 떨어진 것이다.”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이고외숙이 우렁차게 대답했다.또한 무신들이 일제히 우렁차게 대답했다. 하지만 겁 많은 문신들은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약한 존재들! 그리 금이 두려운 것인가!’난 절로 짜증이 났다.

“요동의 대타발의 남진을 대비하여 중앙군은 출정태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서경반란이 진압된 지 3달 만에 또 다시 고려의 중앙군은 전투태세에 돌입하는 순간이었다.대스승인 연후는 3년을 기다리라고 했지만 난 3개월 만에 다시 대 야망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요동을 1년 안에 정벌하고 고토를 회복할 것이다.’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물론 내가 얻을 요동은 죽음의 땅이 되어 있겠지만 말이다.

“명을 따르겠나이다.”

“태자마마!”

그때 눈치만 보고 있던 문신들 중에 젊은 문신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나를 봤다.

“더 할 말이 있는가?”

내가 괘씸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 젊은 문신이다. 조경호!그가 나선 것이다. 괘씸한 놈이 죽을 자리를 찾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금의 상황에는 금에 사신을 보내야하기도 하지만 송에도 사신을 은밀히 보내야 하옵니다.”

조경호의 말에 난 내심 조경호를 다시 봤다.‘인재다!’북진을 앞둔 내게 인재는 천금과 같다.

“썩을 때로 썩은 송에 사신을 보내 무엇을 한단 말인가! 허튼 소리 하지 말고 그 입 다물라!”

“태자마마! 반드시 사신을 송에 보내야 하옵니다.”

“그 입 다물라고 했다.”

“태자마마! 소신의 간청을 더 들어주십시오. 무신들의 어리석은 분개로 고려를 패망으로 이끌 수 있나이다.”

“더는 듣기 싫다. 악비군의 악연을 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태자마마!”

“이의민 장군!”

“예. 태자마마!”

“저자의 혀가 뱀과 같다. 저자를 하옥하라!”

다짜고짜 난 조경호를 하옥하라고 명했다.내 명을 받은 이의민도 찰나의 순간이지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날 봤다.

“명을 따르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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