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63화 (463/620)

< -- 간웅 21권 -- >

“어찌 되었는가?”

“모든 조사는 끝이 나 있사옵니다. 황궁의 서고가 불탔으니 많은 인원들이 노비에서 양민으로 면천될 것입니다.”

이것은 어쩌면 스탈린이 고려인들에게 저지른 악행을 내가 답습하는 거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탈린은 고려인들에게 절망을 선사했지만 나는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자신의 땅에 나는 것을 자신의 일가들과 나눠 먹을 수 있는 삶!그 삶을 내 백성에 줄 것이다.그것이야 말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북진의 초석인 거다.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할 것이네.”

“예. 태자마마!”

“그리고!”

난 내 충신들을 다시 둘러 봤다.

“예. 태자마마!”

“조의들 중에 의술을 익힌 자들을 소집하게.”

“예. 태자마마!”

북천이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고려에 있는 의원들도 그 실력이 출중한 자들을 모아서 벼슬을 내릴 것이네.”

내 뜬금없는 지시에 정도전이 또 내가 엄청난 것을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한 표정으로 날 봤다.내가 내 총신들에게 의술이 출중한 자들을 소집하라고 한 것은 내가 깔아놓은 초석의 대비다.

내가 준비하는 것은 적에게 완벽히 치명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내게도 또 내 고려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었다. 아니 만약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금과 중원은 큰 타격을 입게 되겠지만 이 고려는 완전히 멸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준비를 해야 한다.‘무엇부터 해야 할까?’의학적 지식이 없는 내게 흑사병을 예방하는 약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분명할 거다.

허나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방법이 있겠지.’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페니실린이다.

이것이 내 한계다.‘어찌 만들지?’답이 없다.그저 곰팡이를 이용한다는 것 밖에는 답이 없었다.

‘환자를 치료하다보면 그 답이 있겠지.’그런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끝내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조충이 압수와 대수까지 모두 점령한 후에 일을 꾸며야 한다. 그래서 그 억울한 죽음도 필요했던 거였다.

“그리하겠사옵니다. 태자마마! 그건 그렇고 태자마마!”

정도전이 나를 봤다.

“왜 그런가?”

“이제 곧 태자책봉식이옵니다. 이제는 정해야 할 중차대한 일이 있사옵니다.”

정도전은 내 옆에 설 태자비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걸 거다.‘너의 의중에는 영화공주가 있겠지.’난 이미 정도전이 영화공주의 뒤에 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그 역시 내가 의도한 것이지만 말이다.

“태자비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훗날 황후가 되실 분은 여럿일 수 있으나 태자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분이셨습니다. 그러니 누구로 하오리까?”

정도전의 말에 난 이 순간 내 등에 매달려서 온 내 장인의 주검이 떠올랐다.

“으음,,,,,,,.”

내 한 숨소리에 모두가 나를 주목했다.

“황실의 권위와 위엄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백화로 할 것이다.”

난 정도전의 말을 끊었고 내 말에 정도전과 이의민 그리고 이고외숙까지 놀라 날 봤다.

“진정이시옵니까?”

이곳에 모인 내 충신들 중에 정도전과 이고 이의민은 내가 내 장인을 숙청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더욱 놀라는 것이다.그에 반해 북천과 무제는 저들이 너무 놀라는 것에 의아해 하고 있었다.

“그리 할 것이다.”

“하오나 그리하면,,,,,,,.”

“개경공이 서운해 하겠지.”

“불충하게도 그럴 것이옵니다. 그 보다 더 태후마마께서 진노하실 것이옵니다.”

“개경공 이의방의 서운함도 태후마마의 진노도 어쩔 수 없다. 그 약조 하나만은 지킬 것이다.”

내 말의 영문을 모르는 내 충신들이 나를 다시 봤다.

“백화에게 그것만은 줄 것이다.”

“허나 복중 아기씨를 잉태하시고 계신 것은 영화공주마마이시옵니다.”

“태자비가 못 되어도 황후가 될 것이고 아들을 낳는다면 태후가 될 것이다. 그것이면 영화공주도 그리 서운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혼례도감을 관장하고 있는 문하시중에게 통보하라 태자책봉식에 내 옆에 서게 될 비는 백화비라고.”

“알겠나이다. 태자마마!”

내 확고함에 더는 말을 할 수 없는 총신들이었다.‘모든 것을 다 잃은 백화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보상이다.

’-태자마마! 개경공이 태자마마를 뵙기를 청하옵니다.개경공 이의방이 이 밤에 나를 찾아왔다.

아마도 그가 나를 찾은 것은 이연을 태자비로 만들기 위함일 거다. 또한 개경이 불탄 것에 대한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그 정도의 의구심을 가지지 못한다면 나의 신하라 할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어찌 달래야 할까?’내게는 꼭 필요한 사람이 바로 개경공 이의방이다.그러니 달래야 한다.

또 신하를 달래는 내가 되는 것이다.

“들어오시라고 하라!”

“소신들은 그만 물러가겠나이다.”

“그리 하라!”

내 명에 내 총신들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뒤로 물러났고 그와 동시에 개경공 이의방이 태자궁으로 들어섰다.

“개경공 이의방이 태자마마를 뵈옵니다.”

정중히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공손하게 보일 수 있으나 사자가 머리를 조아리는 것처럼 비장함도 담겨 있었다.‘담판을 하러 온 것이야!’난 이의방의 속내를 직감했다.갑주관아조충과 박현준이 은밀히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찌 되었는가?”

“유곽은 불태웠고 그곳에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처리 했습니다.”

“태자마마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웠다니 다행이군.”

“예. 그리하였습니다.”

끝내 회생은 비련을 버렸다. 그리고 죽음으로 몰았다.

“그건 그렇고 쥐를 키우는 것은 어찌 되셨습니까?”

“갑산 외곽에 준비를 해 놓았네.”

이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는 조충이었다. 그 역시 회생이 얼마나 엄청난 것을 준비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소장과 부사께서는 편히 죽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으음,,,,,,,.”

그들 역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출정 준비는 잘되어 가고 있는가?”

“이미 토벌 준비는 끝이 났사옵니다. 허나 아직은 시작을 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조충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대마도에서 원혼이 되어 있는 강일천을 떠올렸다.그의 주검이 썩고 있는 것이 고려의 신하로 안타까울 뿐이었다.

“내일쯤에 조정으로 파발을 보낸 후에 황명을 기다려야 할 것 같사옵니다.”

“그렇지. 거란 잔당들의 부락과 요새는 파악해 놨겠지?”

“물론입니다.”

“폭풍처럼 몰아쳐야 할 것이네! 그래야 요동에서도 손을 쓰지 못할 것이야!”

“예. 알고 있습니다. 6만의 대병이 한 번에 움직일 것입니다. 압수와 대수까지 밀고 나가는데 반년이면 될 것입니다.”

옛 고토를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반년이라고 박현준이 말했다. 천년 가까이 잃어버렸던 땅을 회생의 계획에 의해 반년에 다시 찾는 거였다.

“혹여 대타발이 오판을 한다면 큰 전란이 될 것이네.”

조충은 인상을 찡그렸다.회생의 계획이기에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조충이지만 많은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 역시 잘 알고 있사옵니다.”

“이제 시작이네!”

“예. 그렇사옵니다.”

다시 태자궁

“오셨습니까?”

난 자리에서 일어나 이의방을 맞이했다. 내 행동에 이의방은 짐작 놀라면서도 내가 자신에게 뭔가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직감한 눈빛을 보였다.정말 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의방인 거다.

“신이 온 것 때문에 일어나기까지 하시면 신은 어찌 해야 하옵니까?”

말에는 항상 뼈가 있는 법이다.단단히 마음을 먹었다는 거다.

“저를 너무 잘 아십니다. 앉으세요.”

“예. 태자마마!”

이의방은 내가 앉기를 기다렸다가 자리에 앉았다.

“개경 황궁이 불탄 것 때문에 오신 거지요.”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께서 행하신 일이시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는 이의방이다. 이것은 분명 포석일 것이다.

그건 다시 말해 개경이 불탄 것은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였다.아니 개경공이 된 그의 입장에서는 개경 황궁이 불탄 것은 잘된 일일 것이다.

개경 귀족들의 근간이 흔들렸으니 말이다.황궁 서고가 불타면서 노비문서들이 재가 된 것처럼 개경의 토지문서들 역시 불타서 없어졌으니 나를 등에 업은 그의 권력이라면 개경 전체를 자신의 땅으로 만들 수도 있을 거다.

그리고 그렇게 하라고 그리 불태운 거기도 했다.더 많은 것을 주고 충심을 이끌어낸다.

그것이 내가 신하를 다루는 방법이니 말이다.

“그렇소.”

“소신을 위해서 행하신 일이시겠지요?”

“그렇습니다. 지방 토호의 발호가 너무 거세면 개경공께서 힘이 드실 것 같아 그리 해 드렸습니다.”

“일거양득을 항상 이루시는 태자마마이십니다.”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소신이 개경 일대의 땅을 다 차지하면 더 많은 양곡을 군량미로 내놓겠사옵니다. 그러니,,,,,,,.”

이의방이 단도직입적으로 내게 요구하려고 말을 꺼내는 그 순간 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그건 안 됩니다.”

내 단호함에 놀라 이의방이 날 봤다.

“제가 무엇을 간청을 드리는지도 듣지 않고 안 된다고 하시옵니까?”

“태자비의 자리는 백화비의 자리입니다.”

내 말에 이의방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이의방의 표정이 평온해졌다.

“태자마마! 꼭 그리 하셔야 하겠사옵니까? 이제 겨우 개경귀족들의 힘을 약화시켰사옵니다. 그러기 위해서 천도를 하신 것이 아니옵니까? 그런데 어찌 다시 개경 귀족들에게 힘을 실어 주시려는 것이옵니까?”

“곧 아시게 되실 것입니다.”

“곧 말이옵니까?”

내 단호한 어투에 이의방은 뭔가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습니다. 태자비는 황후가 되는 과정입니다.”

내 말에 이의방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그런 자리이기에 이 치졸한 총신이 이리 태자마마께 간청을 드리는 것이옵니다.”

“허나 태자비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황후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하오나 태자마마께서는 이연마마를 뵙지도 못했사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연을 보지도 못했다.

“황궁에 입궁했다는 연락은 받았습니다.”

알면서도 찾지 않은 것에 대한 서운함이 그의 눈빛에 가득했다.

“내 오늘 이연비에게 용정을 품게 할 것입니다. 그 용정이 내 뒤를 이어 용상에 오르게 할 것입니다. 그럼 되셨습니까?”

큰 것을 줘야 한다. 그래야 혹하는 법이니 말이다.‘사내의 약조는 부질없는 짓이지.’나는 이미 장자계승 원칙을 세운 상태였다. 그리고 장자를 낳을 확률이 지금 이 순간 가장 큰 것은 영화공주다.그녀가 회임을 했으니 말이다.

“태, 태자마마!”

“걱정 마세요. 저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장인께서 저의 구명지인이라는 것을!”

과거를 상기시켜 안심시키는 것이야 말로 가장 편한 방법일 거다.

“예. 알고 있사옵니다.”

“저는 누구에게 낳은 자식이든 장자가 저의 뒤를 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이의방의 표정이 다시 차분해졌다.

“왜 서운하십니까?”

“아, 아니옵니다.”

“허나 기회는 공평히 줄 것입니다. 아니 이연에게 더 줄 것입니다.”

그제야 이의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알겠나이다.”

“밖에 누구 있는가?”

“예. 태자마마!”

급히 무장 하나가 문을 조심히 열고 들어섰다.

“상선 최준에게 알려 내 오늘 이연비의 처소에 머물 것이라고 알리라.”

“예. 태자마마!”

무장이 부복을 하고 돌아서서 나갔다.

“장인!”

“예. 태자마마!”

“이연비에게 아들만 낳으라고 하세요. 그럼 황제의 조부가 되시는 겁니다.”

내 말에 이의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겠나이다.”

맹호를 달래는 것이 신기루 같은 권력이라는 것이 아쉽지만 이미 권력에 중독된 이의방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이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제는 개경의 주인이시니 개경으로 가셔야하지 않겠습니까?”

하나를 줬으면 하나를 빼앗아내는 것이 내 전략이다.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주인이 너무 오래 집을 비워두면 안 되는 법입니다.”

이의방 역시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잘 알 것이다. 또한 이 순간 가지 않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일 거다.물론 위험요소는 존재한다.

개경이라는 곳에서 이의방이 힘을 키운다면 위협이 될 테니 말이다.‘그렇기에 미추홀을 개발하는 것이지.’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나의 병이라면 병일 거다.

왕준명 그가 미추홀에 있다. 또한 내 군사 5천이 있다.그리고 화교의 효시가 될 악비군이 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만약 이의방이 역심이라도 품는다면 그 순간이 바로 또 한 번의 내전이 폭풍처럼 몰아치게 될 것이다.허나 보내야 한다.

그래야 서경을 온전히 내가 경영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연은 볼모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을 모를리 없는 이의방일 거다.

“알겠사옵니다. 태자마마!”

“3년 안에 다시 북진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개경에서 더 많은 군량미를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예. 그리 하겠사옵니다. 소신이 더 수행해야 할 일은 없사옵니까?”

이의방은 내가 은근슬쩍 사병양성을 승낙받으려는 투로 말했다.

“양병을 양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힘을 주면 본심이 나온다.이건 병이다.의심병!내 불치병일 거다.물론 그 모집된 양병들 중 일부는 머리를 기른 조의일 것이고 또한 무제의 심복일 거다. 그러니 이의방은 개경에 있어도 내 손 위에 있는 거나 다름이 없다.

“얼마나 양성을 하면 되겠습니까?”

“다른 귀족들의 눈총을 사지 않을 정도면 족할 것 같습니다.”

난 이미 사병 혁파를 이뤄냈다.그러니 대단위 양병은 안 되는 일인 것이다.

“3천을 양성하겠사옵니다.”

“강병으로 만들어 주세요.”

“예. 태자마마 그리 하겠나이다.”

난 충심을 전하려는 듯 대답하는 이의방을 보며 미소를 보였다.

“저는 이제 이연비를 보러 가야겠습니다.”

“그리 하셔야지요.”

이의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은 그만 물러가겠나이다.”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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