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1권 -- >
“거기 멈춰!”
가짜 회생이 손을 뻗어 백화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했다.
“상공!”
백화는 예전에 자신이 회생을 부르는 것처럼 불렀다.
“그 소리 들으니 살 것 같네. 괜찮아! 조금 아픈 것뿐이야! 조금.”
“진정 괜찮은 것이옵니까?”
“그래! 괜찮아. 아마 백화가 예전에 해 만들어줬던 구절판을 먹으면 다 나을 것 같아.”
가짜 회생의 입에서 구절판 이야기가 나오자 그제야 백화는 자신이 괜한 생각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당장 만들어 오겠습니다.”
“그래. 그래줘. 그거 먹고 싶어.”
“예. 상공!”
“역시 백화의 그 소리를 들으니 이제 힘이 생겨! 하하하! 쿨럭! 쿨럭!”
이 순간 정도전은 가짜 회생의 연기에 탄복했다.‘태자마마께서 만반의 준비를 해 두셨군.’한 순간의 위기를 넘기는 정도전과 가짜 회생이었다.
“괜찮으시옵니까?”
“옮는 병이라네. 물러가! 구절판도 상궁에게 보내. 난 내가 아픈 것보다 백화가 아픈 - 쿠폰5장청솔사랑 - 쿠폰3장퍼플케이브 - 쿠폰10장캐서린즈 - 쿠폰1장John_Doe - 쿠폰4장고독천마 - 쿠폰10장것이 더 싫다.”
가짜 회생의 말에 백화는 감격한 듯 눈동자가 떨렸다.
“황공하옵니다. 마마!”
“가!”
가짜 회생이 손을 저어 백화와 정도전에게 나가라고 손짓을 했고 그제야 백화는 회생에게 머리를 조아린 후에 조심히 밖으로 나갔고 정도전도 진짜 회생을 대하듯 경의를 표하고 물러났다.
“구절판을 만드실 줄 아십니까?”
“예전에 한 번 나만의 상공이셨을 때 손수 만들어 올렸지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백화비 마마!”
“일이 그린 된 것은 미안합니다.”
백화가 정도전에게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귀인 말입니다. 나는 태자께서 귀인 정도는 아끼시는 동생 분에게 주실 줄 알았습니다.”
백화의 말에 정도전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누가 듣는다면 제 목이 날아갈 일입니다.”
“하여튼 내 의도한 일은 아닙니다.”
백화도 정도전이 이 조정의 실세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정도전의 마음을 얻으려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움직인 것이 끝내 정도전과 척을 지는 일이 되고 말았다.
“괜찮습니다. 지난 일이지요. 걱정하시지 마십시오. 그건 그렇고 곧 태자책봉식인데 마마께서 저리 몸져 누워계시니,,,,,,.”
“곧 쾌차를 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요.”
“그런데 누가 태자비가 되는 것입니까?”
백화의 물음에 정도전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야 세분 마마이지 않습니까?”
“황후는 셋일 수 있으나 태자비가 셋인 경우는 없었습니다.”
듣고 보니 그랬다.한 황제에게 황후가 여럿이 있었던 경우는 더러 있었다. 허나 항상 태자비는 하나였다. 그걸 상기시키는 백화였다.
“그럼 당연히 백화비 마마이지 않겠습니까.”
정도전의 말에 백화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요? 영화공주마마가 아니고요?”
“영화공주마마도 몸이 불편하시여 몸져누우셨습니다.”
물론 영화공주가 몸져누운 것은 그녀가 임신을 했기 때문이었다.
“오! 그렇습니까?”
“예. 백화비 마마!”
“역시 오랜 여정에 모두들 지친 모양입니다.”
“그런 것 같사옵니다.”
“그럼 난 이만!”
백화는 정도전에게 공손히 예를 갖추고 태자궁을 떠났다.그리고 멀어지는 백화를 보며 정도전은 인상을 찡그렸다.‘한 고비는 넘겼군.’그때 관원 하나가 정도전에게 조심히 다가왔다."무슨 일인가?"
"좌책사께서 뵙고자 하시옵니다."
"북천께서?"
"예. 긴히 상의하실 것이 있다고 하옵니다."
"알았다."정도전은 짧게 말을 했다.'홍의포에 대한 것이겠지.'사실 정도전도 그렇고 북천의 휘하에 있는 조의들도 홍의포 제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그렇지. 쉬운 일이었다면 태자마마께서 나와 북천공에게 이 일을 맡기지 않으셨겠지."정도전은 피식 웃어버렸다."가자! 마음이 급하실 것이다."
"예. 우책사 대감!"이렇게 정도전은 우책사로 북천은 좌책사로 불렸다. 5. 폭우를 뚫고 압수를 건너다.
“워워워! 워워워!”
히이잉!드디어 도착 했다. 대마도가 보이는 이곳에 내가 도착했다. 며칠 째 쏟아지는 비 때문에 압수는 많이 불어 오도 가도 못하게 되어 있었다.
“압수의 물이 불었군.”
“그렇사옵니다. 갑동나리!”
이의민이 짧게 대답했다. 그의 표정도 밝지 않다. 내가 무엇을 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준비하라고 지시는 했나?”
“예. 지시했사옵니다.”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인데.”
“어떻게든 구할 것이옵니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지?”
“곧 도착할 것이옵니다.”
난 이고 외숙이 대마도로 출발을 할 때 내가 갈 때까지는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지켜보라고만 지시를 했다.그것이 예의라고 생각이 들었다.
고려의 큰 별이고 또 고려의 충신이다. 그가 왜 죽는지 또 누구에게 죽는지는 알고 죽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구천을 떠돌면서도 나를 원망하고 저주할 것이니 말이다.다다닥! 다다닥!그때 급하게 한기의 기마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이고 대장군인 것 같사옵니다.”
이의민이 멀리서 달려오는 기마를 보고 내게 말했다.
“거침이 없이 달리시는구나! 가여운 분!”
어쩌면 내 사악함을 위해 움직이는 칼이 되신 분이었다. 이리 간악한 외조카를 위해 움직이시는 분이다. 진도에서도 그랬고 여기 대마도에서도 그럴 것이다.
“워워워!”
달려오던 말이 급히 멈췄고 바로 나를 확인하고 말에서 급히 뛰어내렸다.척!쿵!이고 외숙이다.그는 나를 보자말자 바로 진창에 무릎을 꿇었다.
“뵈옵니다.”
이곳에는 고려의 태자는 없다. 오직 사악한 무리를 이끄는 갑동만이 존재하기에 이고 외숙은 그렇게 짧게 말했다.
“오셨습니까?”
“예.”
“준비는 다 하셨습니까?”
“준비는 다 끝이 났습니다. 오직 물이 불어 건너가지 못할 뿐입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을 하겠지요.”
“예?”
“물이 불어 건너가지 못한다고.”
“그렇습니다. 압수의 물이 크게 불어 아무도 오고 가지 못합니다. 뗏목을 띠운다고 해도 금방 물에 잠길 것이옵니다.”
“그럴 것입니다. 허나 지금이 바로 하늘이 주신 기회입니다.”
내 말에 이고 외숙이 날 잠시 봤다.
“저에게 목숨을 걸고 넘어가라는 말씀이오리까?”
“그 목숨은 같이 거는 거지요.”
내 말에 이고 외숙이 놀라 다시 한 번 날 봤다.
“어찌 하시려는 것입니까?”
“준비를 지시했습니다. 그러니 곧 당도할 것입니다. 이제는 기다리면 되는 것입니다.”
난 이고 외숙에게 그렇게 말하고 이의민을 봤다.
“준비한 것은?”
“여기 있사옵니다.”
이의민이 내게 내민 것은 도깨비 가면이다. 마지막 순간 난 이 도깨비 가면을 벗을 것이다.‘내가 죄가 커 큰 별을 지우는구나!’난 이의민이 내민 도깨비 형상의 가면을 썼다.
“말갈족의 복장은?”
“여기 있사옵니다.”
이의민이 말에서 말갈족의 가죽털옷을 내게 내밀었다.이제 나는 흉포한 말갈족이 되는 것이다.
“말갈족으로 위장하시는 것은,,,,,,,.”
“명분을 얻기 위함입니다.”
“그럼 결국 이 모든 것이 제가 생각한 그것을 위한 것이옵니까?”
“그래야지요. 참 숙부는 사악한 조카를 뒀습니다.”
“,,,,,,,.”
“가시지요. 이제 같이 움직일 것입니다.”
내 말에 나를 따르고 있는 이의민과 2명의 조의 그리고 한 명의 별초도 나와 같은 도깨비 형상의 가면을 섰다.또한 이의민은 자신의 무기인 부월도 두고 대검을 차고 이곳에 왔다.
모든 흔적은 지우는 거였다.대마도가 내려 보이는 둔덕.난 그렇게 도깨비 형상의 가면을 쓰고 내 외숙의 심복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그들 역시 나와 같은 도깨비 형상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나를 위해 작은 천막도 설치한 이고 외숙이었다.
“들어가시지요.”
“그럽시다.”
이고외숙이 내게 말했고 난 쏟아지는 장대비를 피하기 위해 작은 천막으로 들어갔다. 물론 작은 천막이라고는 해도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되니 그리 작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경계에 만전을 기하라!”
이고 외숙은 도깨비 형상의 가면을 쓴 이의민에게 말했다.
“예. 그리할 것이옵니다.”
“누구도 근접하게 해서는 안 된다.”
“물론이옵니다.”
그렇게 이고 외숙은 이의민에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장대비에 몸이 상하실 수 있사옵니다. 마마! 불을 쬐시옵소서.”
“저만요?”
“준비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옵니까?”
“죄를 지으러 온 자에게는 너무 과분한 준비입니다.”
“송구하옵니다. 허나 결단을 내리신 것이옵니다. 마마의 행보에 방해가 된다면 그 누구도 처단되어야 하옵니다.”
“숙부!”
난 담담한 어투로 이고 외숙을 불렀다.
“예. 마마!”
“왜 그대는 나의 사악한 검이 되셨습니까? 그대는 이 고려의 가장 뛰어난 무장 중에 한 분이시지 않습니까?”
“꿈이 크신 마마께서 계시기 때문이지 않사옵니까?”
“결국 또 나 때문이군요.”
“제 누이 때문일 것입니다.”
“내 어머니,,,,,,,.”
얼굴도 모른다. 하지만 이고 외숙을 본다면 참으로 대단하신 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 대단하셨으니 서슬 퍼런 무비의 감시 속에서도 나를 잉태하시고 생산했을 것이다.
“그렇사옵니다. 제 누이가 태후가 되시는 일이옵니다. 또한 저의 조카님이 고려 황제를 넘어 세상의 천자가 되시는 일이옵니다. 또한 무장의 나라 고려가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옵니다. 그러니 무엇을 못 하겠나이까? 항상 정의로운 곳에만 검을 들 수 없는 것이 무장이옵니다.”
“알겠습니다. 숙부의 마음을!”
“그런데 준비하신 것이 무엇이옵니까?”
“대철노입니다.”
“대철노라고 하시면?”
“노의 거대하게 만든 것입니다.”
노는 방아쇠를 사용하여 화살을 발사하는 활이다.보통의 활보다 화살을 더 멀리 보낼 수 있으며 위력도 훨씬 강하다.
서양에서는 모양에 따라 크로스 보우(격발식 활)라고 부른다. 노는 비(臂), 익(翼), 기(機)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는 신(身)이라고도 하며 사격할 때 손으로 잡는 부분으로 나무로 되어 있다. 이 비에는 화살을 올려놓기 적당하도록 움푹 패인 전조(箭槽)가 있으며 습기를 막기 위하여 보통 옻칠을 하였다.
익은 비 앞에 장착되어 있는 활로 기본적으로는 보통 잘 휘어지는 한 개의 나무로 되어 있지만 여러 개의 대나무로 강력하게 만든 것도 있다. 기는 현을 당기기 위한 장치로서 비의 뒷부분에 위치해 있다.
기는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철이 사용되기 시작한 후에도 주조나 가공하기 용이한 청동이 재료로 많이 사용되었다. 현은 저마로 만든 끈에 납을 바른 것이 사용되었으며 저마에 거위 털을 두른 뒤 납을 바른 것도 있다.
노의 크기는 여러 가지인데 개인용은 비의 길이가 50~80㎝가 많고, 비에 대한 익의 비율은 1:1.2~2.5이며 기의 길이는 9~15㎝이다. 오른쪽 그림의 노는 비의 길이는 56.5㎝, 익의 길이는 120㎝, 기의 길이는 12.5㎝, 폭은 2.7㎝이다.
하지만 내가 만든 것은 말 그대로 대철노다.형태는 같으나 그 크기를 크게 늘린 것이고 또 강도를 높인 것이다.
옛 중원에서는 공성용 무기로 많이 사용됐다. 허나 활에 비해 격발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크게 쓰이지 않는 무기가 바로 노이고 또 대철노였다.
내가 만든 대철노의 크기는 기존 노보다 다섯 배 정도 컸다. 그러니 최대 다섯 배 정도 더 큰 화살을 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3배 정도의 화살을 쏠 것이다. 그럼 사거리는 더 많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 둔덕 위에서 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야!’난 대철노를 통해 압수를 건널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노는 보병이 대 기병 무기로 쓰기 충분할 것 같았다.‘한 두 번은 가능하겠군!’달려오는 기병들을 향해 노를 쏘고 사각방패와 함께 긴 장창을 들어 밀집대형으로 모인다.
이 전술은 스위스 용병의 대기마전 전술이다. 회포가 발달하기 전까지 가장 완벽한 대 기마병 전술이었다.
물론 장창을 든 병사들의 담이 커야 가능한 전술이지만 말이다.
“그 말씀은 진정 이 압수를 건너시겠다는 말씀이오리까?”
이의민이 놀라 날 봤다.
“건너야지요. 지금입니다.”
난 이곳으로 오기 전에 조충에게 압수로 대철노를 운반하라고 지시를 했다. 그것도 아주 은밀히.아마 지금쯤이면 대철노가 거의 다 당도했을 것이다.두두두! 두두두!빗소리와 함께 묵직한 마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오는군요.”
나와 이고 외숙이 있는 곳은 작은 둔덕이다. 그리니 둔덕 아래에 달리는 마차 소리를 희미하게라도 들을 수가 있었다.또한 난 귀가 무척이나 밝다. 또한 눈도 밝다.이건 번개를 맞은 후부터 생긴 내 몸의 변화일 거다.
“오다니요?”
“지금 둔덕 아래로 마차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 그게 들리신단 말입니까?”
이고 외숙은 놀라 날 봤다.
“들리네요. 참 신기하게.”
“하오나 저들이 이곳을 어찌 알고 오겠습니까?”
“제가 데리고 온 수하들이 가지고 올 것입니다.”
내 말에 이고 외숙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대철노라고는 해도 쉬운 일은 아니옵니다.”
“큰 별을 지우는 일인데 어찌 희생이 없겠습니까.”
이제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그리고 남은 것은 압수를 건너 큰 별을 지우는 일이었다.‘조충의 북진을 위해! 또 백화의 태자비 책봉을 위해!’============================ 작품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