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52화 (452/620)

< -- 간웅 21권 -- >하지만 나머지 무인들은 전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또한 고려의 태자 회생이 이곳에 머물기에 은밀히 북천이 보낸 조의들이 또 정도전이 보낸 별초들이 이 유곽 주변을 삼엄하게 경계를 섰다.물론 누가 지나다려도 모를 정도로 은밀히 말이다.

“호호호! 알겠사옵니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큰비가 올 것 같습니다. 삭신이 녹녹해질 만큼!”

포주가 잔뜩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큰비?”

“그렇사옵니다. 곧 장마이지 않사옵니까?”

“그렇지.”

“이곳에서 큰 비를 피하시고 호호호! 편히 즐기시면 될 것 같사옵니다.”

우르르 쾅쾅!잔뜩 찌푸린 하늘은 금방이라도 큰 비를 내릴 듯 천둥이 쳤고 번개가 번쩍였다.징조가 있으니 바로 비를 뿌릴 것이다.두두두! 두두!

“이곳은 비가 오기 시작을 하면 아주 크게 오지요. 장사 다 망쳤다고 생각을 했는데 큰 손이 오셔서 참 다행입니다. 호호호!”

포주의 말에 이의민이 피식 웃었다.두두두! 두두두!갑동으로 분한 회생이 유곽 건물로 들어서자말자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졌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군! 비야!”

유곽 안으로 들어서려던 나는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를 뿌리고 있는 하늘을 봤다.

“으음,,, 대마도에서 오도가도 못 하시겠군!”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난 다시 하늘을 봤다.

“하늘이 내 사악함에 동조를 할 모양이군.”

회생이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는 지금도 회생의 밀명을 받은 이고는 압수를 향해 말을 달리고 있었다. 오직 자신의 외 조카인 회생을 위해 모진 마음을 먹고.갑산 관청.갑동으로 분한 회생을 호위한 무장 하나가 갑산부사로 부임한 조충의 앞에 그리고 갑산부부사로 부임한 박현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태자,,, 아니 갑동 나리라고 했지?”

“그렇사옵니다. 갑동 나리께서 은밀히 이곳에 와 계십니다.”

무장의 말에 조충도 놀라고 별초장군에서 갑산부부사로 부임한 박현준도 경악하듯 놀란 표정이 되었다.

“갑동 나리께서 은밀히 두 분을 찾으시옵니다.”

갑동으로 분한 회생이 이곳까지 직접 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을 이 둘은 짐작하고 있었다.

“벌써 시작을 하는 것인가?”

조충이 고개를 돌려 박현준을 봤다.

“생각은 아주 오래 하시고 행동은 바람처럼 하시는 분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이번의 움직임도 아주 오래 하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 또 바람처럼 빠르게 움직이시겠군.”

“그럴 것이옵니다.”

조충이 말하고 무릎을 꿇고 있는 무인을 봤다.

“문 장필 공은 어찌 하라 하시는가?”

“은밀히 두 분만 오시라 하셨습니다.”

“은밀히?”

“그렇사옵니다. 백성들의 눈에 띄지 않게 오시라 했사옵니다.”

문 장필이 몰라야 한다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조충과 박현준이었다.

“알았네.”

저벅! 저벅!그때 급히 갑산부사의 집무실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자가 있었다.그리고 그 발자국에 신경이 쓰인 무인이 갑산부사를 봤다.

“소장은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그리 하시게.”

“예.”

무인은 열린 창으로 급히 몸을 날렸다.

“부사나리!”

“무엇이냐?”

복도에서 조충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다급한 것이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분명했다.

“지금 막 대마도로 참지정사 대감과 사신단 일행이 당도했다고 하옵니다.”

조충은 이 갑산으로 부임하자말자 주변과 인근의 순찰을 강화했다. 또한 금으로 간 참지정사 강일천의 복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물론 그 모든 지시를 내린 것은 태자인 회생이지만 말이다.

“들라!”

조충의 말에 무장 하나가 들어서서 군례를 올렸다.

“자세하게 설명을 하라.”

“어제부로 압수를 넘어 대마도에 들어가셨다고 하옵니다.”

“어제부로?”

“그렇사옵니다.”

“그럼 갑주까지 해서 200리 길이군.”

“그렇사옵니다.”

조충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 장마가 시작이 되었으니 큰비 때문에 어쩌면 대마도에 머무셔야 할 것입니다. 부사영감!”

박현준이 나직이 말했다.

“그럴지도. 나리께서 오신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군.”

“가 보시면 알겠지요.”

“더 보고할 것이 있느냐?”

무장이 참지정사가 온 것을 보고한 후에도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차분히 서 있기에 묻는 갑산부사 조충이었다.

“그렇사옵니다. 참지정사 대감이 당도하신 일보다 더 급한 일일수도 있사옵니다.”

“더 급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사옵니다.”

“뭔가?”

“원동북산 아래 사는 거란 오랑캐 고을에,,,,,,,.”

“거란 오랑캐 고을?”

북변 일대는 고려인과 말갈족 그리고 서요로 물러난 거란인이 미묘하게 공존하는 무법지대였다. 그러니 거란오랑캐가 고을을 이루고 있다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그 마을에 돌림병이 돌고 있다는 보고이옵니다.”

“돌림병?”

갑산부사 조충이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사옵니다. 원동북산이면 이곳과 50리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지 않나?”

“그렇사옵니다.”

“어떤 돌림병인가?”

갑산 부부사 박현준이 무장에게 물었다.

“그것이,,,,,,,.”

보고를 하고 있는 무장도 이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보고에 의하면 사흘 정도 시름시름 앓다가 갑자기 오한과 고열이 생겼다고 합니다. 머리가 깨질듯 아픈 두통이 있고 뼈마디가 저리듯 아픈 자도 있다고 하옵니다.”

“으음! 고열이라,,,,,,,.”

“그렇사옵니다. 겨드랑이와 가랑이에 염증이 있는 자도 있사옵니다.”

“염증?”

“그렇사옵니다. 피부가 붉게 부어 오른 자도 있다하옵니다.”

“그래서?”

“지금 거란 오랑캐 마을의 촌장이 급히 의원을 청하기 위해 외성 앞에서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급할 때만 손을 내미는 놈이지.”

조충은 인상을 찡그렸다.지금 무장이 보고한 증상은 다름 아닌 흑사병이었다.

흑사병은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이다. 페스트균은 숙주 동물인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사람에게 전파되는 전염병으로 흑사병의 주요 형태는 가래톳 흑사병, 패혈증형 흑사병, 폐렴형 흑사병 등이다.

중세에 유럽에서 크게 유행하여 희생자가 많았다. 흑사병은 칭기즈칸의 대원정과 함께 중세 유럽을 뿌리째 흔든 일 중에 하나였다.

그 흑사병이 지금 갑동으로 변한 회생이 있는 갑산에 발병한 거였다.그리고 지금 무장이 보고하고 있는 흑사병은 가래톳 흑사병과 펴혈증형 흑사병이었다.

치사율이 엄청난 전염병이고 이 시대에서는 걸리면 다 죽는다는 병이기도 했다.그도 그럴 것이 이 시대에는 박테리아라는 세균에 대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치료를 할 방법도 없는 거였다.

박테리아의 일종인 페스트균이 흑사병의 원인이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쥐의 피를 빨아먹는 동안 페스트균에 감염되고, 이 벼룩에 사람이 물리면 페스트균에 감염된다. 그리고 검게 변해 죽고 그래서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거였다.

하늘이 내린 천벌이라고 불릴 만큼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도 높았다.

“어찌 하옵니까?”

“돌림병이니 의원을 보내야겠지.”

“예. 알겠사옵니다.”

“허나 돌림병이다. 그 고을을 봉쇄하고 갑산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라. 돌림병이니 이곳까지 번지면 일이 커진다.”

“예. 알겠사옵니다. 부사!”

“만약 통제를 어기고 밖으로 나오려는 자들이 있다면 베어라.”

“예.”

갑산부사 조충은 이곳에 회생이 와 있다는 것을 걱정하는 듯 했다. 또한 자신의 부임지가 돌림병에 걸리는 것을 걱정했다. 이곳에는 6만에 육박하는 대군이 주둔하고 있으니 말이다."나리께서 오셨으니 병이 번져서는 아니 될 것이다."

"예?"

"그런 것이 있다. 나가 봐라."

"예. 부사!"무장이 군례를 올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조충은 박현준을 봤다."갑시다. 기다리시겠소."

"예. 부사영감."갑동으로 분한 회생이 머물고 있는 유곽.

갑동으로 분한 나는 차분히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옆에 이의민이 호위를 하듯 앉아 있었고 내 옆에는 이 유곽에서 가장 잘난 계집이 시중을 들고 있으나 궁중의 절세가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와 영화공주 그리고 귀인만 품었던 나이었기에 눈에 차지 않았다.

단지 술을 치는 정도의 시중만 들고 있는 창부였다.‘눈치는 있군!’그래도 눈치가 있는 듯 갑동나리라 불리는 내가 아무 말도 없이 술을 마시고 있고 그 옆에 있는 기골이 장대한 이의민 역시 젊은 사내인 나를 보고 있으니 창부는 아무 말 없이 차분하게 앉아 있었다.

유곽의 창부이지만 분명 눈치는 있는 계집이 분명했다.‘장인께서 오고 계신 것이고 외숙이 갔으니 조만간 결판이 날 것이다.

’살짝 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물론 내가 이곳까지 온 가장 큰 목적은 그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목적은 따로 있었다.

‘병력으로나 그 훈련된 수준으로 보나 요동정벌은 진격 전에 요동이 와해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난 지금 엄청난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그것이 이 시대에 가능할지가 의문이었다.

‘안 될 것도 없지. 안 될 것도 없어.’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술을 들이켰다.그리고 빈 잔에 다시 창부가 술을 따랐다.

“이름이 무엇이냐?”

비록 이런 유곽에 있는 창부라고는 하나 조용한 것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비련이라 하옵니다.”

“비련?”

“그렇사옵니다. 나리!”

“서글픈 이름이구나!”

“어디 이런 곳에 팔려온 신세 중에 서글프지 않은 인생이 있겠사옵니까?”

창부이나 아예 생각이 없는 계집은 아닌 것 같았다.그럴 것이다.몸을 파는 이런 유곽에 스스로 걸어 들어온 계집은 없을 것이다. 가뭄과 흉년에 아비가 딸을 팔고 약탈에 잡혀 끌려와서 팔렸을 것이다. 그러니 서글픈 인생일 거다.

“고려의 계집은 아닌 것 같은데?”

“말갈사람입니다.”

역시 분위기가 사뭇 달랐던 것은 이 창부가 말갈의 계집이기 때문이었다.

“말갈의 계집?”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어찌?”

“이 북변은 힘 있는 자가 힘없는 부족을 약탈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곳입니다. 힘이 없는 부족의 계집이니 이리 팔리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말하는 폼이 그냥 아무 생각 없는 계집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생각이 없이 말하는 계집은 아니구나.”

“그리 보이십니까? 나리?”

“그래. 네 아비가 무엇을 했더냐?”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나와 이 정도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집이라면 분명 아비가 교육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창부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아무 것도 아니다?”

“그렇사옵니다. 망해버린 부족의 족장이니 아무 것도 아니지요.”

그제야 이 계집이 왜 이리 사리에 밝은지 알았다.

“망해버린 부족?”

“그렇사옵니다. 부족이 모두 죽고 계집들만 이렇게 끌려와 창부로 팔리고 노비로 팔렸사옵니다.”

“그럼 너의 부족을 망하게 한 자들이 누구냐?”

내 물음에 계집이 날 빤히 봤다.

“누굴 것 같사옵니까? 나리!”

계집이 무엄하게 되물었다.

“다른 말갈 부족이거나 거란 부족이겠지.”

“그리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럼?”

“더는 묻지 마시옵소서! 이년의 목은 하나이옵니다.”

창부의 말에 이 여자의 부족을 모두 망친 자가 고려 무장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부의 말에 이 여자의 부족을 모두 망친 자가 고려 무장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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