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1권 -- >정도전의 공관.정도전은 갑동으로 분한 회생의 첫 책사로 이번 일을 주관하는 소임을 맡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 회생이 없는 이 서경 성에서 회생이 펼쳐놓은 개혁을 추진하는 역할을 해야 할 인물이기도 했다.그것은 참으로 막중한 소임이 분명했다.
“태자마마께서는?”
정도전은 차분히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자신의 심복인 두 무장에게 물었다. 이미 정도전은 견룡군 중 5할을 자신의 명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북천은 갑동으로 분해 북변 갑산으로 향하는 호위 무장들을 견룡군 소속 별초와 조의를 각각 포함시킨 거였다. 그리고 회생의 총 호위를 담당한 것은 천하용장 이의민이었다.
“새벽에 궁인들의 눈을 피해 북문으로 떠나셨나이다.”
“이 비밀이 흘러 나간다면 너의 목부터 칠 것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정도전은 찻잔을 내려놓고 차갑게 말했다.
“명심하겠나이다. 책사님!”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이 비밀이 흘러나가서는 안 된다.”
“알고 있나이다.”
짧게 대답한 무장이 한 없이 궁금한 눈빛으로 정도전을 봤다.
“그 궁금한 눈빛을 다시 보여도 또 벨 것이다.”
정도전의 말에 무장이 놀라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송구하옵니다.”
“감당하지 못할 것을 아는 것은 명을 재촉할 뿐이다.”
“명심하겠사옵니다. 책사님!”
“그래. 그건 그렇고 간밤에 태자마마께서 북천 공을 찾으셨다고?”
정도전은 차분하게 무장에게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책사님!”
“그러시겠지.”
정도전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그러시겠지. 그러셔야 내 군주시지. 잘 하셨습니다.
태자마마! 그렇게 하시는 것입니다. 누구도 믿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옵니다.
저 또한 완벽하게 믿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그것이 군주의 길이옵니다.
한 없이 의심하소서. 그렇게 의심하셔야 하옵니다.’정도전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영화공주마마와 귀인께서는 무엇을 하시고 계시느냐?”
“별궁에서 산책을 하고 계시옵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게 철저하게 호위를 해야 할 것이다.”
“예. 책사님!”
“곧 권력에 눈이 멀어 있는 백화마마께서 오신다. 그분이 오시면 내명부에 암투가 일어나실 것이다. 그 암투에서 영화공주마마와 귀인께서는 이겨내기 힘이 드실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스스로 차단해 드려야 할 것이다.”
“예. 책사님! 그리 알고 방비하고 있사옵니다.”
“그래야지. 개경은 어떤가?”
“백화마마께서 서경으로 상경 중에 계시옵고 개경공의 영애이신 이연마마께서도 곧 상경한다고 하옵니다.”
“두 분이 곧 올라오시니 참으로 일이 복잡하게 되겠군.”
정도전이 인상을 찡그렸다.
“제일 염려스러운 것은 백화마마시다. 태자마마의 조강지처이시나 참으로 무서운 분이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 책사님!”
그때 정도전의 공간 복도를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상선께서 오시는군.”
정도전이 나직이 말하고 무장에게 물러가라는 눈빛을 보였다.
“책사님! 상선 들었사옵니다.”
밖에 대기하고 있던 무장이 정도전에게 보고했다.
“안으로 모셔라.”
정도전은 그리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상선 최준을 맞이했다.
상선 최준은 안으로 들어섰고 무장은 조심히 밖으로 나가 대기하고 있던 무장을 보며 말했다.
“모두 자리를 물리라.”
“예. 낭장!”
“상선 최준이 책사님을 뵈옵니다.”
상선 최준은 책사에게 올리는 예라고 하기에는 과한 예를 정도전에게 올렸다. 이것은 다시 말해 상선 최준도 정도전의 숨겨진 신분을 안다는 거였다.
“나는 지웠는데 나를 기억하시는 모든 분들은 잊지 않으신 모양이십니다.”
“어찌 있겠사옵니까?”
“좋습니다. 연통까지 하시고 어쩐 일이십니까?”
회생을 두고 이들의 관계는 참으로 묘했다. 정도전은 회생의 숨겨진 숙부다. 하지만 처음 만남부터 정도전은 회생의 동생이기를 원했다. 그리고 끝내 신분이 밝혀지고 이리 책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상선 최준은 그 신분과 다르게 회생의 양부가 되는 인물이다.
양부도 아비라면 아비일 것이고 회생은 그런 최준에게 대부의 자리를 권했다. 허나 최준은 그저 자신은 환관이기에 마다했다. 그러니 서로는 같은 목적을 가진 인물이었다.
“여중을 알고 싶어 왔나이다.”
“나의 의중이요?”
“그렇습니다. 책사님!”
“내 어떤 의중을 알고 싶은 겁니까?”
“황궁을 지배하는 것은 황제이나 그 황제를 움직이는 것은 황비들이지요.”
이건 책사 정도전의 마음에 누가 있는지를 말하는 거였다. 이것이 권력의 주변에 있는 자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확인해야 할 사항이고 판단해야 할 일이었다.
“불충한 말인 것 같습니다.”
“불충이기는 하나 태자마마를 위한 일이지요.”
상선 최준의 말에 정도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제 마음에는 누구도 없습니다.”
정도전의 말에 상선 최준이 인상을 찡그렸다.
“없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또 다르게 보면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말이 되는 거지요?”
순간 상선 최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3분 중에 없다면 참으로 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 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태자마마의 뜻이지 않겠습니까?”
“그 3분 중에 없다면 귀인도 아니 되시는 겁니다.”
상선 최준의 말에 정도전이 처음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의 속내를 들키니 난감한 정도전이었다.
“으음,,,,,,,,.”
“제가 정곡을 찔렀군요.”
“으음,,,,,,,.”
“환관들에게도 작지만 부릴 수 있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사내의 그것이 없기에 그런 면에서 참으로 집요하옵니다.”
“그렇겠지요.”
“제가 알아본 것으로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대통에 사심을 담지 마십시오.”
상선 최준이 공손하게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사심이라,,,,,,,.”
“그렇습니다. 결국 선택은 태자마마께서 하시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허나 그 선택이 고려에 이로워야 할 것입니다.”
“그 역시 태자마마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갑론을박 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상선!”
“그렇지요.”
“말씀 다 하셨습니까?”
“태후마마의 병환이 깊어지고 있다는 연통을 받았나이다.”
“태후께서,,,,,,.”
정도전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예. 그렇사옵니다. 태후마마께서는 책사님이 짝을 찾기를 원하십니다.”
“참으로 허망한 것을 원하시는군요.”
정도전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게 부,,,,,,,,.”
“됐습니다.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지요.”
“지난 일은 지난 일이옵니다.”
“저에 대해 참으로 많이도 알아내셨습니다.”
“그것이 없는 것들이라 집요한 구석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것도 효라면 효겠지요.”
정도전은 그리 생각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이랴! 이랴!”
같은 시간 무제는 50인의 복면 무인을 이끌고 거침없이 개경으로 말을 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고려 황성이었던 개경 황궁을 불바다로 만드는 거였고 또한 황실 서고를 잿더미로 만드는 거였다.
“급히 달려야 한다. 급히!”
“예. 나리!”
무제를 따르는 50인의 복면 무인들은 무제를 무제라 부르지 않고 나리라고 불렀다.
“서둘러라! 서둘러야 한다. 이 달이 가기 전에 활활 태워야 한다.”
“알겠사옵니다.”
“이랴! 이랴!”
무제는 급히 말을 달리며 서경에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회생의 얼굴을 떠올렸다.‘태자마마께서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시다. 태자마마께서만.’회생은 무제라는 도구를 이용해 모든 것을 파괴한 후에 새로운 것을 새우고자 했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이 바로 무제의 행보였다.
“워워워!”
한참을 달렸던 무제가 말을 새웠다.
“잠시 이곳에서 말에게 물을 먹일 것이다.”
무제는 급하게 말에서 뛰어내렸고 바로 무인 하나가 급히 달려와 무제가 타고 있는 말에 물을 먹였다.
“여기서 개경까지는 얼마나 남은 것이냐?”
“말을 달려 한 나절이면 되옵니다.”
“한 나절이라,,,,,,,.”
“그렇사옵니다.”
“이번이 마지막 휴식일 거다.”
“예. 나리!”
“우선 개경으로 들어가서 송악산에 몸을 숨긴다.”
“알겠사옵니다. 그런 후에 어찌 하옵니까?”
“우선은 강일천 공의 사택을 불태울 것이다.”
무제의 말에 50인의 무인들이 놀라 기겁한 눈빛으로 무제를 봤다.
“강일천 대감의 사택이라면,,,,,,,.”
“사병의 수가 상당하겠지.”
“그렇사옵니다. 나리! 쉬운 일은 결코 아니옵니다.”
“그러고 나서 태자마마의 잠저를 불태울 것이다.”
“하오나 그 역시 어려운 일이옵니다.”
다시 한 번 무인들이 난색을 보였다.
“그래야 경진 대장군의 신경이 황궁을 떠난다. 그때 우리는 황궁을 불지를 것이다. 목표는 황궁 서고다.”
“예? 어, 어찌,,,,,,,.”
“이것은 태자마마의 천명이다.”
무제는 지그시 개경 방향을 물끄러미 봤다.‘천명이지! 천명이고말고.’위화도가 보이는 북쪽 압록강 하류의 삼각지.
“대감! 드디어 저기 대마도가 보입니다.”
고려 사신단 제일 선두에 선 문신이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작은 섬을 보며 참지정사 강일천에게 외쳤다.고려 사신단을 이끌고 적국이라고 할 수 있는 금나라로 갔던 강일천의 사신단 일행이 금의 영토인 북쪽 압록강 하류에 만들어진 삼각지에서 도착했다.
우리가 위화도로 알고 있는 저 작은 섬은 고려시대에는 대마도라 불렸다.
“저기 대마도가 보이니 이제 곧 고려의 북변이군.”
참지정사인 강일천은 천리장성 이북을 고려의 북변이라고 말했다. 오랜 사신단 여정에 피곤한 빛이 역력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다. 고려에서 금나라 황성인 중도는 만리 길이니 말이다.
“이곳에서 잠시 쉬고 나서 대마도에서 여장을 풀 것이다.”
“예. 참지정사 대감!”
드디어 금으로 갔던 참지정사 강일천이 회생이 준 임무를 완수하고 고려로 귀환한 거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임무를 완수했다는 담담함 보다는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조조함이 가득해 보였다.
“나는 잠시 압수를 보며 거닐어야겠다.”
“위험하옵니다. 대감! 이곳에는 오랑캐가 준동하는 곳이옵니다.”
“걱정할 것이 없다. 내 주변을 이리 고려 무장들이 호위를 하는데 어찌 오랑캐 따위가 나를 위협할 수 있단 말이냐?”
“예. 참지정사 대감!”
참지정사 강일천이 압수를 보며 걸었고 그의 뒤에 호위 무장 6명이 강일천을 호위하기 위해 조용히 따랐다.
“으음,,, 저곳이 대마도란 말이지.”
금으로 가기 위해 압수를 건널 때 잠시 여장을 푼 곳이 현대인이 알고 있는 대마도였다. 그리고 지금 다시 이곳에 여장을 풀 생각을 하고 있는 고려 사신단이었다. 그 이유는 이 압수 이북이 문신이 말한 것처럼 오랑캐가 준동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사방이 섬인 대마도가 잠시 쉬는 이들에게 방비가 되어 줄 수가 있었다. 또한 고려의 사신들은 항상 금으로 갈 때 이 대마도를 이용했다.
압수가 아닌 대수로 돌아가기에는 그 길이 참으로 머니 말이다.
“참으로 장대하게 흐르는 압수구나!”
참지정사 강일천은 나직이 중얼거렸다.그러고 보니 압수와 위화도는 이 민족의 역사에 많은 영향을 준 대하이며 작은 섬일 것이다.
압수를 보면 을지문덕의 용맹함이 떠오르고 위화도로 알고 있는 대마도를 보면 사대의 시작을 떠올린다.거대한 웅지를 가진 압수라는 대하가 품은 작은 섬이지만 그리 이 역사를 다르게 이끌고 간 곳이었다.
위화도.위화도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이 이성계다. 위화도 회군.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칠 수 없다는 사대 의식에 사로잡혀 마지막 북벌의 웅지를 버린 곳이 바로 위화도로 알고 있는 대마도다. 그 이후 그 어떤 군주도 압수와 대수를 넘지 못했다.
다시 모든 예맥의 웅지가 꺾인 곳이 바로 위화도인 거였다.============================ 작품 후기 ============================통째로 빠진 부분입니다.
죄송합니다.
============================ 작품 후기 ============================통째로 빠진 부분입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