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21권 -- >간웅 21권1. 북으로 향하다.서경성 북문으로 급히 말을 달리는 다섯의 무인과 한 명의 젊은 사내가 있었으니 그 사내는 갑동으로 변신한 나고 다섯의 무인은 이의민을 포함한 2명의 별초무장과 무장조의였다.
내 이리 모두 별초무장으로 내 호위를 맡기지 않은 것은 모두 북천의 의견을 받아드렸기 때문이었다.
“이랴! 이랴!”
난 달리는 말에 박차를 가했다.마음이 급하니 준마의 달림도 바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갑동으로 변한 나와 내 호위들은 거센 바람이 되어 북변 갑주로 말을 달렸다.갑주!처음 내게 내려진 식읍이었다.
고려의 땅이면서 고려의 땅이 아닌 곳이고 또 고려 백성이 살아도 고려 백성으로 대접 받지 못했던 고려 영토 중에 가장 외진 곳이며 가장 위험했던 곳이다. 내게 내려진 식읍 갑주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그 갑주를 내가 변화시켰다. 겨우 오지나 다름없던 곳을 이제는 새로운 웅지가 가득한 곳으로 탈바꿈해놓은 거였다.
사람의 뼈와 근육이 완벽하게 또 새롭게 바뀌는 것을 환골탈태라고 한다. 갑주는 그 환골탈태를 끝낸 내 북진의 전초기지였다.
그곳으로 갑동으로 변한 내가 지금 말을 달리고 있는 거였다.
“워워워!”
급히 그리고 빠르게 말을 달렸기에 말도 지쳤을 것이다. 이른 새벽에 사람들의 눈을 피해 출발한 나는 해가 중천에 떠서야 말을 멈췄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갈 것이다.”
“예. 갑동나리!”
초로의 무사로 분장한 이의민이 짧게 대답을 했다. 지금 누가 나를 본다면 어느 귀족가의 자제로 부모 잘 만나서 사냥을 나선 그런 세월 좋은 놈으로 볼 것이다.그리 보면 된 것이다.나는 말에서 내렸고 이미 말에서 내린 이의민이 내 말 고비를 잡았다.
“목을 축이시지요. 갑동나리!”
“고맙군.”
난 이의민에게서 표주박으로 만든 물동을 받아 먼저 마시지 않고 나를 태운 전마 태풍에게 물을 줬다.
“여기까지 오느라 너도 수고했다.”
“히히힝~”
말은 주인과 교감을 한다. 그리고 이 말은 내가 견룡행수 때부터 타고 다니던 말이기에 내 마음을 알고 또 내 뜻을 알 것 같은 말이었다.
“다시 표주박을 가지고 오라.”
이의민이 부하 무인들에게 명을 내렸다.
“됐네. 이거면 족해! 급히 달려 왔으니 지쳤을 것이야! 잠시 쉬게 두게.”
“예. 갑동나리!”
이의민은 그렇게 대답을 했지만 내가 쉬라고 해서 쉴 위인들은 절대 아니었다.
“괜찮으시옵니까?”
“뭐가?”
이의민의 물음은 이리 말을 달려 왔기에 지치지 않았냐고 묻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곧 태자 책봉식이옵니다.”
이의민의 말대로 곧 태자 책봉식이 열린다. 하지만 난 그곳에 없을 것이다. 나 대신에 내가 되어 있는 가짜 태자가 당당히 그 책봉식에 임할 것이다.
“행사 따위가 중요한 시기가 아니다.”
“송구하옵니다.”
“허나 소장은 조금은 마음이 편치 않사옵니다.”
이의민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다른 이들은 모른다고 하나 영화공주 마마와 백화 마마께서는 아실 수도 있사옵니다. 특히,,,,,,,.”
이의민은 백화를 걱정하는 것 같다.권력의 마력에 눈이 멀어 있는 백화다.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이 태자의 자리와 이 고려를 호령하는 힘 그리고 앞으로 가질 옥좌일 것이다. 그건 다시 말해 그 자리가 주어진다면 내가 아니라도 된다는 거였다.
“그대가 걱정하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허나 나는 정도전의 능력을 믿는다.”
“정도전 책사를 온전히 믿을 수 있겠사옵니까?”
이의민이 하고자 하는 말은 바로 정도전에 관한 거였다. 물론 이의민은 정도전의 숨겨진 신분을 모르고 있다. 그것을 알았다면 더욱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일 것이다.
“난 누구도 온전히 믿을 수 없다. 그래서 태자인 것이지.”
힘을 가진 자는 그리고 권력의 최상층에 있는 자는 이래서 외로운 법이다. 또한 군주는 아무리 충성스러운 신하라고 해도 완벽히 믿어서는 안 된다. 군주가 신하를 믿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완벽하게 믿으면 화를 자초하는 경우가 많고 고금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누구도 완벽하게 믿지 않아.”
“예. 그리 하셔야 하옵니다.”
“서운하지 않는가?”
“예?”
“그대도 내 믿음의 정의에서는 같다.”
“알고 있사옵니다. 저를 완벽하게 믿지 마소서. 소장도 그저 신하에 불과하옵니다.”
“형님이시지. 난 그렇게 생각해.”
“감사하옵니다.”
“아니야! 아니지.”
난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지난밤에 북천을 찾아갔을 때를 떠올렸다. 내 지금 눈빛은 차분히 서서 주위를 살피고 있는 두 명의 무장 조의들을 보고 있었다.
“태, 태자마마! 이 깊은 새벽에 어인 일이시옵니까?”
“그대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소.”
“차를 내어오겠나이다.”
“되었습니다. 앉으시오.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중요한 이야기라 하셨습니까?”
“그렇소.”
난 의자에 앉아 북천을 봤다.내게는 두 명의 책사가 있다.
급진적인 정도전과 다소 보수적인 북천!그 둘은 하늘이 내린 내 책사일 것이다.어찌 보면 난 유비가 가진 제갈량과 방통을 같이 가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다른 것은 유비는 제갈량을 완벽하게 믿었지만 나는 절대 정도전을 완벽하게 믿지는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난 유비일 수가 없다.
실패한 군주 유비!그저 이야기꺼리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삼국지연의에서나 주인공인 그 자이고 싶지 않다. 삼국지연에서 나와 비교할 인물이 있다면 조조이고 싶다. 또한 그처럼 간웅이 되어야 했다.
이 고려를 위해.
“하명하시옵소서.”
“나는 곧 이 서경을 잠시 비울 생각이요.”
“예? 어찌,,,,,,,,.”
북천이 놀라 나를 봤다.이 계획은 서경 성을 점령하기 전부터 꾸민 계획이었다. 내 북진의 꿈이 연후에 의해 잠시 좌절된 후에 정도전과 머리를 싸매며 찾아낸 계획이었다. 그리고 아주 은밀하게 진행된 계획이었다. 하지만 난 정도전을 완벽하게 믿지는 않는다. 아니 백화의 행보가 걱정이 돼서 믿을 수가 없다.
“지금이야 말로 중요한 시점이지요.”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태자마마께서 이루시려는 개혁이 이제 시작되는 시점이옵니다. 그런데 태자마마께서 이 서경 성을 비우신다면 자칫 혼란에 빠질 수도 있사옵니다.”
“저는 서경 성을 나서지만 또 저는 태자궁에 있을 겁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의문이 되어 되묻던 북천이 말꼬리를 흐렸다. 그건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겠다는 걸 거다.
“그것은 더욱 위험하옵니다. 혼란을 넘어 태자마마를 위태로울 수도 있습니다.”
역시 북천이다.
“그래서 북천 공에게 이리 온 것입니다. 이 계획은 정도전과 저 그리고 북천만이 압니다.”
“정공도 안다는 것입니까?”
“그와 나의 머리에서 나온 계획이니까.”
“하오시면 제 임무는 정공을 감시하라는 것입니까?”
“정도전은 북천 그대로 모른다고 알 것이오. 나는 정도전을 총애하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믿지는 않소. 또한 북천 그대도 완벽하기 믿지 않고.”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군주는 한없이 의심하셔야 하옵니다.”
“그렇소.”
“하오시면 서경 성을 비우신 후에 행하실 일은,,,,,,,,.”
북천의 물음에 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북변 갑주로 가서 북진의 준비를 확인해 볼 참이요.”
“태자마마! 이미 갑주부사 조충을 임명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 그리고,,,,,,,.”
북천은 내가 국지적인 북진을 감행하려 한다는 것도 간파하고 있었다. 그것을 간파하지 못했다면 내 책사로 쓰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소. 허나 내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소.”
내 말에 북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나이다.”
북천은 내 말을 믿지 않는 눈빛을 보였다. 허나 더 묻지도 않았다.난 북천의 눈빛을 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지.’이미 내 외숙이 이고 대장군은 내 명을 받아 북변으로 말을 달렸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 고려를 위해.
“그대에게 내 안위를 맞깁니다.”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정도전이 나는 정도전을 믿으면서도 믿지 못합니다. 그러니 내가 없는 동안 이 고려가 위태롭지 않게 잘 부탁드립니다.”
“예. 태자마마!”
“급한 일이 생기면 조의를 동원하세요.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됩니다. 개경공 이의방까지 믿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예. 태자마마! 그리 알겠습니다. 그런데 태자마마!”
“왜 그러시오?”
“무제의 모습이 보이지 않사옵니다. 따로 하명한 일이 있사옵니까?”
북천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출중한 무의를 가진 무제를 생각한 거였다.
“내 따로 명을 내렸소.”
지금 무제는 개경으로 말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를 따르는 조의들은 폭도가 될 것이고 또 악비군의 잔당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 개혁을 위해 고려 황성을 활활 태우고 황실 서고를 불태울 것이다. 그리 된다면 이 고려에서는 노비라고 규정했던 문제들이 모두 불타게 될 것이다.
그리 되면 나는 삶이 악착같은 양민을 수십만을 얻게 되는 거다.‘그들에게 황실의 농토와 불모지를 개간하게 할 것이야!’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알겠나이다.”
“일이 급해지면 미추홀로 갈 왕준명을 찾으시오.”
왕준명음 미추홀을 개발하기 위해 5천의 신수군과 3천의 악비군을 이끌고 떠날 것이다. 왕준명은 서경에서 떨어져 있고 그러니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때 또 백화가 나를 배신하거나 정도전이 나를 배신할 때 그들과 동조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온전히 내 편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내 가신들을 이렇게 군사를 주어 구분한 것은 다 그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알겠사옵니다.”
“또한 철원에는 박위가 있소. 그 둘과 조의라면 만약의 사태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요.”
내 모든 행동과 명령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난 그래야 한다.
이 고려의 태자이고 또 북진의 군주가 될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내게 충심을 보이고자한 경대승을 초원으로 보낸 것이다. 초원!차가운 땅일 것이다. 또한 경대승은 지금 내 명에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허나 어쩔 수 없다.이 고려에 두 명의 영웅이 있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나는 간웅일 것이다. 허나 경대승은 효웅이다. 그러니 그런 기운을 가진 경대승은 한 없이 내게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너에게는 내 항상 미안할 뿐이다.’난 경대승을 떠올리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예. 태자마마! 만약 불손한 역천의 기운이 감돈다면 소신이 첫 기세를 꺾겠나이다.”
“그 다음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요. 갑주에 충성스러운 조충과 6만의 대군이 있으니.”
“예.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나는 그대를 믿는다.”
“예. 태자마마! 맡기신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나이다.”
난 북천을 다시 봤다.진정 이번 내 행보를 정도전이 모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정도전이면 모르지 않겠지. 정도전 너에 대한 경고 아닌 경고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회상에서 깨어났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것인가?”
“이틀은 더 쉬지 않고 말을 달려야 할 것 같사옵니다.”
이의민의 말에 난 내 옆에 서 있는 내 준마 태풍을 봤다.
“태풍! 네가 고생이 많겠구나!”
“히이이잉!”
태풍은 언제든지 달릴 수 있다는 듯 나를 보며 울었다.'내 온전히 믿을 수 있는 것은 너 뿐이겠지.'난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작품 후기 ============================
난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작품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