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48화 (448/620)

<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

“어서 이동 준비를 해라. 시간이 없다.”

“예. 아버님!”

“나와 너는 고려 사직에 충신으로 남게 될 것이다.”

“예. 아버님! 소자는 가슴이 뛰옵니다.”

“그래. 나도 마찬가지다.”

“예. 아버님! 소자 준비를 하겠나이다.”

“그래. 어서 준비를 해라.”

다시 회생의 전각 내실.이고 외숙은 내 밀명에 놀란 듯 기겁해 눈빛이 떨렸고 두 손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진, 진정이시옵니까? 태자마마!”

“진정입니다.”

난 사나운 눈이 되어 이고외숙을 봤다.

“허나,,,,,,,,.”

“조용히 하세요. 두 번 입에 담을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기는 하옵니다. 하지만,,,,,,,.”

“저는 누구보다 이 고려를 사모합니다. 그러니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고려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것입니다.”

“하오나 훗날,,,,,,,.”

이고 외숙은 차마 뒷말을 다하지 못했다.

“제가 지옥으로 가지요.”

“태, 태자마마!”

“매번 어려운 일만 부탁을 드리는 것 같습니다. 외숙!”

“소장은 괜찮사옵니다.”

“아무것도 내리지 못해 송구하옵니다.”

“아니옵니다. 이미 소신은 많은 것을 받았사옵니다.”

“제가 드린 것이 없습니다.”

“제 누이가 훗날 태후가 되시지 않겠사옵니까? 그것이면 저는 족하옵니다.”

“그리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떠나겠나이다.”

“실수 없어야 하옵니다. 저를 위해 그 사람을 위해!”

“그렇게까지 하셔서 꼭 그리 만드셔야 하옵니까?”

“조강지처입니다. 하지만 야망이 너무 큽니다. 이 고려를 망칠 정도의 야망이옵니다.”

쿵쿵! 쿵쿵!

내 전각으로 급히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태자마마!”

문 앞에서 무장이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이냐?”

“개경에서 전서구가 당도했나이다.”

“가지고 오라.”

내 명이 떨어지자 말자 조심히 문을 열고 무장이 들어섰다. 그리고 내게 군례를 올리고 더욱 조심히 앞으로 걸어 나와 작은 쪽지를 내밀었다.

“소장 물러가겠나이다.”

무장이 조심히 다시 물러났고 난 전서구에 매달려 개경에서 여기까지 온 쪽지를 펼쳤다.그리고 그 쪽지를 읽고 나서 지그시 눈을 감았다.‘이러니 내 이럴 수밖에.’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지는 순간이다.

“백화야! 백화야! 어찌 이러는 것이냐? 가만히 있다면 다 모든 너의 것이 되었을 것을.”

참으로 안타까운 순간이다.백화가 내게 자신의 속내를 들키지 않았다면 백화는 이 고려에 유일한 태자비가 되었을 거고 나머지 영화와 이의방의 딸인 이연은 빈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든 것이 바로 다름 아닌 백화 자신의 탐욕이었다. 자신이 자신을 망친 거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몰고 가는 거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이고 외숙을 봤다.

“보세요. 이러니 제가 이리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전서구에서 날아온 쪽지를 이고 외숙에게 보여줬다. 이고 외숙은 물끄러미 그 쪽지를 보다가 나처럼 입술을 깨물고 나를 봤다.

“어쩔 수 없군요.”

“그렇습니다. 외숙.”

그때 이고 외숙이 내 눈치를 봤다.

“버리심이,,,,,,,,.”

“조강지처입니다. 조강지처를 버리고 잘 되는 위인이 없었습니다.”

“태자마마,,, 무엇이 그리,,,,,,,.”

이고는 내가 왜 그리 백화를 감싸려고 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날 봤다. 그 순간 내가 이 고려에 영혼이 떨어져 이 몸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백화가 내 목에 검을 데는 순간 그리고 나를 위해 스스로 2천명의 가병들에게 포로가 되기를 자청한 그 순간까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러게 말이옵니다.”

“조금 전처럼 결단을 내리시면 되시지 않사옵니까?”

“그 결단은 모두 백화를 위함입니다.”

“허나,,,,,,,.”

“외숙!”

“예. 태자마마!”

“이의방의 여식이 황후가 되면 어찌 되겠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개경공의 세상이 되는 겁니다. 또 영화공주가 황후가 되면 어찌 되시겠습니까?”

“,,,,,,,,.”

이고 외숙은 자신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지 안다는 눈빛을 내게 보였다.

“저를 걱정하시는 것이옵니까?”

“외숙께서야 한결 같으신 분이시지요.”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허나!”

난 이고 외숙을 노려봤다.

“왜 그러시옵니까? 태자마마!”

“주변에서 외숙을 그냥 두지 않으려 할 겁니다. 그리고 점점 더 초심을 잃게 되실 겁니다. 그럼 제가 어찌 할 것 같사옵니까?”

“마, 마마!”

“외숙께서 제 어머니께서 태후로 추증되는 것을 못 보실 수도 있습니다.”

내 말에 이고 외숙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마, 마마,,,,,,,.”

“이고 외숙!”

“예. 태자마마!”

“저는 외숙의 조카이기 이전에 이 고려의 태자입니다.”

“예.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니 누가 태자비가 되어야겠습니까?”

“그, 그래서,,,,,,,.”

“그렇습니다. 아무도 몰라야 합니다. 아무도.”

“예. 태자마마. 그리 하겠나이다.”

“부탁드립니다.”

그때 이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일은 소장이 책임지겠나이다. 실패를 한다면 소장이 할복으로 죄를 받겠나이다.”

“책임지는 것은 절대 책임져야 할 짓을 안 하는 겁니다.”

“예. 알겠나이다.”

“가 보세요. 지금 급히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예. 태자마마!”

그렇게 이고 외숙은 떠났다.

“밖에 누구 없느냐?”

“예. 태자마마!”

“독주를 가지고 와라.”

“예. 태자마마!”

“술잔은 두 개를 가지고 와라.”

내 명령에 무장이 잠시 날 봤다가 그렇게 본다는 것 자체가 불충이라는 것을 떠올렸는지 바로 머리를 조아렸다.

“예. 알겠나이다.”

무장이 밖으로 급히 나가 잠시 후 주안상을 가지고 들어와 탁자에 놓고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난 두 개의 잔 중에 하나를 내 앞에 놓고 독주를 따랐다. 그리고 다시 피식 웃고 내 앞에 놓인 잔을 따랐다.

“여기까지인 모양이옵니다. 여기까지.”

그리고 난 독주를 따른 상태로 물끄러미 주인 없는 잔을 오래 동안 지켜봤고 꽤나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다.

“형님!”

“태자마마! 어찌 그리 부르시나이까?”

금강야차 이의민이 모습을 보였다.

“내가 너무 잔인한 것 같소?”

“어찌 소장이 알겠사옵니까?”

“난 참 모질고 비겁하고 사악한 놈이라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난 형님부터 속였소.”

“알고 있사옵니다. 태자마마!”

“아셨소?”

“예.”

“내가 밉지 않소?”

“이 고려에 태자마마를 미워 할 수 있는 존재는 없사옵니다. 소장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소장은 태자마마께 속았으나 아니 속은 것이옵니다. 무장으로 어찌 살아야 할지 알게 되었으니 아니 속은 것이옵니다.”

“그렇소. 나는 내가 밉소.”

끼익! 끼익!그때 내 전각 복도에서 두 명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왔군.”

난 바로 지금까지 마시지 않고 있던 내 앞에 놓인 독주를 들이켰다.

“이제 정말 여기까지인가 보옵니다.”

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태자마마! 정도전이옵니다.”

“들라.”

정도전은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섰고 복면을 쓴 사내도 같이 들어섰다. 끼익! 끼익!그리고 내 내실을 지키던 무장들이 전각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신 정도전 태자마마를 뵈옵니다.”

“준비한 것은?”

내 물음에 정도전은 탁자에 놓여 있는 술상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보시겠나이까?”

“그래 봐야지.”

“예. 태자마마!”

정도전이 고개를 돌려 복면을 쓴 사내를 봤다.

“복면을 벗으라.”

“그리 하지.”

그리고 사내는 복면을 벗었다.

“나군.”

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틀림없는 태자마마시옵니다.”

지금 내 앞에는 나와 똑 닮은 사내가 서서 다소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와 너무나 완벽하게 닮았기에 나도 놀라고 있었고 자신이 이 고려의 태자인 나와 닮았다는 것에 저 사내도 놀라는 것 같았다.

“나는 회생이라 하오.”

“태자마마를 뵈옵니다.”

“이제는 그대가 태자이지.”

“예. 태자마마!”

순간 내 눈이 사나워졌다.

“그리하지.”

그제야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정도전!”

“예. 태자마마!”

“수고했다.”

“황공하옵니다.”

“그대가 내가 없는 동안 조정의 일과 이 일을 잘 처리할 거라고 믿는다.”

“예. 태자마마! 심려하지 마소서.”

난 자리에서 일어나 이 고려의 가짜 태자를 봤다.

“태자마마! 여기 앉으시지요.”

“그러지.”

가짜 태자는 거침없이 자리에 앉았고 난 내가 앉아 있던 자리 앞에 조심히 앉았다.

“받으시지요.”

난 술병을 들어 조심히 가짜 태자에게 따랐다.

“그대도 들게.”

“예. 태자마마!”

난 따라놓은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입니다.”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의민을 봤다.

“갑주로 갈 것이다.”

“예. 갑동나리.”

잠시 동안 나는 갑동으로 불릴 것이다. 갑주에 사는 어린 아이. 그래서 갑동이다. ‘내 눈으로 끝을 확인해야겠지. 그리고 최초의 북진도 시작하고.’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21권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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