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갑산부사 조충이 심각한 얼굴로 회생의 전각을 빠져나왔고 그 모습을 본 정도전은 씩 웃었고 정도전의 옆에 있던 북천의 표정은 살짝 굳어졌다.
“태자마마께서 진정 실행에 옮기실 모양이오.”
북천은 어리게 보이는 정도전에게 하대를 하지 않았다.
“불굴의 의지지요. 일개 병사에서 저 자리까지 이리 빨리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북천 어르신.”
“어르신? 으음,,,”
“왜 그리 한숨을 쉬십니까?”
북천도 어르신이라는 소리가 듣기 거북한 모양이다.
“아니오. 능력이 있다고 해도 태자의 자리까지 오를 수는 없지요. 안 그렇소? 정공.”
“너무 느린 걸음을 가시는 것입니다. 이 고려를 뒤집고 새판을 짜셨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을.”
정도전의 말에 북천이 놀라 정도전을 봤다. 고려를 뒤집는다는 것은 고려의 사직을 무너트린다는 말이다. 그리고 새 왕조를 창건한다는 소리이기에 북천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무슨 말씀이시오? 정공.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시오.”
“그렇습니다. 아주 위험한 발언이지요. 허나 이 고려의 기운은 꺾인지 오래입니다.”
북천도 정도전이 한 지금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서경으로 천도를 해서 꺾인 기운을 다시 세우고는 있으나 너무 느립니다.”
“느림은 아주 오래 갈 수 있소이다.”
북천의 말에 정도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 겁니다. 너무 느리십니다.”
“지금이 느리다고요?”
“젊으면 성격이 급한 법이지요. 하하하!”
“그렇습니다. 태자마마도 너무 젊으시고 정공도 참으로 젊습니다.”
그때 갑산 부사 조충이 정도전의 앞에 섰다.
“하명은 받으셨습니까? 갑산부사 영감.”
“받았소이다.”
갑산부사 조충도 정도전에게 하대를 하지 않았다.
“태자마마는 모르시는 일이십니다.”
정도전의 말에 갑산부서 조충도 표정이 굳어졌다.
“알고 있소이다.”
“어려운 길입니다. 갑산부사.”
북천도 조심히 말했다.
“어려운 일이니 저에게 성을 내리고 이름을 충이라고 주셨겠지요.”
“그렇습니다. 갑산으로 가시면 문장필 영감이 계실 것입니다.”
“예. 그에게 인수를 받지요.”
“잘 처리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누가요?”
갑산부사 조충이 정도전을 봤다.
“당연히 태자마마시지요.”
“그렇겠지요. 그건 그렇고 태자마마께서 준비하셨냐고 물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예. 준비를 다 했습니다.”
정도전은 북천과 갑산부사 조충을 보며 씩 웃었다.
“무슨 준비입니까?”
북천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송구합니다.”
“태자마마의 밀명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저는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정도전은 조심히 북천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러세요.”
“그럼 이만!”
정도전이 돌아섰다. 그러고 보니 조금은 더 키가 커진 것 같은 정도전이었다.‘항상 태자마마께서는 참으로 기발하시다니 까. 참으로.’정도전은 씩 웃었다.
“무슨 일이 또 있군.”
이의방이 정도전 주변에 모여 있는 북천과 갑산부사 조충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개경공 대감! 무슨 일이라니요?”
대장군 한 섬이 이의방에게 물었다.
“북방에 바람이 불겠어. 갑산부사를 조충에게 맡긴 것도 그렇고,,, 저리 모인 것도 그렇고. 북방에 분명 칼바람이 불겠어.”
“북방에 바람이라니요?”
“그리 될 것이야.”
이의방은 무엇인가를 아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대장군 한 섬에게 말해주지 않고 전각을 봤다.‘저 안에서 더 큰일이 일어나고 있겠지.’이의방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들으셨사옵니까? 개경공.”
“무엇을 말인가?”
“강일천 대감께서 무사히 금 왕실을 진정시키고 한 달 전에 중도를 떠나 귀국하고 계시다고 하옵니다.”
“강일천 대감께서?”
“그렇사옵니다. 개경공 대감. 역천의 누명을 쓰고 떠나셨으나 전쟁을 막은 것이옵니다.”
“그렇지. 역천의 누명을 쓰고 가셨지.”
“예. 개경공 대감.”
“오시면 엄청난 파란이 일겠군. 엄청난!”
경대승에게 마련된 장군방.경대승은 초원으로 자신을 안내할 길잡이를 앞에 앉혀놓고 깊은 신음에 잠겨 있었다.‘이 난국을 피할 수는 없다.’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뜨는 경대승이었다.
“언제 길을 잡으실 것이옵니까?”
조심히 몽골출신 남자가 물었다.
“내일 당장 떠날 것이다.”
“예. 만반의 준비를 하겠사옵니다.”
“그렇지. 만반의 준비를 했겠지.”
“예. 경대승 장군.”
“내일이다. 내일이면 내가 고려를 떠나 초원으로 가는구나!”
“그렇사옵니다.”
“그곳은 너희들의 고향이겠지?”
“그렇사옵니다. 장군.”
“초원은 어떤 곳이냐?”
“거칠고 황폐한 곳이나 사내의 기운이 넘치는 곳이기도 하옵니다.”
“사내의 기운이 넘친다?”
“그렇사옵니다.”
“그러니 태자마마께서 그리 걱정을 하시는 거겠지.”
경대승은 인상을 찡그렸다.‘나는 이제 어찌 한단 말인가?’경대승은 자신의 앞에 차분히 앉아 있는 초원으로 자신을 안내할 두 명의 초원출신 사내들을 봤다.‘또 저들을 믿을 수 있을까?’
“장군!”
그때 장군방 밖에서 경대승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무엇인가?”
“태자궁에서 상궁이 왔나이다.”
“들라 하시게.”
문이 열리고 상궁이 조심히 찻상을 들고 들어섰다.
“무엇이요?”
“태자마마께서 보내셨사옵니다.”
“태자마마께서?”
“예. 장군! 장군께서 신음이 깊으실 것이니 편이 주무실 수 있게 차를 올리라 하셨습니다.”
“차를?”
“그렇사옵니다.”
“이렇게 황송할 일이 있나.”
“이 차는 편히 잠이 드실 수 있게 해 주는 효능이 있는 차이옵니다.”
“진정 황공한 일이군.”
“그렇사옵니다. 장군님!”
그리고 상궁이 조심히 차를 따라 공손히 경대승에게 올렸다.
“드셔보시옵소서.”
“태자마마께서 달리 하신 말씀은 없으시던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순리대로 일은 처리될 것이라고 하셨사옵니다.”
상궁의 말에 경대승이 고개를 끄덕였다.‘순리라? 무엇이 순리라는 말인가?’하지만 이것은 경대승의 생각일 뿐 경대승은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회생을 우러러 보는 눈빛을 보였다.
“태자마마께 무장 경대승은 충심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주시게.”
“그리 말씀 올리겠나이다.”
“꼭 그리 전해주시게. 무인본분 위국헌신이라고.”
경대승은 그렇게 말하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지금 경대승이 한 말은 예전 회생이 일게 위장이었을 때 공예태후에게 했던 말이다.
젊은 무장들에게는 삶의 지침이 되어버린 말이지만 지금 경대승은 조금은 다른 의미를 담고 있었다.‘태자마마께서 잊고 계신 것이지. 태자마마께서.’정도전의 전각.정도전의 전각은 무장 조의들과 또 정도전의 측근 무장들에 의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리고 정도전의 전각은 회생이 있는 태자궁과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전각이었다.
“무인본분 위국헌신?”
“그렇사옵니다. 책사님!”
경대승에게 차를 가지고 갔던 상궁이 정도전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지금 정도전의 옆에 검은 복면을 쓴 자가 차분히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었다.
“역시 영웅답군.”
“예?”
“몰라도 되네. 수고하셨네.”
“예. 책사님!”
상궁은 조심히 뒤로 물러나 정도전의 전각 내실을 빠져 나갔다.
“앞으로 잘 하셔야 합니다.”
“예. 걱정 마십시오.”
“틀리셨습니다.”
“으음,,,,,,,.”
“다시 하시지요.”
“틀렸어. 이건 아닌 것 같군.”
“예. 그렇습니다. 경대승 장군께서는 경대승 장군께서 가셔야 할 길이 있습니다.”
“그렇지. 그래서 초원으로 가는 것이지.”
“예. 그렇사옵니다.”
칭기즈칸이 될 수도 있는 테무친이 있는 초원으로 경대승은 이렇게 어쩔 수 없이 가야 했다. 그리고 경대승에게는 파란만장한 초원의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메르키트라고 했지? 메르키트!’경대승은 태자인 회생이 해 준 말을 떠올렸다.
‘그래! 내가 충성을 다하는 것은 태자가 아니라 이 고려다. 이 고려!’바드득!어금니를 꽉 깨무는 경대승이었다.
갑산부사 조충과 말갈전사들이 주둔하고 있는 서경성 외성.
“아버님! 어찌 되었습니까?”
갑산부사 조충이 급히 이동식 거대 겔로 들어서자 그의 장자가 급히 일어나 물었다.
“너의 성은 이제 조이다.
“예?”
“태자마마께서 성을 하사하셨다.”
“성을 말이옵니까?”
“그렇다. 내 이름이 이제 조충이다. 또한 나는 갑산 부사가 됐다.”
“갑산이라면 북변이지 않사옵니까?”
갑산부사 조충의 장자는 놀라 조충에게 되물었다.
“그렇다. 북변이다.”
“어찌 태자마마께서 아버님을 그리 홀대하신단 말입니까?”
“홀대?”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께서 성을 내리셨다면 황실의 성인 왕 씨의 성을 내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서경에서 저희 부족이 정착할 수 있게 배려를 해야 할 것인데 다시 북변으로 가라니요. 말이 되지 않사옵니다. 소자는 실망했사옵니다.”
“어리석은 놈!”
조충은 크게 노해 소리를 질렀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서경성에 주둔한 병사의 수가 몇이더냐?”
“소장이 알고 있기로는 8만에 육박한다고 들었사옵니다.”
“그럼 갑주에는?”
“소자는 아직 그것까지는 모르겠사옵니다.”
“갑주에는 자그마치 6만이다. 그리고 곧 증원이 될 것이다.”
“6, 6만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6만의 대병을 태자마마께서 내게 맡긴 것이다. 그런데 어찌 나를 홀대하신다는 것이냐.”
“그런데 어찌 태자마마께서 갑주로 가라고 하시는 것이옵니까?”
“온성까지 달리기 위해서다.”
“온, 온성이라 하셨습니까?"더욱 놀라는 조충의 장자였다.
“그래. 우선은 온성이다.”
“우, 우선이라고요?”
“그렇다. 윤관 대총관께서 하셨던 일을 태자마마께서는 내게 맡기신 거다.”
“아버님!”
“나는 이제 이 고려의 대총관인 것이다.”
“그, 그리 되는 것이옵니까?”
“그렇다. 윤관 대총관께서는 4군 6진을 설치하시고 끝내 지키지 못하셨으나 나는 꼭 8군 12진을 설치해 지킬 것이고 요동까지 향할 것이다.”
“요, 요동이라고 하셨습니까?”
“이 고려 갑산부사인 내 아들이 이리 담이 작아서야 되겠느냐?”
조충의 말에 그의 장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송구하옵니다. 아버님! 워낙 엄청난 일이라,,,,,,,.”
“그렇지. 엄청난 일이지.”
윤관은 말갈족에게 지금까지 대총관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 만큼 대단한 인물이 분명했다.
사실 윤관처럼 역사적으로 수도 없이 조명된 장군은 없을 것이다. 고려를 넘어 조선에서도 윤관의 업적은 크게 기록되었다.
특히 세종대왕 때에는 윤관을 더욱 부각시켜서 세종의 북진계획의 지표로 삼기까지 했다.윤관은 1105년 3월, 여진 정벌을 위해 보병만으로 구성된 부대를 이끌고 개경을 떠났다. 하지만 기병부대가 주축이 된 여진군에게 큰 피해를 입게 되고 첫 여진 정벌은 실패나 다름 없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곧 윤관은 별무반을 설치하여 고려의 군대를 기마병으로 구성된 신기군을 창설하게 됐다. 기마병으로 구성된 신기군을 중심으로 보병으로 구성된 신보군, 그리고 특수병인 도탕군, 경궁군, 정노군, 발화군과 승병으로 구성된 항마군으로 각각 편성했다. 그리고 다시 드디어 1107년에 윤관을 원수가 되어 여진 정벌을 감행했다.
많은 준비가 있었기에 승승장구를 했고 석성까지 향하게 됐다. 그곳에는 여진군이 일대 항전을 준비하여 고려군을 기다리고 있었고 여진군은 석성으로 들어가 화살과 돌을 마구 퍼부으며 결사적으로 저항하였다.
이에 질세라 고려군도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했지만, 여진군의 완강한 저항을 뚫지는 못했다. 이때 척준경이 등장하게 되고 척준경은 적진으로 들어간 적장 여러 명을 죽이는 활약을 펼치자 덩달아 기세가 오른 고려군은 여진군을 순식간에 궤멸시켜 버렸다.
사로잡은 포로 수가 무려 5천을 넘었고 목이 잘린 자도 5천이 넘었을 정도로 전투는 대승이었다. 그런 과정으로 윤관은 9성을 축조하게 되어 여진이라고 불린 말갈족에게는 대총관으로 불리게 됐다.
지금 그 윤관의 역할을 고려태자인 회생이 조충에게 맡긴 거였다.
다. 그런 과정으로 윤관은 9성을 축조하게 되어 여진이라고 불린 말갈족에게는 대총관으로 불리게 됐다. 지금 그 윤관의 역할을 고려태자인 회생이 조충에게 맡긴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