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46화 (446/620)

<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지금 이 순간 이곳에 모인 대신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또 어떤 엄청난 것이 내 입에서 나올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 생각을 하지만 행동으로 옮길 때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것이 내 성격이라는 것을 저들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조세법도 개혁을 해야겠습니다.”

귀족들의 토지를 건드린 것도 엄청나게 불만스러운 일일 것인데 이제는 내가 조세법까지 개혁을 하겠다고 말하자 모두 말은 안 했지만 표정이 굳어졌다.

“조, 조세법까지 말이옵니까?”

문하시중이 날 보며 되물었다.

“그렇소이다. 문하시중. 우선 군포를 철폐하겠소.”

“군포를 철폐하다니요? 그리 되면 군역을 나가지 못하는 백성들의 고충이 더 커집니다.”

쾅!난 화가 나 힘껏 탁자를 내려쳤고 탁자의 다리가 끝내 부러졌다.

“백성의 고충을 생각하시는 분께서 지방의 탐관오리들이 죽은 자들까지 그 식솔들이 대납하게 하는 것은 모르고 계셨습니까? 또한 소와 현을 이탈한 백성들의 군포를 그 소와 현의 다른 백성들에게 대납시키는 것은 모르셨습니까?”

“송, 송구하옵니다. 태자마마!”

“그러니 군포로 군역을 대신하는 것은 철폐할 것입니다.”

“그리 하면 조정으로 거둬지는 세수가 줄어드옵니다. 그것까지 생각하셔야 하옵니다. 태자마마!”

북천이 내게 조심히 말했다.

“그렇소. 나도 그것을 알고 있소이다. 그래서 말이요.”

난 차갑게 이곳에 모인 대신들을 보며 미소를 머금었고 내 미소를 본 대신들은 본능적으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귀족들의 자제들도 군역의 의무를 담당해야 할 것 같소.”

“군역과 조세는 하찮은 백성들이나 내는 것이옵니다.”

문신하나가 내 분노를 사고 싶은지 겁도 없이 내게 말했다.

“하찮은 백성들? 그리 생각을 하신다면 어찌 고려를 지키는 군역을 하찮은 백성들이라고 말하는 자들에게만 맡길 수 있겠소.”

“송, 송구하옵니다.”

"참으로 송구해야 할 일이지."

"송, 송구하옵니다. 태자마마."

“그 하찮은 백성들이 있기에 이 고려가 있는 것이요. 앞으로는 여러분들의 자제들도 군역을 담당해야 할 것이요. 허나 귀족들의 자제들을 힘든 군역에 동원할 수 없으니,,,,,,,.”

내 말에 정도전이 씩 웃었다.내가 지금 공표할 묘안은 정도전이 내게 알려준 거였다. 귀족들에게 군역을 부담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고 살짝 위하는 척을 해서 군포를 징수하라는 거였다.

“귀족들의 자제에 한 해서 군포나 그에 합당한 재물로 군역을 면해 줄 생각이요.”

내 말에 대신들은 말을 하지 못했지만 불만이 가득 차 보였다.

“황공하옵니다.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니 황공할 따름이옵니다.”

개성공 이의방이 선수를 치니 다른 대신들은 할 말이 없는 듯 고개를 조아리기만 했다.‘죽이 착착 맞는군.’난 개경공 이의방을 봤다. ‘이연을 아껴줘야겠어.’그리고 난 다시 대신들을 봤다.

“그리고 앞으로 거둬지는 조세는 모두 양곡으로 받을 것이요.”

“태자마마! 그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옵니다.”

이번에는 이고 외숙이 나서서 말했다. 물론 이고 외숙도 내 뜻을 따라줄 거다. 이고 외숙과 개경공 이의방은 내 나팔수 역할을 하는 거였다.

“무엇이 어렵다는 겁니까?”

“양곡이라고 한다면 쌀을 말하는 것인데 어떤 기준으로 조세를 거둬야 할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 기준을 정하면 됩니다.”

“허나 각 지방의 특산물이 다르고 또 형편이 다른데 어찌 기준을 정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양곡으로 조세를 거둬드려야 하는 겁니다. 이것을 난 대동법이라고 할 것입니다.”

아마 내가 지금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개혁을 다른 나라에서 태자가 하겠다고 말하면 바로 벌떼처럼 일어나서 안 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난 다르다.내게는 15만의 대군이 있고 또 뛰어난 무장인 이의방과 이고 외숙이 있다. 그리고 5천의 조의가 있고 여포보다 더 용맹한 이의민과 무제가 있다.

그러니 누구도 내 개혁을 함부로 반대할 수가 없다. 반대는 곧 죽음을 의미하니 말이다.

“한 결의 토지에서 나오는 양곡의 1/5를 거둬드릴 것이요. 또한 지주에게 땅을 빌려 소작하는 양민들에게는 1/10을 거둬드리게 할 것이고 지주들은 1/10 이상의 지대로 받지 못하게 할 것이요.”

보통 지주들은 땅을 양민들에게 빌려주고 1/2를 받아 챙긴다. 이건 착복이다.

“허나 그리 되면 조수가 줄어듭니다.”

북천이 내게 말했다.

“귀족들도 대동법을 적용할 것이요. 그러니 이 시간부터 공조는 폐지가 되는 겁니다.”

누구 하나 대답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이의방이 나서주겠지.’난 이의방을 봤다.

“그리 하겠사옵니다.”

이제 이의방은 모든 귀족의 적이 됐다. 하지만 힘없는 자들이니 어찌 할 수는 없다. 사실 모두가 만족하는 방법으로 개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희생을 해야 하는 자들도 생기는 법이다.

그리고 난 그 희생양을 귀족으로 정했다. 귀족들은 너무 많이 배를 불렸다. 그러니 이제는 좀 내놓아야 한다.

“공조까지 폐지를 하신다면 양곡의 가격이 폭등을 할 것이옵니다.”

“폭등을 할 수는 있으나 그것을 조정에서 통제를 할 수 있소.”

“어찌 말입니까?”

“정도전!”

“예. 태자마마!”

“설명을 하라.”

“예. 태자마마!”

정도전이 앞으로 조심히 나서며 오리처럼 입이 튀어나온 대신들을 보며 씩 웃었다.

“우선 만적상전에 양곡 200만석을 비축해 둔 상태입니다. 그러니 양곡의 가격이 폭등을 하면 그것을 풀어 양곡의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정도전의 말에 대신들은 입이 쩍 벌어졌다.

“어찌 그리 많이 준비를 할 수 있었나?”

문하시중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되물었다.

“만적상전에서 안남국과 직거래를 토해 양곡을 비축했습니다. 원래는 군량미를 쓸 양곡이었으나 그리 쓸 수 없게 되어 이리 쓰이는 것입니다.”

맞다.난 만적과 왕준명에게 안남국의 쌀을 최대한 많이 수입하라고 지시를 했다. 북벌을 위해서는 군량미가 우선적으로 비축되어 있어야 하니 말이다. 물론 그 자금은 벽란도를 장악하고 있는 만적상전과 송의 경제를 이제는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신라방에서 나왔다.

“태자마마! 군량미라니요?”

문하시중이 놀라 날 봤다.군량미의 비축은 곧 전쟁을 의미하니 저리 놀라는 거였다.

“모르셨습니까? 제가 북벌을 준비했다는 것을.”

내 말에 문하시중이 기겁해 눈동자가 커졌다.

“어찌 그 중차대한 일을 태자마마 혼자,,,,,,,.”

“대신들에게 말을 한다면 안 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요. 그래서 핵심 군부들의 요인들과 추진했소이다.”

지금은 사실 문신들이 힘이 없다. 모든 결정은 무신들이 내리니 말이다.내 말에 문하시중과 문신들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들의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한 거였다.

“그리고 노파심이 생겨서 말해주는 것이요. 혹여 대동법이 시행된 후에 양곡을 축적하여 차익을 노리는 귀족들이 있을까 해서요. 그리 하다가는 가산을 모두 탕진하게 될 것이요.”

“으음,,,,,,,.”

그때 젊은 문신 하나가 살짝 미소를 보이며 앞으로 나섰다.

“태자마마!”

“그대도 안 된다고 할 참인가?”

“그것이 아니오라 태자마마께서 말씀하신 조세를 거둬드리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사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곳에서는 한 결의 토지에서 양곡 10섬이 나온다면 다른 곳에서는 5섬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문제가 많은 기준입니다.”

대동법을 어떻게든 시행하지 않기 위해 저렇게 말하는 거였다.

“그렇기도 하겠군. 그럼 어찌 하면 좋겠소?”

살짝 미소를 머금는 것이 재수가 없고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할 거다. ‘아마도 황실에서 직접 경작하는 토지로 기준을 하자고 하겠지. 멍청한 놈! 내 신식 농법으로 네놈의 잔꾀를 깨 주지.’난 젊은 문신을 보며 웃었다.

“본시 황실에서도 백성들에게 본이 되기 위해 토지를 경작하고 있사옵니다. 그것을 기준으로 하면 어떻겠사옵니까? 황실이 본을 보이는 일이니 백성들과 귀족들도 불만을 가지지 못할 것입니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이요. 그렇게 합시다. 참 그대의 이름이 뭐지?”

“조경호라고 하옵니다.”

“정말 뛰어난 식견이 있소.”

“황공하옵니다.”

“그럼 모두 된 것입니까?”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대신들이 일제히 대답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예전 사병혁파 때 내 말을 듣지 않고 끝까지 반항을 하던 지방 토호들이 어찌 죽었는지 다들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물론 그들은 도적이 들거나 비명횡사를 했다.

대신들은 모두 내가 지시한 것을 알지만 그것은 생각일 뿐이다. 증거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들 아는 사실이었다.

단지 말을 하지 못하는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별일은 아닌데,,,,,,.”

“또, 또 있사옵니까?”

문하시중이 놀라 날 봤다.

“왜 그렇게 놀라시오?”

“아, 아니옵니다.”

“걱정 마시오. 이번에는 신수군에 대한 조치니.”

내 말에 문하시중이 안도하는 눈빛을 보였다.

“예. 태자마마! 하명을 하시옵소서.”

“정국이 급박하여 신수군을 갑주로 이동시켜 주둔을 시켰소. 언제 다시 철수를 하게 될지 모르니 신수군 장병들의 가솔들을 그곳으로 이주를 시키시오.”

내 말에 조충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강제이주를 시키라는 말씀이옵니까?”

“강제라니? 가솔들을 생이별 시키는 것이 측은하기에 내린 조치요.”

난 조충을 봤다.

“갑주부사!”

“예. 태자마마!”

“갑주는 그대의 관할이니 신수군의 가솔들이 살 터전을 만드는데 신경을 쓰시오.”

“예. 태자마마! 그리 하겠습니다. 소신 신명을 다해 태자마마의 높으신 뜻을 따르겠나이다.”

갑주는 북진의 전초기지다.그러니 양민의 수도 많아야 한다. 그것이 이번 조치의 이유라면 이유였다.

“모두 제 갑작스러운 조치에 당황을 하셨을 것이니 오늘은 그만 퇴궐을 하시여 좀 쉬세요.”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문하시중이 내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아마 이곳을 나가면 무신들은 무신들끼리 모일 것이고 문신들은 문신들끼리 모일 것이다.‘누가, 누가 모이는지 알아야겠지.’난 그런 생각을 하며 갑주부부사 박현준을 봤다.

“이고 대장군과 갑주부부사는 따로 할 말이 있으니 남으시오.”

“예. 태자마마!”

이고 외숙과 갑주부 부사가 우렁차게 대답을 했다.‘이제는 더욱 잔인해져야 한다.’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대신들이 모두 내 전각에서 물러났다. 태자궁 전각 앞.대신들은 전각을 나오자말자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기 시작을 했다.

“이보시게. 조시랑!”

문하시중이 조경호를 불렀다.

“예. 문하시중 대감!”

조경호가 공손히 걸어와 머리를 조아렸다.

“어찌 그리 태자께 말씀을 올린 것인가?”

문하시중의 말에 조경호가 씩 웃었다.

“황실에서 경작하는 토지의 소출은 그리 많지 않사옵니다.”

“그렇지.”

“또 어쩔 수 없이 태자마마와 태자비들께서 직접 경작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럼 양곡의 소출은 더욱 줄어들 것이옵니다.”

“그렇지.”

문하시중이 아이처럼 손벽을 쳤다.

“지금 태자마마를 말리실 분은 아무도 없습니다. 태자마마께는 대병이 있사옵니다.”

조경호는 힐끗 이의방을 봤다.

“그리고 무신들이 따르고 있사옵니다. 지금 안 된다고 말을 하게 되면 사병혁파 때의 일이 일어날 것이옵니다.”

조경호의 말에 문하시중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 그렇겠지.”

“그러니 태자마마께서 직접 경작하는 토지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 되면 거둬드리는 조세는 크게 극감하게 될 것이고 결국 대동법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옵니다.”

“옳아! 맞는 말이네.”

“그러니 우선은 태자마마의 말씀을 따라드려야 하옵니다. 그리고,,,,,,,.”

조경호는 모여 있는 무신들을 봤다.

“그리고?”

“곧 무신들도 불만에 차오를 것입니다. 그러니 힘을 다 잃은 저희 문신들은 납작 엎드려 있으면 되옵니다.”

조경호의 말에 문하시중과 그 옆에 있던 문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소나기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지.”

“그렇사옵니다.”

============================ 작품 후기 ============================추천이라도 많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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