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45화 (445/620)

<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

“대부께서는 지인 분들과 술을 마시시다가 급채를 하시어 혼절하셨사옵니다.”

진 민수의 말에 백화가 피식 웃었다.

“그러십니까?”

“송구하옵니다. 태자비마마!”

이제야 진 민수는 백화를 태자비라 불렀다.

“잘 알겠습니다. 내 오늘을 기억할 것입니다.”

“송구하옵니다.”

“가자! 홍련아! 내가 오늘 이런 꼴을 당하려고 이곳에 온 모양이다.”

백화는 찬바람을 일으키며 별관을 나서서 김돈중의 사택을 나왔다. 그때 백화의 앞에 서너 명의 사내들이 나섰다.

“누구냐?”

순간 홍련이 검을 뽑아들고 사내들을 노려봤다.

“태자비마마를 뵈옵니다.”

백화의 앞을 막아선 자들은 바로 김돈중과 결별을 선언한 개경출신 귀족들이었다.

“검을 거둬라.”

“예. 마마!”

“무슨 일이시오?”

“마마께서는 태자비이시기 전에 고려 개경 대귀족이신 강일천 대감의 영애이시지 않사옵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이요?”

“마마! 저희들을 구명해주시옵소서.”

일제히 귀족들이 바닥에 엎드려 백화에게 머리를 조아렸다.그리고 그들을 보며 백화가 차갑게 미소를 머금었다.

“가자!”

“예?”

홍련은 다시 백화에게 되물었다.

“내가 아무리 궁지에 몰렸다고는 해도 손바닥으로 해를 가려 자기 살길을 찾은 김돈중이 버린 자들을 거둘 수는 없다. 저런 떨거지들은 내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

백화의 말에 개경출신 귀족들이 기겁했다.

“마마,,,,,,,.”

개경출신 귀족들이 백화를 불렀지만 백화는 매몰차게 뿌리치며 앞으로 나갔다.‘아버님이 오셔야 해! 아버님이!’

9. 회생! 파격적인 개혁을 공표하다. ‘이제 군소리 못하게 챙겨줄 것은 챙겨줬고.’신하들에게 챙겨줄 것을 챙겨줬다면 이제 얻어야 할 것을 얻을 차례다.

“이 자리에 모인 대신들에게 이제부터 고려를 위해 또 황실을 위해 국정을 논할 것이 있소이다.”

내 말에 고려의 중신들이 긴장을 했다.고려의 중신들은 바보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미 내 성격을 파악했을 거고 뭔가를 주면 반드시 그 이상을 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예. 태자마마!”

“그대들은 황제국인 고려가 금에 밀려 이름뿐인 황제국 아니 이제는 금의 제후국처럼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을 하시오.”

내 말에 대신들이 놀라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모두 다 똑같은 표정을 하는군.’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비록 금을 정벌하기 위해 북벌을 감행했다는 것을 아는 그들이지만 여전히 저들에게는 금은 두려운 존재가 분명했다.

“태자마마! 신은 듣기가 민망하옵니다. 어찌 황제국인 고려가 금의 제후국이 될 수 있습니까?”

지금까지 가만히 머리만 조아리고 있던 왕년의 대쪽 문극겸이 나를 보며 되물었다.

“아니었소? 죽은 야율 강을 대할 때도 나는 그렇게 느꼈소.”

“황망하옵니다.”

지금의 고려는 아니 내가 등장하기 전의 고려는 이름뿐인 황제국이다. 그것을 내가 바꿔놓고 변화시킬 참이다. 그래야 북벌도 존재하는 거다.

“내 질문이 황망하다면 다시 하리다. 어찌 하면 고려를 황제국으로 만들 수 있겠소. 또 이 고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을 하시오.”

내 질문에 답을 하는 아무도 대답을 하는 자가 없었다.

“문하시중께서 말씀을 해 보십시오.”

난 조영인을 대신해 문하시중의 자리에 앉아 있는 염신약에게 물었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고려는 영토가 좁고 물산이 부족하기에 부국이 어렵사옵니다.”

“옳은 말입니다. 그럼 결국 영토를 넓혀야 한다는 거군요.”

내 모든 행동은 북벌로 향해 있다.

“그렇기는 하오나 쉬이 북진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염약신는 내가 북진을 계획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내 최측근들만 아는 일이니 말이다.

“고려가 황제국이 되기 위해서는 좁은 영토를 넓히고 물산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오나,,,,,,,.”

“사실 전 조금 달리 생각을 합니다.”

난 다시 한 번 대신들을 봤다.

“예?”

염신약이 놀라 날 봤다.

“이 고려가 약한 것은 양민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내 말에 이제는 개경공인 이의방이 드디어 내가 파격적인 개혁을 공표하는구나! 하는 눈빛으로 날 봤다.‘불만이 있을 수가 없지.’난 개경공인 이의방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줬다. 그러니 저리 가만히 있는 거였다.

“양민의 수가 부족한 것은 물산이 풍부하지 않기에 호구의 수가 늘지 않기 때문이라고 사료가 되옵니다.”

쾅!난 바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탁자를 내려쳤다.

“문하시중! 당연한 소리는 그만 하십시다. 전 문하시중께서 왜 자리에서 물러나셨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그, 그것은,,,,,,,,.”

“안 된다는 소리만 하셔서 물러나신 겁니다.”

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하시중인 염신약을 무섭게 질책했다. 대가리를 겁박해야 다른 존재들이 말을 하지 못한다.이런 것도 금적금왕의 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송구하옵니다. 태자마마!”

“나는 폐하의 칙령으로 대리청정을 하는 사람입니다.”

“알고 있나이다. 태자마마!”

“그러니 아바마마를 대신해서 이 고려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 높은 뜻도 신들은 알고 있사옵니다.”

“아시는 분들이 그런 말씀만 하십니까!”

난 다시 한 번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송구하옵니다.”

“태자마마!”

그때 받은 것에 대한 답례를 하겠다는 듯 개경공 이의방이 날 불렀다.

“왜 그러시오? 개경공.”

“양민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황무지를 토지로 개발하면 될 것이옵니다.”

개경공 이의방의 시작은 다시 내 마음에 차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니 저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옳은 말씀입니다.”

황무지를 개발하자고 말한 개경공 이의방의 속내에는 아마도 황무지만 개발하면 대신들의 토지를 내놓지 않아도 된다는 얄팍한 꾀도 약간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드린 것 이상의 것을 내놓으셔야지요.’난 그런 생각을 하며 그런 내 생각을 담아 개경공 이의방을 봤다. 그리고 이의방은 알았다는 듯 내게 눈빛을 보냈다.

“허나 문제가 있사옵니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인 거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이 고려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황무지도 거의 대부분 귀족들의 토지이옵니다. 어느 때의 공신인지 모를 공신의 후손들이 너무 많은 토지를 가지고 있사옵니다.”

이의방의 말에 모든 대신들이 놀라 이의방을 봤다. 그도 그럴 것이다. 개경 전체가 이제는 이의방의 땅이나 다름이 없는데 귀족들이 많은 땅을 소유했다는 말을 하니 말이다. 그저 북천과 정도전만이 나와 이의방의 밀약을 아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공신들의 후손들의 땅을 다시 거둬드리자는 말입니까?”

내 말에 대신들이 더욱 놀라 나를 봤다. 이 자리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자들 중 대부분이 공신들의 후손이라면 후손이었다. 물론 내 최측근 가신들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 조정은 신귀족과 구귀족들이 나눠진 형국이었다. 물론 그 신구를 구분하는 것은 무신혁명이고.

“전부를 다시 거둬드리는 것은 아니 되는 일이겠지만 황실을 위해 고려를 위해 어느 정도 이상의 헌납은 필요할 것이라고 사료가 됩니다.”

난 이의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대신들은 어떻습니까?”

내 물음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개경공의 말이 옳습니다.”

외숙인 이고 대장군이 옳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대신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쾅!난 다시 한 번 탁자를 내려 쳤다.

“내가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하오나 태자마마!”

그대 염신약이 내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다른 생각이 있으십니까?”

“송구하오나 공신들의 공신전을 적몰한다면 누가 다시 황실을 위해 목숨을 내놓겠습니까? 태자마마! 깊이 생각해 주시옵소서.”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무엇인가를 내놓게 해도 숨통은 열어주고 내놓으라고 해야 하는 법이다.

“옳은 말씀이시오.”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그럼 이러면 어떻습니까?”

난 대신들을 빤히 봤다.

“하명 하시옵소서.”

“공신들과 귀족들이 가지고 있는 땅의 2할만 헐벗은 백성들을 위해 내놓는 겁니다.”

순간 이제는 대전이나 다름이 없는 내 내실이 싸늘하게 식었다.

“왜 그것도 싫습니까?”

내가 이렇게 강하게 나갈 수 있는 것은 내게 15만의 대군이 있기 떄문이다. 지금까지 고려태자 중에 15만의 대군을 보유한 태자는 없었다. 아니 황제도 그런 힘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황제가 신하들에게 끌려 다닌 거였다. 하지만 난 다르다.15만의 대군들을 해산시킬 수 없다면 철저하게 이용할 참이다.

“아, 아니옵니다. 태자마마!”

“그리고 농토도 아닌 황무지는 황실을 위해 헌납을 하는 겁니다. 그럼 내가 땅이 없어 유민처럼 떠도는 백성들에게 나눠주겠습니다. 그리 되면 땅을 얻은 양민들은 여러분들을 칭송하게 될 것입니다.”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개경공 이의방이 우렁차게 대답을 했다. 저렇게 소리치니 누구라도 더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내 생각이 어떻습니까?”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대신들이 합창을 하듯 내게 말했다.

“그리고.”

난 다시 사납게 대신들을 노려봤다.

“내가 감찰어사들에게 명을 내렸습니다. 함부로 양민들의 땅을 착복한 자가 있다면 지위와 고하를 막론하고 감찰어사대의 뇌옥에 하옥부터 시키라고.”

내 말에 대신들은 얼음처럼 굳어졌다.‘다들 내 백성들의 고혈을 빨았구나.’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런 자들이 있다면 귀족들의 수치이옵니다.”

이고 외숙이 대신들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대신들도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허나 견물생심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 고려는 지방의 토호들과 귀족들이 태조폐하를 도와 세운 나라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그런 참담한 죄를 지었다고 해도 크게 벌할 수 없는 제의 마음입니다.”

몰아쳤으면 살살 달랠 필요도 있는 법이다.

“황공하옵니다.”

“견물생심으로 혹여 양민들의 땅을 갈취한 귀족들이 있다면 모두 돌려주라고 하세요. 그럼 더는 죄를 묻지 않겠습니다.”

난 단호하게 말했다.

“황공하옵니다.”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입니다. 저도 그걸 압니다.”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난 이렇게 면죄부 아닌 면죄부를 줬다. 그리고 얻어지는 것은 양민들에게 돌아갈 토지일 거다.‘토지는 양민들에게 돌려주고 황무지는 개간을 해서 유랑민들에게 나눠주면 되는 것이야!’이제 겨우 작은 것 하나를 공표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저는 노비안검법을 강화할 참입니다.”

대신들에게는 산 넘어 산일 것이다. 대신들의 표정은 시시각각 굳어졌다.‘고얀 것들!’저런 표정인 것은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귀족들은 양민들을 겁박해서 노예로 만들었다는 증거일 거다. 그리고 가문에 가난에 어쩌지 못하는 양민들을 노비로 받아드렸다는 증거이기도 할 거다.

“노비안검법을 강화하면 억울하게 노비가 된 자들이 구제가 될 겁니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북천이 나를 보며 말했다.

“물론 이 노비안검법을 실행하고 조사할 곳도 감찰어사대가 될 것입니다.”

내가 부마도위가 된 후 권력의 중심에 선 곳은 감찰어사대와 견룡대였다. 그들은 나를 중심으로 무소불의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물론 그 권력은 모두 나와 고려를 위해 쓰이는 거지만 말이다.‘몰아치는 김에 확실하게.’난 잔뜩 긴장한 대신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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