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42화 (442/620)

<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역시 위위경 이의방은 내가 엄청난 것을 줬으니 또 엄청난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아는 듯 내게 말했다.

“장인께서 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셔야겠습니다.”

“당연한 말씀이옵니다. 소신이 무엇을 하면 되옵니까?”

“장인어른.”

“예. 태자마마!”

“저는 이 고려의 병폐라고 할 수 있는 귀족들의 땅을 양민들에게 돌려줄까 합니다.”

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이 놀라 날 봤다.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이 고려는 좁은 곳입니다. 농토도 많이 부족을 하고요. 그런데 귀족들이 너무 많은 토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세금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토, 토지개혁을 생각하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장인께 개경공의 작위를 내리는 겁니다.”

엄청난 땅을 내리고 바로 토지개혁을 한다는 말을 들으니 놀라는 위위경이었다.

“그 무슨 말씀이신지,,,,,,,.”

“개경의 농토를 다 내놔도 벽란도가 있습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그곳에서 벌어드리는 조세만 해도 충분히 농토에서 나오는 조세를 능가할 겁니다.”

“그, 그렇기는 하옵니다.”

“귀족들의 반발이 줄어들게 본을 보여주세요.”

“태자마마!”

“예. 그렇게 해 주세요.”

“하오나 벽란도의 조세는 대대로 황실 내탕고로 들어가는 조세입니다.”

“개경공이 되셨으니 당연히 그 중 일부를 나눠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이옵니까?”

“5할은 황실에게 또 5할은 장인의 몫입니다.”

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이 입술을 깨물며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중원의 땅은 넓습니다. 차후에 귀족들에게 충분히 보상할 것입니다. 북벌을 위해서는 세수확보와 물자증산이 가장 시급합니다.”

“그렇기는 하옵니다.”

“그리고,,,,,,,.”

“또 있사옵니까?”

“제가 앞으로 조세를 현물이 아닌 쌀로 받을 생각입니다.”

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은 더욱 눈이 커졌다.고려초기의 토지제도 정비과정을 보면, 940년쯤 태조폐하의 치세 23년에 역분전(役分田)을 실시했다.

역분전은 고려 건국과정에서 태조를 도운 신하들에게 품계가 아닌 충성도(忠誠度)에 따라 지급된 토지로 논공행상의 성격을 지녔다. 우선은 호족과 신하들의 마음이 변하지 않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으니 말이다.

아마 모든 신생 왕국은 그런 과정을 거쳤을 거다. 아마 그때는 신하와 호족들이 가장 두려운 존재였을 거다.

그 후 집권체제가 안정된 후 전시과제도가 전국가적 규모로 실시되어 현직 및 퇴직자에게 관직의 고하와 인품에 따라 전지와 땔나무를 얻는 땅을 지급하였으나 이 역시 역분전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려의 토지제도는 그때부터 잘못 된 거였다.

신하들의 눈치를 봤기에 그렇게 된 거다.이후 토지제도 체제가 정비된 것은 목종 폐하의 시체 1년이 되던 해였다. 그리고 비로소 성종폐하의 치세에 와서야 관제를 기준으로 관직의 고하에 따라 18과(科)로 나누어 토지를 지급한 개정전시과를 마련했다.

개정전시과는 문종폐하의 치세 30이 되는 해에 경정전시과로 개정되었는데, 이의 특징은 토지지급의 결수가 줄어들었으며 다소 불공평했던 무관에 대한 대우가 상승했다.또 조정에서 물러난 신하들은 토지 지급대상에서 제외하였고 현직관리에게만 지급했다. 그렇기에 조정에서 물러난 신하들은 개인적인 토지를 축재하는 일에 몰두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렇게 지급된 토지는 수조권(收租權)의 귀속 여하에 따라 공전(公田)과 사전(私田)으로 나누어 지급하였다. 지급된 토지는 완전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수조권만을 일정기간 인정하였는데, 이것은 모든 토지 관리권을 국가가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건 다시 말해 고려의 토지는 권력을 가진 자의 것이 된다는 거였다.이 역시 병폐라면 병폐였다.

그리고 토지의 종류로는, 과전(科田)·공음전(功蔭田)·공해전(公?田)·군인전(軍人田)·외역전(外役田)·내장전(內庄田)·구분전(口分田)·한인전(閑人田)·궁원전(宮院田)·사원전(寺院田)·둔전(屯田)·투화전(投化田) 등이 있었으나 거의 대부분 귀족들이 차지하게 됐다. 그걸 이제 원래의 종류대로 돌려놓으려 하는 것이 내 토지개혁의 시작이지만 결국 양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끝이 될 것이다.

“태자마마! 하오시면 공부까지 모두 다 쌀로 조세를 바치게 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장인어른.”

공부라는 것은 지방의 특산물을 나라에 바치는 것인데, 주와 현에서 해마다 바치는 상공(常貢)과 소(所)에서 생산된 특정물건(금·은·동·종이·먹 등)을 바치는 별공(別貢)과 과일나무·삼밭[麻田] 등에 부과하는 잡공(雜貢)이 있고 그 공부 때문에 백성들의 고통은 더욱 늘어나고 있었다.나라에 바치는 공부의 양이 2라면 공부를 거둬드리는 관리들이 백성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4나 5이니 더없는 착복이 분명할 거다.

“또한 사전에서 수확하는 1/2을 조로 바치는 것을 1/10으로 낮추고 공전의 경우를 1/2로 늘릴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귀족들에게 이롭게 되는 것이 아니옵니까?”

“장인께서 개경인근의 농토를 국가에 헌납하실 것이 아닙니까?”

“그렇사옵니다.”

“고려의 농토는 모두 황실의 것입니다.”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그렇기는 하옵니다.”

“제가 개경인근의 토지를 장인께 내렸습니다. 그러니 기존 그 땅을 차지하고 있던 귀족들은 이제 그 권리가 없는 것이지요.”

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이 날 다시 봤다.

“하오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옵니다. 태자마마!”

“병권을 쥐고 있는 제게 또 장인께 누가 감히 반발을 한단 말입니까. 이 모든 것이 다 고려를 위함입니다. 저는 장인께서 황실에 다시 헌납한 농토를 노비안검법으로 구제된 양민들에게 나눠줄 생각입니다.”

“으음,,,,,,,,.”

“결국 조세를 내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귀족들이 아니라 힘없는 양민들입니다. 나는 귀족들보다 조세를 성실히 내는 양민들이 더 필요합니다.”

“하오시면 요역은 어찌하옵니까?”

16세 이상 60세 이하의 평민 남자는 병역과 부역의 의무가 있었다. 이것을 요역이라 한다.

병역은 군포(軍布)로 대납할 수 있었으며, 부역으로 토목공사에 동원될 때의 식사(食事)는 자기가 부담하였고 호적(戶籍)은 3년마다 재 작성했다. 하지만 호적이 다시 작석 될 때까지 죽은 자들이 있다면 그에 대한 병역과 부역을 부담해야 했고 그것은 또 양민을 힘들게 하는 일 중에 하나였다.일종의 인두세를 거둬드리는 거였다.

“그 역시 쌀로 받을 것입니다.”

“군포를 말이옵니까?”

“이제부터는 병역을 군포로 대납하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귀족들의 군포를 양민들이 대신 낸다는 것을 아십니까?”

“알고 있사옵니다.”

“이 어디 양민들이 편히 살 수 있는 고려입니까?”

“송구하옵니다. 태자마마!”

“부역을 동원할 때도 끼니도 주지 않는 고려입니다. 고려 전국에서는 굶어죽는 아이들이 넘쳐나는데 귀족들의 곡간에는 쥐새끼들이 배가 터져 죽는답니다. 이런 고려는 절대 요동을 차지할 수가 없습니다. 싹 바꿀 것입니다. 싹!”

“예. 태자마마! 하오나 귀족들의 반발이,,,,,,,.”

“사병을 혁파할 때도 반발하던 귀족들이 있었습니다.”

“예. 태자마마! 그랬사옵니다.”

“그들이 어찌되었습니까?”

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의 표정이 굳어졌다.

“제게는 여전히 15만의 대병이 있습니다. 그들이 충성을 하는 한 누구도 감히 내 의지를 꺾을 수 없습니다. 장인어른!”

난 이제부터 강군정치를 시작할 판이다. 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 집단인 15만의 병사들을 해산시킬 수 없다면 그들을 최대한 이용해야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토지개혁과 조세개혁이 반드시 필요했다.배고픈 자중에 끝까지 충성할 자는 없으니 말이다.

“하오나 너무 빠른 개혁은,,,,,,,,.”

탁!난 거칠게 탁자를 내려쳤다.

“개경공! 진정 내 마음을 모르시겠다는 겁니까?”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위위경 이의방이 머리를 다시 조아렸다.

“소장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태자마마의 장인이옵니다. 어찌 태자마마의 마음을 모르겠사옵니까? 허나 반대하는 모든 귀족을 베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백성의 고혈을 짜는 귀족은 필요 없습니다. 백성이 굶주리고 서러워지면 고려의 미래는 없습니다.”

“아옵니다. 태자마마! 아옵니다. 하오나 조금은 고정하셔야 하옵니다.

귀족들이옵니다. 그들이 귀족이 된 이유는 다 있는 것이옵니다.

그들은 이 고려의 핵심이옵니다. 태자마마!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한다고 태조 폐하께서 주창하셨으나 결국은 그 모든 것이 다 신라를 따른 것들이옵니다.

정승공이 신라를 들어 받치고 얻은 것은 신라 황족의 구명이 아니라 이 고려를 신라의 바탕 아래 올려 세운 것입니다. 태자마마! 고려의 핵심은 신라처럼 귀족이옵니다.

모든 귀족과 척을 지시면 아니 되옵니다.”

“그들도 처음부터 귀족이었겠소?”

“그건 아니옵니다. 허나 귀족이 될 만하니 된 것이옵니다.”

“그럼 이제 그 자리를 내놓을 만하니 내놓게 되는 겁니다. 장인께서 나를 도와주셔야지요.”

“여부가 있겠사옵니다. 물론 그리 할 것이옵니다. 허나 모든 귀족을 적으로 돌리시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옵니다. 태자마마!”

“잘 알겠소. 명심하겠소.”

“예. 태자마마! 태자마마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소신은 잘 알겠사옵니다. 그러니 너무 급한 행보는 조금은 늦추셔야 하옵니다.”

“내 고려하겠소이다.”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개경공.”

“예. 태자마마!”

“이제 내 아내인 이연을 부르셔야지요.”

주고받고 밀고 당기고 이러는 것이 정치고 통치다.

“예. 알겠사옵니다.”

“내 참 많이 보고 싶소.”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곧 태자책봉식에 제일 중앙에 서게 할 것이오.”

내 말에 위위경 아니 이제는 개경 공이 된 이의방이 날 봤다. 물론 감격의 눈빛이다.‘위치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고려에는 한 황제에 여럿의 황후가 있다. 이렇게 된 것은 태조폐하께서 호족들을 끌어안으셨을 때 많은 눈치를 봤기 때문일 거다.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내 장인이신 개경 공에게 하나만 알려드리리다.”

“예. 태자마마!”

“누구든 내 장자를 낳게 되는 태자비가 태후가 될 것입니다.”

“예?”

개경공 이의방이 놀라 날 다시 봤다.

“진, 진정이시옵니까?”

“그렇소. 물론 그 자질도 중요할 것이나 장자계승을 난 어느 정도 지킬 생각입니다. 그러니 어서 서경으로 데리고 오세요. 기회는 공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난 그렇게 생각하며 백화의 얼굴을 떠올렸다.개경에서 이연을 부르면 백화를 불러야 한다.

처음에는 3명의 아내들이 복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지금은 조금씩 여난으로 변하고 있었다.

‘강일천공이 금에서 오실 때가 되었는데,,,,,,,.’백화를 떠올리면 같이 떠오르는 인물이 강일천이다. 청렴하고 결백하시던 분이었으나 그분이 그 의지를 꺾은 후 가장 내게는 걱정이 되는 인물로 변했다.

원래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이 세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어쩌면 내 개혁에 가장 크게 반대할 귀족 중 하나가 되시겠지.’나도 모르게 어금니가 깨물어졌다.

개경 귀족의 핵심은 강일천과 김돈중이다. 김돈중이야 모든 기반을 잃었기에 크게 걱정할 것은 못 되지만 강일천은 달랐다. 또 내 장인이다.

이제 개경공이 된 위위경처럼 때로는 단순해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강일천인 거다. ‘이 고려를 위해,,, 또 백화를 위해,,,,,,,,.’탁자 아래 내려놓은 손을 힘껏 쥐었다.

“예. 태자마마!”

난 내실 문쪽을 다시 봤다.

“밖에 무장 있는가?”

“예. 태자마마!”

쿵쾅! 쿵쾅!무장이 급히 다시 복도를 뛰어왔다.

“조정의 대신들이 오래 기다리신 것 같다.”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모두 들라 하라.”

무장이 다시 내게 부복을 하고 돌아서서 급히 전각 밖으로 뛰어갔다. 그의 발걸음이 힘찬 것처럼 내 개혁도 힘찰 것이다.‘모두의 심장을 뛰게 만들 것이다. 내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것이야!’

무장이 다시 내게 부복을 하고 돌아서서 급히 전각 밖으로 뛰어갔다. 그의 발걸음이 힘찬 것처럼 내 개혁도 힘찰 것이다.‘모두의 심장을 뛰게 만들 것이다. 내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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