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사실 태조께서는 노비가 된 양인 가운데 1200여명을 방면하셨고 그 후에도 노비가 된 양인들을 노비의 굴레에서 풀어주시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태조와 광종께서는 끝내 그 개혁을 성공시키지 못하셨다. 이 고려에 또 고려민에게 노비라는 계급이 있는 한 절대 노비안검법은 성공을 거둘 수 없다.
노비라는 존재가 없다면 어쩌면 노비안검법 자체는 필요도 없은 것이 될 거다.‘첫 번째로 활활 태워야 해!’내 영혼이 살던 현대에도 왕은 존재했다. 하지만 왕이 있고 황제가 있는 왕국이라고 해도 노예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노예라는 신분자체를 없애야 한다.물론 그것은 고려백성들에 한해서다.
앞으로 정복할 곳에서 내게 항거하고 대항하는 자는 누구든 다 노예로 만들 것이니 말이다.
“무제 그대가 개경 황성을 활활 불태워줘야겠네.”
난 나직이 무제에게 말했고 무제는 놀라 날 다시 무엄하게 뚫어지게 봤다.
“태, 태자마마!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황성을 태우는 목적은 두가지네.”
“예. 태자마마!”
“이미 황제폐하께서 서경 천도를 명하셨네. 그러니 개경에 남고 싶어 하는 자들의 의지를 꺾기 위해서라도 개경 황성은 불타야 할 것이네.”
분명 과격한 지시일 거다.
“그렇기는 하오나,,,,,,,.”
“또 하나 황궁 서고에는 노비록과 가병록이 있네. 이 고려의 모든 노비들을 기록한 문서지. 그것을 태운다면 노비들을 해방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네.”
“어찌하여 그리 하여야 하옵니까?”
무제의 생각으로는 노비를 해방시키겠다는 내 생각을 이해할 수 없을 거다. 그도 그저 이 고려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니 말이다.
“무제!”
“예. 태자마마!”
“황제와 황족아래 만백성은 균등하고 평등하여야 인재가 더 많이 나오는 법이네. 그게 내 첫 개혁이네.”
내 말에 무제가 너무나 놀라 눈동자가 커졌다.
“만, 만백성이 평, 평등하다고 하셨사옵니까?”
“부처님의 자비 아래에는 모든 자가 평등하지 않나?”
“하오나,,,,,,,,.”
“후장상의 씨는 따로 없네.”
내가 한 말 중에 빠진 것은 왕일 거다.
“모두가 능력이 있다면 귀족이 되고 관리가 되고 또 무장이 되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이 바로 고려가 될 것이고 그런 고려는 중원을 지배하게 될 것이네.”
내 말에 무제가 감명을 받은 것 같다.
“태, 태자마마,,,,,,,.”
물론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박애주의자이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노비가 있건 말건 상관이 없다. 하지만 노비가 없다면 더 많은 인재가 등용될 것이고 또한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게 된다.세금은 곧 창이고 검이고 준마다.고려가 부유하지 못하면 불벌도 요원하다.
“그대가 나와 이 고려를 위해 개경 황궁을 활활 태워줘야겠네.”
“소장,,, 소장 무제! 태자마마의 크나큰 뜻을 받잡겠나이다.”
무제는 목소리까지 떨리며 내게 말했다.‘노비문서가 없다면 지방 호족과 귀족들의 힘은 분명 축소될 것이야! 그리고 토지까지 일부 몰수한다면 호족과 귀족들의 기득권을 소멸시킬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새롭게 나를 위한 신귀족집단을 만들 것이다.
’내 개혁의 시작은 철저한 파괴다.또한 계급의 타파다.
진정 이 고려에 노비가 많다는 것은 귀족들의 배만 불려주는 일이 될 거다. ‘귀족들의 기반이 되는 두 가지 중 우선은 노비제도를 무너트려야 한다.
그 다음은,,,,,,,,.’당연히 토지 개혁이다.귀족들이 너무 많은 땅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남변은 치안이 불안하다.
곡창지대라 할 수 있는 전라도 지역은 끊임없이 봉기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물산이 풍부한 경상도 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토지개혁과 함께 대단위 황무지 개척이 필요하다.
’서경성 옆에는 대동강 평야가 있다. 이곳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탐라도 보낸 탐라유수에게 많은 것을 기대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일이 꽤나 걸리는 일.그러니 안에서부터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힘이 축적되면 요동으로 진격을 하는 거다. 요동!3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 시간동안 나의 고려는 많은 것이 변해야 한다.
“나는 아무런 사심이 없는 무제 그대만 믿을 것이네.”
“예. 태자마마!”
“그대도 알다시피 이번 일은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네.”
“명심하겠사옵니다.”
“모든 귀족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 할 것이네.”
“그렇사옵니다.”
“황실 서고에 기록된 노비문서가 없다면 바로 난 다시 노비안검법을 발동시킬 것이야! 그럼 귀족들도 아무 말도 못할 거고.”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조의들을 이용하시게. 또 반란군의 잔당처럼 보이게 꾸미시게.”
“명심하겠습니다.”
“내 뜻을 알았다면 물러가시게.”
“예. 태자마마!”
무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장! 무제 물러가겠나이다.”
“그래. 난 그대만 믿을 것이네.”
“예. 태자마마!”
그렇게 무제가 뒷걸음질을 치며 내 내실에서 물러났다.
“밖에 호위 무장 있나?”
“예. 태자마마!”
우렁찬 대답이 들렸다. 그리고 복도를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고 되겠나이까?”
“들어와.”
“예. 태자마마!”
“가서 위위경을 모시고 오시게.”
“예. 알겠나이다.”
무장이 급히 돌아서서 내실을 빠져나갔다.‘그래도 장인은 장인이니 장인을 챙겨야겠지.’난 피식 웃었다.
"내 개혁에 선봉을 서실 분은 있어야 하지.'
“부르셨나이까? 태자마마!”
위위경이 내실로 들어서며 공손이 내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자신을 세 번째로 부른 것에 대해 조금은 불만스러운 목소리였다. 내 총애를 갈구하는 눈빛으로 왜 이제야 당신의 장인인 나를 불렀냐는 눈빛도 같이 보였다.
“와서 앉으세요. 장인어른.”
“예. 태자마마!”
한 번은 사양해야 할 것인데 위위경 이의방은 아무런 사양도 없이 바로 자리에 앉았다.
“하명하실 일이 있사옵니까?”
아마 이미 내가 경대승의 아비인 경진에게 충주백을 내렸다는 것을 들었을 위위경일 거다. 그리고 그것이 못내 서운한 위위경 이의방이기도 할 것이다. 군주는 신하가 원하는 것을 주고 충성을 이끌어내는 존재다.
물론 그 신하가 원하는 것 역시 군주가 암암리에 의도한 것이어야 하지만 말이다.내가 그렇기에 경대승의 아비인 비루한 경진에게 충주백을 내린 이유 중 하나였다.
“장인어른!”
“예. 태자마마!”
“그러고 보니 장인께서는 변변한 작위도 없으셨습니다.”
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태, 태자마마!”
“사위도 자식인데 너무 제가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아니옵니다. 태자마마! 소신은 태자마마의 업적에 동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옵니다.”
“그렇지요. 그게 장인의 마음이지요. 하지만 충성에 대한 보답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소신에게 그런 마음을 가져주시는 것만으로도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장인어른!”
“예. 태자마마! 말씀하시옵소서.”
“정승공을 아십니까?”
“정승공이라 하시면,,,,,,,,.”
정승공은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다. 그는 태조폐하께 귀부하여 동경을 다스리는 사심관이 된 위인이다.
고려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천년사직 신라를 받치고 겨우 얻은 것이 동경이니 참으로 그릇이 작은 위인이 분명할 거다. 허나 분명한 것은 무척이나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한 인물이기도 했다는 거였다.
나라가 망하면 그 나라의 황족부터 씨를 말린다. 신라의 황족을 구원한 사람이 바로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한 정승공이었다. 그러니 신라방 총방주도 내 가신이 될 수 있었던 거였다.
그도 신라황족의 후예이니 말이다.
“장인어른.”
“예. 태자마마!”
“개경공은 어떻습니까?”
“예?”
위위경 이의방이 놀라 내게 되물었다.
“황제폐하께서 서경으로 천도를 공표하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고려의 황성은 서경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개경을 든든히 다스려야 할 분이 필요합니다. 개경사심관이 되시고 개경공이 되어 주십시오.”
이것은 파격일 것이다.
“태, 태자마마!”
“사양하지 마세요.”
물론 위위경 이의방은 절대 사양할 위인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서경으로 천도를 한다고 해도 고려의 경제의 중심은 한동안 개경이 될 것이다. 그런 곳을 식읍으로 내가 내렸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할 거다.
“태, 태자마마.”
“그저 제 마음입니다. 받아주세요.”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줬으니 이제 하나를 얻어야 한다.
“정승공에게는 아들이 있었지요.”
정승공의 아들을 떠올리면 단 하나 생각나는 것이 마의태자다.
“무슨 말씀이신지,,,,,,,.”
경순왕은 935년 10월 쯤 신라는 후백제 견훤(甄萱)과 고려 태조 왕건(王建)의 신흥세력에 대항할 길이 없자 군신(君臣)회의를 열고 고려에 항복할 것을 논의했다. 경순왕이 후백제의 견훤에게 귀부하지 않고 고려 태주폐하에게 귀부를 한 것은 고려가 외교적으로도 후백제의 우위에 있었기 때문일 거다.
그때 유일하게 반대를 사람이 바로 태자인 마의태자다. 그는 신라 천년사직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 없다고 반대하였으나, 결국 고려에 귀부(歸附)를 청하는 국서(國書)가 전달되었다.
태자는 통곡하며 개골산(皆骨山: 金剛山)에 들어가 베옷[麻衣]을 입고 초근목피로 여생을 보냈다는 전설이 있다. 내가 이 시점에서 마의태자를 거론한 것은 내 장인인 이의방의 아들들 때문이다.
어느 역사에서도 이의방의 딸의 기록은 있지만 그의 아들에 대한 기록은 없다. 다시 말해 변변치 못한 위인이라는 거다.
호랑이가 호랑이를 낳지만 사람은 가끔 사람답지 못한 개자식을 낳기 마련이다.
“아비와 아들이 뜻이 다르면 안 되는 겁니다.”
내 말에 이의방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상을 찡그렸다.
“송구하옵니다. 태자마마! 하는 짓이 워낙,,,,,,,,.”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예. 그렇사옵니다. 워낙 망나니짓을 하고 다녀서,,,,,,,,.”
자식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위위경 이의방에게는 딸인 이연이 있기에 그래도 다행일 거다. 꽤나 총명한 머리를 가졌으니 말이다.
“따끔하게 매제를 혼을 내셔야 할 겁니다. 마이태자처럼 초근목피로 지낼 수도 있습니다.”
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이 놀라 날 봤다.
“태, 태자마마,,,,,,,.”
“마의태자야 스스로 개골산에 들어갔지만 이러다가는 매제는 어느 무인도에 유배될 수도 있습니다. 본보기로 말입니다.”
난 차갑게 말했다. 이것은 위위경의 아들을 그렇게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위위경 이의방에게 하는 말이다.
아비의 말을 따르지 않았던 마의태자는 스스로 개골산에 가서 초근목피로 지냈다. 그건 다시 말해 내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아무리 내 장인이라고 해도 그리 될 수 있다는 위협을 하는 거다.
하나를 줬으면 준동하지 못하게 위협을 해야 한다.이것이 나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나이다. 소신! 절대 경거망동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하하! 그렇게 생각을 하지 마시고요. 제가 매제가 걱정이 돼서 하는 말입니다. 귀족들의 자제들이 백성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곧 엄벌을 내릴 참인데 매제만 그냥 봐 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백성들의 인심을 좀 얻으라는 겁니다.”
“예. 태자마마!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나이다.”
대답은 그렇게 한 이의방이지만 여전히 그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너무 표정이 어둡습니다.”
“아, 아니옵니다. 태자마마!”
“그리고,,,,,,,.”
“예. 태자마마! 하명하시옵소서.”
“그리고,,,,,,,.”
“예. 태자마마! 하명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