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내 명을 받은 만적이 조심히 내가 있는 내실 안으로 들어섰고 그의 뒤에는 아무리 봐도 고려인이 아닌 사내 셋이 고개를 조아리고 따라 들어와 머리를 조아렸다.
“신 만적! 태자마마를 뵈옵니다.”
“왔는가?”
난 만적의 뒤에 있는 사내들을 보고 또 훌쩍 커버린 만적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예. 태자마마!”
“어찌되었나?”
“이자들이옵니다. 송나라 등주와 금의 증도까지 뒤져서 찾은 자들이옵니다.”
“그런가?”
난 사내들을 봤다.
“준비는 다 된 것인가?”
“예. 태자마마!”
“확실하지?”
“길잡이로써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옵니다.”
“수고했다.”
“감사하옵니다. 태자마마!”
“태자마마! 저들이 누구이옵니까?”
경대승이 내게 물었다. 그의 눈에는 한없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경대승 장군! 저들은 그대를 위해 내가 1년 전부터 전부터 준비해온 이들이다.”
“예? 1년 전부터 준비해온 자들이라 하셨습니까?”
“그렇다. 저들은 초원에서 온 자들이다.”
내 말에 다시 한 번 경대승이 놀라 날 봤다. 경외와 두려움 그리고 의구심까지 동반한 그런 눈빛이었다. 또한 내 철두철미한 모습에 온몸을 부르르 떠는 것 같았다.
“저들이 경장군 그대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태자마마!”
“왜 그렇게 놀라는가?”
“그리 대단한 인물이옵니까?”
“뭐가?”
“태자마마께서 찾으라고 하신 사람이 그리 대단한 인물이옵니까?”
“테무친?”
난 테무친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대단할 것이다.
참으로 대단할 것이다.식자우환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그를 알기에 그가 이룬 것을 알고 또 그가 파괴한 것을 알기에 난 테무친이 칭기즈칸이 되는 것이 두렵다. 또한 겨우 초원의 사나운 늑대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두렵다.
그들이 뭉치게 되면 파괴자가 될 것이고 파괴의 집단이 될 것이다.몽골군!그들은 이 아시아의 역사를 바꾼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판도를 바꿔 놨다. 그래서 난 두렵고 또 두렵다.
내가 많은 것을 알기에 더 두렵다.
“그렇사옵니다. 그 테무친이라는 자가 그리 두려운 존재이옵니까?”
“고려를 가장 위급에 빠트릴 두 인물 중 하나다.”
“진, 진정이시옵니까?”
경대승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그에게 비친 나는 절대자에 가까울 거다. 그런데 내가 두려운 자가 또 있다고 하니 놀라는 것 같았다.
“그렇다. 진정이다. 초원의 부족들은 개개각각으로는 참으로 강성하다. 전사로써 그들을 따를 자가 없다. 개개인으로는 참으로 강하다. 허나 부족으로 나눠져서 그 습성이 약탈과 반목으로 점철되어 하나로 통합되지 못했다. 그것이 그들의 최고의 약점이지.”
“약점이라고 하셨습니까?”
“강한 것들은 서로에게 동화되지 못하지. 항상 자신만이 강하다고 생각을 해서 누구의 밑에 있으려고 하지 않지. 그래서 싸우고 투쟁하는 거지.”
“하오시면,,,,,,,.”
“그 강한 것들을 희석시킬 정도로 강한 자가 등장하여 그 초원의 늑대들을 통합한다면,,, 그것을 통합한 무리가 선비이고 그들은 통합된 힘을 이용해 북위를 건설했다. 그들이 다시 뭉쳐진다면 고려의 위급만이 아니라 금과 송은 물론이고 열국이 모두 위급해 질 것이다.
그것을 막아야 한다. 고려가 더 큰 힘을 키우기 전까지 막아야 한다.
”
내 말에 경대승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 진정 그렇사옵니까? 그리 두려운 존재입니까?”
“그렇다. 위험한자이고 위태로운 자이다.”
“하오나 아직 어리다하지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한 말에 의구심이 드는 경대승일 거다. 그는 테무친이 누구인지 모르니 그럴 거다.
“그는 몽골부의 정통이다. 그 아비 에수가이가 몰골부 4대 족장이 될 수 있었으나 타타르 부의 암계에 독살이 되어 다시 몽골 부는 분열했다. 허나 정통이 다시 바로 서면 몽골은 다시 하나로 뭉쳐질 것이다.”
“몽골이라니요?”
경대승이 처음 듣는 말일 거다.몽골이라는 단어가 보편화된 것은 13세기부터이니 말이다.
“그렇게 불릴 것이다. 초원의 부족들이 통합이 된다면.”
“알겠사옵니다.”
“또한 그것만이 그대가 초원으로 가야 할 이유는 아니다. 말했듯 초원에 흩어진 선비족을 모아 내게로 데리고 와라. 그들이 내게 또 고려를 한다면 5만의 기마군단을 바로 창군할 수 있을 것이다.”
속말말갈족 족장 타이모가 내게 귀부를 하고 나는 뛰어난 말갈기마대를 얻었다. 1천의 기마대.하지만 금은 그 100배 이상의 기마군단이 있다.
금을 꺾기 위해서는 나도 최소한 그 반수에 달하는 5만위 기마대가 필요하다. 요동군의 기마군단만 10만이다. 그러니 최소 난 5만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 화약무기가 있어야 한다. 또한 그보다 더 잔인한 것도 꾸며야 한다.
내가 지옥으로 가더라도 그래야 한다.
그래야 고려가 산다. 내가 잔인해져야 고려가 강해지고 또 커진다. 내가 당장 강해지지 못한다면 적이 약해지는 것을 노릴 수밖에 없다. 매정하고 배정하고 잔인해져야 한다. ‘화약무기 이상의 것도 필요해,,,,,,,,.’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리고 나를 보고 있는 경대승을 다시 봤다.
“그리고 초원의 전사들을 내게로 이끌고 와라! 그들이 있다면 금을 정벌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한 초원의 말들이 필요하다. 나는 이 막중한 소임을 그래서 그대에게 맡기는 것이다.”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의 명을 신명을 다해 받잡겠사옵니다.”
“그대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마라.”
“예. 태자마마!”
“소장! 경대승 목숨을 다해 태자마마의 뜻을 받잡겠나이다.”
“고맙네. 그대가 가는 길은 위태로운 길이고 또 위험한 길이며 고려인으로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다. 참으로 고단하고 외로우며 어려운 길이 될 것이다.”
“감내하겠나이다. 고려를 위한 일이라면 감내하겠나이다.”
“그대의 충정을 이 고려는 잊지 않을 것이다.”
이 고려는 곧 나다.난 경대승의 충정을 잊지 않을 것이다.
“황공하옵니다.”
“그대는 고려의 영웅으로 또 그대의 가문은 영웅을 낳은 가문으로 만년 고려의 기둥이 될 것이다.”
“예. 태자마마! 황공하옵니다.”
“경대승!”
“예. 태자마마!”
“그대에게 별초군 100과 조의100을 줄 것이다. 그대는 이 태자를 위해 또 고려를 위해 초원으로 가라.”
“예. 태자마마! 그런데 태자마마,,,,,,,.”
경대승의 눈빛이 내게 뭔가를 묻고자 했다.
“왜 그런가?”
“소장이 그 테무친이라는 자를 찾아 어찌하면 되옵니까?”
“말하지 않았나?”
“중요한 일이라 다시 여쭈는 것이옵니다.”
“시련을 모르고 위험을 모르며 고난을 모르는 배부른 돼지로 만들어라. 그대가 모든 것을 해 주고 또 모든 것을 고민하지 않게 만들어줘라. 그러면 그는 차가운 초원으로 만족할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경대승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시련은 소년을 성숙시킨다.고통은 청년을 강하게 만든다.역경은 족장, 자신의 부족함이 뭔지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겨내는 자는 지배자자 된다. 테무친이 다시 칭기즈칸이 된 것은 그 어린 날부터 이어져왔던 시련과 고통 그리고 수많은 역경들을 모두 이겨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다.
고난을 격지 않은 강자는 없다.사람은 고통으로 강해진다. 그리고 철저히 테무친은 그런 방식으로 강해졌다.
난 그것을 막으려는 거다. 경대승을 통해,,,,,,,,.
“태자마마!”
“무엇인가? 물어볼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물어보라.”
“태자마마께서 이 고려에 두 가지 위협적인 인물이 있다고 했사옵니다.”
“그랬었지.”
“또 한 명은 누구이옵니까?”
“누굴까?”
“예?”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자이지.”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회상에 빠져들었다.
“하명하실 것이 있습니까? 부마도위!”
내가 그를 만날 때는 부마도위였을 때다. 견룡행수로 조 필지 상단을 와해시키고 벽락도를 손에 넣고 쓰러져가는 신라방에 힘을 실어줄 때였다.
“예. 부탁드릴 것이 있소이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신라방 총 방주였다.
“부탁이라니요? 제가 입은 은혜가 하늘같습니다. 무엇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옵니다. 저는 은혜를 모르는 금수는 아닙니다. 신라방이 다시 중원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인삼을 이용해 조 필지 상단을 와해시켜주시고 저희들에게 힘을 실어주신 부마도위의 은혜 때문이옵니다. 잊지 않고 있사옵니다.”
“그럼 제가 부탁하나 드리겠소이다.”
“예. 부마도위!”
“반묘라는 것을 아십니까?”
내 말에 신라방 총방주는 놀라 날 봤다.
“부마도위께서 어찌 반묘라는 것을 아십니까?”
반묘는 곤충의 하나다. 기뢰라는 것으로 몸길이는 대부분 10∼20mm이나, 25∼30m 정도가 된다.
일반적으로 몸은 가늘고 길며 연약한 편이나 가죽과 같은 껍데기로 쌓여 있다. 몸 빛깔은 대부분 어두운 검은색·회색·갈색·황갈색 또는 선명한 금속성 홍채가 있다. 또한 위험을 느끼면 다리의 관절이나 몸의 다른 부분에서 부식성 액체인 칸타리딘을 내뿜는 습성이 있는데 이 물질이 피부에 닿으면 물집이 생기니 독에 가깝다.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던 곤충이다. 고대 서양 사람들은 신장병 치료약이나 자살용 약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냥 좀 압니다.”
내가 반묘를 아는 것은 내가 미래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미래의 기억의 기본은 드라마다.내가 본 드라마에서 반묘가 나온다. 허준!그 드라마에서는 반묘를 이용해서 사람을 독살하는 장면이 있고 난 그것을 지금 이 고려에 이용하려는 거였다.
“더는 묻지 말라는 말씀이시군요?”
“더 이야기 해 드릴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부마도위!”
“그 반묘를 구해주세요.”
“쓰실 곳은,,,,,,,.”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알겠습니다. 부마도위!”
신라방 총방주가 그때 내게 고개를 숙이면 대답을 했고 난 그때 드라마를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은밀히 그 효능을 시험해 봤다.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대역 중 하나를 참수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반묘를 복용시키니 자신도 모르게 중독이 되어 급사했다. 딱 급사다.
내가 본 드라마처럼 말이다.난 그때의 회생을 떠올리며 다시 경대승을 봤다.
“경대승!”
“예. 태자마마!”
“그대가 내가 준 임무를 완수하고 고려로 귀환하면 그때 알려주지.”
“그때 말이옵니까?”
“그래 그때.”
“예. 알겠사옵니다.”
“떠날 채비를 단단히 하시게.”
“예. 태자마마!”
“그대의 두 어깨에 고려의 명운이 걸려 있네.”
“예. 태자마마! 명심하겠사옵니다.”
“참!”
“예. 태자마마!”
“이제 곧 이 서경이 고려의 황성이 될 것이네.”
“그렇사옵니다. 북진의 전초지가 될 것이옵니다.”
“그래. 맞아! 영웅의 아비가 어찌 개경에 있을 수 있나? 이곳으로 부르시게. 내 경진 대장군에게 황궁 수호를 맡길 것이네.”
“황공하옵니다.”
“정말 중하게 쓸 것이야! 그대가 고생하고 이 고려를 위하는 만큼 아주 크게 쓸 것이야!”
“예. 태자마마!”
“준비를 하시게.”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하겠사옵니다.”
“너희들은 무엇을 하느냐? 새로운 주군께 인사를 올리지 않고.”
내 말에 만적의 뒤에 있던 초원의 사내 셋이 경대승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군을 배옵니다.”
“충성을 다할 것이옵니다.”
“제 목숨을 다해 주군이신 경대승 장군을 모시겠습니다.”
셋이 각각 충성맹세를 하자 경대승이 놀라운 듯 그들을 봤다.
“어찌 고려의 말을 하는가?”
“교육을 받았습니다.”
“알았다. 그대들이 나를 도와 초원으로 가야 할 것이다.”
“예. 경대승 장군.”
난 찬찬히 경대승을 봤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그저 영웅으로만 남아주시게. 그게 내 바람이네.’============================ 작품 후기 ============================회생은 속이 좁은 간웅입니다.
그가 더욱 크게 대범했다면 효웅이 되었을 겁니다.하지만 회생은 그런 인물이 못 됩니다.
그의 기억은 자신을 이렇게까지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그저그런 실패한 현대인이기 때문입니다.그런 실패한 인생이 여기까지 온 것도 어쩌면 대단한 것입니다.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그저그런 실패한 현대인이기 때문입니다.그런 실패한 인생이 여기까지 온 것도 어쩌면 대단한 것입니다.
항상 열심히 쓰는 현대백수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