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37화 (437/620)

<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서경 성 임시태자궁.난 모든 가신들을 태자궁 전각 안으로 부르지 않고 태자궁 전각 밖에 대기시켰다. ‘각자의 소임을 은밀하게 진행해야 한다.’오로지 내 뒤에는 무제와 이의민만이 나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내 가신을 떠나 나를 지키는 수호신이다. 금강야차 이의민!살성대성 무제!이 둘만 있어도 전장에서 나와 대적할 자는 이 고려에 없을 것이다. 아니 이미 고려에는 내게 반기를 들 어리석은 것들은 없다.

“자네의 이름이 뭐지?”

“최가 끝년이옵니다.”

“최가 끝년?”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내 너를 얼마나 믿어도 되지?”

내 물음에 최가 끝년 궁인이 날 봤다.

“쇤네는 해월께서 보낸 상궁이옵니다.”

숙모가 보냈다면 믿을 수 있는 궁녀일 거다.

“그럼 해월 상궁께서 왜 보냈는지 알겠지.”

“그렇사옵니다.”

“그래. 알지만 다시 한 번 당부를 하지. 영화궁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떠한 말이라도 밖으로 세어 나가지 않도록 하라.”

“예. 태자마마! 그리하겠사옵니다.”

“또한 수라간을 별도로 두고 음식을 해라.”

“수라간까지 따로 두란 말이옵니까?”

“그렇다. 또한 그 만들어진 음식은 모두 네가 기미를 해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 반드시 너의 일족을 떠나 전족을 멸할 것이다.”

내 말에 최씨 끝년 상궁이 놀라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쇤, 쇤네 그, 그리하겠사옵니다.”

“허나 아무 일도 없이 영화공주가 편히 지낼 수 있게 된다면 내 너의 공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아니 네가 놀라 죽을 정도로 그 보답을 할 것이다. 태자의 보답이 있을 것이다.”

태자의 보답이라는 말에 최씨 끝년 상궁이 놀라 날 봤다.물론 뒤에 있는 무제와 이의민도 놀랐을 것이다.

“성심을 다할 것이옵니다. 태자마마!”

“성심뿐이 아니다. 너의 전족을 걸어야 할 것이다.”

나는 영화공주의 회임을 알고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이 바로 백화였다.‘백화야! 네 어찌 이리 변했고 내 어찌 너를 이리 걱정해야 한단 말이냐?’애증이다. 백화는 내게는 조강지처일 거다. 아니 조강지처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백화는 황후가 될 수 있었다. 허나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탐욕하고 조바심을 내는 것이라 스스로 저렇게 그 자리에서 멀어지고 있어 안타깝기만 했다. ‘그 자리가 뭐라고,,,,,,,.’국모의 자리일 거다. 허나 이 고려는 황후가 절대 하나가 아니다. 그저 제1 황후 제2황후로 나눌 뿐이다. 비빈이 아니라 황후일 건데 백화는 오로지 그 제1황후의 자리를 위해 저렇게 표독하게 변해 있었고 그런 백화를 내가 걱정해야 했다.‘내가 너를 용서하지 못할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제발!’난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최 씨 끝년 상궁을 봤다.

“너의 밑에 있는 궁인들도 단속을 잘 해야 할 것이다.”

“예. 태자마마! 이년이 모든 것을 다 감독하겠사옵니다.”

“무제!”

“예. 태자마마!”

“실력이 특출한 조의 50인을 영화궁에 배치하라.”

“예. 태자마마!”

“또한 낮밤을 가리지 말고 무제 그대가 확인하고 감독하라.”

“소장은 태자마마의,,,,,,,.”

“그리하라. 내게는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 그리고 이의민 장군이 내곁을 항상 이렇게 지켜줄 것이다. 부탁한다.”

“예 태자마마!”

“나 말고는 누구의 명도 따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 태자마마!”

“그것이 황제의 칙령이라고 해도 참과 거짓을 확인하라.”

내 말에 무제와 이의민이 놀랐다.

“예. 태자마마!”

“됐다. 그럼 되는 것이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여전히 안심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더는 조바심을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으니 말이다.

“밖에 경대승 있나?”

“예. 경장군은 밖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부터 들라하라.”

“예. 태자마마!”

“최상궁은 나가보시게.”

내가 하대를 하지 않자 최상궁은 놀라 날 봤다.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이번 일만 잘 처리가 되면 그대는 내 치사가 열리는 날부터 이고려가 끝나는 날까지 자자손손 부귀와 영화를 누릴 것이다.”

내 말에 최 씨 말년 상국이 입술을 꼭 깨물었다.

“예. 태자마마!”

그렇게 최씨 말년 상궁이 밖으로 나갔다.

“신! 경대승 태자마마의 부름을 받고 왔나이다.”

문 앞에 경대승이 와 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그 어린놈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게 가지를 칠 것이다.’내가 생각하는 그 어린놈은 테무친이다. 경대승의 임무는 테무친이 테무친으로 남는 것이다. 칭기즈칸이 아니라 테무친으로.처음 생각한 것은 암살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존재가 몽골에서 일어나 칭기즈칸이 될 것이다.테무친이 내게 암살을 당하면 자무카가 칭기즈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무친이 없었다면 그도 초원의 영웅이 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가졌으니 말이다.역사라는 놈은 그렇다. 자신이 흐르기로 한 방향대로 흐르려는 습성이 있다. 내가 어린 테무친을 후환 때문에 암살을 한다면 제 2의 테무친을 초원에서 만들어 낼 것이다. 내가 아무리 역사라는 놈을 꺾어놓으려고 해도 그럴 것이다.그러니 테무친은 그냥 작은 몽골부족의 족장으로 그게 아니면 그냥 어느 부족의 전사로 남아야 한다. 그렇게 초원의 기운을 눌러야 한다. 내 고려가 더 성장하기 전에.

“그대들은 모두 나가 있으라. 내 명을 수행할 무장 하나만 복도 끝에 배치하라.”

“예. 태자마마!”

내 명에 이의민과 무제가 내게 군례를 올리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고 내 눈에 조금은 긴장한 경대승의 모습이 보였다.‘긴장을 하고 있군. 내 밀명이 있을 거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는 것이야!’역시 대단한 경대승이다.

끝이 없는 초원.초원의 겨울은 혹독하다. 12월이고 또 푸른 초원에는 온통 눈 때문에 설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런 설원에 덩그러니 초라한 겔 하나가 버려진 듯 보였다. 저렇게 겔 하나만이 존재한다는 것은 자신의 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것을 의미할 거다.

초원의 부족들의 겔 주변에는 작거나 크거나 어떻게 되었던 말과 양 등의 가축의 우리가 있다. 하지만 저기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겔의 주변에는 가축의 우리가 보이지 않았다.괴팍한 초원의 혹독한 날씨 때문이다.

조드가 덮친 것이다. 또한 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이다.조드는 괴팍한 날씨 때문에 초원이 고갈되어서 가축들이 지쳐죽는 것을 조드라 한다.

조드는 유목민들에게는 재앙 그 자체일 거다. 또한 이렇게 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자들에게는 재앙을 넘어 지옥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조드는 근본적으로 초원에 마실 수 있는 물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다.

조드의 징후가 일어나면 엄청난 피해가 몰아친다. 여름이나 가을부터 초지가 말라서 겨울 뿌리까지 고갈되는 재난을 초원의 유목민들은 검은 조드라고 부른다. 그리고 극심한 눈보라가 몇 날 며칠이고 계속되거나 콧구멍을 막는 흙바람 때문에 가축이 한 발짝도 나다닐 수 없게 되는 재앙이 눈보라 조드라고 한다. 또 일찍 내린 눈이 따뜻해지는 바람에 철철 녹아서 흐르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강추위에 아주 두꺼운 얼음이 되고 그래서 눈에 훤히 보이는 풀뿌리에 가축이 입도 대지 못한 채 굶어 죽는 것이 거울 조드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초원이 설원으로 변할 정도로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가축이 초지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 이게 하얀 조드이다.

지금이 바로 그 하얀 초드에 놓인 거다. 물론 저기 덩그러니 놓여 있는 켈에는 우리자체가 없기에 풀을 먹일 가축도 없지만 말이다.

“뭐든 먹여야 해! 어떻게든.”

초원의 가장 서글픈 현실에 놓인 것이다.젊은 여인이 눈이 쌓인 설원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허나 여자의 몸으로 아이들에게 먹일 것을 구할 힘은 없었다.그때 저 멀리 어린 소년이 자신보다 더 어린 아이를 데리고 겔로 당당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활이 들려져 있었고 그 소년을 따르는 아이들은 온힘을 다해 낑낑거리며 늑대 세 마리를 끌고 오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놀란 여인은 기겁해 소년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소년을 따라온 아이들 중에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아이와 당당히 걸어오는 소년을 번갈아 봤다.

“테무친 어떻게 된 것이냐?”

테무친!여기 활을 든 아이가 테무친이다. 위대할 만큼 당당한 소년이 바로 초원의 영웅 테무친 인 것이다.

“굶어죽을 수는 없잖아요. 아버지를 대신에 제가 어머니를 지킬 겁니다. 그리고 동생들도 지킬 겁니다.”

당당히 말하는 테무친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저 많은 늑대를 잡은 거야?”

테무친의 어머니는 후엘룬이다. 그녀가 놀라 테무친을 봤다.

“미끼가 있다면 덤벼드는 것이 늑대의 습성이죠.”

물론 그렇다. 하지만 늑대는 영리한 맹수다. 그렇기에 테무친이 한 말은 잘못된 것이다. 만약 지금 조드가 창궐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테무친의 활에 맞아 죽은 늑대들은 결코 테무친이 쳐놓은 덫에 걸리지 않았을 거다.

“미끼? 우리한테 무슨 고기가 있다고,,,,,,,.”

말을 하던 후엘룬이 순간 뒤에서 잔뜩 겁을 먹고 울고 있는 아이를 봤다.

“너, 너 설마!”

후엘룬은 노한 얼굴로 테무친을 노려봤다.

“활을 다른 동생들이 쏠 수 있다면 제가 미끼가 되었을 겁니다. 어머니! 하지만 동생들 중 누구도 활을 쏘지 못하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대담하고 놀랍고 무서울 정도로 냉혹한 테무친이었다.

“그러다가,,,,,,,,.”

“이 조드에 다 죽을 수는 없어요. 전 이 겨울을 버틸 겁니다. 제가 겨우 남은 우리 부족의 족장입니다. 그러니 제가 지킬 겁니다.”

“테, 테무친!”

“제 동생에게 가장 좋은 부위의 고기를 주세요. 저 아이는 그럴 자격이 있어요.”

테무친은 그렇게 말하고 여전히 울고 있는 막내 동생을 봤다.

“울지 마! 카사르! 넌 가족을 지켜내는데 일조한 전사다.”

바드득!테무친은 그렇게 말하며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겔을 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나를 배신하고 어머니를 배신하고 죽은 아버지를 배신한 부족민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

이렇게 테무친의 삶은 초년 시절부터 평탄하지 못했다. 아버지 에스게이는 쿠트라 칸의 뒤를 이어 몽골 부의 제4대 족장에 오를 것으로 촉망받고 있었으나 테무진이 어렸을 때 숙적타타르 부(部)에 의해 독살 당했다. 그러자 에스게이를 따르던 타이치우트 씨족은 손바닥 뒤집듯이 테무친을 배신했고, 테무친의 복수를 염려해 어린 그를 죽이려고 계획했다. 그러니 살아남은 테무친에게 남은 것은 냉정한 독기뿐일 거다.

그 잔인하고 냉정한 독기에 대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테무친을 비롯한 4형제가 강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에스게이의 또 다른 아내의 아들인 이복형제 두 명이 찾아와서 그들이 낚은 고기를 빼앗아 갔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테무진은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말했는데, 어머니는 형제끼리 싸워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없던 일로 만들었다. 하지만 테무친은 그냥 그렇게 없던 일로 할 수가 없었다.

엄밀하게 따지만 자신이 바로 씨족의 족장이다. 그런 족장에게 대항을 하는 것을 용서 할 수 없는 테무친이었다. 그래서 네무치은 남동생인 카사르와 함께 활을 들고 집을 나가 이복형제를 앞과 뒤에서 공격하여 죽였다.

그 사실을 안 호엘룬은 놀라 테무친을 크게 꾸짖었으나 그때의 테무친은 후회도 반성도 하지 않았다.그날 이후 테무친의 배다른 형들과 동생들은 테무친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절대복종을 했다고 한다.

이런 존재가 바로 테무친이었다.그러니 고려의 태자인 회생이 이렇게 걱정을 하는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