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36화 (436/620)

<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내게 꿀물을 권하는 영화공주였다.

“술을 마신 것은 아니요?”

“몸을 보해 줄 것입니다. 태자마마!”

“알겠소.”

난 바로 영화공주가 내밀 꿀물을 마셨다. 그리고 영화공주는 나를 찬찬히 보고 있었다.

“태자마마!”

“왜 그러시오?”

“앞으로 당분간은 저를 멀리해 주십시오.”

순간 난 영화공주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말입니까”

“저 대신에 귀인을 품으시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곧 다른 부인들도 이 서경으로 당도할 것입니다.”

“그건 나도 알지만,,,,,,,.” 가장 마음이 편한 것이 영화공주다. 그런데 난 지금 영화공주에게 거부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소?”

“하늘이 사셈할 지도 몰라 입에 담기가 저하되옵니다.” 점점 더 모를 소리만 하는 영화공주였다.

“얼마나 멀리하면 되는 것이요?”

“앞으로 3달이면 될 듯 하옵니다.”

“앞으로 3달?”

내 말에 영화공주가 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한 없이 부드러운 미소이면서 만족하는 미소였다.

“혹시?”

내 짧은 물음에 영화공주는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순간 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정, 정말이시오?”

다시 물었지만 영화공주는 미소를 머금고 고개만 끄덕였다.

“아무 말씀도 마십시오. 하늘에 있는 달이 시샘하고 또 해가 시샘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한없이 조심스러운 영화공주인 거다.

“알겠소. 고맙소.”

혈육이 곧 생길 것이다. 부친이신 의종황제 폐하는 내가 차지한 몸의 아비이시다. 내 그분의 참된 그릇을 보고 또 위치를 보고 부친으로 섬기고 있으나 내 영혼과는 약간은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를 닮고 내 영혼을 닮은 존재가 나를 위해 자라나고 있다니 놀랍기만 했다.

“항상 조심하시오. 부인!”

난 나도 모르게 영화공주를 부인이라고 불렀다. 이건 백화에게도 불러주지 않은 거였다.내가 영화공주를 부인이라고 부르자 영화공주는 감격에 겨운지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이래서 여자다. 기뻐도 울고 슬퍼도 우는.‘여보 당신이 내 첫 정은 아니나 내 처 아이를 낳아준 첫 어미가 되어 주었소.’난 그렇게 속으로 생각을 하고 영화공주를 보며 웃었다. ‘태후마마께서 얼마나 좋아하실까.’난 순간 공예태후마마가 떠올랐다. ‘그럼 족보가 어떻게 되는 거지? 영화공주로 따지면 손자이고 내로 따지면 증손자가 될 거다. 하여튼 뭐든 상관이 없다. 내 첫아이다. 첫 아이!’서경 성을 함락시킨 것보다 더 기쁜 순간이다.

“태자마마!”

영화공주가 날 불렀다.

“왜 그러시오? 부인!”

“만백성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세요. 백성이 아닌 자들에게도,,,,,,.”

영화공주는 말로 하지 않고 살짝 자신의 배를 만졌다. 난 무슨 뜻인지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백성이 아닌 자들에게도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그리하시면 부처님께서 귀히 여기실 것입니다.”

어미는 자식으로 모든 것을 위하고 조심한다. 영화공주도 그랬다.지금 영화공주가 말하는 것은 아마도 악비군을 말하는 거였다. 어쩌면 정말 죄를 짓는 짓이 분명할 거다.‘으음,,, 내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아들의 무탈함을 위해 마음을 정하는 순간이었다.

“부인 내 목소리를 조금 높일 것이요.”

내 말에 영화공주는 날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밖에 누구 없느냐?”

“신 경대승 대령해 있나이다.”

“소장 무제도 있사옵니다. 태자마마!”

“소장 이의민도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내가 들어오라고 말을 하려다가 아무 것도 입지 않은 것을 알고 살짝 장난기 있게 표정을 찡그렸다.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나 혼자 입을 수 있소. 가만히 조심히 앉아 있으세요.”

난 놀라 영화공주를 다시 앉히고 여기저기 벗겨진 태자의 용포를 차려 입었다. 참 오랜 만에 스스로 옷을 입어 본다. 지금까지는 모두 시녀들이 입혀 줬는데 말이다.

“모두 들라 하라.”

“예. 태자마마!”

조심히 문이 열렸다. 그리고 문 앞에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가장 큰 것을 해줄 신하들이 이 자리에 모여 있었다.

“밖에 누구 있는가?”

“예. 태자마마!”

궁녀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위를 태자궁으로 급히 들라고 하라.”

“예. 태자마마!”

아무리 내가 영화공주의 옆에 있고 싶다고 해도 항상 조심하여야 하기에 태자궁으로 갈수밖에 없었다.

“경대승!”

“예. 태자마마!”

“이 시간 이후로 악비군은 단 한 명도 목을 베거나 고신하지 말라.”

내 명령을 듣고 경대승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 되는 것이 당연할 거다. 내가 더 깊은 설명을 해 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예. 태자마마! 더는 목을 벨 자들이 없사옵니다.”

이미 깔끔하게 처리를 했다는 거였다. 난 힐끗 영화공주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이 말의 참뜻을 모르는 것 같았다.그리고 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인!”

내 말에 이 자리에 모인 가신들이 놀라 날 봤다.

“내 태자궁으로 갈 것이오.”

“예. 태자마마!”

“나오지 마시오.”

“아니옵니다. 태자마마! 어찌 감히 안에서 제가 태자마마를 보낼 수 있겠사옵니까?”

“밖에 까지 나오면 내 마음이 불편하오.”

영화공주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난 돌아섰다.

“가자!”

“예. 태자마마!”

이곳에 있는 자들이 무장들이기에 우렁차게 대답을 했고 난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화공주를 봤고 영화공주는 나를 보며 웃어줬다.

난 바로 고개를 돌려 두 무장을 째려봤다.

“여기 늙은이 있나?”

“예? 태자마마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용히 대답해도 된다. 어디 귀청 떨어질까 불안해서 살까?”

내 말에 무제와 이의민이 바로 나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송구하옵니다. 태자마마!”

“알았다. 조심들 해! 가자.”

“예. 태자마마!”

난 그렇게 영화공주의 내실을 나섰다. 그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백화가 이 사실을 알면?’내가 알고 있는 백화는 표독하다. 제 2의 무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대비를 해야겠지.’이제는 내 아들을 이 암투가 난무하는 궁중에서 내가 지켜야 했다.난 복도로 나와 영화공주의 궁녀를 봤다.

“너도 나를 따르라.”

“예. 알겠사옵니다. 태자마마!”

난 그렇게 태자궁으로 왔다.

6. 회생! 가신들에게 지시를 하다.개경에 있는 회생의 사택 중 백화가 기거하는 전각.

“이얍! 이얍!”

백화의 전각 앞뜰에서는 어린 계집들이 홍련과 여무사들의 지도를 받으며 검을 수련하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 백화의 앞에서 자신들의 무예를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검을 수련하기에는 아까울 정도의 미모들이 대부분이었다. 저런 어린 미녀들은 검을 들 것은 분명 아니었다.

“도합 몇이냐?”

백화가 도도하게 홍련에게 물었다.

“100인이옵니다.”

홍련의 대답에 백화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머금어졌다.

“상공께서 모르는 존재들이겠지?”

“그렇사옵니다. 하오나 이렇게 사택에서 그동안의 수련에 대한 시범을 보시게 된다면 아시게 되실 수도 있습니다. 주군!”

“알 수 있는 존재가 없다. 항상 이 뜰에서 여무사들을 수련시켰다. 그러니 가복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냥 보고 넘길 것이다.”

“예. 주군!”

“저들이 내 힘이 될 것이야!”

야릇하게 웃는 백화였다. 그리고 천천히 계단에서 내려가 제일 앞에 서 있는 계집을 보며 섰다.

“너는?”

“소녀는 경진 대장군의 애첩이 될 것이옵니다.”

“그래 좋다. 그리 되어야 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줄 것이다. 허나 경진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너의 몫이다.”

“예. 마마!”

계집은 거침없이 백화를 마마라고 불렀다. 회생도 겨우 오늘에서야 마마라 불렸는데 말이다.

“그럼 너는?”

“소녀는 한 섬 대장군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옵니다.”

“방술은?”

“그 어떤 사내도 제 가랑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옵니다.”

백화는 이 계집들에게 방술까지 가르쳤다. 엉뚱한 생각 같아 보이지만 가장 치밀하고 완벽하게 일을 꾸미고 있는 백화였다.

고려를 지배하는 것은 무장이다. 허나 그 무장을 이부자리에서 지배하는 것은 요염한 계집이라는 것을 백화는 무비에게 배워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백화를 반대할 무장이 생긴다면 이 계집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백화의 명을 받아 쾌락에 취해 잠든 무장의 가슴에 날카로운 옥비녀를 박아 넣을 것이 분명했다.백화의 모습을 보고 홍련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러지?”

“이렇게까지 준비하시는 것이,,,,,,,.”

“이제부터 진짜 암투다. 나와 영화 그리고 그 어린 계집 이연까지 이제부터 진짜 진검 승부를 펼치는 거다. 황후의 자리를 놓고.”

백화는 이렇게 회생이 황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때 백화의 전각으로 무장 둘이 뛰어와서 공손이 백화의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마마를 뵈옵니다.”

무장 역시 백화를 마마라 불렀고 그 말에 백화가 살짝 놀랐다.

“뭐라 하셨나?”

“감축 드리옵니다. 태자마마께서 끝내 국본이 되셨사옵니다.”

“국본? 마마께서 태자가 되셨단 말이지?”

“그렇사옵니다.”

“호호호! 잘 되었다. 참으로 잘되셨다. 다른 것은?”

백화의 물음에 무장 둘이 이 자리에 모인 다른 계집들을 의식하듯 봤다.

“괜찮다.”

“예. 마마! 황제께서 서경을 황도로 삼으실 것 같사옵니다.”

무장의 말에 백화가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의 배경이 되는 것은 강일천의 가문이었다. 강일천의 힘의 바탕은 바로 개경을 기반으로 하는 문신 귀족들이니 개경에서 서경으로 고려의 수도가 바뀌면 그 힘이 어쩔 수 없이 약화된다는 것을 백화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버님께서 아니 계신 지금,,,,,,,,.”

바드득!서경천도를 반대할 여력조차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백화였다. 문신의 거두이신 자신의 부친이 금나라 증도로 간 이상 그 누가 있어서 황제의 칙명인 서경천도를 저지할 개경출신 귀족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김돈중!그도 개경을 기반으로 한 문신대족이니 말이다. 물론 과거 역도로 몰려 그 세력을 거의 대부분 잃었지만 말이다.‘내가 김돈중을 한 번 만나야겠군.’김돈중은 회생이 지시한 일을 마치고 개경에 와 있었다.

“그리고?”

“영화공주께서 진정한 비빈이 되셨습니다.”

무장이 마마라 불리는 영화공주를 비빈으로 격하시켰다. 이것만 봐도 이 두 무장은 백화의 사람이었다.

“막을 수 없는 일이지.”

말은 그렇게 해도 인상이 굳어지는 백화였다.

“더 있는가?”

“귀녀도 태자마마의 비빈이 되었사옵니다.”

“뭐라?”

놀라는 백화였다.

“귀녀가?”

“그렇사옵니다.”

“이건 변수군.”

백화는 정도전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건 정말 변수야! 그건 그렇고 서경으로 천도를 천명하셨다면 태자마마께서는 왜 나를 부르시지 않지?”

“곧 당도할 것이옵니다. 그들보다 앞서서 달려왔나이다.”

“고맙다. 네 그대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예. 마마! 황공하옵니다.”

이 뜰에서는 백화가 황후였다.

“골라봐라.”

“예? 무슨 말씀이옵니까? 마마.”

“저 계집들 중에 마음에 드는 계집이 있으면 골라보라는 거다.”

백화의 말에 두 무장이 조심이 고개를 들어 가만히 서 있는 계집들을 봤다. 그리고 입이 쩍 벌어지면서 백화를 봤다.

“황공하옵니다.”

“마음에 드는 계집이 있으면 골라가서 회포를 풀어라. 오느라 고생했으니.”

“황공하옵니다. 마마!”

백화는 바로 돌아섰다.

“홍련아!”

“예. 주군!”

“증도로 가려면 어느 길이 가장 빠를 것 같으냐?”

증도에는 아직 강일천이 머물고 있었다.

“벽란도에서 배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르옵니다.”

“그래? 아버님께 사람을 보내야겠다. 이리 참으로 급하게 되었다.”

“예. 주군! 준비를 하겠사옵니다.”

“너도 이제 나를 마마라 불러라.”

백화는 홍련을 보며 살짝 미소를 보였다.

“예. 주군! 준비를 하겠사옵니다.”

“너도 이제 나를 마마라 불러라.”

백화는 홍련을 보며 살짝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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