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33화 (433/620)

<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전각 문 앞.내 앞에는 거구인 부월의 장군 이의민이 섰다. 그리고 내 뒤에는 무제가 대도를 들고 서서 나와 송나라 공주 조연의 안위를 지킬 것이다.저 문을 열면 자신들이 살기위해 이번에도 주인을 배신한 더러운 악비군이 이 전각을 포위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연은 호위를 받는 것이 아니라 포위를 당한 거였다.

“괜찮겠어요? 태자마마!”

송나라 공주 조연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걱정스러움에는 설마 악비군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담겨 있었다.

“무장의 뒤에 바짝 붙으셔야 할 것입니다.”

송나라 공주 조연과 내 앞에 선 이의민의 등을 보며 말했다.

“알, 알았어요.”

긴장이 되기는 하는 모양이다.

“지킬 수 있겠지?”

“소장의 몸이 산산조각이 난다고 해도 태자마마를 지킬 것이옵니다. 이의민은 다짐을 하듯 말했다. 그리고 내 눈에는 부월을 고처 쥐는 모습이 보였다.‘나를 여전히 아우로 생각을 하고 있다.’진정 이의민은 역사와 다르게 의리가 충만한 장수였다. 다소 무식하고 천민출신이라 역사에 온전히 기록되지는 못했지만 힘이 통솔력이 있으며 이렇게 충심이 가득한 장수는 확실했다.

“꼭 소장이 태자마마를 지켜낼 것입니다.”

“나도 이의민 장군만 믿소.”

난 이의민에게 경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내 말에 이의민이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저 미소의 뜻은 말로 표현은 하지 못하지만 이 형이 이제는 고려의 태자가 된 너를 지켜줄 것이니 걱정을 말라는 미소일 거다.

“황공하옵니다. 태자마마!”

“그럼 어디 앞으로 나가보다. 이번 행보로 시작으로 서경은 천도가 될 것이다.”

그저 송나라 공주 조연만을 구하는 일이 아니다.3천의 광산노들을 확보하는 일이고 배신자 왕평달을 처단하는 일이다. 그리고 송나라에 내 우호세력을 심어놓는 일이면서도 4만의 도천밀군을 하나로 응집시킬 수 있는 일의 첫걸음인 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아우라고 부를 수 있는 조연 공주의 복중 태아에게 양위를 받는 일이기도 했다.

“예. 태자마마!”

“문을 열라!”

내 명에 이의민의 앞에선 무장 하나가 조심히 문을 열었다.빛나는 햇살이 전각 안으로 뿜어지며 내 행보를 비추는 것 같았다.

저벅! 저벅!난 앞으로 걸어 나왔고 이의민은 내 보폭에 맞춰서 주변을 살피며 전진했다. 그리고 바로 60여명의 고려 무장들이 일제히 내 주변을 에워쌌다.그 순간 담벼락 밖을 감시하던 악비군이 일제히 창검을 돌려 나에게 향했다. 그리고 왕평달이 내게 달려왔다.

“어디를 가시옵니까? 태자마마!”

눈빛에는 살기가 감돈다. 역시다. 어리석은 왕평달은 나와 조연공주를 포로로 잡고 이곳을 빠져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였다.

“이곳에서 더 머물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사옵니까?”

“그래. 그렇다. 그러니 태자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난 덤덤히 말했다.

“그런데 어찌 공주마마께서 대동 하셨사옵니까?”

역시 내 예상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경대승이 머리가 있다면 이미 모든 준비를 끝냈을 것이다.’난 왕평달의 물음에 답을 내리지 않고 담벼락을 넘어 주변에 있는 전각들을 봤다. 내 눈은 보배다. 그래서 난 명궁이다. 그리고 나보다 더 명궁인 이 순간 두경승을 찾고 있었다.‘저기 있군.’이런 것을 이심전심이라고 할 것이다.‘역시 초원으로 갈 유일한 인물이다.’난 더욱 경대승을 높게 생각했다.

“고려 태자가 돌아가는데 감히 겨우 후의 비가 마중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허나!”

왕평달이 말을 끊고 나를 봤다.순간 갈기가 감돌았다.

“더 할 말이 있나?”

“오실 때는 쉬이 오셨지만 가실 때는 쉬이 가실 수 없습니다.”

눈에 살기를 품고 내게 말하는 왕평달이었다. 3천의 악비군이 나를 포위하고 있으니 기세가 등등해진 것이다. 뒤에 1만의 신수군과 1천의 말갈전사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나오는 것은 왕평달 역시 송나라 공주조연처럼 이 순간에 마지막 배수의 진을 쳤다는 거였다. 또한 조연까지 배신하고자 하는 거였다.

“너를 포위하고 있는 1만의 군세가 보이지 않느냐?”

“저희는 지금 3천으로 태자마마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제가 죽든 아니면 태자마마께서 제 수중에 들어오시든 둘 중 하나를 먼저 취하는 쪽이 이번 판세에 우위를 취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살짝 미소까지 머금고 있다. 자신이 있다는 거다. 허망한 자신감이 결국 왕평달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거였다.

“무엄하다 비키지 못할까?”

송나라 공주 조연이 앙칼지게 악비군 장군 왕평달을 꾸짖듯 소리쳤다.

“공주마마께서는 송나라 황실의 위엄을 실추시키셨습니다. 그러니 아무 말도 마시고 계십시오.”

역시 왕평달은 조연까지 배신하고자 했다. 이것은 그가 만약 송으로 무사귀환을 하게 된다면 조연의 부친이 아니라 현 태자에게 붙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뭐라?”

“공주께서 제게 하신 말씀을 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찌 송나라 황실의 공주로 패륜을 저지르시고 하늘을 보시며 살 수 있겠습니까?”

야릇하게 웃는 왕평달이었다. 이리 같은 놈이다. 오직 자기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배신하는 그런 놈이 분명했다.

“네 이놈!”

송나라 공주가 대노해서 소리를 질렀지만 이제는 송나라 공주 조연의 명령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을 왕평달일 거다.

“닥치시오.”

왕평달이 더욱 무엄해지고 있다.

“판세가 그렇군.”

난 왕평달을 노려봤다.

“그렇소이다. 태자마마!”

“내가 잡히든 그대가 죽든.”

난 왕평달을 보다가 전각 위에 올라 있는 고려 궁수들을 봤다.

“고려 궁수들을 염두에 두고 계신 것입니까?”

왕평달을 조소를 흘리며 내게 물었다.

“왜?”

“지금 배치된 곳에서 이곳까지 날아올 화살은 없습니다. 태자마마! 궁의 사거리는 250보이고 그것도 정확하게 조준을 해서 명중시켰을 때입니다. 저 거리에서 저만 정확하게 명중을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옵니다. 이곳까지 날아오지도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저 전각에서 여기까지가 350보는 되겠지.”

“태자마마께는 아쉽게도 그렇사옵니다.”

“하늘이 그럼 그대의 편이라고 생각을 하겠군.”

“예. 태자마마! 자비 령에서는 태자마마께 하늘의 뜻이 계셨지만 지금은 너무 급히 움직이셨습니다.”

“네놈이 비열하게 배신을 한 것이지.”

“그렇습니다. 살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조소를 흘렸다.

“그 웃음 언제까지 웃을 수 있는지 보겠다.”

그와 동시에 이의민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60인의 무장들도 이의민을 따라 앞으로 조금 전진했다.

“이러시면 고려 무장들의 피해만 늘어납니다. 태자마마!”

“두고 봐야지.”

“이 이리 만도 못한 놈아!”

쉬웅!거대한 부월이 휘둘러졌다. 이의민이 대노하여 휘두른 부월은 바람까지 부수기 충분해 보였다.

“대단한 위력이요. 허나 하나가 수백을 상대할 수는 없소.”

“내 죽는 한이 있더라고 네놈을 베고 죽는다.”

“그게 가능할 것 같은가?”

왕평달도 검을 뽑았다.

“왕평달!”

난 차갑게 왕평달을 불렀다.

“왜 그러시오. 태자마마!”

“너의 실책이 3천의 악비군을 빛도 들어오지 않는 무저갱으로 이끈 것이다. 죽더라도 그렇게 알고 죽어라.”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고려 태자 그대가 내 포로가 될 것이니 말이요.”

“너는 고려군을 너무 무시했다.”

“무슨 말이요?”

난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두경승은 시위를 당길 것이 분명했다. 조준의 대상은 왕평달이 분명할 거고.

“왜 궁수에게 나라도 조준해서 참살하시게? 하하하!”

“그래 볼까?”

난 왕평달을 보며 피식 웃었다.

“여기까지 날아올 수 있는 화살이 있다면 내가 목을 쭉 빼고 기다리겠소. 태자! 하지만 그런 화살은 없소.”

“그럴까? 과연 하늘의 편이 누군지 보자.”

난 들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리며 시위를 당기고 있는 두경승을 봤다. 저 멀리 나만이 두경승이 보인다. 그는 이미 왕평달을 조준한 상태였다.

“까딱 잘못을 하면 태자 그대가 맞을 수도 있소. 이곳까지 날아온다고 해도.”

“그러니 하늘의 뜻을 보자는 거다.”

난 부하를 믿는다. 아니 부하의 실력을 믿고 고려 무장의 무위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쏴라!”

난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고 그와 동시에 두경승이 시위를 놨다. 빠르게 화살이 바람을 가르면 빠르게 날아들 것이다.통아는 아기살이며 귀신 살이다. 시위를 떠났을 때 보이지 않는다. 명중이 되면 내가 맞았구나! 그렇게 아는 것이다.쉬이잉!바람을 가르는 소리만 들렸다.

“참으로 어리석소. 태자! 태자를 생포하라!”

그 순간 악비군 무장들이 앞으로 나섰다.

“담벼락을 당겨라!”

그와 동시에 신수군은 일제히 담벼락에 줄을 걸고 힘차게 당겼다.

“영차!”

찌이익! 우르르 쾅쾅!일제히 수십 보 이상의 담벼락이 일시에 무너졌다.

“고려군이옵니다. 대장!”

“이미 신경 쓸 것이 헉!”

허파에 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내며 왕평달이 단 발마 같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전각을 봤다.

“어,,,,,,.”

“이 이리 같은 놈!”

이의민이 바로 크게 부월을 휘둘렀다.퍼어억!왕평달의 머리통이 이의민의 부월에 한 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쫘아악!뿜어지는 피와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 이것이 왕평달의 최후였다.쿵!왕평달은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하늘은 여전히 내 편인 모양이군!”

난 차늘하게 웃었다.

“악비군을 모두 무장해제 시켜라!”

“예. 태자마마!”

그와 동시에 수천의 신수군과 말갈 전사들이 일제히 3천 악비군을 포위했다.

“반항하는 자는 모두 벤다.”

경대승이 검을 뽑아 들며 외쳤다.쉬웅!자신의 앞에서 당황하던 악비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서어걱!

“으악!”

외마디 비병을 지르며 쓰러지는 악비군이었다.

“반항하는 송의 오랑캐는 모두 베어라.”

“예. 장군!”

난 신수군이 무참히 악비군을 도륙하는 모습을 보며 야릇한 미소를 머금었다.

“으윽!”

난 순간 나도 모르게 신음을 토해냈다. 순간 내 마음이 번잡해졌고 흑심이 피어올랐다.‘어찌 된 건가? 차가 아니었단 말인가?’난 순간 탁자에 피어오르던 향로의 향이 떠올랐다.

“왜 그러시옵니까? 태자마마!”

“내게 숙모님에게 당했군.”

“예?”

“그, 그런 것이 있다. 이곳은 경대승 장군에게 맡긴다. 최대한 생포를 하라.”

“예. 태자마마!”

“태자궁으로 환궁한다. 숙모님은 새롭게 전각을 마련해 드려라.”

“예. 태자마마!”

“이의민 장군!”

“예. 태자마마!”

“앞장을 서서 길을 열라.”

“명을 받잡사옵니다.”

성큼 이의민이 부월을 휘두르며 앞으로 전진을 했고 난 이 순간에도 마음이 급해졌다.‘영화공주를 찾아야겠군. 당했어. 아주 보기 좋게.’마음에서 음심이 피어난다. 그리고 그 음심이 피어나는 과정에서 죽어가는 악비군들의 모습이 보였다. 타국에서 혼령이 되는 그들일 거다.허나 가여울 것이 없다. 그들의 죄는 내가 대항한 것이고 또 어리석은 장군을 모신 것이니 말이다. 난 죽어 바닥에 쓰러져 왕평달을 봤다.

“저놈의 목을 베어 효수하라. 그리고 송으로 보내다. 금의 간자로 알려라. 모든 것은 내 숙모께서 다 알아서 하실 것이다.”

“예. 태자마마!”

그렇게 난 대략적인 지시를 끝내고 태자궁으로 급히 환궁했다. 마음 가득히 음심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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