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
“제가 대령후 마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오지 않았겠죠.”
“그렇습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단지 조금 제 판단이 틀린 것만은 확실합니다.”
“제가 꿈이 큰 여자라는 것을 모르셨군요.”
“예. 인정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태자께 말씀을 드렸고 태자께서 원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래도 이 사지라고 할 수 있는 곳까지 오셨으니 작은 것은 아니겠죠?”
“그렇습니다.”
“무엇을 원하시죠?”
“저는 공주마마의 부친께서 차기 송황제가 되시는 것입니다.”
“왜요? 그렇게 된다고 해도 도움이 될 것이 없을 건데요?”
“황제의 딸님이신 숙모를 얻게 되는 것이지요. 든든한 우방이 생기는 것이니 마다할 것이 없지요.”
“든든한 후방?”
“고려는 송과 같은 적을 두고 있습니다. 남하하는 금나라! 금이 고려와 송의 적이지요.”
“송과 고려의 적이 금나라라고요?”
“그렇습니다. 금은 반드시 지금의 평화를 깨고 송을 치기 위해 남진할 겁니다.”
“그런데 왜 그걸 고려가 신경을 쓰죠?”
“순망치한이라고 했습니다. 송이 입술이면 고려는 이빨이죠. 고려도 송도 홀로 금을 대적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혈맹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자는 건가요?”
“그리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아버님께는 황제의 자리를 주신다고 하셨지만 제가는 무엇을 주실 건가요? 태자마마!”
“고려는 고려의 법이 있듯 송에는 송의 법이 있을 것입니다. 공주마마가 만약 재가를 하신다면 언젠가는 낳게 되실 아이를 통해 황제의 모후가 될 수 있게 만들어드리죠.”
내 말에 야릇하게 웃는 송나라 공주였다.
“조카님께서 못 하시는 말씀이 없군요.”
“그리고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이 전각 밖에 있는 왕평달과 악비군을 믿지는 마십시오.”
“이간책까지 쓰시나요?”
“한 번 배신한 것들은 다시 배신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 말에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만약 무엄하게 또 스스로를 자제시키지 못하고 폐륜을 저지르게 된다면 아마도 왕평달은 분명 공주마마와 저를 포로로 잡고 이곳을 벗어나려고 할 것입니다.”
“뭐라고요?”
“말씀드렸습니다. 한 번 배신한 존재는 또 배신을 하게 된다고. 그래서 적군의 무장이라는 존재는 휘하에 거느리는 것보다 베는 것이 상책일 것입니다. 오늘은 자신의 편에 섰다가도 언제 등에 비수를 숨기고 다른 이의 편에 설지 모르니 말입니다.”
“깊이 생각을 해 보죠.”
내가 솔직하게 말하자 조연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참이나 날 뚫어지게 봤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군.’저 생각이 말로 표현된다면 송나라 공주 조연과의 거래는 아주 서로서로 유익하게 끝날 것 같았다.
“태자마마!”
“말씀하세요. 숙모님!”
“제가 지금 이대로 송으로 돌아간다면 제 아버님의 입지를 떠나서 제 입지도 아주 불안해집니다. 황족이 되시고 태자가 되신지 얼마 되시지 않으셔서 피부로 체감하실 수는 아직 없겠지만 황족은 피붙이라고 해도 얼마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하죠.”
이해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인 거다.난 송나라 공주 조연의 말의 뜻을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냉정한 것이 권력이고 황족이다.그렇기에 서로 죽이고 죽는 무한지옥 같은 곳이 황실인 거다.
“저는 지금 고려 황실에 반한 역도의 대려후의 아내로 그런 멍에를 쓰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니 저는 송으로 돌아가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3천의 악비군 까지 잃게 되면 아버님의 신임을 더욱 잃게 됩니다.”
“그러실 겁니다.”
“또 악비군을 버릴 명분도 지금은 없습니다.”
“악비군 전체가 돌아가지 못한다면 명분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악비군 전체가 돌아가지 못하다니요?”
“저는 아주 편협한 마음을 가진 위인입니다. 제가 검을 든 자를 그냥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내 말에 송나라 공주 조연이 놀라서 날 봤다.
“제가 악비군을 잃으면 더욱 신임을 잃게 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태자마마!”
“예. 알고 있습니다. 위급한 순간에 주인을 버리고 자신들의 살길만 모색하는 악비군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겁니다. 부친께서 옥좌에 오르시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쓰실 때도 말입니다.”
“최, 최후의 수단이라면,,,,,,,.”
“거병이겠지요. 그 거병에 악비군이 동참할 거라는 생각은 버리시는 것이 좋습니다.”
조연도 인정하기는 싫지만 현재의 악비군의 정신 상태를 잘 아는 것 같았다.
“으음,,,,,,,.”
“3천을 제게 버리시면 제가 4만을 드리지요.”
“4만이라고 하셨나요?”
송나라 공주 조연은 다시 놀라 날 봤다.
“그것도 아주 충성스러운 존재들로 말입니다.”
“이 고려에서 병사들을 출병이라도 시켜주시겠다는 말씀인가요? 태자마마!”
“고려의 중앙군이 벽란도를 떠나 송의 등주에 상륙을 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겁니다.”
“그러니까요.”
송나라 공주 조연이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이미 4만이 은밀하게 송에 들어가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은밀히요?”
“그렇습니다. 4만입니다. 유사시에 급변하는 상황에 4만의 충성스러운 비밀 부대를 보유한다면 마지막 방법인 거병도 가능케 해 줍니다. 숙모님!”
“그게 가능한가요?”
“이미 제 충성스러운 도천밀군들이 송나라 전역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고려 황실의 일원으로 태자와 유대감이 아주 돈독한 숙모로 4만의 충성스러운 병사들을 거느리고 송으로 금의환향을 하시는 것이.”
내 제안에 송나라 공주 조연이 나를 물끄러미 봤다.
“대령후가 역도의 수괴가 아니라는 거군요.”
“예. 그 어떤 사료에서도 그런 일은 기록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저는 여전히 고귀한 고려황실의 일원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숙모님!”
“제가 태자마마를 위협할 엄청난 것을 이야기 할 것인데 검은 가지고 오셨습니까?”
어느 순간 담담해진 표정으로 변한 조연이었다.
“검은 어디에 쓰시려고 하십니까?”
“태자께서 제 목을 베는데 쓰셔야 할 겁니다.”
역시 여걸은 확실하다.
“제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올린 말씀을 들으시면 제 목을 베고 싶어서 미치실 지도 모릅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정말 이제야 제가 진정한 배수의 진을 치는군요.”
“말씀해 보세요.”
“저는 홀몸이 아닙니다.”
송나라 공주 조연의 말에 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아우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대령후께서 남기신 유일한 혈육이 될 겁니다.”
“그래서요?”
“황자라면 제 뱃속에 있는 아이가 송나라의 황제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겠습니까?”
정말 담이 큰 송나라 공주 조연이다. 정말 대령후의 비가 아니고 조위총의 첩 정도만 됐어도 충분히 품어 내 계집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의 품을 가진 송나라 공주 조연이었다.‘나쁠 것이 없지. 훗날 저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내가 양위를 받으면 되니.’난 잠시 송나라 공주 조연을 봤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도 위태로운 송의 황실에 고려의 봉추의 둥지를 트는 것이?”
봉황의 새끼가 봉추다.
“태자마마께서 지켜주시지 않겠습니까?”
“이게 결정적인 담판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태자마마!”
“저를 믿을 수 있습니까? 숙모님!”
내 물음에 송나라 공주 조연이 피식 웃었다.
“당연히 저는 태자마마를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제가 손을 내미신 분은 태자마마 뿐이시니 어쩔 수가 없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봉추가 송나라 황실이라는 둥지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려면 결국 모후도 되시지 못하시겠군요.”
내 말에 송나라 공주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오라버니의 양자로 드릴 생각입니다.”
“제가 숙모님의 꿈을 이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당장 힘이 되고 아무도 무시할 수 없게 4만의 도천밀군을 숙모님이 부릴 수 있는 병력으로 배속시켜 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태자마마! 그런데 전 무엇을 드려야 하는 건가요? 아시다시피 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네요.”
“송 조정에 고려의 인재들이 관리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써 주십시오.”
“고려인을 송나라 관리로 쓰게 만들라고요?”
“그렇습니다. 도천밀군 중 선발하여 송나라 조정의 관리로 만들어주십시오.”
“쉬운 부탁은 아니군요.”
“당나라도 신라인을 등용했습니다. 숙모님! 지금 송은 위기입니다. 금의 위협에 의해서 그러니 인재라면 따지지 말고 등용해야 합니다.”
“그렇기는 하네요. 노력하겠습니다. 태자마마!”
“그럼 저와의 담판은 성공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도천밀군 중에 송 나라의 관리가 나온다면 그들을 중심으로 도천밀군을 통제하고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러는 거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걱정스러운 눈빛이 역력한 송나라 공주 조연이었다.
“이곳을 당당히 걸어 나가시면 됩니다.”
“아시다시피 밖에는 3천의 악비군이 이 전각을 포위하고 있어요.”
“그 밖에는 1만의 신수군과 1천의 말갈전사가 포위하고 있습니다.”
“안전할 수 있을까요?”
송나라 공주 조연은 자신의 배를 만졌다.
“봉추는 둥지처럼 안전할 것입니다. 누구도 저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알겠어요. 그렇게 하죠. 그런데 정말 악비군 3천을 모두 베실 건가요?”
“고려를 위해 쓰겠습니다. 숙모님!”
“고, 고려를 위해?”
“예. 또 아우인 봉추가 황제가 될 수 있는 재물을 만들어내는데 사용하겠습니다.”
“이해가 안 되네요.”
“저들은 고려에 죄인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저 저들을 잊으시면 됩니다.”
“하지만 저들도 송나라의 백성이에요.”
“버릴 것은 버려야 합니다. 숙모님!”
“그럼 태자마마도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백성을 버리실 건가요?”
예리한 질문이다.
“저는 어리석게 백성을 버리지 않습니다. 백성들이 저를 위해 죽게 만들 것입니다.”
내 말에 송나라 공주 조연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저 떨림은 나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될 거다.
“이제 일어나시면 됩니다.”
난 조연에게 그렇게 말하고 문을 봤다.
“밖에 이의민과 무제 있나?”
쫘악!바로 이의민과 무제가 문을 열고 내게 부복했다.
“예. 태자마마! 소장 이의민 대령하였나이다.”
“무제이옵니다. 태자마마!”
“이곳을 숙모님과 함께 나설 것이다. 숙모님께서 이곳을 나서실 때 무탈하셔야 한다.”
“예. 태자마마!”
이의민이 짧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악비군 수장 왕평달부터 베라.”
“그것은 소장 무제가 하겠나이다.”
난 무제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그리고 다시 조연을 봤다.
“가시지요.”
“왜 이렇게 위험을 자초하시는 거죠? 태자마마!”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렇게 움직였으니 4만의 도천밀군들은 조연의 휘하에 모이게 될 거다. 그거면 내가 이렇게 목숨을 거는 이유가 된다.
당장은 조연이 부리겠지만 내 지시를 받는 순간 그들은 송을 무너트리는 고려의 정벌군이 되는 거였다.‘위험한 줄타기를 하시는 겁니다.
숙모님!’난 조연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악비군 대형 중앙.왕평달은 부장들을 모아서 조연과 회생이 들어 있는 전각을 노려봤다.
“우리가 살 길은 고려 태자와 조연 공주를 생포하는 거다.”
“하오나 밖에는 일만의 고려군이 포위하고 있습니다. 장군!”
“1만이 아니라 10만이 와도 우리가 고려 태자를 억류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렇사옵니다.”
“고려태자를 억류하고 조연 공주를 앞세워서 송으로 귀환할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지금이 이 사지를 벗어날 유일한 순간이다. 두 번의 기회는 없을 것이다.”
왕평달은 그렇게 말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작품 후기 ============================추천과 댓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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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modified date: 201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