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조연이 기거하고 악비군 3천의 철통같이 방비를 하고 있는 전각 담벼락 앞.경계가 삼엄하다.서경은 온통 창검을 버리고 이제는 화합을 하려는 분위기 일색이라 치부할 만 했지만 이곳만은 안에서 지키는 자와 밖에서 막아서고 있는 자들 모두 일촉즉발의 순간을 기대하는 듯 매의 눈이 되고 범의 아가리가 벌린 송곳니가 되어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저 망할 놈의 송나라 오랑캐 놈들 때문에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
경대승이 지휘하는 신수군 병사들은 자신들이 쉬지 못하는 이유를 오직 송나라 악비군이 저렇게 전각을 점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 저 망할 놈의 돼지 같은 놈들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야!”
“암! 그렇고말고.”
“저놈들은 그냥 밀어붙여서 다 쓸어버려야 해! 어디 감히 고구려의 옛 황성에 저리 진을 치고 있을 수 있냐고?”
“암 그렇지. 송나라 놈들이나 예전에 개돼지 같은 수당 놈들이나 다를 것이 없어. 말갈 놈들에게 밀려서 저 대륙 밑까지 밀려갔으면서 이렇게 이곳에서는 허세를 부리고 있네!”
병사 하나가 그렇게 말하다가 옆에 선 속말말갈족 말갈 전사를 힐끗 봤다.
“하하하! 자네들 보고 하는 말은 아니네. 말갈이라고 다 같은 말갈인가? 자네들이야! 진짜 말갈이지. 우리랑 같은 뿌리 아닌가.”
병사의 말에 말갈전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저 담벼락 하나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 송나라 군사들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렇지. 우린 그냥 다 예맥이지.”
“암 그렇고말고 다 같은 예맥이지.”
일사천리로 서로 같은 동포라고 또 같은 뿌리라고 그리고 붉은 피가 흐르는 조선의 배달예맥이라고 말하는 것이 의심스럽기까지 했다.선동의 달인!회생이다. 그리고 그의 사주를 받은 정도전이다.
아마도 지금 이 순간까지도 회생은 그리고 정도전과 타이모는 이질감을 느끼고 있는 고려 병사들과 말갈전사들을 어떻게든 하나로 묶으려 이렇게 선동질을 하고 있었다.같은 적이 있는 존재는 뭉치게 된다.
이런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 계속 듣게 되고 말하게 되면 정말 말갈과 고려는 하나의 뿌리라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 이해하게 된다.이것이 교육일 거다.
고려 병사의 선동질과 말갈전사의 과묵한 용의가 계속되는 것을 보며 경대승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 서 있는 속말말갈족 족장 타이모를 봤다.
“500년이 넘게 떨어져 있었던 걸을 얼마나 빨리 붙이느냐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경대승 역시 타이모 족장에게 하대를 하지 않았다. 자신의 주군인 회생이 타이모에게 무척이나 신경을 쓰고 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경대승이었다.
“그렇지요. 예맥은 뿌리 깊은 나무고 그 속에 고려는 중심이 되는 뿌리이며 말갈은 줄기이며 선비는 가지고 거란은 그 큰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살고자했던 산매였지요.”
타이모 족장은 예맥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것 같다.그가 예맥에 대해 해박하기 때문이 고려에 그것도 회생에게 귀부를 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서경으로 진격해 이곳을 점령한 것은 타이모 족장에게는 참으로 감개가 무량한 일이었다.
하늘나라 조선이 아사달에 천도를 정하고 수천 년이 지난 후에 고구려가 다시 일어나서 가장 번창할 때의 황성이 바로 이 서경성인 평양성이다.지금 자신이 압수 변방에서 이곳 옛 고구려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경에 서 있다는 것이 죽어 조상신들께 향해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삶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던 거였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렇소. 경장군!”
“저는 그저 고구려는 솥단지에 고려인이라는 쌀을 넣고 말갈이라는 물을 부은 후에 선비라는 뚜껑을 닿은 후에 한참 기다리니 다되어 지어진 밥이 예. 맥. 한 일통이라 생각을 합니다.”
경대승의 표현에 살짝 미소가 머금어지는 타이모 족장이었다.
“밥이라! 그렇지. 밥이지. 뭐든 먹어야 살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것들은 뭘 먹고 저리 버티는 걸까요?”
“곧 군량이 떨어지게 되어 있소이다.”
타이모 족장의 말에 경대승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입니다. 황자저하께서는 그냥 두고 보면서 지키기만 하라고 하셨습니다. 무관심하게 말입니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역시 황자저하이십니다. 참으로 현명하신 선택이신 것 같소.”
“그렇습니다. 타이모족장님!”
조선을 바탕으로 한 부여와 그 부여를 흡수한 고구려를 예족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맥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 예맥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 예맥의 아래 말갈이 있고 선비가 있으며 일부 거란이 있었다. 또한 흉노도 예맥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조선의 계승한 고구려의 하나의 계열이었다. 그리고 삼한이라고 하여 마한, 변한, 진한 역시 한으로 통합되며 끝내 불안정하지만 예, 맥, 한을 통합한 것이 고려였다.
완벽하지 못한 통합이 고려였고 그것을 이제는 완벽한 통합으로 만들고자하는 것이 바로 이 시대의 간웅 회생이었다.그래서인지 가장 예, 맥, 한에 가까이 있는 속말말갈족장 타이모는 감개가 무량했다.
“흩어진 말갈을 통합하고 이름도 잃은 선비를 다시 부른다면 고려의 힘은 더욱 강대해 질 것입니다.”
“선비요?”
경대승은 타이모 족장의 말을 되물었다.
“그렇소. 경장군! 선비를 다시 불러드려야 할 것이요.”
“선비족이라고 하면 전국시대에 중원을 자주 정벌하고자 했던 그 기마부족을 말하는 겁니까?”
선비족에게 관심을 보이는 경대승이었다.
“그렇습니다. 흉노에게 멸망하기 전까지 융성했던 예맥의 한 뿌리입니다.”
“선비도 예맥이라고 하고 흉노도 예맥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 반목한 것입니까?”
“강하기에 그리 반목하고 기마부족이기에 서로를 공격한 것입니다. 흉노가 초원을 벗어나 후환을 격파하면서 비어버린 대초원에서 번영한 것이 선비족이오.”
대초원!그것은 몽골초원을 의미한 걸 거다. 13세기까지 몽골이라는 말은 없었다. 그러니 몽골초원이라는 말도 없는 거였다. 그저 지금의 몽골초원은 초원이었고 그것에 만족해야 했다.
“번영한 선비족의 족장 단석괴가 어려 선비의 부족을 통합하여 나라를 만들었고 단석괴라는 걸출한 영웅이 죽은 후 가비능이 다시 부족들을 통합하였다가 위기를 느낀 평지에서 일어난 나라 위의 자객에게 암살됐지요.”
경대승은 그저 타이모가 오랑캐에 불과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역사적 지식은 참으로 대단했다.
“놀랍습니다.”
“무엇이 말이오?”
“족장의 식견이 말입니다.”
“식견이라고 할 것이 있겠소. 그저 듣고 들은 이야기를 그대게 해 주는 것이요.”
“그렇습니까?”
“그렇소.”
“그래서 어찌 되었습니까?”
“그리고 훗날 대평지에 5호16국이 생겼는데 대초원에서 할거하던 선비의 부족장들이 일어나서 점차 세력을 확대하여 대평지로 그 세력을 확장시켰소이다. 모용 씨들은 연을 세웠고 걸복 씨는 진을 독발 씨는 양을 세웠으며 탁발 씨는 북위를 세워 지금의 화북 전체를 통일하여 복조의 기초를 다졌지요. 그것이 바로 예맥의 한 갈래인 선비의 역사입니다.
”
“대단합니다. 예맥의 한 갈래인 선비가 그렇게 융성했는데,,,,,,,,.”
할 말을 잃은 경대승이었다.
“그보다 더 강대한 것이 고려지요. 지금의 고려와 구분하기 위해 고구려라 칭하지만 큰 고려야말로 대단한 강대국이었소이다.”
“그 이야기도 들으신 것이지요.”
“말을 달리면 그 땅이 끝이 없고 말갈의 전사 하나라도 어디를 가든 크게 호령할 수 있던 나라가 바로 큰 고려지요.”
“그렇습니다. 그 큰 고려를 지금 주군이시며 황자이신 회생 저하가 만들려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이름뿐인 선비를 다시 불러 모아야 하는 것입니다. 아마 황자저하께서는 그런 생각을 하시고 계실 것입니다.”
“어디서 불러 모은단 말입니까?”
“힘을 잃게 되면 모든 것들은 자신이 일어난 곳에서 돌아가기 마련이지요.”
“대초원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럴 것입니다.”
“대초원,,,,,,,,.”
그 세 자가 가슴에 크게 와 닿는 경대승이었다. 마치 언젠가는 자신이 말을 달려 웅지를 펼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보내어만 주신다면,,,,,,,.’경대승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 심각하게 하나?”
내가 갑작스럽게 나타나자 이곳을 포위하며 속말말갈족 족장 타이모와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경대승이 놀라 내게 달려왔다. 그리고 그 뒤를 타이모가 달려와 내게 군례를 올렸다.
“황자마마를 뵈옵니다.”
여전히 경대승은 나를 황자라 불렀다.
“주군이신 황자마마를 뵈옵니다.”
역시 속말말갈족 족장 타이모는 내 호칭 앞에 꼭 주군이라는 말을 붙였다. 황자마마라는 말보다 더 듣기 좋은 말이 바로 그 주군이라는 말일 것이다.
어쩌면 내 마음이 더욱 큰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대승이 나를 황자라 부르는 것은 그가 대전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으니 이러는 거였다.
난 경대승을 보며 씩 웃었다. 마치 난 아이가 자랑을 하고 싶지만 자기 입으로는 말을 하지 못하기에 헤헤 웃는 것처럼 웃었다.
“태자마마시오. 또한 대리청정을 하실 태자이시오.”
북천이 말하자 경대승이 감격한 듯 날 봤다. 물론 타이모 족장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태자가 된 것이 그가 감격할 일이라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경하 드리옵니다. 태자마마!”
“경하 드리옵니다. 주군!”
“고맙소. 타이모 족장 그대의 도움이 컸소.”
“제가 한 것은 아무 것도 없사옵니다. 주군!”
“그대가 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나는 힘이 됩니다.”
“감사하옵니다. 주군!”
“경장군!”
난 잠시 타이모 족장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경대승을 불렀다.
“예. 태자마마! 참으로 경하드리옵니다.”
다시 한 번 경대승이 내가 태자가 된 것을 경하한다고 말했다. 내가 이렇게 태자인 것과 황자의 신분인 것은 분명한 구분이 존재했다.황자는 그저 고려에 많고 많은 황자 중에 하나일 것이다. 허나 태자는 황제를 계승할 유일한 존재다. 그러니 내가 곧 지존이 되고 고려가 되는 거였다.
“고맙네! 경장군! 자네도 곧 승차를 하게 될 것이야!”
“황공하옵니다. 허나 저의 승차는 차차 이뤄져도 될 것이옵니다.”
“내가 주는 것이야! 그러니 사양하는 것도 불충이지. 내 자네의 아비도 신경을 쓸 것이야!”
“감사하옵니다. 태자마마!”
“내 충신의 아비이니 그래도 현후는 정도는 될 것이야!”
무신들도 귀족이다. 하지만 작위를 받은 귀족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 내가 자신의 아비에게 작위 중 서열 4위인 현후에 봉해준다고 하자 더욱 경대승은 감격했다. 경대승도 아마 자신의 아비가 현후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현후는 현제의 작위인 8등작제에서 4등작에 해당되는 작위이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작위이지만 작위는 작위였다.
현재의 작위가 정비관 것은 문종황제 때이다. 고려는 중국의 5등작제를 근본으로 하면서 후와 백 사이에 국공과 군공 그리고 현후 포함시켰다.
작위에 따라 지급하기로 되어 있던 식읍(食邑)의 규모가 결정이 되기에 중요한 거였다.경진이 현후가 되고 내가 경대승이 태어난 청주를 그의 아비 경진에게 내린다면 그곳은 경진의 식읍이 되고 거기서 징수되는 전조(田租)와 공부(貢賦)는 모두 청주현후 경진에게 귀속되므로 결국 경대승에게 내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현후에게 청주를 다 주는 것은 좀 과하지만,,,,,,,.’하지만 경대승이 나를 위해 해 줘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니 충분히 보상을 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초원으로 가야 할 사람이니.’난 경대승을 봤다.
나를 대신해 초원으로 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