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27화 (427/620)

<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

“소인은 모르옵니다.”

“왜 공주마마께서 발설을 하면 네놈의 목을 벤다고 했나?”

“,,,,,,,,.”

“지금 내게 말하지 않으면 목이 베일 것이다.”

“장, 장군!”

“어서 말하라. 우리 악비군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것이,,,,,,,.”

“회임을 한 것이냐? 아니 한 것이냐?”

“공주마마께서는,,,,,,,.”

“그래? 어떤 것이냐?”

“회임을 하셨사옵니다.”

군의의 말에 왕평달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고 입가에 미소를 살짝 머금었다. 아주 복잡 미묘한 표정이 분명했다.

‘마지막 한 수는 더 생긴 것이군. 악비군이 이곳을 빠져나갈 마지막 한 수가!’한번 주인을 배신한 자는 또 다시 배신을 하는 법이다.왕평달은 그런 인물이고 그렇기에 송나라는 미래가 없는 거였다. ‘어쩌면 공주께서 오판을 하시고 계신지 몰라. 오판을!’왕평달은 그런 생각을 하며 휘하 무장을 봤다.

“이곳에서 우리 악비군의 운명을 끝낼 수는 없다.”

“예?”

“비록 악비군이 어렵던 날 위혜헌왕의 도움을 받기는 했으나 이미 그는 태자에서 밀린 분이시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 나름 준비를 해야겠다.”

왕평달의 말에 휘하의 무장들이 놀라 왕평달을 다시 봤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공주마마께서 배수의 진을 치셨지만 고려의 황자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끝나는 일이다.”

왕평달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휘하 무장들이었다.

“공주님의 오판에 우리가 정말 배수의 진에 죽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배수의 진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싸워서 이길 수 없는 배수의 진이지.”

“하오시면 이제는 어찌 해야 하옵니까? 장군!”

무장 하나가 물었다.

“각자도생을 꾸며야겠지. 각자도생!”

“그 각자도생이라시는 것은?”

“공주마마와 우리 악비군이다. 이제 각자의 살길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오시면 위혜헌왕의 노여움을 살 수도 있사옵니다. 지금까지 악비군을 지원해주신 황자이십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허나 태자께 충성을 다시 다한다면 달리 방법이 있겠지.”

정말 배신을 생각하는 왕평달이었다.이런 자를 무장으로 거느릴 황족은 없을 것이다. 예전 삼국지에서 나오는 여포가 환생을 했다면 아마 왕평달이었을 거다.

“태자께 말이옵니까?”

더욱 놀라는 악비군 무장들이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는 거다. 사태를 관망한 후에 판단할 것이다.”

“어찌 관망하실 참이십니까?”

“공주마마의 배수의 진이 먹히느냐? 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어떤 배수의 진이옵니까?”

“지금은 말해 줄 수가 없다. 지금은!”

왕평달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태자궁으로 향하는 길목.

“그 요녀는 뭘 하고 있을까요?”

내 물음에 북천이 날 봤다.

“그 요녀라고 하시면?”

“송나라 공주 조연 말입니다.”

“그저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태자마마!”

정도전이 날 보며 말했다.

“여전히 경장군이 포위를 하고 있고요?”

“그렇습니다. 만약을 몰라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크게 실망하게 만들어줘야겠군요.”

“가장 크게 실망을 하게라니요?”

정도전이 날 보며 물었다.

“갑시다. 그 조연이라는 요녀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소.”

“하오나 태자마마! 그러시다가 크게 발목을 잡힐 수도 있사옵니다.”

여전히 정도전은 내가 혹여 조연이라는 요녀에게 홀려 대의명분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송구하옵니다.”

“가자! 가장 크게 실망하게 만들어줘야겠다.”

“어찌 말입니까?”

“기대를 크게 하면 크게 실망을 하는 법이지.”

난 피식 웃었다.

“갑시다. 경대승도 볼 겸 송나라 공주가 얼마나 절색인지도 볼 겸 한 번 가 봅시다.”

난 송나라 공주 조연이 있는 전각으로 발걸음을 돌렸다.그 순간 정도전이 무제를 봤다.

“그대와 이의민 장군이 태자마마를 보위하여야 할 것입니다.”

정도전의 말에 난 피식 웃어버렸다.

“이 둘이면 두당 천은 상대할 수 있겠지?”

“왜 이리 위험한 일을 자초하시는 것이옵니까?”

북천이 조심히 내게 말했다.

“송나라 공주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대의명분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송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오나,,,,,,,.”

“조연이라고 했지? 그 요녀가?”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숙부께서는 나만큼 야망이 크셨지? 송나라와 고려의 모든 황제가 되시려 했지.”

난 대령후를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의도는 분명 있으셨습니다.”

“나라고 못할 거도 없지.”

내 말에 정도전과 북천이 놀라 날 봤다.

“하오나 조연은,,,,,,,,.”

정도전이 다른 무장들이 있기에 더는 말하지 못했다. 혹여 내가 조연을 품게 되면 지금 자신이 한 말이 사방으로 퍼질 것이니 말이다.

“알아! 다 아니 걱정 마! 헛것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내가 그리 궁하지 않아.”

“하오시면?”

“주변 정세와 인물들을 파악하지 못하면서 어찌 내 책사라 하겠나?”

난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송구하옵니다. 태자마마!”

북천이 바로 내 말의 뜻을 이해하고 대답했다. 그제야 정도전도 인상을 찡그렸다.

“대단하시옵니다. 태자마마!”

“그렇다는 거야! 혹시 모르니까. 혹시나 해서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그럼 송으로 은밀하게 사람을 보내겠나이다.”

정도전이 내게 말했다.

“그래야지. 모든 상황을 열어두고 그렇게 움직여야지.”

이제야 내 말뜻을 알아듣는 두 책사였다.지금 서기로 따진다면 1173년이다.

무신혁명이 일어난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3년의 시간 동안 난 태자가 됐다. ‘아마 지금 남송을 다스리는 것은 효종일 거야!’남송의 황제는 효종이다.

효종은 수안희왕(秀安僖王) 조자칭(趙子?)의 아들로, 북송 태조 조광윤의 차남 조덕방(趙?芳)의 6세손이다. 고종의 양자로 들어가 즉위한 인물이다.

진회의 사후 금나라의 4대 황제 해릉왕이 북송을 침공을 개시했다. 금나라군은 대군이었으나, 해릉왕은 권력 확립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살해했기 때문에 금나라의 황족 중 한 사람인 완안옹(完顔雍)이 해릉왕에 대해 반란을 일으켰고 그 반란은 성공을 해 완안옹은 금나라의 5대 황제인 세종이 되었고 송나라와 화평을 맺었다.

같은 해 송나라도 효종이 즉위를 했다. 금나라 세종, 남송의 효종은 각자가 속한 왕조에서 가장 뛰어난 명군으로 불렸던 인물들이었다. 그렇기에 평화를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다.

물론 금에 아주 유리한 평화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아니러니 하게도 송나라 효종의 재위 마지막 년도가 바로 금나라 세종이 사망한 연도였다. 그리고 살아남은 남송의 명군 효종이 재위를 광종에게 넘긴 후 송나라는 더욱 분열하고면서 국력을 잃어갔고 금나라는 세종이 붕어한 후에 더욱 그 세력이 커졌다는 거였다. 명군이 살아남아 남아 있는데도 그리 된 것이다.

그것은 아비와 아들의 불화 때문일 거다.효종과 광종의 불화!그것은 위혜헌왕의 아들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여튼 원래 효종은 본래 성격이 강하고 용맹했으며 끊임없이 금나라 정벌을 꿈꾸는 인물이었다. 그는 금과의 화친을 주장한 진회의 측근들을 쫓아내는 한편 금에 저항하다 억울한 죽음을 맞은 악비를 신원시켜 백성들의 민심을 얻었다.

그러나 효종은 끝내 스스로 양자라는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재위 기간 내내 24년간 태상황으로서 군림한 조정일에 의해 간섭을 받아야 했다. 이것이 아마 양자의 한계일 거다.

어쩌면 나도 비슷한 처지에 놓인 걸 거다. 하지만 내 부친은 송나라의 태상황과는 다를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내게 대리청정을 명하신 거다.‘조연의 아비가 위혜헌왕일 것이야!’송나라 황실은 조혼의 풍습이 있었고 또 대령후와 조연이 나이차이가 많이 났기에 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문태자가 요절을 하고 태자가 되어 마땅한 위혜헌왕이 태자가 되지 못했다. 그러니 저리 고려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것이겠지.’효종은 차남인 위혜헌왕 대신 삼남인 조돈을 태자로 삼았다. 그리고 끝내 위혜헌왕을 외지로 밀려나서 이렇게 절치부심을 하고 있는 거였다. ‘태자 조돈을 무너트리면 힘만 생기면 부친에게 반기를 들 것이야!’그렇게 된다면 송의 힘은 더욱 약해 질 거다.

당분간 위혜헌왕이 송의 황제가 되지만 끝내 사위가 될지도 모를 내게 양위를 하게 될 수도 있다.물론 내가 위혜헌왕의 다른 공주와 혼인을 할 때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 송나라 황실의 황자의 씨가 말라 버려야 하고 말이다.

여기서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것은 효종이 명군이지만 병약하다는 거였다. 송나라 역사의 기록에서 빠진 것이 바로 송나라 효종의 병약한 부분이었다.

금과 대치를 하고 있으니 자신의 명군을 병약한 존재로 만들 수는 없었을 거다. ‘앞으로 그의 재위기간이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을까?’내가 알고 있는 역사에서는 1189년이다.

앞으로 16년이 더 남았다. 또 상황으로 군림한 시간도 꽤 된다. 병약하기는 하지만 삶을 이어간 것이다.

‘고려의 역사만 틀어버릴 것이 아니라 송나라의 역사도 틀어버릴 수 있다면 나쁠 것이 없지.’송나라 효종 다음으로 황제가 되는 황자는 광종이다. 그것을 이 조연의 부친인 위혜헌왕으로 만든다면 내게는 득이 될 것 같았다.

‘효종이 빨리 죽으면 더 좋을 거고.’다른 나라의 명군이 빨리 승하를 하면 고려에 좋은 일이다. 그리고 옥좌를 둔 쟁투로 송이 약해지면 더할 것 없이 좋은 일이었다. 그런 것까지 생각하는 나였다.

고려를 위해서 말이다.‘위혜헌왕의 장녀가 바로 조연이지, 그렇다면 차녀 정도를 내 차지로 한다면 그리고 당분간 처남이 될 수도 있는 자를 황제로 세운다면 좋은 쪽으로 흐를 수도 있음이야!’내가 조연을 찾아가려는 것은 이 이유 때문이다.

비록 내 숙모가 되는 조연이 어리석게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자기 똑똑한 줄만 알지. 얼마나 미모에 자신이 있다는 건지.’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잘 설득을 하면 매파가 되어 줄 수도 있을 거야!’난 이 순간 엄청난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악비군의 쓰임은 달라질 것이 없었다.‘악비군 놈들을 송으로 보내면 화근이 되지.’중요한 것은 조연이 내 말뜻을 알아듣고 나랑 같이 그 전각에서 야반도주(?)를 해 주냐는 거였다. 그렇게만 되어 준다면 더할 것이 없이 좋아지는 거다.

“가자!”

“예. 태자마마!”

“무제! 그리고 이의민!”

“예. 태자마마!”

“일당백의 무장 30명을 준비하라.”

결심이 섰으면 움직이는 거다.

“예. 준비하겠사옵니다.”

“각각 30명이다.”

“예. 태자마마!”

“그들이 초개처럼 고려를 위해 목숨을 버려준다면 고려는 또 한 번 좋은 상황이 될 것이다.”

내 말에 무제와 이의민이 놀라 날 봤다. 하지만 이제는 북천과 정도전은 내가 무엇을 할지 잘 아는 눈빛이었다.

“안 그런가? 북천.”

“그렇사옵니다.”

“금으로 갈 재물을 고려로 오게 한다면 더한 나위 없이 좋을 것이옵니다.”

정도전도 내가 무엇을 할지 잘 알겠다는 듯 말했다.

“매파의 역할을 아주 잘 해줄 것이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숙모님을 위해!”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어떻게 되었던 사돈께서 송의 황제만 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하하! 가자!”

“예. 태자마마!”

난 그렇게 거침없이 조연이 있는 전각으로 향했다.‘악비군 놈들은 한 번 배신한 것들이지. 또 배신하지 말라는 법도 없어. 그것만 상기시켜 주면 되는 거야!’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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