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26화 (426/620)

<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2. 경대승의 엄청난 쓰임!난 임시 대전을 나와 복도를 걸었고 내 옆으로 정도전이 다가와 비단 천을 내밀었다.

“감격하신 것 같사옵니다. 태자마마!”

“감격?”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의 마음을 가장 완벽하게 위무해주셨습니다.”

“내 진심이다.”

“알고 있사옵니다.”

“앞으로 해야 할 내 정책을 위해 회의를 해야겠다.”

“예. 태자마마!”

“만적과 왕준명까지 내 가신들은 모두 모이게 해라.”

“예. 명을 받잡겠습니다. 태자마마!”

“가자! 태자궁으로.”

이제 내가 기거하는 곳은 태자궁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 내가 태자이니 말이다.

“예. 태자마마!”

“무제!”

“예. 태자마마!”

“내 신하들이 모이기 전에 따로 그대와 할 이야기가 있다.”

“소장과 말이옵니까?”

“그래. 그대와 조의들이 은밀히 해 줄 것이 있다. 이 고려를 위해!”

내가 이 고려를 위한 일이라고 하자 무제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예. 태자마마! 무슨 일이든 신명을 다하겠습니다.”

“정도전!”

“예. 태자마마!”

“북천!”

“예. 태자마마!”

“그대들도 같이 태자궁에 들라.”

“예. 알겠사옵니다.”

정도전과 북천이 대답을 하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아마 내 지시를 받아 무제가 행한 일에 대한 뒷수습을 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저 둘은 하고 있는 거였다.

‘역시 천재야!’정말 저 둘은 하늘이 내린 천재가 분명할 거다.유비에게 와룡과 봉추가 있듯 내게 정도전과 북천이 있다.

그럼 이 세상은 내 것이 되는 거였다. 유비에 비해 난 그보다 더 능력이 있고 미래를 알고 있으니 말이다.

‘수습하려면 머리가 터질 거다.’난 북천과 정도전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의종황제가 머무르는 전각.

“정말 잘 하신 것입니다. 황제폐하!”

연후가 부복을 하며 차분히 말했다.

“이미 주고자 마음을 먹은 것이니 늦출 필요가 없지요.”

“그렇사옵니다. 이제 모든 것은 태자께서 다 준비를 하시고 행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난 태자의 급한 성정이 염려가 됩니다.”

“그 급한 성정도 이제는 차분해지실 것입니다. 자신의 위치가 올바로 섰으니 말입니다.”

연후의 말에 의종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럴 것이요.”

“이제 황제폐하께서는 차를 끊으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짐이 차를 끊어?”

“그렇사옵니다. 이미 이 고려는 태자마마의 고려가 되었습니다. 이미 황제폐하께서는 다 물려주신 것입니다. 그러니 황손들의 귀여움을 보시며 지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사옵니다.”

정도전에 의해 같은 차를 마시고 있는 의종과 연후였다.

“내가 끊을 것이 아니라 대스승께서 끊으셔야 하지 않겠소?”

“제가 할 것이 더는 없습니다. 있을 필요가 없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너무 오래 살았습니다.”

“그래도 든든한 원로는 있어야 하지 않겠소? 다시 태자의 마음이 급해지면 그것을 늦출 수 있는 분이 필요합니다.”

“저도 그렇게는 생각을 하오나 그것을 태자께서 허락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태자는 그렇게 할 것이요.”

“저는 이대로 끝을 낼까 합니다. 그래야 발전이 있을 것이옵니다.”

“만약 태자가 허락을 한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태자께서는 진짜 군주이십니다. 그러니 절대로 자신의 뜻을 꺾으려 했던 저를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황제폐하!”

“그 뜻을 꺾는다면 태자에게 새로운 발전이지 않겠소?”

“그렇기도 하시겠지만 저는 구시대의 망령에 불과하옵니다. 제가 존재한다면 조의를 태자께서 온전히 품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사라져야 합니다.”

“그러지 말고 묘향산으로 가서 신선이 되는 것은 어떻소? 하하하!”

“신선이라,,,,,,,,.”

“그렇소이다. 신선!”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너무 오래 산 세월을 마감하고 싶사옵니다. 제가 아닌 태자께서 이제는 이 고려와 예맥을 걱정하실 것이니 말입니다.”

의종황제도 연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면에서 짐도 이제는 미련이 없소. 하하하!”

“그러시옵니까?”

“가는 길 서로 동무는 필요하지 않겠소.”

“그렇사옵니다. 하하하! 이제 남은 시간을 바둑이나 두시지요.”

그렇게 거대한 두 존재는 스스로 삶을 마감하며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려고 했다. 오직 그들이 이러는 것은 모두 회생을 위한 일이며 고려를 위한 일이고 예맥이라는 이름으로 일통한 민족을 위함이었다.

“폐하와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이옵니다.”

“그런 것 같소.”

“아직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요?”

임시 황궁으로 쓰이는 서경 유수관 한 편에 진을 치고 있는 요부 송나라 공주 조연은 회생의 무관심과 다른 무장들의 무관심에 불길한 마음을 먹으면서 앞에 앉아 있는 악비군 장군 왕평달에게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그저 철통같이 포위를 하고 경계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은 일이 마무리가 되지 않은 모양이겠지요.”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되었던 곧 어떤 행동을 취해 올 것입니다. 공주마마!”

“그래야지요. 그래야 하지요.”

조연은 여전히 인상을 찡그렸다.하지만 회생이 내놓은 조연의 처리는 말 그대로 무시며 방관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고통이 될 것이 분명했다.

“군량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송나라 공주 조연이 뜬금없이 군량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악비군 장군 왕평달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아직은 걱정하실 만큼은 아니옵니다.”

“조금 여유가 있는 것이군요.”

“보름 정도의 여유가 있사옵니다.”

“보름?”

“그렇사옵니다.”

“보름 안에 황자 회생이 내게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인데,,,,,,,,.”

“그렇습니다. 그리 되어야 할 것입니다.”

“시간과의 싸움이겠군요. 시간이 최대의 적이 될 거에요. 지급하는 식량을 줄이세요.”

“예. 공주마마!”

“장기전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저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시간이 말이에요.”

“이러다가 끝내 잊히면 어찌 하옵니까?”

왕평달은 걱정하던 것을 조연에게 말했다.

“우리가 잊힌다고요? 3천의 군사와 송나라 공주를 저들이 잊는다고요?”

“그렇습니다. 공주마마!”

“그럴 정도로 배포가 크지 않을 겁니다. 3천의 군사가 이곳에 저들과 같이 있어요. 그러니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는 없을 거예요.”

“소장도 그렇게 생각을 하오나,,,,,,,,.”

“그런 일은 없어요.”

조연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준비를 하시는 것도,,,,,,,,.”

“준비라 하시면?”

“송에 급히 이 사실을 알려 사신을 보내게 하는 것입니다.”

왕평달의 말에 조연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빠져나갈 수 있겠습니까?”

“목숨을 걸고 그리하게 만들겠습니다.”

“그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겠죠.”

“그럼 그리 준비를 하겠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병사들의 사기입니다.”

“예. 공주마마!”

“우리를 절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절대!”

공주 조연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떨칠 수는 없었다. 만약 그렇게 잊힌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니 말이다.

“그런데 공주마마!”

“왜 그러시오? 왕 장군!”

“공주마마의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사옵니다.”

“그런가요?”

“예. 창백한 것이,,,,,,,,,.”

그 순간 조연의 표정이 굳어졌다.‘설마 내가,,,,,,,,.’조연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왜 그러시옵니까?”

“아니에요.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저 피곤해서 그런 것 같사옵니다.”

“그런 것이라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이만 물러가세요.”

“예. 공주마마!”

왕평달이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난 군례를 올리고 물러났다. 그리고 복도에 서서 다시 조연의 머물고 있는 방을 봤다.‘혹여?’왕평달은 문득 엄청난 생각이 떠올라 놀라 눈이 커졌다. 그리고 방 앞에 서 있는 시녀를 봤다.

“내 사내로 물어볼 말은 아니나,,,,,,,,.”

“무엇을 말이옵니까? 왕 장군!”

“혹시,,,,,,,,.”

뭔가 물어보려고 하던 왕평달이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아니네. 아무것도.”

그렇게 왕평달은 돌아서서 전각을 빠져나갔다.

“밖에 누구 있는가?”

“예. 공주마마!”

시녀가 조심히 안으로 들어섰다.

“이 전각에 의원이 있나?”

“의원 말이옵니까?”

“그렇다네.”

“군의가 있기는 하옵니다.”

군의는 악비군에 소속된 의원을 말하는 거였다.

“은밀하게 부르라.”

“은밀하게 말이옵니까?”

“그래. 은밀하게.”

“알겠사옵니다.”

잠시 후 송나라 공주 조연의 명을 받고 시녀와 함께 군의가 당도해 머리를 조아렸다.

“데리고 왔나이다. 공주마마!”

시녀의 말에 송나라 공주 조연이 군의를 봤다

“내가 몸이 좀 불편한 것 같다.”

“그렇사옵니까? 공주마마!”

“진맥을 좀 해 보라.”

“예. 공주마마!”

군의는 짧게 대답을 했지만 앞으로 나서지 않고 시녀를 봤다.

“명주실을 준비해주시겠습니까?”

“바로 준비를 해 드리겠소.”

“그럴 필요가 없다.”

“하오나 황실 법도에 의해서 소신이 어찌 감히,,,,,,,.”

“내 몸이 불편하다고 했다. 어서 진맥을 해 보라. 그리고 아주 중요하다.”

“하오나,,,,,,,,.”

“어서!”

“예. 공주마마!”

군의는 어쩔 수 없이 공주에게 다가갔고 조연 공주는 팔소매를 살짝 올린 후 흰 옥수를 군의에게 내밀었고 군의는 긴장이 됐는지 파르르 떨었다.

“신중하게 진맥을 하라.”

“예. 공주마마!”

그렇게 군의가 조심히 조연의 손목을 잡고 진맥을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놀라 눈이 커져 조연을 봤다.

“공, 공주마마!”

“더는 대답하지 마라.”

조연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예. 마마!”

조연은 시녀를 봤다.

“밝을 살펴라!”

“예. 공주마마!”

시녀가 급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시 송나라 공주 조연이 군의를 봤다.

“말하라!”

“미약하지만 활 맥이옵니다. 활 맥이 잡히옵니다.”

“활 맥,,,,,,,,.”

“그렇사옵니다. 활 맥이옵니다.”

“얼마나 된 것인가?”

“정확하지는 않사오나 두 달이 지난 것 같사옵니다.”

두 달이면 대령후가 개경을 정벌하기 위해 출정을 한 그때였다.

“감축 드리,,,,,,,,.”

“이게 감축할 일로 보이나?”

“예?”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송나라 공주 조연이 군의를 노려봤다.

“예. 그리 하겠나이다.”

“만약 발설을 했다가는 내 목을 칠 것이다.”

“예. 공주마마!”

“나가봐라.”

“예. 알겠나이다.”

그렇게 군의가 밖으로 나갔고 조연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이번 일이 또 다른 방향으로 일을 만들지 모르겠군.’조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악비군 장군 왕평달을 떠올렸다.

‘만약 어쩌면 그가 나를 끝내 배신할지도 몰라.’조연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연이 기거하는 전각 밖.군의가 급히 밖으로 나오며 주위를 살피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급하게 자신의 군막으로 돌아가려고 길을 재촉할 때 왕평달과 무장 몇이 그의 앞을 막았다.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예?”

군의가 되물었지만 왕평달은 더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 그 순간 무장 둘이 군의의 양팔을 잡고 끌었다.그렇게 군의는 왕평달의 군막으로 이끌러 갔다.

“왜 이러시옵니까? 장군!”

“공주마마의 상태는 어떤가?”

“예?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회임을 한 것인가? 아니 한 것인가?”

왕평달의 물음에 군의가 놀라 기겁했다.

“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군의는 조연이 말한 것이 떠올라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목이 잘리고 싶은 것이냐?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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